비디오방에서 만난 가슴 설레이는 첫만남

아카시아2008.07.18
조회2,666

안녕하세요.

 

저는 24살 대한민국 건장한 청년 입니다.

 

각설하고 본론으로 들어갈께요.

 

아버지는 늘 무슨 일이든 열심히 하시려 노력하시지만 그게 쉽지만은 않으신지

일이 잘 풀리지않아 가정형편이 그리 넉넉하지 않습니다.

슬프게도 어머니께서는 이런 아버지를 너무도 싫어하십니다.

그래서인지 당신 스스로 어느정도 가정살림에 보탬이 되고자 지난해부터

공장을 다니기 시작하셨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저 역시도 집에서 그저 놀고 있을수만은 없어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편의점에서 일을 했는데 개인적인 실수로 인해 더 이상 그 일도 할 수 없게

되었는데 아는 선배의 소개로 비디오방에서 밤 10시부터 아침 9까지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직 여자친구도 제대로 사귀어 본 적도 없고 제 머리속에 자리잡은 비디오방이라는

이미지 자체가 퇴폐적인 이미지로 자리잡은지라 처음에는 많이 망설였지만 일을 하다보니

꼭 그렇지만도 않더라구요.

 

물론 이곳을 찾는 몇몇 연인들은 정말 비디오를 보러 온게 아니라 스킨쉽을 위해서

오는 분들도 가끔 계시지만 (본의 아니게 복도를 지나가다보면 보이더라구요;;)

정말 영화를 좋아하셔서 오시는 분도 계시더군요.

 

그렇게 하루이틀 일을 시작하고 어느날 한 여자분이 가게에 들어오셨습니다.

 

허리에 약간 못미치는 정도의 길이의 생머리를 한 나이는 대략 저랑 동갑이거나 한두살 정도

많아 보이는 여자분인데 정말 태어나서 그렇게 이쁜 분은 처음 본 것 같습니다.

 

TV 를 통해서 접하는 아름다운 연애인들을 실제로 보면 이런 느낌일까요?

그 여자분에게서 나는 향기와 가녀리면서도 당찬 느낌을 주는 목소리와

백옥같이 맑은 피부가 저를 한 순간에 바보로 만들었습니다.

 

제 평생 이 세상을 살아오면서 힘든 시간이 행복했던 시간보다 많았기에

저는 이 세상에 대한 불평 불만을 가득 품은 그런 불행한 인간이라 늘 생각해왔고

때문에 단 한번도 (아직 어린 나이인데 이런 말을 써서 죄송합니다만) 인생은

살아볼만한 가치가 있고 행복한 것이라 믿었던 적이 단 한 순간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여자분을 만난 뒤 저의 생각은 180 ˚ 바뀌었습니다.

 

그 여자분을 만났던 첫날이었습니다.

 

"어서오세요"

"시민케인 있죠?"

"시민케인이요?"

"네"

"음... 네 있어요. 잠시만 기달려 주세요."

"고마워요 (보일듯 말듯한 미소)"

 

-1~2분뒤-

 

"분명히 있을텐데 잘 안보이네요. 죄송하지만 잠시만 기다려 주실래요?"

"네. 저 시간 많으니까 천천히 찾으셔두 되요."

"네 죄송합니다. 잠시만 기달려주세요."

"네 (또 그 미소)"

 

사실 많이 당황스러웠습니다.

분명 케이스는 있는데 테이프가 없더라구요.

그래서 DVD로는 없는지 찾아보니까 DVD도 없구...

그런데 왜 그런거 있잖아요.

왠지 실망시켜주고 싶지 않았어요.

처음 만난 사이지만 이미 전 한눈에 반했다고 해야하나요?

아무튼 그런 상태였거든요.

 

20여분을 찾아도 시민케인은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정말 실망시켜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그리고 그 여자분을 다른 가게에 가도록 놔두기

싫어서 그랬는지 몰라도 제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무리 찾아도 없는데 혹시 오늘은 다른거 보시구 내일 다시 오시면 안될까요?

제가 내일까지 꼭 찾아서 보실 수 있게 해드릴께요. 대신 오늘은 그냥 무료로 아무거나 한편

보세요."

"아.. 그렇게까지 하시지 않으셔두 되는데.. 그러면 제가 너무 죄송하잖아요."

"아니에요. 제가 오히려 더 미안하죠."

"친절하시네요. (웃음)"

"아.. 아닙니다 (멋쩍은 웃음) <멍청하게 뒷머리를 긁었던 것 같습니다.>"

"영화를 좋아하시나봐요?"

"예? 저요?"

"네"

"네 좋아해요. 근데 왜 그럴꺼라고 생각하셨어요?"

"여기서 일하시잖아요"

"아... 그래서..."

"제가 좀 이상한가요?"

"아.. 아닙니다. 상당히 논리적이시네요"

"설마요"

"네?"

"제가 생각해도 질문이 좀 바보같았네요"

"아.. 아니에요! 절대 그렇지 않아요"

"(웃음) 고마워요. 참 친절하시네요."

"아.. 네.. 감사합니다 (웃음)"

"그럼 내일 다시 올께요. 많이 졸리시겠어요 밤새 일하시면"

"괜찮습니다. 아직 젊은걸요"

"그럼"

"안녕히 가세요"

 

그때의 기억을 차근차근 떠올려가며 한자 한자 옮겨 적었는데 틀린 부분이 조금 있을겁니다.

하지만 일단 제 기억으로는 뭐랄까요... 굉장히 차분하지만 차갑지 않고 따스함이 느껴지는

말투랄까요? 아무튼 너무 인상적이었고 때문에 비록 10분 남짓한 대화였지만 너무도

설레였고 그 여자분이 나가신 뒤에도 떨리는 마음을 제대로 추스리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저는 사비로 시민케인 DVD를 구했고 그 여자분은 약속대로 다시

제가 일하는 가게를 찾아오셨고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그 여자분은 비디오를

보셨습니다.

 

그 여자분이 비디오를 보시는 동안 계속 신경쓰여 무례하게도 힐끔힐끔 그 여자분의 방을

훔쳐보았습니다.(?)

영화는 끝났고 그 여자분은 감사하다는 말을 남기고 첫날처럼 긴 대화는 나누지 못한채

그렇게 그냥 발길을 옮기셨습니다.

너무 서운했지만 가게 문을 열고 나갈 때 다시 오세요 라는 저의 말을 듣고 정말로

다시 오시기를 진심으로 바랬습니다.

 

그때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것 뿐이었으니까요.

그리고 정말 다행히도 그 여자분은 이틀 뒤 다시 가게를 찾아주셨습니다.

 

그게 바로 오늘이었습니다.

 

"어? 또 오셨네요."

"저 기억하시네요?"

"그럼요. 제가 시민케인을 직접 사기까지 했으니까 당연히 기억하죠"

"정말 감사했어요. 사실 그날 정말 찾아놨을까? 궁금하기도 했었거든요."

"전 제 말에 책임질 줄 아는 사람이에요."

"멋있네요 (미소)"

"감사합니다 (헤헤)"

"음... 혹시 흐르는 강물처럼 이란 영화 보셨어요?"

"네"

"재밌나요?"

"네 전 재밌게 봤어요"

"그래요.."

"아직 안보셨어요?"

"네"

"아 그러시구나"

"네"

"어제 영화는 재밌게 보셨어요?"

"아니요. 지루하던데요."

"아.. 그러세요"

"아.. 죄송해요. 힘들게 찾아주셨는데"

"괜찮아요. 재미 없을수도 있죠"

"그냥 흑백이라 좀 지루했어요."

"네에... (귀엽더군요. 입을 삐죽 내밀더라구요)"

"흐르는 강물처럼도 흑백영화인가요?"

"아니요. 90년대에 만들어진 영화에요."

"아 다행이다 (활짝 웃음)"

"참 아름다우시네요." (솔직히 제가 이런 말을 할 수 있을줄 몰랐습니다.)

"고마워요. 그쪽도 멋있으세요." (웃음)

"아하하하 감사합니다."

"그럼 흐르는 강물 틀어주세요"

"네. 재밌게 보세요"

"혹시 지금 시간에 손님 많이 오시나요?"

"음... 제가 일을 시작한지 얼마 안되서 잘 모르겠네요."

"자리 비우시면 안되겠네요?"

"네"

"바쁘시구나"

"아니요 바쁜 건 아니구요. 가끔 비디오를 훔쳐간데요. 돈도 훔쳐가고. 그래서 한눈팔면

안된다고 사장님이 신신당부 하셔서"

"아.. 그렇구나"

"네"

"네 그럼 수고해요. 전 비디오 보러 이만"

"네 즐거운 시간 되세요"

"네 고마워요"

 

잠시후 그 여자분은 영화를 보고 감사하다는 말을 남기고 돌아갔습니다.

 

제 바램은 앞으로도 계속 그 여자분이 찾아오셔서 조금씩 친해졌으면 하는데

아무튼 이렇게 글을 쓰면서도 계속 입가에서 미소가 떠나질 않네요.

 

내일도 그 여자분을 볼 수 있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만약 내일도 오신다면 용기내서 전화번호라도 한번 물어봐야겠습니다.

 

그럼 전 이만 퇴근하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