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의사들의 세계와 따뜻한 사랑이 공존하는 그리운 드라마 ‘외과의사 봉달희’

이충호2010.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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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의학드라마! 하면 많은 사람들이 ‘하얀거탑’, ‘뉴하트’, ‘종합병원’ 등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나는 ‘외과의사 봉달희’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외과의사 봉달희는 나를 힘들게 했던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1학년 시절, 외과의사 봉달희에 빠져 야간 자율학습시간에 몰래 핸드폰으로 이 드라마를 보다가 선생님께 걸려 엄청 혼났었다. 그렇게 혼나고도 또 야간 자율학습시간에 드라마를 보다가 걸려 결국 핸드폰을 한 달이나 빼앗겼었다.(시청률이 35%에 육박했던 것을 보면 나만 이렇게 빠져있던 것은 아니었나 보다.) 그러나 이 드라마가 나를 힘들게 한 것만은 아니었다. 외과의사 봉달희는 막연하게 의사를 꿈꾸던 나에게 그 꿈을 더욱 확고하게 만들어 준 고마운 드라마이기도 하다. 그래서 대학생이 된 지금도 내가 가고 있는 길이 맞는 길인지 혼란스러울 때면 외과의사 봉달희를 보면서 마음을 다잡는다.(저는 현재 의학전문대학원 진학을 위해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이제부터 나에겐 소중하고 의미있는 드라마, 외과의사 봉달희를 소개하고자 한다.

외과의사 봉달희는 SBS에서 방영된 드라마로 2007년 1월 17일 첫방영 된 후 본래 16부작으로 기획되었으나,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2회 연장한 18부작으로 2007년 3월 15일에 종영되었다. 등장인물로는 봉달희(이요원 분), 안중근(이범수 분), 이건욱(김민준 분), 조문경(오윤아 분), 조아라(최여진 분), 박재범(김인권 분) 등이 있다. 주인공인 봉달희를 잠깐 소개하면, 먼저 주인공인 봉달희는 지방 의과대학 출신의 한국병원 흉부외과 레지던트 1년차이다. 봉달희는 어려서부터 심장병이 있어 어렵게 다른 병원 레지던트 과정에 합격하지만 1년차 세 달 만에 쓰러져 다시 심장 수술을 받고 고향에서 건강검진의로 근무하게 된다. 그러던 중,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한국병원 흉부외과 레지던트 과정에 원서를 썼다가 미달로 합격하여 꿈에 그리던 한국병원 흉부외과 레지던트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봉달희는 단순, 정직, 열정적 성격에 노력에 또 노력하는 우직한 노력파이다. 내숭 없고 사람을 좋아하여 오지랖이 넓은 성격 탓에 푼수 소리를 듣는다.

다음으로 외과의사 봉달희의 내용을 소개하자면 봉달희를 비롯한 동료 레지던트 1년차들이 수련을 해나가면서 겪는 의사로서의 보람, 좌절, 희망 등을 그려낸 작품이다. 이에 부수적으로 안중근 교수와 이건욱 교수의 대립도 드라마의 중요한 내용이다.

지금부터는 다른 의학드라마에 비해 특히 외과의사 봉달희의 시청률이 높은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외과의사 봉달희의 성공비결을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보면, 사실성 측면에서는 생동감 있고 실제적인 의학적 상황의 묘사를 했다는 것, 내용 측면에서는 자칫 전문적인 드라마로서 딱딱할 수 있는 내용을 멜로와 결합하면서 부드럽게 풀어나간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

먼저, 외과의사 봉달희의 생동감 있고 실제적인 의학적 상황의 묘사는 시청자들로 하여금 보는 내내 긴장하게 하였다. 또한 일반인들이 평소에 보기 어려운 수술 장면, 병원의 응급실상황, 의사들의 위계질서 등을 실감나게 표현해서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풀어주었다. 생동감 있고 실제적인 의학적 상황의 묘사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현재 서울대학교 병원 의료정보센터 임상강사로 재직 중인 가정의학과 전문의 강석훈씨가 보조 작가로 외과의사 봉달희의 대본을 썼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는 스타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먼저 "'봉달희‘는 의료상황이 실제 현실과 잘 부합돼있고, 직업인으로서의 의사가 잘 구현돼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병원 내 인적구성과 시스템을 잘 알고 있는 의사출신 보조작가가 꼼꼼한 현장 취재를 통해 가운 입은 의사들이 아픈 환자들을 진료하는 직업적인 모습을 국내 드라마 처음으로 그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으로 내용 측면에서 보면 외과의사 봉달희는 전문성과 멜로의 결합이라는 점에서 참신한 드라마였다.

비슷한 시기에 MBC에서 방영되었던 ‘하얀거탑’과 비교해보면 하얀거탑의 내용은 주로 의사들의 내부 권력관계에 대한 내용이었다. 즉, 지극히 의학드라마의 전문성을 강조했던 드라마였다. 이렇게 너무 전문성만 강조한다면, 일반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딱딱한 느낌이 들 수 있다. 실제로 하얀거탑의 시청률은 외과의사 봉달희 만큼 좋지 못하였다.

그러나 외과의사 봉달희에서는 전문성에 멜로를 더해 시청자들의 관심을 이끌었다. 봉달희와 안중근, 이건욱, 조문경의 각각의 사연과 엇갈리는 멜로라인이 흥미진진했다. 이 드라마의 책임 프로듀서인 김영섭 CP는 "멜로 구도가 버무려져 있어 마니아 드라마로 그치지 않고 대중성을 확보했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하지만 외과의사 봉달희의 한계도 분명히 존재한다. 나는 외과의사 봉달희를 보는 내내 외국의 의학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와 비슷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실제로 드라마 초반 그레이 아나토미와 엇비슷한 설정으로 표절 의혹을 받기도 했다. 외과의사 봉달희에 외국 드라마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는 점은 참 안타까운 부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