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에 중독된 아이에게 필요한 건 비난이 아닌 관심이다

배인상 2010.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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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이라는 현상만을 문제 삼지 말자

 

 

아이가 방에 틀어 박혀서 하루 종일 게임만 한다는 부모님들이 계신다. 그 중 많은 분들이 아이가 어긋나기 시작하면 나쁜 친구를 만나서 그렇다고, 우리 자식은 원래 그런 애가 아니라고 믿고 싶어하듯이 게임만 하는 아들, 딸을 보면서 질 나쁜 게임이 아이들을 현혹시켜 게임에서 못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과연 그럴까? 게임과 관련된 사고가 끝이지 않는 것은 사회가 책임을 게임에만 전가시키지 때문이다. 물론 게임과 게임을 만들고 서비스하는 업체들의 잘못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들만의 문제로 치부한다고 해서 우리 아이들이 겪는 고통이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빠져드는 그 어떤 것이라도 근본적인 해결이 없이는 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 밖에 없다. 무엇이 문제일까?

 

 

문제의 해결은 아이들에 대한 관심부터

 

게임의 중독성에 대해 많은 논란이 오고 가지만 실상 게임은 하나의 매개체,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그 아이들에게서 게임기를 혹은 컴퓨터를 빼앗아 간다고 해서 그들의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아이가 게임이라는 한 가지 도구에 매달리게 되는 것은 가족 내 대화의 단절, 그로 인한 유대 약화, 더 나아가서 타인과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누구도 내 말을 들어주지 않을 것 같고, 내가 하는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할 것 같은 기분 그리고 학교라는 공간과 친구들과의 놀이에서 자신의 위치를 찾지 못했기 때문에 자신이 사회속에서 잃어버린 자아를 게임 속 캐릭터를 통해 찾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분명 게임과 현실 공간은 다른 것이다. 그런 생활이 반복될수록 점점 더 자아를 잃어가고 결국 소중한 자신의 삶마저 포기한 채, 더욱 가상 공간에 의지하게 되는 것이다.

 

문제의 해결은 게임을 하고 있다는 그 현상 자체가 아니라 게임만을 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서 치유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내 아이가 이런 상황이라면 무작정 화를 내거나 걱정만 할 것이 아니라, 아이와의 대화를 통해서 또 학교 선생님, 친구 등 주변인물들의 도움을 받아서 지금 내 자식이 직면에 있는 심리적 위기감의 정체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 순간의 대화만으로 갑작스런 관심만으로는 아이의 본심을 이끌어 내기가 쉽지 않다. 젖먹이 아이가 첫 걸음을 떼기 시작할 때까지 기다린 것처럼, 대소변을 가리고 엄마, 아빠를 외쳤을 때 느꼈던 기쁨의 감정을 떠올리며 아이가 마음을 열 때까지 기다려주어야 한다. 윽박지르거나 일방적인 외침은 아이를 더욱 멀리 달아나게 만들 수도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아이를 지킬 수 있는 건 당신뿐이다

 

게임이 모두인 아이에게서 갑자기 그 전부를 빼앗는 것은 좋지 않은 방법이다. 아이가 즐기는 게임을 해 보자. 그 속으로 들어가 아이가 느끼는 세상을 만나보자. 그리고 아이가 게임을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도록, 그리고 그곳에 쏟은 열정과 노력을 다른 곳에서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자. 무언가를 열심히 할 수 있다면 다른 것도 가능하다. 그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부모님 뿐이다. 아이와 눈을 마주 대하고, 서로의 마음을 열고 대화를 나누자. 그리고 가상의 세계로부터 힘겹게 탈출하고 있는 아이의 손을 잡아 주자. 달라진 당신의 모습에 언젠가는 닫힌 문이 열릴 것이다. 아이를 끝까지 믿어주고, 구해낼 수 있는 건 오직 당신뿐이다.

 

 

아이를 멍들게 하는 것은 게임이 아니다

 

게임과 청소년의 관계를 이야기하는 연구들은 폭력적인 게임이 아이들을 공격적으로 만든다는 보고를 하고 있다. 또한 게임 중독에 의해 활동성이 줄어들게 되고 심지어 식사를 거르면서까지 게임에만 매달리게 되어 한참 자라나야 할 시기의 성장 발달을 억제한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인격 장애을 유발해 사회성을 떨어 뜨리고,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게 만든다고 주장한다.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많은 분들 역시 비슷한 생각을 할 것 같다. 언론에서는 사회문제로 거론되는 사건들이 일어날 경우, 그것이 게임과 연관이 있다면 대부분은 게임의 폐해에 대해서만 집중적으로 보도를 한다. 게임 관계자들의 말을 빌리자면 "물어 뜯기"를 하는 것이다. 그 사건이 일어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다루려 하지 않고 피상적으로 드러나는 게임이라는 공공의 적을 사냥하기에 급급하다는 이야기다. 사회가 이처럼 일관되게 이야기 하듯이 정말 게임은 나쁜 것일까?

 

여기 게임에 대한 두 가지 시선이 있다. 하나는 "게임을 두 시간 하는 것은 한 줄의 코카인을 흡입하는 것만큼 나쁘다" 는 주장과 "폭력적인 비디오 게임은 땅콩 버터와 같다. 대부분에게는 무해하지만 소수의 이미 인격적 정신적 문제를 가진 아이들에게는 유해하다." 는 의견이다.

 

게임을 마약에 비유한 글은 Gaming addiction grips youngsters 란 제목으로 랭커셔 이브닝 포스트에 실린 기사이고, 폭력적인 게임을 땅콩 버터로 표현한 연구 보고서는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에 소개된 글이다.

 

랭커셔 이브닝 포스트에 실린 기사는 게임 중독에 관한 이야기로 영국의 많은 청소년들이 게임에 중독되어 가고 있는 현실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지역의 전문가를 통해(코카인과 관련된 이야기는 지역 상담가가 한 말을 인용한 것이었다) 24시간 게임에만 몰두하는 아이의 사례 뿐 아니라 74살 인터넷 포커 게임 중독 할머니와 이베이 중독 딸, 페이스북 중독 손녀의 이야기도 소개하고 있다. 한 소년은 게임이 마치 자기 머리속에 악마가 들어와 있는 것처럼 멈출 수 없었다고 고백한다. 게임때문에 친구들과 멀어지게 되었고, 학교에서는 불량하게 행동하게 되었으며 화를 잘 내고 호전적인 사람이 되어 간다는 이야기도 털어 놓는다. 이들의 입장은 게임이 아이들을 망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미국 정신의학회에서 소개하고 있는 보고서의 내용은 조금 다르다. 폭력적인 게임이 어떤 이들에게는 호전성을 증가시킬 수 있지만 다른 다수의 사람들에게는 영향이 없다는 것이다. 폭력적인 게임이 주는 영향은 그 게임 자체보다 게임을 하는 사람의 인격특성에 기인한다는 내용이다. 즉 심지어 폭력적인 게임을 즐긴다 하더라도 그 게임을 하는 모든 아이들이 그렇게 변화해 가는 것은 아니며 이미 인격적, 정신적 문제를 겪고 있는 소수에 한해 호전적인 성향을 증가 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다. 이 말대로라면 랭커셔에서 소개한 그 아이는 게임으로 인해 자신의 삶이 망가진 것이 아니라 그 전에 이미 지금의 문제들을 야기할 수 있는 소지를 안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게임이 그 문제들을 심화시켰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 보고서는 학습 도구로서의 장점을 포함하는 게임의 긍적적인 측면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게임은 나쁘다는 사회 통념에 의문을 제기하는 주장들이다.

 

다른 듯 보이는 이 두 기사의 공통점은 해결 방법으로 부모의 역할을 들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의 상태가 심각할 경우 전문가를 찾아야 하겠지만 기본적으로 부모가 아이들의 게임 생활 균형을 잡아주어야 중독을 피할 수 있고, 그로 인한 인격 장애 역시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게임은 그 자체로 아이를 멍들게 하지는 않는다. 아이가 게임 속으로 도망갈 수 밖에 없는 이유, 그 문제가 아이들을 병들게 만드는 것이다. 부모의 무관심이 아이의 게임 중독을 낳는다. 자신의 책임을 떠 넘기는 사회, 그리고 그것을 방관하는 어른들이 있는한 게임은 자신을 불러주는 이름에서 "나쁜" 이 두 글자를 지울 수 없을 것 같다.

 

 

게임은 즐길 수 있는 하나의 도구일 뿐이다

 

필자는 게임을 좋아하고 관련 글을 쓰는 게임 블로거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에게 게임을 권하지는 않는다. 게임은 다양한 놀이의 한 종류일 뿐이다. 누군가에게는 또 다른 취미가 있을 수 있고, 평생 게임 한 번 해 보지 않는다고 해서 이상할 것도 없는 일이다. 아이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또래의 문화 그리고 현실적인 수단으로서 게임을 대체할 만한 놀이 문화가 제공되지 않는다면 게임을 건전하게 발전시키고 올바른 문화로 만들어 가는 것이 최상의 길이라고 생각한다. 게임이 문제가 되고 있다면 중독이나 과몰입이라는 결과에 앞서 아이들의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생각하고 해결책을 찾는 일부터 시작해 보자.

 

※ 오늘 포스팅은 최근의 게임 중독 관련 사고와 관련해 이전 글을 취합해 발행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