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기차여행> 떠나거나 혹은 돌아가거나

쾌락여행마법사 2010.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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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경우 우리는 그의 행색, 짐, 얼굴에 묻어나는 피로의 정도를 가늠해보면 그가 떠나는 사람인지 아니면 돌아가는 사람인지 짐작할 수 있다. 이것이 가끔 중요한 이유는 우리가 어쩌다 만나는, 이상하게 정감이 가고 한번 더 시선이 가는 그런 여행자에 대해 그의 다음을 좀 더 구체적으로 궁금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그가 이제 막 떠나는 사람이라면 그는 어디로 가는지, 왜 떠나는 건지, 그의 앞에 무엇이 있을지 혼자 상상해 볼 수 있다. 그리고 그가 이제 돌아가는 사람이라면 그의 마음에 담겨있을, 이번 여행의 무게와 잔상이 알고 싶어진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떠나는 사람도 충분히 아름답고 몰래 지켜보는 나를 설레게 하지만 그보다는 돌아가는 사람들의 가만히 닫혀있는 입이 나를 더 쉽고 강하게 유혹한다는 점이다. 일상으로 돌아가는 반쯤의 실망과 반쯤의 다른 무엇이 담겨있는 피로한 그 얼굴; 그런 얼굴들은 꽤 오랫동안 쉽게 지워지지 않는 인상을 남긴다.     나같은 아마추어 여행자들은 대개 여행에 큰 기대를 걸게 된다. 그것은 반짝반짝 빛나고 가끔 찬란하기도 하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주로 실망을 하게 된다. 그러며 여행; 떠남을 통해서도 삶의 문제들은 쉽게 해결되거나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된다. 그리고 돌아온다. 돌아오는 길에 창 밖으로 아득하게 펼쳐지는 풍경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아, 정말 아무것도 건진 게 없는 여행이구나. 그런데 이상한 것은 동시에 드는 다른 생각이다. 좋았지만, 그렇다고 인생을 송두리채 바꿔줄 별다를 게 없었던 여행;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여행을 떠나오지 않았다고 가정하면 그것은 얼마나 공포스러운가, 하는 생각이다.     돌아가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가끔 그런 사연들이 숨어있다. 반쯤의 회한, 반쯤의 자위, 반쯤의 타협과 반쯤의 안도같은 것들. 그런 지치고 복잡한 표정을 지켜보는 것은 매우 흥미롭고 즐거운 일이다.     그녀는. 꽁꽁 얼어붙은 아이스크림처럼. 특히 초콜렛 아이스크림처럼 빛이 비추는 창의 안쪽 그림자에 검게 숨어 아주 오랫동안 창 밖만 바라본다. 책을 보지도, 잠을 자지도, 담배를 피우거나 물을 마시지도 않는다. 나는 겨우 코와 입 사이를 진중하게 누르고 있는, 그래서 받쳐들지 않고는 어딘가로 떨어져 나갈 것 같은 머리를 손으로 고정시키고 있는, 그녀가 이제 돌아가는 사람이라고 상상하게 된다;   '여행은 그럭저럭 훌륭했지만, 그러나 그건 어쩔 수 없이 평면 같았어,  잔잔한 호수나, 맹물이나, 베이지색 티셔츠 같았어.'   그리하여 역에 도착하면, 익숙한 버스를 타고 익숙한 정거장에서 내려 익숙한 길을 걸어 익숙한 키를 꺼내고 익숙한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면  마침내 도착하게 될 뻔한 그녀의 집; 그러나 어쩌면 그녀도 역시 뻔한 일상으로 복귀하는 동안 내내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떠나지 않았으면, 그것은 지옥같았을 거야, 라고 자위하고 있을런지 모르지 않을까?     France     당신과 나의 더 많은 이야기, www.kyom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