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존] 평등한 대화는 없다

EAST-TIGER2010.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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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이라크 전쟁에 관한 영화들이 속속 나오기 시작했다.

2001년 9월 11일 미국에서 발생한 테러는,

2000년대 이후 미국 외교정책의 기조를 더욱 강화시켰다.

미국은 더욱 강력한 군사력과 경제력으로 전 세계를 압박하기 시작했고,

적과 아군을 골라내는 작업을 오늘날까지도 하고 있다.

"세계평화를 위해서.."라는 이름으로..

 

하지만 미국 내에서도 테러 이후의 미국의 행보에 우려를 표하는 집단들이 있다.

나는 그것이 미국의 강점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찬성과 반대의 입장들이 어느정도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과,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들의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자유.

분명 이 영화는 이라크 전쟁에 부정적인 시각에서 제작되었겠지만,

이런 영화가 제작되고 개봉할 수 있다는 것에 미국도 양심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정보 확실한 겁니까?"

 

"확실하다, 바로 작전 수행해도 된다."

 

이라크 전쟁에 참전한 부대장 로이 밀러는

대량살상무기(WMD)를 찾기 위해 수색에 나서지만,

번번히 실패하면서 자신이 임무 받은 정보출처에 의심을 품는다.

그러던 중 이라크인이 알려준 정보를 통해

후세인 정권 고위 관계자들의 아지트를 급습하고,

조사과정 속에서 이라크 전쟁이 왜곡된 사실에서 시작된 전쟁임을 어렴풋 느낀다.

그리고 CIA요원이 부탁한 임무 수행을 하던 중,

그토록 찾으려던 대량살상무기들도 이라크 내에 없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내가 돈 받자고 이러는 줄 알아요?

 내가 두 눈으로 보고 있는데, 국가의 안위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못하겠소?"

 

<본 슈퍼리머시>, <본 얼티메이텀>, <플라이트 93>의 폴 그린그래스(Paul Greengrass)감독.

나는 그의 사회성 짙은 문제의식과 실화 같은 연출력이 마음에 든다.

이번 영화에서도 그의 연출력은 빛을 발했고, 

다소 많은 이야기를 꺼내 정리가 잘 안 된 부분도 있지만 충분히 수작이다. 

그는 9.11테러 이후의 미국에 대한 냉철한 시각을 가졌고,

앞으로 1~2편 더 이에 관련된 영화가 제작될 것 같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 <굿 윌 헌팅>의 맷 데이먼(Matt Damon)은 역시 이런 류의 영화에 잘 어울린다.

이 영화를 포함하여 폴 그린그래스 감독의 세 편의 영화에 주연으로 출연했는데,

매 영화마다 맷 데이먼의 장점을 잘 살려주는 것 같고 느낌 또한 강렬하다.

개인적으로 맷 데이먼가 출연한 영화들은 돈값은 한다.

 

<블랙 호크 다운>, <피터팬>의 제이슨 아이삭스(Jason Isaacs)를 오랜만에 보았다.

그는 <해리포터 시리즈>에 출연하고 있지만 나는 극장판으로는 그 영화들을 본 적이 없다.

그래서 그를 정말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보았는데, 역시 연기의 깊이가 느껴진다.

 

<악마가 너의 죽음을 알기 전에>, <체인질링>의 에이미 라이언(Amy Ryan)도 오랜만에 보았다.

사실 이 배우는 조연으로만 출연하기에는 아까운 배우라고 생각하는데,

자주 주연으로 출연하여 다양한 연기력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위 워 솔저스>의 그렉 키니어(Greg Kinnear) 역시 오랜만에 보았다.

다양한 영화들에 출연한 베테랑 배우이자 스마트하고 깔끔한 이미지가 좋다.

 

 

"자네가 싸우고 있는 이유가 뭔가?"

 

"저는 여기 와서 대량살상무기를 찾고 사람들의 생명을 지키러 왔습니다.

 근데 젠장 하나도 못 찾았다고요!"

 

미국은 9.11테러 이후 전 세계적으로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였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중동지역을 집중적으로 압박했고 동맹국들이 이에 협조하길 원했다.

그 절정은 아프카니스탄, 이라크 전쟁에 이르렀고,

결과는 전 세계적으로 이전에 미국이 쌓았던 좋은 이미지와 신뢰를 잃었다.

지금의 미국은 외교력이 부재가 아닌, 도덕성 결여에 따른 외교적 위기에 직면했다.  

 

'명분 없는 전쟁'이라고 평가되는 이라크 전쟁의 실상을 영화가 잘 보여준다.

대량살상무기를 찾으려 했지만 없었고 사담 후세인 대통령은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다.

사실 대량살상무기가 있다며 전쟁을 유도한 것도 언론매체의 호들갑 때문이었다.

정말 어디에 근거한 정보인지는 모르나,

석유와 사원(temple)뿐인 중동지역에 대량살상무기가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이란이 핵보유를 했다는 것은 오래 전부터 사실로 받아 들여졌지만,

이라크와 아프카니스탄은 솔직히 별 다른 언급이 없었다.

다만 부시 부자는 이라크를 무척이나 싫어했고 전쟁의 명분은 거기에 있었다.

 

 

"내 얘기를 한다면, 당신은 다시 안정된 국가를 찾을 수 있겠지.

 그렇다면, 나의 국가는 어디에 있는 건가, 밀러군?

 트럼프 카드 속에서 살라는 말인가?"

 

고대 강대국 바빌론의 발상지였던 이라크는 오늘날 강대국인 미국 앞에 여지없이 무너졌다.

그리고 사담 후세인은 2006년 12월 30일에 전범재판에 따라 사형 당했다.

이라크는 빠른 속도로 사담 후세인의 흔적들을 지워가고 있고,

다국가적 평화유지군들이 재건을 위해 이라크에 주둔하며 치안과 건설을 돕고 있다. 

그렇다면 이라크와 이라크인들은 이러한 변화와 도움에 행복할까?

 

이 영화를 본 다면 그 대답은 "아니오"이고,

영화를 보지 않아도 언론매체를 통해 분명히 알 수 있다.

좀 더 쉽게 해방 후 우리나라의 모습과 비슷하다.

포츠담 선언으로 해방을 맞이하여 독립투사들의 자주적인 노력은 깊게 조명되지 못했다.

게다가 미군들이 들어와 미군정을 세우고 자유 민주주의를 만들겠다며,

공산주의자들을 제거하려 했고 이 과정에서 민족분열을 유도했다.

결국 6.25전쟁이 발발했고 지금까지 남북은 분단된 채, 

한반도는 언제 어떻게 터질 시한폭탄의 현장이 되어 버렸다.

물론 강대국들에게는 아주 보기 좋은 구경거리이다.

 

강자와 약자 간의 평등한 대화는 없다.

그래도 평등한 대화를 하고 싶다면 강자가 약자의 시각과 심정을 미리 파악하고 이해 해야 한다.

나는 미국이 진정한 세계 패권국가의 리더십을 발휘하려면,

도덕성이 결여된 말과 행동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본다.

현재 미국을 상대로 대등하게 싸울 수 있는 나라는 거의 없고, 미국 스스로도 알고 있다.

그렇다면 미국은 자신의 힘과 능력을 과시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자신의 힘과 능력에 정당성을 부여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미국이 강대국이 된 것은 미국 이외의 나라들이 미국과 협력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즉 다른 나라들이 없었다면 미국은 오늘날의 강대국이 될 수 없었다.

사실 거의 모든 나라들이 서로 다양한 교류와 협력 속에서 오늘날의 세계를 만들었고,

고립과 쇄국을 자처한 나라들은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서로가 서로에게 작든, 크든 영향을 주고 받으며 살아가고 있고,

강대국이든 중소국이든 약소국이든 똑같은 책상에 앉아서 대화를 나눈다.

어느 나라도 자국의 명예와 이익이 실추되는 것을 원치 않지만,

미국 같은 강대국들의 시선은 자국의 명예와 이익보다 공존과 평화를 향해야 한다.

이는 강대국들이 전적으로 희생과 봉사를 자청하라는 것이 아니라,

특정 국가들만이 아닌 모든 국가들이 서로에게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체계가 구축되어야,

전쟁과 테러 같은 비극적인 일들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침략과 부당은 테러와 울분를 낳고 언젠가는 비극에 이른다.

 

만약 미국이 전쟁을 일으킬 당시와 이후라도 이점을 좀 더 생각했다면,

이라크 포로들에게 행한 만행과 무분별한 폭격사고, 

이라크 국민, 국론분열은 지금보다 심각하진 않았을 것이다.

또한 미국의 국제적 이미지와 신뢰가 실추되어,

중동지역과 유럽지역 나라들의 관계가 심각한 수준까지 이르지 않았을 것이다.

과연 미국이 말하고 지향하는 세계 평화는 무엇일까?

다행스러운 것은 미국 내에서도 이것에 대해 고민하고

소신 있는 발언과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어느정도 있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