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저우에 있던 야구 대표팀, 실제론 방콕에 있었다?

연두 2010.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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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야구 대표팀이 금메달을 딴 뒤 태극기를 들고서 환호하고 있다(사진=KIA)

광저우 아시아경기대회 야구 금메달의 기쁨이 여전히 남아 있다. 야구팬뿐만 아니라 야구전문가들도 금메달의 의미를 되새기며 지금의 영광을 계속 이어가자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이 대표적이다. 허 위원은 "이번 아시아경기대회야말로 대표팀 선수들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제대로 보여준 국제대회"라며 "향후 국제대회에서도 광저우 야구 대표팀의 인내심을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시아경기대회 대표팀 선수들이 어떻게 행동했기에 이런 찬사를 받는 것일까. 대표팀 선수들의 뒷이야기를 취재했다.

그 많은 대표팀 선수들은 대체 어디에 있던 것일까

한국 야구 대표팀은 아시아경기대회 기간 중 구장과 선수촌을 오갈 뿐 오해를 살만한 행동을 삼가했다. 선수들의 인내가 금메달로 이어졌다는 평이 많다(사진=KIA)

한국은 1998년 방콕 아시아경기대회부터 야구 대표팀을 프로 중심으로 구성했다. 출전국 가운데 경기력이 가장 높은 건 두말하면 잔소리. 한국이 방콕 이후 도하 때를 제외하고 매번 금메달을 따낸 것도 프로 선수들의 출전 덕분이었다.

하지만, 프로가 가는 길엔 언제나 뒷말이 무성하게 마련. 금메달을 따면 모르지만, 참패하면 뒷말이 수면 위로 오른다. 도하가 그랬다. 당시 대표팀은 다른 종목 아마추어 선수들에게 “경기만 끝나면 외출하기 바쁘다”는 핀잔을 들었다. 어느 선수에겐 “밤의 사나이”란 별명을 붙이기도 했다. 실제로 몇몇 선수는 중요한 일전을 앞두고 도하의 밤거리를 배회했다는 의심을 샀다.

여기다 대표팀의 중심타자였던 이병규는 경기에 지고서 바로 버스에 타지 않고, 내야 관중석의 그물망을 타고 올라가 치어리더들에게 사인을 해준 바람에 구설에 올랐다. 먼 곳까지 찾아와 응원하느라 고생한 치어리더에게 인사를 한 것뿐이라고 해명해도 통하질 않았다.

그렇다면 광저우는 어땠을까. “선수들이 방콕에 온 줄 아는 모양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관계자의 말이다. 여기서 방콕은 지명이 아니다. ‘방에 콕 틀어박혀 나올 줄 모른다’는 뜻이다. 사실이었다.

대표팀 선수들은 경기장과 선수촌만을 오가는 모범적인 생활을 했다. 기자들이 인터뷰하고 싶어도 선수촌 밖으로 나오는 선수가 없어 죄다 무산됐다.

“괜히 밖에 나갔다가 지기라도 하면 패배의 원흉이 될 수 있다”는 게 선수들이 털어놓은 ‘방콕’의 이유였다. 한 선수는 묘한 이야기를 했다. “광저우에 오기 전 부산에서 훈련할 때 좋지 않은 소문이 돌았다. 그 소문이 선수단에 알려지며 코칭스태프로부터 ‘특별히 처신을 잘하라’는 주의를 들었다.”

대표팀의 한 관계자는 “어쨌거나 소문 때문에 선수들이 딴 데 눈 팔지 않고, 훈련에만 열중했다. 덕분에 무리 없이 금메달까지 땄다. 소문이 이렇게 고맙기는 처음”이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수신제가?' 천만에. 이제는 ‘추신제가!'

메이저리거 추신수(사진 오른쪽)와 조범현 대표팀 감독이 악수를 나누고 있다. 추신수는 실력뿐만 아니라 마인드도 메이저리그급이었다(사진=KIA)

“우리와는 격이 달라요. 지구인이 아니에요. 화성에서 왔을 거예요.”

대표팀의 모 선수는 그라운드에서 몸을 푸는 추신수를 가리키며 귓속말로 그렇게 말했다. 마치 험담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표정엔 경외심이 넘쳤다. 어느 선수는 “같은 야구선수지만, (추)신수 형을 보면 진짜 야구선수 같다는 생각이 든다. 훈련부터 기술, 정신력, 몸 관리 등 어디 하나 놓칠 게 없는 ‘걸어 다니는 야구교본’”이라고 추신수를 극찬했다.

류중일 대표팀 수비코치는 추신수의 매력에 푹 빠졌다. 애초 류 코치는 “추신수가 메이저리거라 다소 도도하고, 자기주장이 강할 줄 알았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코칭스태프의 지시를 잘 수용하고, 먼저 동료선수들을 배려하고 챙기려는 모습에 크게 감동했다”고 말했다. 류 코치가 내린 결론은 “추신수는 야구능력만큼이나 인간성도 참 좋은 친구”라는 것이었다.

선수들의 증언으로는 야구 장비를 챙겨 가장 먼저 버스에 올라타는 이는 다름 아닌 추신수였다. 경기장에 도착해 가장 먼저 몸을 푸는 이도 추신수였다. 그날 경기를 복기하고, 다음날 경기를 가장 진지하게 대비하는 이도 항상 추신수였다고.

추신수는 대표팀의 합숙훈련지였던 부산에서부터 동료선수들의 “놀러 가자”는 꾀임(?)을 정중히 거절하고 훈련에만 매진했다.

그래서일까. 선참급의 모 선수는 후배 선수들에게 “‘수신제가’라는 말 대신 앞으로 야구선수들은 ‘추신제가’라는 말을 써야한다”고 주장하고서 “추신수처럼 몸을 잘 다스리고, 노력하면 훌륭한 선수가 될 수 있다”고 몇 차례나 강조했다고 한다.

과거 박찬호, 이승엽처럼 추신수는 한국야구에 금메달을 안겨줬을뿐만 아니라 젊은 선수들에게 앞으로 나아갈 길을 제시한 롤모델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그를 가리켜 '실력뿐만 아니라 마인드도 메이저리급'이라고 하는 것도 과찬은 아닌 셈이다http://www.samsungblogs.com/5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