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그따위 말.

손톱밑에바늘백개2008.07.20
조회3,453

안녕하세요.

저는 평소 톡을 즐겨보는 20대 남자 입니다...라고들 시작하시더군요.

그냥 저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저희는 작년 말경 마치 전기가 통하듯이 만나게 되었지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급속하게 마음을 확인하게 되었고 자연히 사귀게 됐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언제나 연애 초기의 젊은 남뇨들은

아주 그냥 물고 빨고 서로 좋아 죽지 않습니까?

 

서른을 바라보는 지긋한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저희들은 거칠것이 없었습니다.

세상을 다 가진듯 온몸과 마음을 바쳐 사랑했지요..

저희는 누가봐도 정말 대박커플이였습니다..

 

그러나...저는 곧 출국이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2년간의 공부를 위해서 였지요.  더 나이먹기 전에 실행에 옮기지 않으면 안되겠다 해서

정말 고심한 끝에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고 결정한거죠.

 

물론 아직 날짜를 확정한것은 아니였기 때문에 아직은 여친에게 말을 못하고 있었지만

우리의 사랑이 점점 길어질수록 저의 출국일도 자연스럽게 점점 길어졌지요..

...결국 저는 출국일을 내년으로 미뤄버렸습니다.

도저히 그녀를 두고 그냥 출국할수가 없었습니다.

 

출국할 예정이였다면 아예 처음부터 사귀면 안되는거 아니냐 라는 분들이 많으셨는데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사랑 앞에서는 사람 마음이 그렇게 맘대로 되지 않습디다. 제길.

 

결국 저는 분위기 좋던 어느날,

따땃한 고기와 한잔의 술과 분위기 좋은 조명 아래서 그녀에게 힘들게 털어놓습니다.

 

그녀는 한동안 멍하니 있더군요.

그러더니 갑자기 눈물을 쏟으면서 테이블에 티슈 한통을 순식간에 다 써버립니다.

저는 상대가 변치만 않으면 견딜 자신이 있었지만 그래도 정말 어찌나 미안하던지...

대학원 진학 예정이였던 그녀는 공부고 뭐고 다 때려치고 다른사람과 결혼해버린다며

남자들은 다 똑같다고, 다 필요없다고 울부짖었습니다..

아...서른을 앞두고 체면이고 나발이고 미안한 마음에 걍 아주 같이 울어버렸습니다..

 

그후....

저는 그녀를 위해서 여행을 계획했고 경기도에 위치한 어느 팬션에 도착했지요.

이미 사전에 주인 아저씨와 치밀한 연락을 통해 준비해둔 꽃다발, 그리고 그 속의 편지.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그녀의 얼굴에 잠깐이였지만 미소가 보이더군요.

저흰 사진도 찍고 고기도 굽고 갖은 야채와 반찬에 여러종류의 술병을 비워내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와인을 한참 달리고 있는데 이게 웬일입니까.

갑자기 깜놀할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녀가 우리의 반지를 맞춰온겁니다!!!!!!!!!!!!!!!!!

그리고 그녀가 말합니다.

 

"오늘 우리는 결혼하는거야.  그러니까 나도 한번 기다려 볼께."

 

아........................  연상녀 답습니다... 그리고 정말 저를 사랑하고 있는 거였습니다.. 

그런 그녀의 눈에서 눈물나게 했던 제가 더욱 미안했고

저는 그녀에 대한 제 사랑을 누구도 깰수없고 가질수 없도록 

쿵푸팬더에 나오는 그 감옥에 가두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저는 지난 2월, 출국을 했고 역시 그녀는 대학원에 진학했습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문자와 전화로 마음을 달랬고 바다를 가르는 연애이지만, 아니 결혼이지만

저의 마음은 절대 변치 않았습니다.  다른 여자와 악수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그녀 역시 대학원의 해외연수생으로 선발되어

외국으로 1년간 연수를 간다고 합니다.  하여튼 참 대단한 여자입니다. ㅎㅎ

 

그런데 그러면서 점점 연락도 잘 안되고 전화해도 잘 안받고 문자 답장도 없습니다.

어쩌다가 문자가 하나 오면 '바빴다'는 내용 뿐이고  더이상 답장도 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해할수 있었습니다.  얼마나 바쁘고 정신없을까.... 이해했습니다.

 

그래도 초조한 마음을 애써 다스리면서 그저 연락만을 기다린지 얼마나 흘렀을까...

주말이 지나고 결국 그녀의 출국일 아침이 밝았지만 역시 연락이 없었습니다.

느낌이 좀 이상하더라구요.. 그래도 출국하는 날인데 연락한통 없다는건...

혹시나 싶어서 네이트온을 접속했는데 글쎄 그녀가 딱!!!  접속해있는 겁니다!!!!!

너무나 반갑고 또 오랜만이고...걱정스러웠고...또 조금 서운하기도 해서

말을 거는데 한참이나 대답이 없습니다.

하염없이 대화창을 바라보며 앉아있는데 답글이 하나 올라오네요.

 

'나 지금 공항 나가야 돼. 할말 있으면 어서 해'

 

......순간 이건 좀 아니다 싶더라구요.  뭔가 분명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는게 분명했습니다.

그동안 연락을 못한건 대학원 일정과 공부와 연수준비 때문이였고

주말내내 연락이 없었던 건 그녀의 일행들과 경기도로 여행을 다녀왔기 때문이였고

출국일 까지 연락이 없던건 지금 네이트온을 하니까 됐지 않느냐...라는...

게다가 경기도로 여행을 갔으면... 당연히 제가, 그리고 그날이 생각나야 하는거 아닌가요?

아무리 바빠도 하루 24시간중에 정말 문자하나 보낼 시간이 없었을까요?

 

'ㅇㅇㅇ님이 [오프라인] 이므로 응답하지 않을수도 있습니다'

...... 그렇게 갔습니다.

 

그리고 또 시간이 흘러 얼마전...

그녀의 홈피를 보니 아주 오랜만에 새로운 소식이 업뎃 되있더군요.

아마도 외국 현지에서 그녀의 일행들과 같이 찍은듯한 사진이였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사진을 클릭했는데... 그중 한명이 농담인듯 진담인듯 쓴 글....

 

'신혼여행 1일중~'

 

...!!!!!!!!!!!!!!!!!!!!!!!!!!!!!!!!!!!!!!!!!!!!!!!!!!!!!!!!!!!!!!!!!!!!!!!!!!!!!!!!!!!!!!!!!!!!!!!!!!!!!!!!

 

...사람이 돌처럼 굳어서 죽어버릴수가 있겠구나,

...혈관을 타고 흐르는 피가 거꾸로 돌아버릴수도 있겠구나,

...이러다 정말 초사이어인 쓰리가 될지도 모르겠구나...... 하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머릿속에는 그동안의 정황이

트랜스포머의 큐브 맞춰지듯이 촤라라라라락 맞춰졌습니다.

 

그들과 사진찍으며 웃고 술마시고 싸이에 사진 올릴 시간은 있고

저에게 문자하나 보낼 시간은 없는거였겠지요.

오늘까지도 연락한통 없네요. 

역시 몸이 멀어지게 되면 마음은 옵션으로 붙어가는 것인가 봅니다.

 

보이지도 들리지도 닿지도 않는 마음속의 그보다

보이고 들리고 뻗으면 닿을수 있는 바로옆의 누군가에 더 의지하는가 봅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