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위한 따뜻한 위로, 작가 김미라 (1부)

일포스티노2010.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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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마다 밥 짓는 마음으로 글을 씁니다."

 

  요리사와 작가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얼핏 보면 전혀 다른 곳에서 일을 하고 있는 두 사람이지만 닮은 점이 있다. 그건 바로 외부로부터 늘 화려하게 주목을 받는 것은 아니지만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요리사는 주방에서 자신만의 분야에서 최고의 노력을 기울이지만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프로그램의 메인은 아니지만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는 작가도 이와 마찬가지다. 요리사와 작가. 보이지는 않지만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는 사람들이다.

 

  "사진 안 찍는다고 해서 의아하게 생각하셨죠? 작가는 보이지 않는 것에서 주는 매력이 있는 법이거든요. 라디오나 글이나 마찬가지인데 보이지 않기 때문에 줄 수 있는 게 또 있거든요. 요즘 작가도 비주얼시대라고 하지만 저는 올드패션이 좋네요." 기자의 짓궂은 질문에도 그녀는 웃으면서 유쾌하게 자신만의 철학을 이야기했다.

 

  대학교 4학년 시절인 81년 9월, '밤을 잊은 그대에게' 작가로 시작하여 30년 가까이 방송작가의 일을 해 온 김미라 작가. 이제는 작가계에서도 꽤 높은 선배 축에 속한다는 그녀는 '별이 빛나는 밤에', '음악이 흐르는 밤에' 등의 프로를 거쳐 현재는 10년째 KBS 1FM '당신의 밤과 음악'의 작가로 일하고 있다. 김 작가의 이름 뒤에는 다양한 수식어가 붙지만 그녀는 딱 한 마디로 말한다. "그냥 작가라고만 불러주세요."

 

 - 김미라 작가의 책, '위로' -

 

- 어린 시절에 라디오에 대해 특별한 기억을 갖고 있는가?

 

  초등학교 2학년 때 글짓기 대회에 나가게 되었어요. 운이 좋게도 학교대표로 뽑혀서 전국대회를 나가게 되었는데 두 시간동안 제목만 써놓고 아무것도 안하다가 마지막 10분을 남겨놓고 글을 썼는데 그게 전국 1등이 되었어요. 사실은 생각이 안 나서 옆 친구의 원고지 첫 줄을 슬쩍 보고 비슷하게 시작했었던 기억이 나요(웃음). 제가 받은 최초의 상이기도 하면서 약간의 죄책감도 들었었지요. 그 당시에는 당선 소식을 라디오 뉴스로 방송을 했는데 그 때를 계기로 라디오에 출연을 했었어요. 어린이 프로 생방송이었는데 제 목소리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온다는 사실에 꽤 흥분했었죠. 복잡하면서도 행복했던 기억으로 남아 있어요.

 

- 어렸을 때 즐겨들었던 라디오 프로그램이 있었나?

 

  '밤을 잊은 그대에게', '별이 빛나는 밤에' 같은 프로를 열심히 들었어요. 고등학교 시절 '밤을 잊은 그대에게'를 황인용 씨가 진행했었는데 거의 매일 들었어요. 제가 처음 작가가 되어 글을 쓴 것도 황인용씨를 위해서 쓰게 된 거였고요. 언니와 함께 이불을 뒤집어쓰고 라디오로 연재소설을 재미있게 듣던 기억도 나고. 그 당시에는 지금처럼 다양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라디오는 그야말로 특별하고 소중한 친구였지요.

 

- 작가에 대한 꿈을 언제부터 가지게 되었나?

 

  사실 방송작가라는 직업은 대학에 와서 알게 되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조금씩 글 쓰는 것을 좋아하긴 했었지만 구체적으로 작가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어요. 글을 쓰되 내 재능을 펼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지요. 다만, 고등학교 때 신문반을 했었으니까 대학 때는 방송을 해보자는 생각으로 방송반에 들어갔었어요. 대학교 2학년 때 존재에 대한 고민에 휩싸여 여름방학 때 배낭 하나만 매고 혼자서 4박 5일 동안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었어요. 최초로 혼자서 한 여행 속에서 많은 이야깃거리를 담아올 수 있었고, 그것을 가지고 라디오에 투고를 했는데 최고의 사연에 선정된 거예요. 그 때 담당 PD가 제게 나중에 방송작가를 해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권유를 하셨죠. 그 때 그 분을 통해 방송작가라는 직업을 알게 되었고 어렴풋이 그 쪽에 대한 꿈을 그려보게 된 거죠.

 

- 지금 맡고 있는 '당신의 밤과 음악'은 작가님께 어떤 의미를 갖나?

 

  이 프로그램은 제가 청취자로서 먼저 좋아했던 프로그램이에요. 맨 처음 어느 날 밤에 집에 가다가 빌 더글라스의 'hymn'이라는 시그널이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거예요. 그 당시 김혜경 소설가가 글을 썼었는데 원고가 기품 있고 너무 좋았어요. 또한 PD의 선곡과 진행자의 음성이 너무 잘 어울렸었죠. 그 때 나도 이런 작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을 했었어요.

 

  지금은 새벽시간대로 옮겨졌지만 당시만 해도 밤 10시에 진행되었는데 이 시간대에는 다른 채널에서는 시끄러운 프로그램이 주를 이루고 TV의 경우는 대부분 드라마를 방영하잖아요. 그 외에 다른 것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었죠. 책을 좋아하거나 음악을 듣고 싶어 하는, 조용한 성향의 교양 있는 청취자들이 많이 들어요. 청취율 조사에서는 잘 잡히지는 않지만 듣는 분들은 꽤 많아요. 청취자들의 수준이 높기 때문에 저 같은 작가도 공부를 많이 해야 하고요(웃음)

 

 

- KBS 1FM '당신의 밤과 음악'의 홈페이지 화면, 진행자 이미선 아나운서 -

 

- 라디오 작가가 TV 작가와 다른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저도 TV에서 4~5번 정도 일을 했었는데 TV쪽은 너무 회의가 많고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었어요. 사람들끼리 소모해야 하는 게 너무 많았기 때문에 저한테는 오히려 라디오가 정서에 맞았어요. 방송작가는 기본적으로 말을 쓰는 것이기 때문에 공허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요. 한번 전파를 타면 그걸로 날아가 버리니까요. 요즘에야 다시듣기 서비스도 있긴 하지만. 텔레비전의 경우가 공허함이 더 심한데 라디오는 정서적으로 그것을 보충하는 것이 있어요. 제 적성에는 라디오 시스템이 잘 맞았고 그래서 지금까지 오게 된 것 같아요.

 

- 다른 방송작가들과는 달리 따로 매일 출근을 하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특별히 그 이유가 있나?

 

  저는 일을 할 때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게 나의 시간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일과 육아를 병행해야 했기 때문인 측면도 있지만 작가는 글로서 보여주면 되잖아요. 작가들에게 과도하게 많은 업무들이 집중되는 시스템은 분명 문제점이 있어요, 저라도 이렇게 하다보면 프리랜서로서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시스템이 정착될 수도 있고, 나중에 후배들에게도 그러한 길을 마련해 줄 수 있는 게 아닐까요.

 

  전 출근을 안하는 대신 그 시간에 많은 것들을 해요. 주로 원고 작업을 하지만 그 외에는 전시회도 가고 여행도 가고 영화도 보고... 이러한 제 일상 속에서 모든 것들이 글감이 되죠. 특히 여행은 제가 진짜 좋아해요(웃음). 다른 작가들은 술, 담배, 사람 만나는 것 등을 통해 스트레스도 풀곤 하는데 전 그 모든 것들을 여행에 집약하거든요. 저는 혼자서도 많이 가는데 여행을 다녀오면 얻는 게 너무 많고, 삶에도 도움이 되고 글 쓰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 작가 일을 하면서 힘들 때나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

 

  라디오 작가는 아파도 원고를 쓰고 아파야 하고, 상을 당해도 원고를 다 써야 해요. 처음에는 그게 제일 힘들었지요. 매일매일 원고를 쓰는 것을, 마감에 대해 스트레스로 삼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그걸 스트레스로 생각하면 일을 못하죠. 전 내일 무엇을 쓸까는 저녁에 준비하고 아침에 일어나서 바로 원고를 써요. 예전에는 밤에 글을 썼는데 요즘에는 바뀌어서 아침에 써요. 틈틈이 메모도 하고 속도감 있게 일어나서 쓰지요. 오전에는 거의 방송 원고를 쓰느라 보내고요. 특별하게 힘든 적은 없는데 일을 사랑하기 때문에 힘들었던 일도 힘들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하는 것 같네요(웃음). 제가 기억력이 별로 안 좋아서. 그리고 늘 매일이 보람 있어요. 가끔 응원과 격려의 메시지가 올 때면 더 힘이 나고 보람을 느끼죠.

 

- 지금까지 작가 생활 동안에 기억에 나믄 에피소드가 있다면?

 

  '노래의 날개 위에'라는 프로그램에서 3년 반 정도 일을 했던 적이 있었어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글을 써보자고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은 생각도 들었는데...그 난관을 넘기고 나니까 사람도 보이기 시작하고 진짜 글을 쓴다는 느낌이 처음으로 들었어요. 사람들에게 반응도 오고, 편지도 오고. 그래서 힘을 얻었죠.

 

  언제 한 번은 저한테 선물이 하나 왔는데 안에 편지가 하나 들어 있었어요. 자기는 정말 죽으려고 생각했던 사람인데 방송을 들으면서 힘을 얻었다고. 자신은 한과를 만드는 사람인데 이것 말고는 드릴 게 없어서 보냈다고. 진심이 담긴 편지를 읽는데 눈물이 나고 감동이 되더라고요. 작가로서의 보람을 강하게 느꼈었어요. 박완서 선생님께서는 '좋은 글은 마음을 움직이는 글'이라고 하셨는데 일을 하면서 처음으로 마음을 움직인다는 느낌을 받아본 때였어요. 그 때 그렇게 글을 썼던 것을 기회로 샘터에 '위로' 코너를 연재하게 된 거이기도 하고요.  시간이 흘러 지금은 폐지되었지만 저에게는 참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 있어요.

 

 

(2부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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