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할머니 때문에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뷔폐를 먹게 됐습니다.

겸손이2008.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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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15년 전 제가 제대하고 서울로 출퇴근하면서 직장을 다니고 있었습니다. (참고로 집은 춘천)

기차를 타고 춘천으로 내려오는 저녁 시간 옆자리에 웬 할머니가 앉아 계셨습니다.

피곤해서 잠을 자고 싶었지만 계속 쫑알대시는(죄송;) 할머니때문에 잠도 못자고

눈은 감고 할머니의 수다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는데..헉...

할머니 왈..

친척의 아기가 돌잔치 인지라 춘천 가고 있는데 집 주소도, 전화도 모르고, 돌잔치

장소도 모르고, 살고 있는 서울 집 전화번호도 모르고, 서울 자식들에게는 말도 안하고,

무작정 춘천가는 기차에 몸을 실은신 겁니다. 기차표도 안 사셨더라구요..돈도 하나도 없고,...헐.

그때만 해도 4명이 마주 보고 앉는 통일호 기차 였는데 다들 수군수군하더라구요

그래서 가방에서 냉장고폰을 꺼내 들었습니다. 망치나 아령겸용으로 사용하던 것이었죠

할머니의 기억을 떠올리는 질문을 계속했습니다.

서울 어느 교회 다니신다고, 자신 이름 말고, 교회 이름 말고 아시는게 별로 없더군요

저도 교인인지라 .. 나몰라 할수도 없고..

서울 114로 전화 해서 어느 지역 교회 이름대고 번호 알아서 그리로 전화햇더니..안 받더군요

서울서 춘천까지 2시간 되는 동안 교회를 몇번을 계속했습니다. 결국 통화가 되서

할머니 이름을 대고 집전화번호를 알게 됐습니다. 집도 안 받더군요...TT;

춘천의 친척이 가구점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됐고, 춘천에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남춘천역에 다행히 검표하시는 분도 없어서 무사히 패스...

그동안 교회, 서울집에 무수히 전화했지만 별로 소득이 없었고... 춘천에는 낙원동에

가구점들이 모여 있습니다. 제 차 르망에 모시고 낙원동에 가서 가구점들을 찾아 다녔는데

(춘천은 상가거리가 그리 크지 않습니다) 늦은 시간이라 대부분 문을  닫고, 열은집은 몇집

없었지요. 그중 한집에서 사정얘기를 했더니, 가구점 연합회 같은 주소를 보더니 오늘 한집에서

돌잔치가 있다고 알려주는 것이 었습니다. 잘 아는 예식장이었습니다.

(부폐가 맛있어서 나중에 제 결혼식, 첫째 돌잔치도 여기서 했지요)

찾아갔더니..  어떡케 찾아 왔냐고 난리가 났습니다.

참 세상이 좁은게 애기의 엄마의 오빠가 아는 사람이던군요

대학교때 같은과 선배형이었습니다. 그 할머니는 애기 돌잔치 보러 온건지 저를

다른 사람에게 칭찬하러 온건지.. 그제서야 서울에도 연락이 되었구요...

암튼 3접시 이상 뷔폐를 배터지게 먹었고, 할머니와 친척들이 계속 더 먹으라고...

그때 그 할머니는 지금 천국가셨겠지요....

그때만 해도 제 부모님들이 일도 하시고 젊으셨었는데, 이제 제가 40줄에 접어드니

부모님들이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어 계시네요.

혹 길을 잃고 어려워 하시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보인다면 내 부모라고 생각하고

도와주세요.. 혹시 압니까.. 내가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