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엔 햇살 좋은 날이 더욱 춥다. 이런 날엔 피아노 곡이 제 격이겠지. 녹턴쯤이라면 더 바랄 것도 없을 것이다. Nocturne in C minor, op. 48 nr 1. 물줄기를 닮은 크리스털 와인글라스의 목 부분처럼 쨍! 하고 언제라도 부서져 버릴 것 같은 차가운 아름다움. 그리고 나는 이내 실수를 깨닫는다.
나는 조그맣게 한숨을 내 쉰 뒤, 어깨를 흔들며 선반으로 다가가, 원두 커피 봉지로 손을 내민다.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당신에게 내 마음이 똑바로 가리키는 대로 말할 것을... 왜 나는 그렇지 않은 척 해야만 한다고 바보 같은 결심을 했던 것일까?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이파리 하나만 보아도 당신이 생각나고, 이젠 고독한 행인이 되어 그 카페 앞을 지나치기만 해도 당신의 기억으로 가득하게 될 거라고.’
나는 원두가 담긴 커피 봉지를 열고, 나무로 된 조그만 커피 분쇄기에 커피를 넣는다.
‘당신과 키스하는 사진을 찍을 때, 나는 우리의 사진이 빛 바래게 되는 그 세월보다도 더 오래도록 당신을 사랑하게 될 것은 알지 못했다. 우리가 포옹하던 매 순간마다 새로운 별이 태어나는 것을 나는 당신의 눈동자를 보며 다시 깨우치곤 했었다.’
분쇄기의 손잡이를 돌리자, 부드러운 것이 뭉그러지는 작은 소리가 나며, 진한 커피 향이 비어있는 공간을 조용히 채운다.
‘당신에게 더 많이 사랑한다고 말할 것을. 언젠가 당신이 나의 숲 속 통나무집에 와서 내 상상 속의 천사처럼 잠들었을 때, 나는 페치카에 고구마를 굽고, 달걀 프라이를 하고, 베이컨을 구워 브로컬리로 치장하고 싶었다는 것을. 잠자는 당신을 키스로 깨우고, 어리둥절한 당신에게 내 마음을 담은 침대 위의 아침식사를 준비하고 싶었다는 것을. 당신의 감은 눈꺼풀을 볼 때마다 내 마음은 지브로올터 해협의 파도처럼 일렁거렸고, 당신이 눈을 감고 조그만 입술을 내 밀 때마다 나는 희망 봉을 돌아 나오는 마젤란이 되었다는 것을.’
커피 메이커를 열고 물을 붓고, 거름종이를 깔고, 방금 갈아낸 커피가루를 붓는다.
‘이성적으로 행동하지 말 것을! 오늘은 중요한 일이 있어서 당신과 함께 그 전망 좋은 카페에서 저녁식사를 하지 못할 것 같다고 절대로 말하지 말 것을! 무슨 소리야? 내게 당신보다 더 중요한 일이 어디 있어. 당신은 목적이나 방향이 아니야. 또 하나의 나야... 흐음, 당신 향기는 늘 너무 좋아. 그렇게 당신의 귀에 대고 짓궂은 미소와 함께 조용히 속삭여 줄 것을!’
커피메이커에서 보글거리며 커피가 Drip 되는 것을 바라본다. 다시 더 진한 커피 향. 커피는 때로 마시는 것 보다, 이렇게 바라보며 향을 맡는 것이 더 좋다.
‘개똥지빠귀가 잠시 겨울 자작나무 가지에 앉아 지저귀는 숲 속에서, 당신의 미소를 기억하며 나는 내가 말하지 못한 것들이 가슴속을 소용돌이치는 것을 느낀다. 나는 그때 말했어야만 했다. 당신의 사소함이 바로 나의 중요한 기록이었고, 당신의 미소가 내 마음의 역사였다는 것을 말할 것을. '사랑해. 당신을 사랑해.' 당신으로 인해 나는 분명한 행운아 였어...’
커피를 머그 잔에 따른다. 쪼로록 맑은 소리가 난다. 나는 왼손으로 잔을 쥐고 오른 손으로 머그 잔을 감싼다. 손가락 끝에서부터 온기가 조금씩 번진다. 따스하다.
이렇게 어떤 곡에서 동작을 멈추고 전율처럼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이미 아름다운 추억 같은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일종의 미로다. 초등학교 시절 도돌이표를 배웠다. 물처럼 순탄하게 흐르지 않고 일정한 소절을 다시 반복해야 하는 도돌이표. 나는 뫼비우스의 띠를 닮은 시간의 도돌이표를 만난 것이다.
그 도돌이표는 엄격한 경관의 얼굴을 하고 있다. “여기서 돌아가시오. 당신의 기억은 이 순간 영원히 반복될 것이요. 당신의 뇌는 허파의 숨관가지나, 개미집처럼 수많은 방을 가지고 있소. 이 음악은 당신의 도돌이표요. 기억의 방에 돌아가 차분히 벗어날 시간을 기다리시오.”
나는 입을 다물고 어깨를 늘어뜨린 채, 순순히 견고한 바위 속의 밀실로 들어가, 내 곁에서 우울한 모습으로 무릎을 감싸쥐고 앉은 당신의 기억 곁으로 다가간다.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당신도 나도 예상치 못한 것이다. 잊지 않고 있으면, 정말 잊지만 않고 있다면, 언젠가 당신을 다시 만나게 될 미래까지 무한 Km. 역시 이런 건 일종의 재앙이다.
생각해 보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행성의 삶도 미로다. 우리는 어디서 태어났는지, 어디로 돌아가는지 가장 기본 적인 상상에서 먼저 길을 잃고 만다. 영원히 빠져나갈 수 없는 미로 속에서 머물면서 어떤 것은 명확하고, 어떤 것은 불투명하다는 가설도 이미 모양을 갖추지 못한다. 살아오면서 우리가 내린 판단 중에서는 지금까지 오랜 시간을 돌아보아도 그 의미를 알 수 없는 것들이 적지 않다. 그것은 우리가 자신의 내부에서조차도 이미 흔하게 길을 잃고 만다는 것을 뚜렷이 증명한다. 어린 시절 현미경으로 아메바를 본적이 있다. 그 단순한 일생과 하찮음에 어이없어 했지만, 지금 우리가 아메바나 짚신벌레보다 더 많이 알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커피를 한 모금 머금는다. 너무 연하게 블랜딩 했나보다. 그래도 괜찮다. 나는 이미 쓰디쓴 미소를 짓고 있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나는 왜 당신에게 말하지 못했을까? 정말 왜 그랬을까? 미로와 모순. 우리는 분명히 그 중간의 어디 쯤에 머물고 있다. 그것은 어쩌면 영원할지도 모른다. 우리가 태어날 때부터 호주머니에 넣고 있는, 모든 풀리지 않는 의문점들. 절망이라면 대단한 절망일 수도 있겠다.’
그렇게 아무 것도 이야기하지 못한 먼 시간의 뒤안길에, 아직도 밝아 오지 않은 검은 숲 속을 홀로 거닐며 나는 생각한다. 그렇게 말할 것을.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고 분명하게 이야기 할 것을...
미래까지 무한 Km.
미래까지 무한 Km.
겨울엔 햇살 좋은 날이 더욱 춥다. 이런 날엔 피아노 곡이 제 격이겠지. 녹턴쯤이라면 더 바랄 것도 없을 것이다. Nocturne in C minor, op. 48 nr 1. 물줄기를 닮은 크리스털 와인글라스의 목 부분처럼 쨍! 하고 언제라도 부서져 버릴 것 같은 차가운 아름다움. 그리고 나는 이내 실수를 깨닫는다.
나는 조그맣게 한숨을 내 쉰 뒤, 어깨를 흔들며 선반으로 다가가, 원두 커피 봉지로 손을 내민다.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당신에게 내 마음이 똑바로 가리키는 대로 말할 것을... 왜 나는 그렇지 않은 척 해야만 한다고 바보 같은 결심을 했던 것일까?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이파리 하나만 보아도 당신이 생각나고, 이젠 고독한 행인이 되어 그 카페 앞을 지나치기만 해도 당신의 기억으로 가득하게 될 거라고.’
나는 원두가 담긴 커피 봉지를 열고, 나무로 된 조그만 커피 분쇄기에 커피를 넣는다.
‘당신과 키스하는 사진을 찍을 때, 나는 우리의 사진이 빛 바래게 되는 그 세월보다도 더 오래도록 당신을 사랑하게 될 것은 알지 못했다. 우리가 포옹하던 매 순간마다 새로운 별이 태어나는 것을 나는 당신의 눈동자를 보며 다시 깨우치곤 했었다.’
분쇄기의 손잡이를 돌리자, 부드러운 것이 뭉그러지는 작은 소리가 나며, 진한 커피 향이 비어있는 공간을 조용히 채운다.
‘당신에게 더 많이 사랑한다고 말할 것을. 언젠가 당신이 나의 숲 속 통나무집에 와서 내 상상 속의 천사처럼 잠들었을 때, 나는 페치카에 고구마를 굽고, 달걀 프라이를 하고, 베이컨을 구워 브로컬리로 치장하고 싶었다는 것을. 잠자는 당신을 키스로 깨우고, 어리둥절한 당신에게 내 마음을 담은 침대 위의 아침식사를 준비하고 싶었다는 것을. 당신의 감은 눈꺼풀을 볼 때마다 내 마음은 지브로올터 해협의 파도처럼 일렁거렸고, 당신이 눈을 감고 조그만 입술을 내 밀 때마다 나는 희망 봉을 돌아 나오는 마젤란이 되었다는 것을.’
커피 메이커를 열고 물을 붓고, 거름종이를 깔고, 방금 갈아낸 커피가루를 붓는다.
‘이성적으로 행동하지 말 것을! 오늘은 중요한 일이 있어서 당신과 함께 그 전망 좋은 카페에서 저녁식사를 하지 못할 것 같다고 절대로 말하지 말 것을! 무슨 소리야? 내게 당신보다 더 중요한 일이 어디 있어. 당신은 목적이나 방향이 아니야. 또 하나의 나야... 흐음, 당신 향기는 늘 너무 좋아. 그렇게 당신의 귀에 대고 짓궂은 미소와 함께 조용히 속삭여 줄 것을!’
커피메이커에서 보글거리며 커피가 Drip 되는 것을 바라본다. 다시 더 진한 커피 향. 커피는 때로 마시는 것 보다, 이렇게 바라보며 향을 맡는 것이 더 좋다.
‘개똥지빠귀가 잠시 겨울 자작나무 가지에 앉아 지저귀는 숲 속에서, 당신의 미소를 기억하며 나는 내가 말하지 못한 것들이 가슴속을 소용돌이치는 것을 느낀다. 나는 그때 말했어야만 했다. 당신의 사소함이 바로 나의 중요한 기록이었고, 당신의 미소가 내 마음의 역사였다는 것을 말할 것을. '사랑해. 당신을 사랑해.' 당신으로 인해 나는 분명한 행운아 였어...’
커피를 머그 잔에 따른다. 쪼로록 맑은 소리가 난다. 나는 왼손으로 잔을 쥐고 오른 손으로 머그 잔을 감싼다. 손가락 끝에서부터 온기가 조금씩 번진다. 따스하다.
이렇게 어떤 곡에서 동작을 멈추고 전율처럼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이미 아름다운 추억 같은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일종의 미로다. 초등학교 시절 도돌이표를 배웠다. 물처럼 순탄하게 흐르지 않고 일정한 소절을 다시 반복해야 하는 도돌이표. 나는 뫼비우스의 띠를 닮은 시간의 도돌이표를 만난 것이다.
그 도돌이표는 엄격한 경관의 얼굴을 하고 있다.
“여기서 돌아가시오. 당신의 기억은 이 순간 영원히 반복될 것이요. 당신의 뇌는 허파의 숨관가지나, 개미집처럼 수많은 방을 가지고 있소. 이 음악은 당신의 도돌이표요. 기억의 방에 돌아가 차분히 벗어날 시간을 기다리시오.”
나는 입을 다물고 어깨를 늘어뜨린 채, 순순히 견고한 바위 속의 밀실로 들어가, 내 곁에서 우울한 모습으로 무릎을 감싸쥐고 앉은 당신의 기억 곁으로 다가간다.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당신도 나도 예상치 못한 것이다. 잊지 않고 있으면, 정말 잊지만 않고 있다면, 언젠가 당신을 다시 만나게 될 미래까지 무한 Km. 역시 이런 건 일종의 재앙이다.
생각해 보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행성의 삶도 미로다. 우리는 어디서 태어났는지, 어디로 돌아가는지 가장 기본 적인 상상에서 먼저 길을 잃고 만다. 영원히 빠져나갈 수 없는 미로 속에서 머물면서 어떤 것은 명확하고, 어떤 것은 불투명하다는 가설도 이미 모양을 갖추지 못한다. 살아오면서 우리가 내린 판단 중에서는 지금까지 오랜 시간을 돌아보아도 그 의미를 알 수 없는 것들이 적지 않다. 그것은 우리가 자신의 내부에서조차도 이미 흔하게 길을 잃고 만다는 것을 뚜렷이 증명한다. 어린 시절 현미경으로 아메바를 본적이 있다. 그 단순한 일생과 하찮음에 어이없어 했지만, 지금 우리가 아메바나 짚신벌레보다 더 많이 알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커피를 한 모금 머금는다. 너무 연하게 블랜딩 했나보다. 그래도 괜찮다. 나는 이미 쓰디쓴 미소를 짓고 있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나는 왜 당신에게 말하지 못했을까? 정말 왜 그랬을까? 미로와 모순. 우리는 분명히 그 중간의 어디 쯤에 머물고 있다. 그것은 어쩌면 영원할지도 모른다. 우리가 태어날 때부터 호주머니에 넣고 있는, 모든 풀리지 않는 의문점들. 절망이라면 대단한 절망일 수도 있겠다.’
그렇게 아무 것도 이야기하지 못한 먼 시간의 뒤안길에, 아직도 밝아 오지 않은 검은 숲 속을 홀로 거닐며 나는 생각한다. 그렇게 말할 것을.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고 분명하게 이야기 할 것을...
자작나무 껍질에 새기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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