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일지) * 신문배달 VS 우유배달 *

토토 2010.11.29
조회192

 

 

 

 

 

 

세상에는 완전한 불리함이란 없다.

상대적인 차이만이 존재할 뿐..

 

 

 

 


 

 

 

 

 

#1.

 

"여~ 안녕!"

 

매일 새벽마다 마주치는 우유배달원 R. 오늘도 변함없이 우유가 가득 실린 바이크를

몰고 골목 구석구석을 재빠르게 질주한다. 바이크 배달경력이 어느정도 되면 운전자

와 바이크는 거의 한 몸이 된다. 사람이 달리는 건지 바이크가 혼자 움직이는 건지

헤깔릴 지경이다. 늘 밝은 표정의 R은 일하는 중에 곧잘 자판기 커피를 마시기도 하는 나와는 달리 잠시도 쉬는 모습을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열심히 일하는 친구이다. 그러나 때때로 나의 속을 뒤집는(?) 말 한마디 때문에 웬수(!)가 되기도 한다.

 

오늘도 R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지나치려는데 문득 나를 향해 소리친다.

 

"여, K 야! 신문은 내일 일하지? 우.린.논.다!."

하고는 대답할 틈도 주지 않고 '킬킬'거리며 쌩~하니 달아난다.

 

'저 인간 오늘도 나의 염장을 지르고 가는구나..' ㅠ.ㅠ

 

그렇다. 내일은 국경일이다. 신문배달은 국경일에도 일하지만 우유배달은 예외다.

전 날 이틀치를 한꺼번에 배달하기 때문에 쉴 수 있다. 그러나 일간 신문은 유통기

한이 하루다. 일년 중 2대 명절과 매주 일요일만이 휴일이다. 5일제 근무, 그런거

바라지도 않는다. 공휴일(빨간 날)만이라도 쉬는 게 바램이다. R이 사라지자 갑자

기 일하기가 싫어진다. 녀석은 친구가 아니라 웬수인게다..

 

 

 

#2.

 

배달을 시작할 때 까지도 멀쩡하던 하늘에서 갑자기 비가 쏟아졌다. 장대비를 넘

어서 폭우게 가깝다. 근래들어 기상대를 더욱 미워하게 되었다. 일기예보가 아니

라 짜증예보 수준이다. 신문 방수 비닐이 전혀 준비되지 않은 상태라 바이크에 실

린 신문이 사정없이 젖어가고 있었다. 젖은 신문은 최악이다. 아침부터 쏟아질 독

자들의 항의전화에 벌써부터 뒷골이 당길 지경이다..

 

때마침 지나치던 R.

 

"여, K 야! 갑자기 웬 비냐?!.. 그나저나 신문이 다 젖어서 어떻해?.."

침울한 나를 위해 걱정스런 말을 건넨다.

 

"그러게.. 너도 힘들겠다.."

나의 한 마디에 R의 표정이 일순간 돌변한다.

 

"아냐! 전혀 문제 없걸랑! 신문은 젖지? 우유는 괜찮거덩!! 그럼 안뇽!~"

그리곤 쌩~하니 달아난다.

 

'헉.. 저 웬수.. 불을 질러라, 불을 질러..'

차가운 빗줄기에 떨리던 온 몸에서 갑자기 부르르, 열기(?)가 치솟는다..

 

 

 

#3.

 

깜박 늦잠을 잔 탓에 식사를 거르고 나온 때문인지 배달중에 목이 마르고 배도 고

파왔다. 거기다 서두르느라 비상금 마저 챙기지 않아 생수 한 병도 살 수가 없었다.

오늘따라 지나는 다른 메신저들도 보이질 않는다. 힘겹게 배달하던 중 저멀리 R이

보인다. 반갑게 달려가 R에게 사정얘기를 했다.

 

"어떻하지?.. 나도 가진 돈이 없는데.."

 

"그럼 우유라도 하나 줘 봐! 남는게 있을거 아냐?"

 

R은 난감한 표정으로

"우유도 여분이 없어. 딱 맞춰서 가지고 나오는 걸."

 

"에이, 그러지말고 하나 만 줘! 무지 목 마르다.."

그래도 안 된다며 가려는 R에게

 

"그래! 잘 먹고 잘 살아라!!"

하고 외치자 R이 갑자기 돌아보며 '킬킬' 거린다.

 

"신문은 못 먹지? 우유는 먹을 수 있거덩!"

 

'..그래.. 아무리 배고파도 신문은 뜯어 먹을 수가 없지..' ㅠ.ㅠ

 

 

 

#4.

 

나의 배달구역엔 상가 건물이나 다세대 주택이 유독 많다. 그래서 때때로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엔 수 많은 계단 오르내리기가 여간 힘들고 곤혹스러운게 아니다. 오늘

은 R이 몸이 부치는지 땀을 뻘뻘 흘리며 계단을 오르내리고 있다. 그러다 나를 보더

니 슬쩍 어깃장을 놓는다.

 

"오늘은 하늘에 별이 총총하네. 갑자기 비가 쏟아지지는 않겠지?.. 나야 괜찮지만

누구는 힘들까봐서.. ㅋㅋㅋ"

 

'저 웬수, 또 시작이군..욕을 해라, 욕을 해!..'

 

다시 3층 현관문을 향해 힘겹게 계단을 오르는 R. 그 집은 나의 신문 독자집이기도

하다. 나는 3층 현관문 앞에 도착한 R을 큰소리로 불렀다. 그리고는 단단히 접은 신

문을 높이 던져 올렸다. 신문은 R이 서 있는 현관문 옆에 정확히 떨어졌다.

 

"R! 우유는 던질 수 없지? 신문을 던질 수 있거덩!! 수고해!"

그리곤 손을 흔들며 '씩' 웃어주었다.

 

R이 잠시 멈춰서서 멍하니 나를 내려다 본다. 나는 쌩(!)~ 하니 바이크를 몰았다.

 

오 해피 데이!~ ^^

 

 

 

 

 

* 제 글은 (아래 주소지에) 매주 금요일마다 업데이트 될 예정입니다.
오셔서 격려 코멘트 사정없이(!) 날려주시면 감솨~ ^^

 (클릭!)  http://blog.daum.net/enslee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