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약이다 석인수

황보람2010.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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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약이다

행촌수필문학회 석인수

 

 

꽃은 지구상에 있는 어떤 생물체보다도 아름답다고 한다. 그래서 아름다움의 대표적인 상징이 꽃이다. 누구든지 꽃을 보고 신경질을 내고 짜증을 내며 욕을 하지는 않는다. 얼굴을 찌푸리거나 기분 나빠 하지도 않는다. 역겨워하거나 슬퍼하지도 않는다. 세상에 꽃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그만큼 꽃은 사람을 흥분하게 하고 감동하게 하며 안정되게 한다. 사랑을 심어주고 기쁨을 주고 메마른 마음을 시원하게 적셔준다. 즐겁게 하고 취하게 하고 행복하게 한다. 꽃이 사람에게 주는 유익은 너무나도 많다.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고 향기를 맡을 수 있고……. 꽃이 가지는 기능 중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조절하는 기능은 놀랍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꽃을 선물로 받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성인이 되면서 제일 먼저 꽃 선물을 받을 때는 학교의 입학이나 졸업 때가 아닌가 싶다. 그럴 때에는 망설임 없이 생각하는 선물이 꽃이다. 그 이유는 꽃은 누구에게나 기분 좋게 하고 편안하게 하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심리학자였던 듀센이 실험을 통하여 관찰한 이른바 ‘듀센 미소’ 라는 게 있다. 듀센 미소란, 인위적으로는 도저히 지을 수 없는 자연스런 미소를 말한다. 그런데 미국 럿커스 대학의 해빌랜드 교수는 150명에게 무작위로 선물을 보냈는데 어떤 무리에는 꽃을, 또 다른 무리에는 양초나 꽃을 보냈다. 선물을 받은 사람들의 반응을 관찰한 결과 꽃을 받은 사람들은 모두 다 듀센 미소를 지었고 과일을 받은 사람은 90%, 양초를 받은 사람은 77%만이 듀센 미소를 지었다고 한다. 이 실험 결과를 통해서 알 수 있는 것은 사람은 누구나 꽃을 선물로 받으면 가장 천연스런 미소를 짓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꽃을 선물로 받았을 때가 가장 기분 좋고 행복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누구나 주저하지 않고 꽃을 선물로 선택하는가 보다.

해빌랜드 교수는 꽃을 선물로 받은 사람들 모두가 하나같이 듀센 미소를 지은 이유를 인간의 선천적이고 본능적인 반응이라고 말하고 있다. 왜 사람들이 꽃에 대하여 긍정적 반응을 보이는가를 어떻게도 설명할 수 없는 인간의 본질적인 감각과 자연적 사고(思考)로 결론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꽃은 남자보다도 여자가 더 좋아한다. 본능적으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여성들에게 감성을 자극하기도 하고 사랑과 흥분을 느끼게 하기도 하고 마음을 차분히 안정시키기도 한다.

여자들은 많은 꽃 중에서도 장미를 특히 좋아한다. 이와 같은 현상은 어느 나라 여성이든 마찬가지라고 한다. 그럴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 장미는 여성 호르몬의 균형에 도움을 주어 생리 주기를 규칙적으로 만들어 주고 생리 전 증후군이나 폐경 후 나타나는 증상들을 완화시켜 주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또 장미가 가지고 있는 향기는 기억력을 향상시켜 학습 효과를 높이고 스트레스를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꽃은 종(種 )의 보존과 유전자를 퍼뜨리는 역할을 하는 수분(樹粉 )의 매개자인 벌. 나비. 새, 등을 유혹하기 위하여 화려한 색깔과 향기를 뿜어내고 있는데, 사람들은 이러한 꽃의 생김과 색깔 ‧ 향기에 취하고 매료된다. 자연의 조화와 베풂에 공짜로 혜택을 받으며 즐기고 있는 것이다. 꽃을 본능적으로 좋아하는 인간의 속성을 활용하여 미국 버지니아에서는 청소년 보호 관찰자들의 교화 수단으로 원예 프로그램을 실행한 적이 있었는데 프로그램의 내용은 하루에 7시간동안 꽃을 돌보며 가꾸는 것이었다. 그 결과 놀랍게도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대상자들의 재범 율이 현저히 낮아졌다고 했다.

만약 이 지구상에 꽃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자연의 질서와 조화가 깨지고 꽃과 관련된 산업의 부재, 꽃을 소재로 한 각종 예술의 부재, 시․수필 등 문학의 부재 등 상상할 수 없는 큰 문제들이 발생할 것이다. 또 꽃이 사람에게 끼치는 영향과 효과로 얻어지던 수많은 혜택들이 없어져서 심각한 사회악이 발생하여 인간의 삶이 아수라장이 될 것이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이런 걱정은 안 해도 된다. 신의 섭리와 자연의 조화가 철따라 자생적으로 꽃을 피어나게 한다. 봄에는 개나리‧ 산수유‧ 목련,‧철쭉‧ 진달래‧벚꽃 등이 흐드러지게 피어나고 여름에는 봉선화‧ 나팔꽃‧ 연꽃‧ 상사화‧백일홍 등이 만발하며 가을에는 코스모스‧ 국화‧ 구절초‧ 억새 등이 계절을 알린다. 요즘에는 특정 꽃으로 유명한 지방으로 꽃구경하러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자치단체별로 꽃을 주제로 한 각종 이벤트를 벌이는가 하면 많은 종류의 꽃을 계획적, 집단적으로 재배하여 꽃의 도시를 조성하는 한편 꽃 박람회 같은 행사와 축제도 벌인다. 그런 곳을 가보면 금방 황홀경에 도취되어 경탄을 연발한다.

나는 꽃 이야기가 나오면 웃을 수 없는 추억이 있다. 사실 나는 꽃을 좋아만 했지 꽃을 잘 모른다. 여러 종류의 꽃을 보아온 적이 별로 없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어느 휴일 날, 집 근처의 공원을 산책하다가 산기슭 아래쪽에 군락을 이루고 피어있는 예쁜 남색 꽃을 발견했다. 함초롬히 비를 맞고 있는 그 꽃들이 어찌나 선명한 원색으로 아름다웠는지 한참을 서서 감상했다. 발길을 돌려 돌아오려다 생각할 여지없이 십여 송이의 꽃을 꺾어가지고 집으로 왔다. 내 속으로는 화병에 꽂아놓고 식구들과 함께 볼 요량이었다. 그런데 꽃을 본 아내는 질겁했다. 꽃을 어디서 꺾어 왔느냐고 다그쳐 묻는 것이었다. 공원 산기슭에 군락으로 피어 있어서 꺾어 왔다고 했더니 나보고 참으로 한심하기 짝이 없고 운이 좋았다는 것이다. 왜 그러냐고 묻는 나에게 이 꽃이 무슨 꽃인지 알고나 꺾어 왔느냐고 했다. 그때까지 나는 그 꽃이 무슨 꽃인지 모르고 있었다. 내가 모른다고 대답하자, 아내는 도라지꽃이라고 했다. 그러니까 누가 일부러 재배하고 있는 도라지꽃을 꺾어 왔으니 주인이 꽃을 꺾는 것을 보았으면 어떠했겠느냐는 것이었다. 나는 그때 그 꽃을 처음 보았으며 야생화인 줄 알았다. 정말 무안하고 계면쩍었다. 지금도 그 일을 생각하면 피식 웃음이 나온다. 그 덕분에 도라지꽃은 확실히 알게 되었다.

꽃은 인간의 삶과 항상 공존하고 있다. 희로애락의 어느 경우든지 꽃이 빠지지 않는다. 기쁜 일이 있어서 축하할 때도 꽃이 필수다. 꽃 없는 잔치는 없다. 병으로 누워 있는 자리에도 꽃이 있고, 사람이 죽었거나 슬픈 일이 있을 때도 꽃이 있다. 사랑을 표현할 때도, 집안의 분위기를 바꿀 때도, 사무실 환경을 조성할 때도 꽃이 쓰인다. 꽃이 소용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다. 이처럼 꽃은 우리 생활에 뗄 수 없는 동반자다.

꽃은 기쁠 때는 그 기쁨을 배가시켜 주고 기분이 나쁘고 우울할 때는 기분을 전환하여 마음을 안정시켜 주는 효과가 있다. 슬플 때는 위로와 평안을 가져다준다. 꽃의 긍정적 효과는 엄청나다.

우리가 꽃처럼 살 수 있을까? 기쁠 때는 함께 기뻐하고, 화가 났을 때는 달래주고 슬플 때는 위로와 평안을 줄 수 있을까? 한마디 불평도 없이 자기 몫을 다하는 꽃, 꽃은 그 곳이 어느 곳이든 마다하지 않고 뿌리를 내려 아름다운 꽃을 피워야 하는 게 자신의 할일임을 안다. 꽃을 피우는 과정이 아무리 힘들어도 꽃을 피울 때까지 참고 견딘다. 그리고 진실하다. 장미는 장미를 피워내지 과정이 힘들다고 다른 꽃망울을 맺지 않는다. 꽃을 보면서 나를 발견한다.

인간의 심신은 자연을 갈망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환경은 오염되고 산야는 각종 개발로 잠식되고 황폐화 되고 있다. 그래서 집안 공터에 꽃과 나무를 심고 아파트 발코니에 정원을 만들어 화초를 기른다. 모두다 인간 본성의 발로이고 자연과 동화되고 싶은 갈망의 몸부림이다. 꽃이야말로 삶의 모든 분야에 있어 특별한 효험이 있는 진통제 같은 만병통치약이다. 나도 꽃 같은 약으로 살고 싶다.

< 2009. 10. 15. >

 

 

 

http://club.cyworld.com/PoLLEN2008  꽃집에아가씨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