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들을 구석에 몰아넣고 자리를 찾아 앉는다. 하지만 채 5분이 되기 전에 먼저 이동하는 곳은 흡연칸. ㅋㅋㅋ 흡연칸에서 담배를 한 대 빨면서 창 밖을 내다보면 마음이 탁 하니 놓인다 (현재는 담배 끊는 중) 창 밖으로, 남자의 여행을 배웅하러 서너명의 여자들이 나와있다. 눈여겨 보니 하나같이 곱고 예쁜 인상이다. 남자는 살짝 머리가 벗겨졌다. 음. 뭐, 봐줄만한 것도 없는 외모지만 저렇게 많은 여인들의 달달한 배웅을 받는 것을 보니 내가 쉽게 알아챌 수 없는 저 이만의 매력(저 여심을 잡아 끄는)이 있을 것이라고 짐작한다. 어쩌면 아주 특별한 밤의 기술(?!)이 있는지도 모를 일. 짐이 아주 단출한, 조금 도도한 표정의 여성도 눈에 띈다. 어딘지 차가우면서 속 좁아 보이는 인상이다. 멀리가는 길이 아닌지, 아니면 이미 기차 정도야 버스처럼 편하고 익숙한 때문인지 주변 한번 둘러보지 않고 자리에 털썩 앉는다. 많은 사람들이 짐을 내려놓고 잠시동안, 혹은 한참동안 창 밖을 바라보는 데 반해 그녀는 곧 책을 편다. 다시 봐도 여간 도도해보이는 게 아닌 인상. 그러니까 이를테면, 그녀가 책을 보는 동안에는 세상 무엇도 그녀를 간섭하지 못할 것 같다. 그랬다간, 저 손가락 아래에 숨겨있는 손톱이 확 펼쳐질 것 같은. 내 짐(프랑스 자원봉사 후 독일로 이동해서 TFT라는 프로그램에 참가할 예정이어서 짐이 아주 많았다) 못지 않는, 아주아주아주 커다란 배낭을 똑같이 나눠 짊어진 노부부도 보인다. 대화하는 걸 살짝 들어보니 영어가 유창한 것이 프랑스 인은 아니다. 그 아내는 짐을 내려놓고 담배를 피우고 남자는 뭔가를 궁시렁궁시렁 거리며 그녀 옆에 앉아 있는다. 은퇴 여행을 하는 중인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결혼 50주년을 맞아 아주 긴 여행을 각오했는지도. 하지만 어쨌든 저정도 되는 나이에 많은 짐을 꾸려 먼 길을 떠나려 했다면, 모르긴 몰라도 이게 마지막 여행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번쯤은 하기는 했을 것이다. 롤러코스터를 닮은 기차. 지네같은 절지류를 생각하게 하는 이 기형적으로 긴 운송수단이 사람을 떨리게 한다. 비행기와는 다른 맛이 있다. 특히 플랫폼에서 만나고 헤어지는 사람들의 인사를 구경하는 것은 놓치기 힘든 재미. 사연 없는 사람들이 없어보인다. 모두가 특별한 나름의 길을 가는 중이다. 기차가 출발하면서, 가까이에 있는 풍경들은 그 속도를 못이겨 마구 뭉게지고, 아주 먼 풍경들은 300km/h의 속도에 아랑곳 없이 하나도 변하지 않고 태평스럽게 날 쳐다보고 있는 걸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다. 그리고 기차에서의 흡연! 아주 많은 국가에서 별도로 흡연칸을 운행하는데, 살짝 니코틴 공급이 필요할 즈음 흡연칸으로 건너가 창 밖을 보며 길게 들이마시는 한 모금의 담배는 흡사, 섹스 직후의 그것이나 첫 물담배의 장미향처럼 강렬하고 아주 높은 만족감을 준다. Austealitz 오스트렐리츠에서 Caussade까지가는 기차는 늦지 않고 출발했다. 정시 출발하거나 정시 도착하지 못하는 일이 적지 않게 발생하는 프랑스 기차라는 점을 다시 상기하면, 아주 순조로운 출발이다. 워크캠프지역; 세퐁에서 Caussade까지는 거리가 멀지 않은 탓에 캠프 리더가 픽업을 나올 것이다. 4시간이 넘는 기차여행동안 내가 하는 대부분의 일이란 담배를 피우는 것, 바깥 풍경을 넋놓고 아무 생각없이 바라보는 것, 그리고 일기를 쓰는 게 전부다. 아, 가끔 책을 읽기도 하고 잠을 자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도 그럴테니까. 그러고 보면 풍경을 구경하는 것이나 일기를 쓰는 것 역시 크게 남과 다른 점은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어쨌든, 나는 기차여행 동안 정말 많이 쓰기는 한다. 덜컹덜컹 거리는 그 느낌이 어떤 신변잡기적인 이야기든 뭔가를 꼭 적게 만든다. 뭐, 이런 사람이 되어야겠다.... 부터, 내일부터 내년까지 이어지는 계획도 메모하고, 내가 그 사람을 용서할 수 없는 다양한 이유도 기록한다. 물론, 선물리스트를 만든다든지, 짧고 다소 느끼한 메모 같은 것을 적기도 한다. 기차는; 특히 이국의 기차는 가장 탁월한 작업실 중 하나다. 커피 한잔을 시킨다.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잔을 부탁했더니 생전 본적없는 이상하게 생긴 얇은 플라스틱 컵을 하나 준다. 컵 하나가 위 아래로 나눠어져 있고 웟 컵 바닥에 망사같은 것이 붙어있다. 냄새를 맡아보니 아주 진한 커피향이 난다. 오호라! 컵을 포갠다. 윗 컵에 뜨거운 물을 붓는다. 망사구멍이 워낙 조밀한 탓에 물이 바로 내려가지 않고 고인다. 그리고 주르르륵 망사 구멍을 통과하며 진한 커피가 되는거다! 커피 향을 맡아보니 제대로! 커피맛도 본다. 신맛이 거의 없고 쓴 맛이 강하긴 하지만 기대감을 훨씬 뛰어넘는 진하고 풍부한 맛이다. 오호. 이것봐라? 프랑스 열차안에서 과자며, 음료를 파는 아저씨에게 시켜먹는 한잔의 반 인스턴트 커피. 요건. 맘에 쏙 드는 진짜 물건이다! Paris & Caussade 당신과 나의 더 많은 이야기 www.kyome.com 1
F02. 파리에서 떠나는 기차여행!!
짐들을 구석에 몰아넣고 자리를 찾아 앉는다.
하지만 채 5분이 되기 전에 먼저 이동하는 곳은 흡연칸. ㅋㅋㅋ
흡연칸에서 담배를 한 대 빨면서 창 밖을 내다보면 마음이 탁 하니 놓인다
(현재는 담배 끊는 중)
창 밖으로,
남자의 여행을 배웅하러 서너명의 여자들이 나와있다.
눈여겨 보니 하나같이 곱고 예쁜 인상이다.
남자는 살짝 머리가 벗겨졌다.
음. 뭐, 봐줄만한 것도 없는 외모지만 저렇게 많은 여인들의 달달한 배웅을 받는 것을 보니
내가 쉽게 알아챌 수 없는 저 이만의 매력(저 여심을 잡아 끄는)이 있을 것이라고 짐작한다.
어쩌면 아주 특별한 밤의 기술(?!)이 있는지도 모를 일.
짐이 아주 단출한, 조금 도도한 표정의 여성도 눈에 띈다.
어딘지 차가우면서 속 좁아 보이는 인상이다.
멀리가는 길이 아닌지, 아니면 이미 기차 정도야 버스처럼 편하고 익숙한 때문인지
주변 한번 둘러보지 않고 자리에 털썩 앉는다.
많은 사람들이 짐을 내려놓고 잠시동안, 혹은 한참동안 창 밖을 바라보는 데 반해
그녀는 곧 책을 편다.
다시 봐도 여간 도도해보이는 게 아닌 인상.
그러니까 이를테면, 그녀가 책을 보는 동안에는 세상 무엇도 그녀를 간섭하지 못할 것 같다.
그랬다간, 저 손가락 아래에 숨겨있는 손톱이 확 펼쳐질 것 같은.
내 짐(프랑스 자원봉사 후 독일로 이동해서 TFT라는 프로그램에 참가할 예정이어서 짐이 아주 많았다) 못지 않는,
아주아주아주 커다란 배낭을 똑같이 나눠 짊어진 노부부도 보인다.
대화하는 걸 살짝 들어보니 영어가 유창한 것이 프랑스 인은 아니다.
그 아내는 짐을 내려놓고 담배를 피우고
남자는 뭔가를 궁시렁궁시렁 거리며 그녀 옆에 앉아 있는다.
은퇴 여행을 하는 중인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결혼 50주년을 맞아 아주 긴 여행을 각오했는지도.
하지만 어쨌든 저정도 되는 나이에 많은 짐을 꾸려 먼 길을 떠나려 했다면,
모르긴 몰라도 이게 마지막 여행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번쯤은 하기는 했을 것이다.
롤러코스터를 닮은 기차.
지네같은 절지류를 생각하게 하는 이 기형적으로 긴 운송수단이 사람을 떨리게 한다.
비행기와는 다른 맛이 있다.
특히 플랫폼에서 만나고 헤어지는 사람들의 인사를 구경하는 것은 놓치기 힘든 재미.
사연 없는 사람들이 없어보인다.
모두가 특별한 나름의 길을 가는 중이다.
기차가 출발하면서,
가까이에 있는 풍경들은 그 속도를 못이겨 마구 뭉게지고,
아주 먼 풍경들은 300km/h의 속도에 아랑곳 없이
하나도 변하지 않고 태평스럽게 날 쳐다보고 있는 걸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다.
그리고 기차에서의 흡연!
아주 많은 국가에서 별도로 흡연칸을 운행하는데,
살짝 니코틴 공급이 필요할 즈음
흡연칸으로 건너가 창 밖을 보며 길게 들이마시는 한 모금의 담배는
흡사, 섹스 직후의 그것이나 첫 물담배의 장미향처럼
강렬하고 아주 높은 만족감을 준다.
Austealitz 오스트렐리츠에서 Caussade까지가는 기차는 늦지 않고 출발했다.
정시 출발하거나 정시 도착하지 못하는 일이 적지 않게 발생하는 프랑스 기차라는 점을 다시 상기하면,
아주 순조로운 출발이다.
워크캠프지역; 세퐁에서 Caussade까지는 거리가 멀지 않은 탓에
캠프 리더가 픽업을 나올 것이다.
4시간이 넘는 기차여행동안 내가 하는 대부분의 일이란
담배를 피우는 것,
바깥 풍경을 넋놓고 아무 생각없이 바라보는 것,
그리고 일기를 쓰는 게 전부다.
아, 가끔 책을 읽기도 하고 잠을 자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도 그럴테니까.
그러고 보면 풍경을 구경하는 것이나 일기를 쓰는 것 역시 크게 남과 다른 점은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어쨌든,
나는 기차여행 동안 정말 많이 쓰기는 한다.
덜컹덜컹 거리는 그 느낌이
어떤 신변잡기적인 이야기든 뭔가를 꼭 적게 만든다.
뭐, 이런 사람이 되어야겠다.... 부터, 내일부터 내년까지 이어지는 계획도 메모하고,
내가 그 사람을 용서할 수 없는 다양한 이유도 기록한다.
물론, 선물리스트를 만든다든지,
짧고 다소 느끼한 메모 같은 것을 적기도 한다.
기차는; 특히 이국의 기차는 가장 탁월한 작업실 중 하나다.
커피 한잔을 시킨다.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잔을 부탁했더니
생전 본적없는 이상하게 생긴 얇은 플라스틱 컵을 하나 준다.
컵 하나가 위 아래로 나눠어져 있고
웟 컵 바닥에 망사같은 것이 붙어있다.
냄새를 맡아보니 아주 진한 커피향이 난다.
오호라!
컵을 포갠다.
윗 컵에 뜨거운 물을 붓는다.
망사구멍이 워낙 조밀한 탓에 물이 바로 내려가지 않고 고인다.
그리고 주르르륵 망사 구멍을 통과하며 진한 커피가 되는거다!
커피 향을 맡아보니 제대로!
커피맛도 본다.
신맛이 거의 없고 쓴 맛이 강하긴 하지만
기대감을 훨씬 뛰어넘는 진하고 풍부한 맛이다.
오호. 이것봐라?
프랑스 열차안에서 과자며, 음료를 파는 아저씨에게 시켜먹는
한잔의 반 인스턴트 커피.
요건. 맘에 쏙 드는 진짜 물건이다!
Paris & Caussa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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