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선 스튜어디스였는데요. 뭐랄까, 첫인상은 키도 크고 고고한 얼굴을 하고 있어서 콧대 높은 여자일 거라고 생 각했죠. 저는 원래 그런 타입을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요. 처음 에는 일부러 다른 스튜어디스에게 주문을 하곤 했는데, 한번 은 안주를 조금 더 달라고 부탁을 하자, 한꺼번에 다섯 개를 갖 고 오는 거예요. 거기다가 그 웃음소리가 너무나 자연스러워 서 한순간에 빠져버린 거죠.
그녀가 프랑크푸르트에 올 때마다 만나게 되었습니다. ‘아 무하고나 이렇게 가깝게 지내지는 않아요‘라고 그녀는 말했 죠. 하루하루 사귀어갈수록 그녀의 얼굴이 붉어지는 걸 알게 되었죠. 그래요, 아까 그쪽이 말씀하신 것처럼 좋아하는 여자 의 볼이 살짝 빠알개지는 걸 보는 건 정말로 기분 좋은 일이죠. 마음을 허락한다는 증거니까요. 저는 어느 정도 여자라는 존 재에 대해 많이 알고 있는 편인데요, 어떤 여자든 한동안 사귀 다가도 서로의 입장이 확실해지면 자연스럽게 얼굴이 붉어지 지 않는 날이 찾아오는 법 아니겠습니까. 저는 그녀에게 처음 부터 이미 결혼한 몸이라는 걸 말해 두었거든요. 하지만 그녀 가 언제나 너무나 밝게 저를 사랑해 주고, 만나서 술을 한잔 하 면 반드시 귀엽게 살짝 뺨을 붉히는 겁니다. 어느 날 저는 무서 워졌어요. 이해 못 하실지도 모르지만 정말 무서워졌습니다.
그래서 한동안 안 만나 보기도 하고 여러 방법을 동원해 봤지 만, 나중에 만나면 그동안 안 만나 준 것에 대한 불평도 없이 다시 즐거운 듯 뺨을 붉히면서 술을 마시는 게 아니겠습니까. 내 자신이 너무나 정직하지 못한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 [사랑에 관한 짧은 기억], 무라카미 류
.....
첫눈이 내리던 날, 마음이 따스하셨는지요? 물론 그러리라 믿습니다. 이 글 어떤지? 마음이 따스해지지 않으시는지. 혹, 얼굴이 발그레해지면서 그 누군가와 소주잔이라도 부여잡고 싶지는 않던가요? 전 그랬습니다. 따스했던 그 누구들과.
아. 눈이 곱게 다 녹았어요. 언제 눈이 내렸나싶게. 변화무쌍. 날마다 날씨가 바뀌듯, 감상도 자주자주 바뀌곤 합니다. 늘상, 힘들거나, 늘상, 행복하지도 않죠. 공평한거죠.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 가도록 하지요. 뭐. 쉰다고, 누가 뭐라 할 것인가. 다, 내 맘인 것이지. 뭐든 내 맘대로 가는 거 아니겠나요.
겨울이 되면 이상하게 지포라이터 향이 그리워집니다. 지포라이터 아시죠? 전 그 향을 맡으면 겨울이 느껴져요. 챙한 기분 같은 것. 아주 매서운 바람이 몰아쳐 오는 날이면 지포라이터가 제 값을 한다죠? 곧, 그 매서운 바람이 불어올 거랍니다.
우리 따스해지기로 해요. 따스했던 그대들의 마음들로 복원되기를 바래요. 딱딱해지는 순간들도 있겠지만, 곧, 나아질 것을 믿으며.
사랑에 관한 짧은 기억
“......국제선 스튜어디스였는데요. 뭐랄까, 첫인상은 키도
크고 고고한 얼굴을 하고 있어서 콧대 높은 여자일 거라고 생
각했죠. 저는 원래 그런 타입을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요. 처음
에는 일부러 다른 스튜어디스에게 주문을 하곤 했는데, 한번
은 안주를 조금 더 달라고 부탁을 하자, 한꺼번에 다섯 개를 갖
고 오는 거예요. 거기다가 그 웃음소리가 너무나 자연스러워
서 한순간에 빠져버린 거죠.
그녀가 프랑크푸르트에 올 때마다 만나게 되었습니다. ‘아
무하고나 이렇게 가깝게 지내지는 않아요‘라고 그녀는 말했
죠. 하루하루 사귀어갈수록 그녀의 얼굴이 붉어지는 걸 알게
되었죠. 그래요, 아까 그쪽이 말씀하신 것처럼 좋아하는 여자
의 볼이 살짝 빠알개지는 걸 보는 건 정말로 기분 좋은 일이죠.
마음을 허락한다는 증거니까요. 저는 어느 정도 여자라는 존
재에 대해 많이 알고 있는 편인데요, 어떤 여자든 한동안 사귀
다가도 서로의 입장이 확실해지면 자연스럽게 얼굴이 붉어지
지 않는 날이 찾아오는 법 아니겠습니까. 저는 그녀에게 처음
부터 이미 결혼한 몸이라는 걸 말해 두었거든요. 하지만 그녀
가 언제나 너무나 밝게 저를 사랑해 주고, 만나서 술을 한잔 하
면 반드시 귀엽게 살짝 뺨을 붉히는 겁니다. 어느 날 저는 무서
워졌어요. 이해 못 하실지도 모르지만 정말 무서워졌습니다.
그래서 한동안 안 만나 보기도 하고 여러 방법을 동원해 봤지
만, 나중에 만나면 그동안 안 만나 준 것에 대한 불평도 없이
다시 즐거운 듯 뺨을 붉히면서 술을 마시는 게 아니겠습니까.
내 자신이 너무나 정직하지 못한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 [사랑에 관한 짧은 기억], 무라카미 류
.....
첫눈이 내리던 날,
마음이 따스하셨는지요?
물론 그러리라 믿습니다.
이 글 어떤지?
마음이 따스해지지 않으시는지.
혹,
얼굴이 발그레해지면서 그 누군가와 소주잔이라도 부여잡고 싶지는 않던가요?
전 그랬습니다.
따스했던 그 누구들과.
아.
눈이 곱게 다 녹았어요. 언제 눈이 내렸나싶게.
변화무쌍.
날마다 날씨가 바뀌듯, 감상도 자주자주 바뀌곤 합니다.
늘상,
힘들거나,
늘상,
행복하지도 않죠.
공평한거죠.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 가도록 하지요. 뭐.
쉰다고, 누가 뭐라 할 것인가.
다, 내 맘인 것이지.
뭐든 내 맘대로 가는 거 아니겠나요.
겨울이 되면 이상하게 지포라이터 향이 그리워집니다.
지포라이터 아시죠?
전 그 향을 맡으면 겨울이 느껴져요. 챙한 기분 같은 것.
아주 매서운 바람이 몰아쳐 오는 날이면 지포라이터가 제 값을 한다죠?
곧,
그 매서운 바람이 불어올 거랍니다.
우리 따스해지기로 해요.
따스했던 그대들의 마음들로 복원되기를 바래요.
딱딱해지는 순간들도 있겠지만,
곧,
나아질 것을 믿으며.
저 또한 그러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