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다섯. 허세남과의 소개팅이야기.

H2010.12.19
조회2,302

안녕하세요. 저는 가끔씩 판을 즐겨보고 있으나, 글은 처음 써보는 25살 여자. 직장인이에요.

곧. 크리스 마스 이다보니 다들 소개팅 하시느라 바쁘시죠?  저도 그랬어요.

 

이번주 금요일에 있었던 소개팅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좀 길수도 있는데 들어주시겠어요?  

 

그냥 친구한테 말하듯 쓰기편하게 '음슴체'로 쓰겠습니당~~~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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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팅남은 동갑의 장교.

 

 

소개팅 전에 문자도 하고 통화도 해봤는데, 경상도 출신의 남자는.. 유머도 있어보이고 느낌이 좋았음.

'어머 나 이번에 솔로탈출하는거임?부끄' 이라는 생각에 친구들한테 연락하며 주책도 어지간히 떨었음. 

 

우리가 만나기로 약속한 곳은 강남역.

 

7시 30분 약속한 강남역에 도착하고 있는데 문자가 왔음.

"나 지금 6번출구 앞에 커피빈에 있으니까 거기서 보자" (우리이미 말은 놓기로 함)

 

나는 6번출구앞에 커피빈이 있었나? 하면서, 일단 가자 하고 내렸음.

송년회 시즌이다 보니. 인산인해. 강남역에 사람이 그렇게 많은건 처음봤음.

 

(그날 강남역에 7시 30분경 내리신분들은 다 알겠지만. 출구앞에서 출구밖으로 나가는데 개미떼처럼 사람이 모여서 한명이라도 계단올라가다가 넘어지면뒤로 모두가 도미노 되서 넘어질 상황이었음. )

 

아무튼 상황은 그렇다 치고.. 도착해서 전화를했는데 전화가 안터지는거임.

겨우한통 연결이 됬는데,

"6번 출구나와서 50m정도 오면 커피빈 있는데 그 앞에 있어. (지지직)"

라고하며 끊겼는데 아무리 걸어도 커피빈이 안보이는 거임.

 

답답한 마음에 전화를 계속 걸어봤지만.. 먹통. 그래도 겨우겨우 가는 문자로

의사소통을 하는데...

 

겨우 20분정도 지체된 뒤에 만난 소개팅남은 손에 카페 베네 커피를 들고 있었음.

생각해보니... 6번출구에서 걸어나오다가 50미터 쯤 카페 베네가 있는건 알고 있었음. 

 

남자들이 커피집을 잘 모른다고 생각하더라도. 영어를 읽는다면

커피 빈 하고 카페 베네 다른거는 중학생도 아는거 아님?????

 

Coffee 하고 Cafe 의 차이를 나만 아는 거임??? 우리만 아는거임????  

bean 과 bene은 무슨 죄임????

 

아무튼 어쨌든 만나서 들어간 맥주집.

길걷다가 멀리보이는 캐슬프라하라는 맥주집을 가르치며

"저기가자!" 라고 외치는 소개팅남. 

그래! 하고 갔는데, 안주만 시키는 거임.

"맥주집 왔는데 맥주안시켜?" 라고 물으니

"여기 맥주집이야?" "여기 맥주집이야?"  "여기 맥주집이야?"

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폐인

 

 

 

 

아무튼 맥주마시면서 나누는 대화가 가관임

 

자긴 장교고 집에서는 자기가 안정적인 군인으로 말뚝밖기를 바란다며.

군인이 남들 생각처럼 월급이 작지는 않고 많이 버는데 자기 기준에선 작다.

제태크를 하고 있는데

적금 60%, 안전한 펀드 20%, 모험성있는 펀드 10%, CMA 10%로 분산 투자 중이다.

 

아니 그럼 100% 저축하면 뭘로 먹고 사는거임???????????????????????

왜 소개팅녀한테 자기 재산 분배상황을 알림? 만난지 20분도 안되서??

 

 

그리고 계속 이야기를 이어갔음.

 

뮤지컬을 좋아한다. 서울사람들 부러운게 공연을 너무 쉽게 접하는게 부럽더라.

 

그래서 내가 물었음.

나도 뮤지컬 좋아하는데 보고싶은거 있어?

"그거 있잖아. 노드인파리. 그게 정말 재밌는거 같아"

 

"응? 노드인파리? 그게 뭐야?"

 

 

 

대화를 나누다 보니......... 그가 보고 싶다던 뮤지컬은 "노트르담 드 파리"

!!!!!!!!! 하하....... 뮤지컬을 모를수 있음. 근데 자기가 보고싶은 뮤지컬 이름조차도

제대로 모르면서 그걸 관심있다고 할 수가 있는거임?

나는 뮤지컬 이름모른다고 그 사람을 이상하다고 생각하는게 아님.

아니 노드인파리가 뭐임. 그게 노틀담 이야기 인거는 아는거임?

그가 아는 곱추는 노드에 살고 있음?

왜 아는척을 하는거임.

 

그리고 그 아이의 허세는 계속 이어졌음.

 

평생 여행만 다니고 살고 싶다며. 5년뒤에는 이루어 진다며.

계약을 해놓은게 있다며. 마치 재벌2세인거마냥 허세를 부리기 시작함.

 

요트타고 일본여행간 이야기부터.

기타도 잘치고 수영도 잘하고 축구도 선수급이고 못하는게 없는 만능 태능인이었음

 

 

그리고 점점 눈에 들어오는 그의 패션센스.

멋부리다 말았음.

초록도 카키도 아닌 물빠진 군복색의 초록 머플러는 장교용인가.

그리고 한겨울에 겉엔 코트입고 안엔 여름용 얇은 반팔 녹색 티셔츠입은거는 뭐임?

추워보여서. 계속 너 안추워?? 하고 묻게 만듬. 나의 모성애를 자극하기 위함인가.

 

 

총체적 난국

은 여기서 쓰는 말일거임.

 

미대졸업하고 현직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지만

금요일의 충격에 그림이 잘 안그려짐. 최대한 신경써서 그려줬음.

 

 

술집이 너무 시끄럽고 사람도 많았는데.

직원이 통로를 지나가다가 스치면.

뒤통수를 끝없이 째려봄.

자기는 누가 자기 건드리는건 못참는다며.

나더러 어쩌라는거임????????

 

"나 전철타고 오는데 옆에 여자가 팔꿈치로 자꾸 치는거야 그래서 내가 일본인인척하면서 그랬어

난다요?????난다고레??? "

 

내기분이 난다고레다 이자식아. 버럭

 

 

술집에서 나오려는데 그가 나에게 물었음.

"노래방 갈래?????"

귀를 의심하며 대답을 빨리 안하니.

결국 커피마시러 가기로 함. (그래요 배려감사합니다.)

 

 

너무 추워서 근처 디초콜렛커피 올라가는데 뒤에서 그의 목소리가 들렸음.

"에??? 초콜렛??"

왜 초콜렛을 먹으러가느냐는 투임.

 

아무튼 커피를 사려고 뭐먹을래 라고 물으니

망설이다가 그가 내게 다시 물었음.

"너는 뭐 마실래?"

응? 내가 시키러 갈테니까 너 마실거 말해줘 라고 하니.

사투리로 말했음

"난 캬라멜 마끼또"

 마끼또.. 마끼또.. 마끼또.. 마끼또.. 마끼또.. ㅠㅠ ㅠㅠ ㅠㅠ 마끼또...

 

그리고 나온 커피..

내가 라떼 5분의 1을 마시는 동안

그는 빨대로 쪽쪾빨아먹다가 뚜껑을 열고 커피를 원샷했음.

"어 난 원래 뜨거운거 잘먹는데이. 국밥의 달인이다"

 

커피가 국밥이냐???????????????????????

니 앞에 앉아있는사람은 깍두기고?????????????????

 

 

퇴근후에 피곤한 만남을 하니.. 너무 피곤했음.

원래 매너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성격인데 허세의 말들에

억지로 웃어주기도 힘들었음. 사실나는 성격상 웃음이 후한편임.

계속 웃어주는거도 한계가 있었음.

 

 

그가 한 유머임.

 

" 신사가 있다~ 좀 귀여운 신산데~ 음... 좀 많이 귀여운 신사다 ~ 그 사람이 다른사람한테 인사할때 뭐라그러는지 아나?  "

 

 

 

"신사임당"

 

 

 

그리고 나에게 넌센스 유머를 하라고 강요함. 폐인

 

 

집에가기로 하고 3번출구에 집에 가는 버스를 타러가는데

그냥 간다고 해도 버스타는데까지 가주겠다는거임.

결국나는 빨리 헤어지고픈맘에 동네가는 버스 번호가 앞에 서있길래

무작정 달려가 탔고. 함께 달린 그와 버스 앞에서 인사를 나누었음.

 

그리고 나는...

친구들에게 분노의 문자와 통화로 버스에서 시간을 보냈음..

그리고 버스는.. 내가 사는 동네가 아닌..

수원 외진곳에..... 나를 떨궈줌.

 

3101번을 타야하는데..... 3001 번을 탄거임. 얼마나 헤어지고 싶었으면...  

 

아..... 집에 어떻게 돌아왔는지 기억도 잘 안남...

 

 

 

 

집에와서 소개팅어땠냐고 침대위에 누워 묻는 엄마에게

 

분노의 토크를하고 곱게한 화장을 지우는데 눈물이 났음.

 

정말 눈물이 났음..

 

 

 

 

 

외로운 연말이 더더욱 구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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