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저우 아시아경기대회 야구가 열린 아오티구장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야구장이었다(사진=스포츠춘추 박동희 기자)
인터넷은 한국이 빠르다. 세계 제일이다. 발전은 중국이다. 자고 일어나면 딴 세상이다. 한국을 이미 능가한 것도 많다. 암표가 대표적이다. 중국의 암표업 발전은 상상을 초월한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만 해도 암표는 많지 않았다. 당시 올림픽 조직위 관계자는 “암표가 전체 표 판매의 30%가 넘지 않았다”며 “조직위의 강력한 암표 근절책이 통했다”고 자평했다.
틀린 말도 아니었다. 당시 암표상은 물 밑으로 움직였다. 공안(경찰)이 나타나면 슬금슬금 피했다. 경기가 시작할라치면 '암표 세일'에 나섰다.
하지만, 보름 뒤 같은 자리에서 열린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은 조금 달랐다. '무슨 패럴림픽에 암표?' 하겠지만, 반대였다. 모든 종목에 암표가 넘쳤다. 베이징 교민 가운데 상당수는 “표가 없어 응원가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재미난 건 패럴림픽 조직위의 자세였다. 조직위는 경기장을 가득 메울 요량으로 학교마다 공짜 표를 뿌렸다. 동원된 학생들은 경기보단 잡담으로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조직위는 정작 경기를 보려는 이들에겐 무심했다. 밖에선 암표가 난린데도 조직위는 태평했다. 이유를 물었지만, 답변은 없었다.
조직위의 무관심 속에 패럴림픽은 암표상의 잔치가 됐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 광저우 아시아경기대회는 중국의 암표업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잘 확인할 수 있는 무대였다. 좋은 예가 있다. 야구다.
50만 원을 호가한 야구 표
한국 대표팀 투수 안지만의 멋진 투구를 보고 싶어도 표값이 비싸 관전하지 못한 한국 야구팬이 부지기수였다(사진=삼성)
애초 야구 표는 10위안(약 1천700원)에서 15위안(약 2천500원) 사이로 책정됐다. 중국의 야구인기가 원체 낮다 보니 조직위는 ‘과연 표가 팔리기나 하겠느냐’며 텅 빈 야구장을 걱정해 야구 표의 상당수를 학교나 기업체에 뿌렸다.
그러나 예선 1차전 한국과 타이완전의 경기는 애초 책정된 가격보다 200배나 폭등한 3천 위안(약 51만 원)에 거래됐다. 현장에서 표를 사려고 해도 매진이라 구매할 수가 없었다. 암표 때문이었다.
암표상들은 경기장 입구에 진을 치고 앉아 암표 판매에 열중했다. 그들은 단합이라도 한 것처럼 3천 위안으로 표값을 통일했고, 가격조정을 거부했다. 주고객이 한국인, 타이완인인 까닭에 암표상들은 '사면 고맙고, 안 사도 그만'이란 자세를 유지했다. 몇몇 타이완 열성 야구팬들은 결국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3천 위안을 주고 암표를 샀다
사실 이들이 이렇듯 ‘배짱 장사’를 할 수 있었던 건 표 하나만 팔아도 수익이 충분했기 때문이었다. 아오티구장 앞에서 만난 한 암표상은 “학생들에게서 공짜표를 장당 2위안(약 340원)씩 주고 100장을 샀다. 100장이래 봤자 200 위안(약 3만 4천 원)이다. 이 가운데 한 장만 3천 위안에 팔아도 2천800 위안(약 47만 원)이 남는 장사다. 누가 가격 흥정을 벌이겠는가.”
이 암표상의 말대로 암표 대부분은 조직위가 돌린 공짜표에서 나왔다.
재미난 건 공안이 뻔히 보는 앞에서 암표 판매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베이징 올림픽 때만 해도 암표 판매를 감시하던 공안들은 광저우에선 아예 손을 떼고 있었다. 암표를 팔아도 제지하거나 감시하는 이가 단 한 명도 없었다. 어떻게 보면 공안의 비호 아래 암표 판매가 이뤄지는 것처럼 비쳤다.
야구 암표는 11월 18일 한국과 중국의 준결승까지 이어졌다. 이때도 암표는 1천 위안(약 17만 원)을 넘었다. 그래서일까. 중국이 준결승전까지 올라갔음에도 야구장엔 관중이 많지 않았다.
하마터면 170만 원까지 올랐을 뻔
하지만, 다음날 결승전 때는 상황이 달라졌다. 암표가 상당 부분 사라졌다. ‘사려면 사고, 싫으면 관두라’던 중국 암표상들의 배짱 장사는 자취를 감췄다. 암표가 있긴 했어도 표값은 100위안(약 1만 7천 원)까지 떨어졌다. 암표상들도 이전처럼 대놓고 장사하지 않았다. 은밀히 다가와 귓속말로 “암표를 사겠느냐”고 물을 뿐이었다.
한국을 비롯한 국외 언론이 “암표 때문에 경기장에 사람이 없고, 대회의 격도 떨어지고 있다”고 연일 보도하자 조직위에서 암표 단속이 나섰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한국과 타이완의 야구 결승전이 끝나고 중국 공안은 아시아경기대회가 벌어지는 경기장 주변을 중점 단속해 200여 명의 암표상을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2조 원을 쏟아부은 아시아경기대회는 암표로 이미지가 실추될 대로 된 후였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 만약 결승전을 앞두고 중국 공안이 암표상을 단속하지 않았다면 야구 결승전 표 값은 얼마나 뛰었을까. 한 암표상은 “암표상들이 모여 ‘마지막까지 힘을 합쳐 1만 위안(170만 원)까지 받자’는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만약 암표상들의 뜻대로 됐다면 아시아경기대회 사상 최고의 야구 암표값으로 기록됐을 것이다.
사상 최고의 야구 암표값을 기록한 광저우AG 야구 경기
광저우 아시아경기대회 야구가 열린 아오티구장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야구장이었다(사진=스포츠춘추 박동희 기자)
인터넷은 한국이 빠르다. 세계 제일이다. 발전은 중국이다. 자고 일어나면 딴 세상이다. 한국을 이미 능가한 것도 많다. 암표가 대표적이다. 중국의 암표업 발전은 상상을 초월한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만 해도 암표는 많지 않았다. 당시 올림픽 조직위 관계자는 “암표가 전체 표 판매의 30%가 넘지 않았다”며 “조직위의 강력한 암표 근절책이 통했다”고 자평했다.
틀린 말도 아니었다. 당시 암표상은 물 밑으로 움직였다. 공안(경찰)이 나타나면 슬금슬금 피했다. 경기가 시작할라치면 '암표 세일'에 나섰다.
하지만, 보름 뒤 같은 자리에서 열린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은 조금 달랐다. '무슨 패럴림픽에 암표?' 하겠지만, 반대였다. 모든 종목에 암표가 넘쳤다. 베이징 교민 가운데 상당수는 “표가 없어 응원가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재미난 건 패럴림픽 조직위의 자세였다. 조직위는 경기장을 가득 메울 요량으로 학교마다 공짜 표를 뿌렸다. 동원된 학생들은 경기보단 잡담으로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조직위는 정작 경기를 보려는 이들에겐 무심했다. 밖에선 암표가 난린데도 조직위는 태평했다. 이유를 물었지만, 답변은 없었다.
조직위의 무관심 속에 패럴림픽은 암표상의 잔치가 됐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 광저우 아시아경기대회는 중국의 암표업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잘 확인할 수 있는 무대였다. 좋은 예가 있다. 야구다.
50만 원을 호가한 야구 표
한국 대표팀 투수 안지만의 멋진 투구를 보고 싶어도 표값이 비싸 관전하지 못한 한국 야구팬이 부지기수였다(사진=삼성)
애초 야구 표는 10위안(약 1천700원)에서 15위안(약 2천500원) 사이로 책정됐다. 중국의 야구인기가 원체 낮다 보니 조직위는 ‘과연 표가 팔리기나 하겠느냐’며 텅 빈 야구장을 걱정해 야구 표의 상당수를 학교나 기업체에 뿌렸다.
그러나 예선 1차전 한국과 타이완전의 경기는 애초 책정된 가격보다 200배나 폭등한 3천 위안(약 51만 원)에 거래됐다. 현장에서 표를 사려고 해도 매진이라 구매할 수가 없었다. 암표 때문이었다.
암표상들은 경기장 입구에 진을 치고 앉아 암표 판매에 열중했다. 그들은 단합이라도 한 것처럼 3천 위안으로 표값을 통일했고, 가격조정을 거부했다. 주고객이 한국인, 타이완인인 까닭에 암표상들은 '사면 고맙고, 안 사도 그만'이란 자세를 유지했다. 몇몇 타이완 열성 야구팬들은 결국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3천 위안을 주고 암표를 샀다
사실 이들이 이렇듯 ‘배짱 장사’를 할 수 있었던 건 표 하나만 팔아도 수익이 충분했기 때문이었다. 아오티구장 앞에서 만난 한 암표상은 “학생들에게서 공짜표를 장당 2위안(약 340원)씩 주고 100장을 샀다. 100장이래 봤자 200 위안(약 3만 4천 원)이다. 이 가운데 한 장만 3천 위안에 팔아도 2천800 위안(약 47만 원)이 남는 장사다. 누가 가격 흥정을 벌이겠는가.”
이 암표상의 말대로 암표 대부분은 조직위가 돌린 공짜표에서 나왔다.
재미난 건 공안이 뻔히 보는 앞에서 암표 판매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베이징 올림픽 때만 해도 암표 판매를 감시하던 공안들은 광저우에선 아예 손을 떼고 있었다. 암표를 팔아도 제지하거나 감시하는 이가 단 한 명도 없었다. 어떻게 보면 공안의 비호 아래 암표 판매가 이뤄지는 것처럼 비쳤다.
야구 암표는 11월 18일 한국과 중국의 준결승까지 이어졌다. 이때도 암표는 1천 위안(약 17만 원)을 넘었다. 그래서일까. 중국이 준결승전까지 올라갔음에도 야구장엔 관중이 많지 않았다.
하마터면 170만 원까지 올랐을 뻔
하지만, 다음날 결승전 때는 상황이 달라졌다. 암표가 상당 부분 사라졌다. ‘사려면 사고, 싫으면 관두라’던 중국 암표상들의 배짱 장사는 자취를 감췄다. 암표가 있긴 했어도 표값은 100위안(약 1만 7천 원)까지 떨어졌다. 암표상들도 이전처럼 대놓고 장사하지 않았다. 은밀히 다가와 귓속말로 “암표를 사겠느냐”고 물을 뿐이었다.
한국을 비롯한 국외 언론이 “암표 때문에 경기장에 사람이 없고, 대회의 격도 떨어지고 있다”고 연일 보도하자 조직위에서 암표 단속이 나섰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한국과 타이완의 야구 결승전이 끝나고 중국 공안은 아시아경기대회가 벌어지는 경기장 주변을 중점 단속해 200여 명의 암표상을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2조 원을 쏟아부은 아시아경기대회는 암표로 이미지가 실추될 대로 된 후였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 만약 결승전을 앞두고 중국 공안이 암표상을 단속하지 않았다면 야구 결승전 표 값은 얼마나 뛰었을까. 한 암표상은 “암표상들이 모여 ‘마지막까지 힘을 합쳐 1만 위안(170만 원)까지 받자’는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만약 암표상들의 뜻대로 됐다면 아시아경기대회 사상 최고의 야구 암표값으로 기록됐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