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세. 나의 첫사랑. 1.

스무2010.12.20
조회213

편의상 반말로 글을 쓰는 점 이해해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거의 넋두리에 가까운 글이니까요.

판에서 읽는 글들은 음슴체에 유머가 곁들여 있어야 제 맛인데... 제 모자란 필력으로 어줍짢게 따라하는거보다 그냥 진심을 다해 글 쓰고 싶어 이렇게 용기 내어 봅니다..


뭐 어차피 비오는 날 조용히 내리는 빗소리 들으면서 생각난... 첫사랑에 대한 넋두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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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28세에 직장인.  자명종 소리에 부리나케 일어나 물 한모금 먹는둥 마는둥. 만원버스를 타고 직장에 도착해 끝도없이 도착하는 일거리들과 씨름하고 다시 귀가하는 생활을 한지도 어느덧 2년이 다 되어 간다.


엉겁결에 얻은 휴가를 써서 시골 부모님 집에 내려와 가만히 밖을 내다 보는데 이유도 없이 가슴이 에려오더니 이내 눈물이 났다. 살면서 크게 억울할 일도 없었다고 생각했는데 오늘은 유난히도 약해지는 날인거 같다. 


그 녀를 처음 만난건 내가 전역하고 복학을 했을 무렵이었다.  병무를 마쳤다는 후련함보다 다가올 미래에 대한 걱정과 근심이 컸다. 하루도 안 빠지고 도서관에 앉아 깨알같이 적힌 원서서적을 억지로 억지로 외우고, 잊어버리고, 또 외우고 했던 그 때쯤에 그녀를 만났다. 도서관앞에서 이따금 자판기 커피를 같이 마셔주던 후배녀석이 그 날따라 왠 여학생을 데리고 나왔다.  뽀얗고 아기같이 생긴 외모를 가진 신입생이었다.  당시 아직 복학한지 얼마 안 됐을 적이라 나는 왠지 여성과 대화하는 것이 부끄러워 바보같이 고개를 조금 숙인채 눈길을 자꾸 커피잔으로 돌려댔다.  그녀는 매우 활발하고 당당하면서도 이해심이 깊은 눈치였다.  내가 수줍어한다는 것을 눈치챘는지 그녀는 귀여운 장난처럼 내 이름뒤에 오빠를 붙여 여러번 부르며 이야기를 무난히 이끌어줬다.


30분 정도 이야기를 나눈뒤 그녀와 후배와 작별하고 도서관으로 들어왔는데, 내 머리속에는 온통 그녀 생각뿐이었다.  


이 틀 정도 흐른 후에 후배에게 전화를 걸어 무얼 하느냐 물었더니 학교 앞 찻집에서 그녀와 다른 친구들과 함께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 당시 후배와 그녀는 한 영어회화 스터디에 소속되어 있었는데, 나랑은 아무런 상관도 없던 곳이었다.  그녀와 어떻게든 가까워질 기회를 찾고 있던 나는 그 스터디에 가입을 하기로 결정했다.


후배에게 통사정을 해 처음으로 모임에 참석했는데, 난 무지하게도 내 영어회화실력을 너무나도 과대평가했었던것 같다.  꼴랑꼴랑거리는 대화가 여섯명 사이를 오고 가는 동안 나는 옴짝달싹 못하고 소리가 나오는 방향을 따라 눈을 맞추며 어색한 미소만 짓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어색하게 (내가 웃을 때 입꼬리를 활짝 댕겨 웃음) 웃으며 탁구경기 보듯 고개만 이리저리 돌려대는 내 모습이 그녀는 참 재미있었나보다.  그녀가 킥킥거리며 웃으며 나를 가끔 봐줬고, 나는 그렇게나마 그녀의 시선이 한번이라도 나에게 닿는 것이 좋았다.


대여섯번의 모임을 갖는 동안 나는 용기를 내어 그녀에게 연락처를 물었고, 우리는 밤이며 낮이며 시간을 잊은채 문자하고 통화하는 그런 사이가 되었다. 


친 구인지 혹은 그 이상인지 애매모호한 관계로 지내고 있던 무렵에 일이었다.  그녀는 내가 복학하기 이전에 헤어진 옛 남자친구가 있었다.  그 남자는 같은 대학 의학과에 재학중인 재원으로 훤칠한 키에 미남이어서 인기가 많았다.  그녀는 그 남자를 소개팅을 통해 만났고, 그 남자의 끈질긴 구애끝에 사귀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구애를 하던 시절 그 애절하고 매너좋던 친구가 사귀고 나서부터는 그녀에게 상처를 많이 줬다.  다른 여자들과 잦은 술자리를 갖고 그녀의 연락을 받지 않는 날이 많았다고 한다.  꿏꿏이 일년을 만나온 그녀는 어느 날 우연히 그의 휴대폰에서 그녀의 친구로부터 온 문자를 보고 말았다.  알고보니 그 남자는 그녀와 그녀의 친구를 6개월동안 동시에 만나고 있었다.  그 일 후에 그녀는 그 남자와 헤어졌고, 많이 울었고, 많이 아팠다고 했다.


스 터디 모임을 끝나고 학교앞 술집에서 다같이 술을 마시고 있었다.  술을 정답게 마시면서도 나는 항상 그녀를 챙기고 있었는데, 그녀가 문자를 보더니 안색이 안 좋아졌다.  무슨 일이냐 물어도 대답이 없던 그녀는, 화장실에 다녀오겠노라 자리를 비웠다.  15분이 지나도 그녀가 돌아오지 않자, 남자의 직감으로 이상한 느낌이 들었고, 그녀가 걱정됐다.  본능적으로 그녀를 찾아 술집을 뛰쳐나왔다.  벌써 한밤중에 어둑어둑한데다가 학교 앞 거리는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이 골목 저 골목을 뒤지다가 힐끗 그녀의 옆모습이 보였다.  반가운 마음에 그녀를 향해 달려가다 흠칫 멈추고 말았다.  심각한 표정으로 한 남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는데, 그 남자였다.  나중에 들은 말이지만, 그 남자는 그녀의 친구와 이별하고 다시 그녀에게 돌아와달라는 말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야기가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았는지 그 남자는 약간 화가 난듯 보였고, 갑자기 그녀의 손을 잡아 당기며 어디론가 데려가려고 하고 있었다.  그녀는 싫다며 울부짖기 시작했는데, 태어나 처음으로 가슴 저 끝에서부터 미친듯이 화가 났다.  누가 말리고 할 새도 없이 나는 대번에 달려가 그 남자의 턱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그 남자는 골목에 내동댕이쳐졌고, 그녀는 갑자기 일어난 이 상황에 흘리고 있던 눈물을 잔뜩 머금은채 토끼눈을 하고 나를 걱정스럽게 바라봤다.  나는 그녀에 손을 잡고 냅다 뛰었다. 미친듯이 뛰어 우리가 있던 술집을 지나 큰길가로 나와 택시를 잡아버렸다. 아무 말없이 택시를 탔다. 그 때까지 손을 계속 잡고 있었다.  그녀는 살며시 손을 빼려했지만 나는 무슨 이유였는지 계속 손을 부여잡고 있었다.  그녀의 집 앞에 당도해서 나는 그녀와 함께 내렸다.  그녀는 조금 진정이 되어 있었다.  그녀의 털털하고 이해심 많은 성격대로 그녀는 내 걱정을 하고 있었다.


그녀: "오빠, 미안해요... 괜히 나때문에 이상한 일에 말려들었네..."


그녀가 날 배려해주고 있다는게 고마웠지만, 그 상황에서 제대로 반격도 못하고 그 남자에게 계속 당하는 것 같아 참을 수 없이 화가 났다.


나: "너... 다시는 상처받지마... 울지도 말구..."


그녀: "미안해, 오빠..."


나: "다시는 그 남자 만나지마. 그 남자 연락오면 나한테 전화해."


그녀: "..."


나: "나 너 그렇게 울리는 놈... 싫으니까... 다시는 만나지마..."


그 렇게 말하고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향하는 길에 괜한 말을 한건 아닌가 좀 걱정이 됐다. 그녀는 아마도 나를 편한 오빠로 생각하고 있을텐데... 마지막에 한 말이 그녀에게 부담을 준건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놀라고 많이 울어서 힘들텐데 오늘 푹 쉬어라- 하고 문자를 보냈다.  그녀를 지켜주겠단 마음으로 덤볐는데 엉겁결에 고백아닌 고백을 해버린 것같아 마음이 뒤숭숭한채 그 날 그렇게 잠이 들었다.


생각해보면 그 전까지는 내가 내 마음이 그냥 이성에 대한 호기심인지 아니면 그 이상이었는지 긴가민가하고 있었다.  그 날 모든게 분명해졌다.  그녀가 눈 앞에 잠깐만 없어지면 난 걱정이 됐고, 그녀가 울고 있는 모습을 보니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이 슬펐다.  난 분명히 그녀를 사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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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그냥 이 정도 쓰고 싶네요.  사랑했던 그녀 추억해보니 갑자기 마음이 시려서. 건강들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