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하디 흔한 사랑이야기.

변하지않는변화2010.12.05
조회190

몇일 내내 기분이 좋지 않아 끙끙댔습니다만,

어디한 곳 이야기 할 곳이 없어 답답하던 차에 톡톡을 보게됐습니다.

이 사람 이야기 저 사람 이야기,

다들 무슨 일이 그렇게도 많은지.

오히려 내가 겪은 일이 그다지 큰 일이 아닌 것 같아,

오늘은 속 시원히 이야기나 한번 해보고,

불면증에 시달린 지난 몇달치 잠이나 자보고 싶습니다.

 

제가 그 사람을 만난건 작년 8월 20일.

대학 졸업 후 직장생활을 하다 부모님이 사는 곳으로 올라온지 얼마 안됬을 때였습니다.

오랫만에 만난 정말 친한 동생이 너무 오랫만에 본다며, 자기 친구와 함께 술을 먹자고 하더라구요.

뭐 평소에 낯을 그리 가리는 성격도 아니고 해서 함께 한 자리였습니다.

동생이 데리고 온 그 남자는 그렇게 잘 생기거나, 패셔너블하거나, 능력이 있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웃을때면 마시마로처럼 눈이 살짝 감기고 쳐진,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이엇습니다.

같이 술을 한잔 두잔 하면서 이야기를 하다보니, 말도 참 잘통한다 싶었습니다.

흔히 말하는 소울메이트라고 느껴졌다고 할까요, 뭐 아무튼 참 저랑 잘 맞는 사람 같았습니다.

그렇게 첨 만나고, 문자 조금 주고 받고, 그러다 두번째 만나고. 세번째만나고.

우리는 연인이 되었습니다.

워낙 말이 잘 통하던 사람이라,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 더운 여름, 바다를 걸으며 몇시간을 이야기해도 시간이 훌쩍 가버리는 것 같더라구요.

참 좋은 사람이라고, 이 사람이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함께 여름을 보내고, 가을을 보내고. 겨울...

전 부모님이 원하시는 대로 공무원이 되기 위해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아직 학생이었던 그 사람은 방학이 되어 저와 함께 같은 독서실에서 공부를 했구요.

함께 도시락을 먹고, 머리가 아플때면 커피도 마시고.

항창 츄리링에 꼬질꼬질한 모습이라도 그 사람은 제가 예쁘다고 했습니다.

물론 저도 공부에 지친 그 사람의 모습도 예뻐보였구요.

공무원만 붙으면 이 사람과 바로 결혼하리라 생각했습니다.

그 사람은 아직 학생이었지만, 제가 연상이었기 때문에.

지난 6년간의 직장생활 노하우도 있었도, 제 벌이로 먹고 살 수 있을 거다,

그 사람이 날 몇년간은 고생시킬지라도, 그 사람보다 더 좋은 사람은 없을거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사람을 너무 사랑했기 때문에, 그 사람이 없는 하루하루는 생각해보지도 못햇습니다.

그러던 때메 생각하지 못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어느날부터 속이 좀 더부룩 하더니, 토하기 시작하더라구요.

머리도 계속 아팠고 감기 기운도 계속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이건 제 자랑이 아니라.. 원래 공부할땐 잠을 잘 자는 편이 아니라,

대학교때도 수업시간에 졸아본 적이 없고,

시험기간엔 이주씩 밤새미 공부를 해도 피곤하지 않던 저였는데.

어느날부터 꾸벅꾸벅 졸리기 시작하더니, 잠을 안자면 머리가 아픈겁니다.

문득 생각해보니, 제가 생리를 하고 있지 않더라구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임신테스트기를 사서 독서실 화장실에서 해봤습니다.

네........ 임신이더라구요...

바보같은 짓인지 압니다, 여자애가 칠칠치 못해 임신했다고 해도 할 말이 없지요.

저는 놀라고 무서운 마음에 그 사람에게 멀티메일로 선명히 두줄이 그어진 임신테스트기를 찍어 보냈습니다.

그 사람, 바로 전화가 오더라구요.

조금 당황한듯 했지만, 싫어하는 기색은 아니었습니다.

아기, 낳자고 하더라구요, 결혼도 하자구 하구요.

그러기 위해서 일단 병원에 진료를 받기로 했습니다.

입덧이 너무 심해서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였거든요.

그 무렵 저는 공부하느라 간간히 번역 아르바이트를 해서 용돈을 벌었습니다.

근데 번역해주기로 한 파일 보는데 어지러워서 계속 토할 정도였거든요.

함께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고 아기는 낳을 거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피검사를 하기로 했는데, 몸이 너무 좋지 않아 피가 뽑히지 않더라구요.

이 곳 저 곳 바늘로 찔러대도 피가 잘 나오지 않아, 결국 두꺼운 링겔용바늘? 그런걸로 뽑아야했습니다.

그런 고통스런 시간을 끝내고 나오는데 알약을 한통 사주더라구요.

입덧과 애기한테 좋은 임산부용 영양제라고 꼭 챙겨먹으라면서요.

일단 그 사람집에 먼저 이야기를 하고, 우리집에 이야기 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래서 전 집에 임신사실을 숨겨야했기 때문에, 구역질이 나올때면, 조용히 입을 막아야 했습니다.

밤새도록 입덧에 고생할때도, 힘들어서 눈물이 날때도 소리를 죽여야했구요.

하지만 우리 아기가 예쁘게 건강하게 자라고 있길 바랬습니다.

금방 양쪽집에 이야기 하고, 배가 불러오기전엔 결혼했으면..

그 사람과 함께하는 생활은 얼마나 아늑하고 편안할까.

그런 생각들로 매일 매일을 견뎠습니다.

 

그 사람의 집은 무척 엄했습니다.

그래서 집에 바로 이야기 하기 전, 이모에게 먼저 말하고 싶다더군요.

그래서 함께 이모가 사는 서울을 올라가기로 했습니다.

입덧으로 무척 지쳐있던 저에겐 서울까지 가는 기차도 버거웠습니다.

내내 구역질을 하며 녹초가 된 몸으로 그 사람의 이모네 집에 간 첫 날,

이모님과 이모부님과 간단히 맥주를 한잔했지만, 결국.. 그 사람은 제 임신 사실을 말하지 못했습니다.

만난 첫날에 말을 꺼내기 쉽지 않았겠지 라고 생각했지만, 이튿날도, 삼일째도..

우리가 내려올 때까지 그 사람은 결국 말하지 못했습니다.

제 임신 사실을 모르는 이모님은 제가 몸이 너무 약하고 많이 아픈것 같다고 하셨다지만,

사실 어쩔 수 없었습니다. 구역질하는 것을 감추기에도 , 앉아있는 것 조차도 힘들었으니까요.

 

다시 고향으로 내려오고,

임신 가간이 길어지면서 입덧은 더 심해졌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은 여전히 집에 말을 하지 못했구요.

그러다 어느날 문득 생각해보니, 그 사람이 말을 하지 못한 이유를 알겠더라구요.

아직 어린 나이에 학생인데, 저를 책임지겠다는 그 맘이면 충분하다고.

더 이상 부담은 주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제가 힘들어서 더 이상은 안되겠다고 수술하자고 말했습니다.

올 1월 낙태가 금지되고, 수술을 해주는 병원을 찾기는 쉽지 않아,

겨우 동네에 작은 병원 한군데를 찾아 수술을 받았습니다.

수술하던 날이 아직도 기억에 선하네요...

얼마나 무섭고, 아기한테 미안하던지 한참을 울었습니다.

우는 날 그 사람은 꼭 껴안고 말하더라구요.

평생 다 보상해주겠다. 평생 이 죄책감 자기가 안고 살아가겠다.

저는 그 말을 믿었습니다.

 

봄이 되었습니다.

그 사람은 제게 잘해주려고 했지만 뭔가 석연치 않다는 걸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그 사람이 일방적인 이별을 통보하더라구요.

전 아직도 그 사람을 사랑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한참을 아파하고 울던 어느날 새벽, 그 사람에게 전화를 했고,

그날 아침차로 전 그 사람이 대학을 다니던 하양으로 찾아갔습니다.

사랑니를 뽑았을때도 그 사람의 자취방에서 그 사람이 끓여주던 스프를 먹으며 지냈고,

틈만 나면 보고 싶어 올라오던 곳이니, 잠시 망설일 것도 없이 집으로 찾아갔습니다.

아직 학교를 가기전인듯 그 사람이 집에 있더라구요.

그렇게 많이 울어본 적이 없을만큼 울었습니다.

매달리기도 화내기도 했지만 그 사람은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이젠 아니라고 했습니다.

결국 그냥 그 집을 나와 걸어가는데 비까지 오더라구요.

그 사람이 뒤를 따라오는 걸 알았지만 쳐다보지 않았습니다.

어짜피 그 사람은 절 다시 받아주지 않을 생각이었으니까요.

너무 가슴이 아팠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바보같은 짓이지만 죽는게 낫겠단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학교 앞 저수지로 뛰어드는 찰나, 그 사람이 말리더라구요.

잘해주겠다고 했습니다. 다신 울리지 않겠다구요.

그리고 우린 다시 연인이 되었습니다.

 

그 이후로 그 사람, 제게 정말 잘해줬습니다.

단 한가지, 제가 싫어하는 것을 계속 하는 것을 제외하구요.

그 사람에겐 첫사랑이 있었습니다.

헤어진지 오래라 지금은 친구로 지내고 있다고 했죠.

원래 전 질투가 많은 타입은 아니라, 그런 걸 많이 신경쓰진 않습니다만,

이상하게 그 여자와 연락하는 것은 싫더라구요.

그래서 대놓고 연락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기분이 좋지 않다라고 했더니 그 사람이 그러더군요.

"니가 그렇게 말하니까 우리가 이상해지는거야. 그냥 친구일 뿐인데 더이상 의심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전 내키진 않았지만 그말도 믿었습니다.

뭐, 사실 남자와 여자가 친구가 되지 못할 일은 없다고,

예전에 애인이었다고 해서 지금은 친구가 되지 못할 일은 없지 않겠냐고.

네, 제 자신을 세뇌시키려고 했을지도 모릅니다.

 

따뜻한 오월이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어린이 날에 놀이 동산이 가고 싶다고 했죠.

커플티도 입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 사람, 커플티를 사주더군요.

전 요리를 잘 못하지만 유부초밥을 예쁘게 만들어, 놀이동산을 가기로 하였습니다.

시간이 흘러 그 사람이 오기로 한 전 날이 되었습니다.

미리 장도 봐놓고, 내일이면 내려올 그 사람을 기다리며 잠도 오지 않았습니다.

드디어 그 사람이 오기로 한 날 5월 4일.

연락이 되지 않더라구요.

불길한 느낌이 들었지만, 공부하느라 바쁜가보다 생각했습니다.

내려올때 연락하기로 했는데.

그럼 마중나가기로 했는데.

그 생각을 하다 잠시 잠이 든 모양입니다.

 

누군가 벨을 누르더라구요.

택배나, 뭐 그런게 왔을꺼라 생각하며 인터폰을 봤는데.

그 사람이 집으로 찾아왔더라구요.

반가운 마음에 문을 열었습니다.

"어떻게 집으로 왔어? 온다고 말했으면 데리러 갔을텐데"

하지만 그 사람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왜 아무말도 안하고 있어? 들어와, 라는 제 재촉에도 현관에만 서있더군요.

한참을 가만잇던 그 사람이 그랫습니다.

"너도 알잖아, 우리 그만하자.."

잠시 그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몰라서 멍하게 있다 물었습니다. "뭐라구?"

돌아오는 그 사람의 대답은 같았습니다.

네, 정말 그만 만나자더군요...

이유도 물어볼 수 없었습니다.

저번 이별의 아픔이 채 가시기도 전인데, 다시 그런말을 들으니..

잡을 기력도 왜냐고 묻고 따지고 들을 기력도 업없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 잘가.

속에도 없는 그 말을 뱉어놓고, 방으로 들어와 책상에 앉았습니다.

참을 수 없는 이유모를 분노가 터져나와 이것저것 집어던지며 울엇던것 같습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책상이 부셔져있고 방은 엉방이더군요.

그 사람은 이미 사라진 후구요..

외출해있던 저희 엄마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무슨 일있냐며, 방금 그 사람에게서 전화가 왓었다고.

그리고 전 매일 매일을 그리움과 분노, 아픔속에서 지내야만 했습니다.

 

밥을 먹을수도,

잠을 잘수도,

가만히 있을수도 없었습니다.

그 사람이 생각날때마다 잊으려고 바쁘게 지내려고 노력했지만.

하루도 안 울고 지나간 날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지내다 보니 이별후,

통통했던 제가 15키로가 넘게 빠졌더군요.

이별해보신 분들은 알거라 생각합니다.

어떤 기분이었는지.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괜찮아질거라고 스스로를 달래고 달랬습니다.

시간만 보내면 된다고.

 

그러다 우연히 알게 됐습니다.

그 사람이 새 여자친구가 생겼다는 것을요.

그것도 5월 2일에 말이죠.

제가 그 사람과 연락하는게 싫다던 그 여자와.

우리가 헤어진 것이 5월 4일이니,

그 여자와 먼저 시작하고 저와 헤어진 것이죠..

역시 그냥 싫었던 것이 아니었구나, 라는 생각과 미칠듯한 분노감이 들었습니다.

평생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겠다더니.

저와 결혼을 하겠다더니.

 

난 뭐였을까.

 

뭐 그렇게 아무리 생각해봐도, 어짜피 헤어진 것이고,

이제와서 분노감을 가져봐야, 제가 그 두 사람을 죽일 것도 아니니,

참아야지, 뭐 별 수 있었겠습니까.

그리고 그냥 살아가기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그 사람이 다시 연락이 오더라구요,

그 여자친구와 헤어진 모양입니다.

싸이를 봐도, 그 사람의 행동을봐도, 네, 이별한게 확실한듯 하더라구요.

이렇게 짧게 끝날 그 만남에 내 가슴에 칼을 꼽았나, 라는 생각에,

또 다시 기분은 더러워졌습니다.

몇일내내 우울하고 슬프고 서럽고 화도나고 그러네요.

 

오늘 아까 어떤 톡을 읽으니,

어떤 남자분이 글을 쓰셨더라구요.

부모님이 원하는 결혼을 했지만, 첫사랑을 잊지 못한다던가 ㅋ...

결혼을 하지않은 연인 사이에도 첫사랑을 다시 찾아 떠나버린다는게 이렇게도 마음이 아픈일인데.

그 남자분의 부인은 무슨죄가 있어 상처를 받아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그 글 때문에 오늘 제가 이글을 쓴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대부분의 남자분들은 그렇지 않겠죠.

지금 옆의 사람을 버리고 첫사랑을 찾아가는 일 따윈 하지 않겠죠.

하지만 그렇게 하고 싶은 아주 극소수의 남자분들에겐 꼭 부탁하고 싶습니다.

지금 당신 옆의 사람도 당신이 필요합니다.

과거는 과거로 덮어두고, 현재에 만족할 노력을 해보시는게 어떨련지요..

과거는 시간이 지나면 추억으로 남을 것이고,

그 누구도 아파하지 않는 결과를 만들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제발, 과거로 인해 현재를 버리지 마세요.

부탁드립니다.

 

전 이제 독신으로 살기로 했습니다.

적지도 않은 나이 서른에 이렇게 마음 먹은데는 그 사람이 준 상처가 작다고 결코 말 못합니다.

다시 누군가를 만나고 사랑하는건 당연한 일이지만,

미래를 약속하고 살만큼, 상대를 믿는다는 건 두려운 일이 되었으니까요.

때론 한번의 인연이 사람을 바꾸기도 합니다.

쉽게 매듭지어지는 쉬운 인연을 섣부르게 만드는 경솔함은 없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