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님들이 지금 저 같은 상황이라면 이혼 하시겠어요?

답이없다 2010.12.27
조회9,766

마음이 너무 답답한데 털어놓을 곳이 여기 밖에 생각나지 않아서 썼던 글인데..

예상치 못하게 아주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셔서 놀랐습니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주시고 진심으로 걱정해주시고 조언해 주신 분들..

특히 쉽게 하기 어려웠을 자신의 이야기까지 들려주신 분들.. 모두 너무 감사합니다.

남편과 저는 서로 알고 지낸지 15년이 좀 넘어요.

남편의 첫사랑이 저였고, 교복 입고 있던 시절 남편에게 첫 고백을 받았었습니다.

물론 그때부터 사귀거나 한건 아니고 제법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연애를 시작하고 결혼을 했지만,

알고 지낸 시간이 길었던만큼 많이 믿었기에 충격이 컸어요.

남들이 부러워하는 연애 스토리를 만들어 준 사람과 내 인생의 최악을, 나락의 끝을 보여준 사람이....

동일 인물이라는걸 인정하는게 너무 힘들어 5년이란 시간을 끌어오게 됐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모든 문제가 다 마무리 되었다고 생각하는 남편은 하루에도 몇번씩 사랑한다, 보고싶다고 합니다.

남편 입장에선 아직도 본인은 첫사랑을 이루고 남들이 부러워하는 삶을 사는 행복한 남자인거겠죠.

어제 복잡한 마음으로 퇴근을 하고 집에서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남편과 저녁 식사를 하면서,

이리 살다간 정말이지 언젠가 - 남편이 다시 주사를 부리고 안부리고의 문제가 아니라 -

제 마음이 병들어 미쳐버릴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더군요.

이 모든 일의 원인 제공자가 남편이라 생각하면서도 지금 현재 남편을 기만하고 사는건 제 자신인거 같아

죄책감까지 더해져 더 힘들었던거 같아요. 이 상태로 더 지속되는건 서로에게 독이 되는거겠죠.

제가 그 모든 일을 잊고, 용서하고 다시 한번 남편을 사랑할 수 있게 되고, 남편 역시 완전히 달라져서....

'두 사람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나면 서로에게 더할나위 없이 좋을 일이겠지만,

많은 분들이 제 글을 보고 느끼시 듯 신뢰를 회복하기엔 이미 제 마음의 상처가 너무 큰가봅니다.

여러분들 얘기도 마음 깊이 새겨서 더 많이 생각해보고,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이 아닌 제 자신이 가장 행복해 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볼께요.

어떤 식으로든 결론이 나고 제가 웃고 지내는 하루하루를 맞게 되면 소식 전하겠습니다.

모든 분들 진심으로 너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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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많이 긴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부디 끝까지 읽어봐 주시고 조언해주세요.

저는 결혼 5년차입니다. 저 서른 두 살. 신랑 서른 세 살. 아직 아기는 없습니다.
눈에 콩깍지가 씌여 주변에서 하는 반대를 무릅쓰고 연애 2년여만에 결혼 했습니다.
하지만 행복한 것도 잠시.... 결혼하고 몇달 지나지 않아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어요.
남편에게 주사가 있었습니다.
연애가 짧았던 것도 아니었고 그동안 술자리도 많았는데 그땐 분명히 주사가 없었거든요.
시아버지가 젊었을때부터 술 마시고 가족들을 많이 괴롭혔던 분이라 걱정했었는데...
남편은 아버지를 보고 배운게 아니라 절대 아버지처럼 살지 않겠다고 노력하는 쪽이라 믿었어요.
주변 친구들 얘기로도 술버릇 하나는 깔끔하다고 들었구요.
그래서 그런쪽으로 문제가 생길거라곤 전혀 생각지 못했던지라 많이 놀랐어요.
처음엔 그냥 시비를 거는 정도였어요. 말도 안되는 꼬투리를 잡아서 괜히 생때를 쓰는거죠.
그러다가 점점 강도가 심해져서 나중엔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욕을 하기도 했어요.
저 처음이었습니다. 가족, 친구한테도 못들어 본 온갖 쌍욕은 다 들어본거 같네요.
18X,  X 같은 X.... 정말 입에 담지도 못할 욕을 해댔어요.
술 깨면 빌고 다신 안그러겠다 약속하고, 몇 달 잠잠하다 술마시면 그 전보다 더 한 주사를 부리고....
그런 생활이 1년 넘게 계속 됐어요. 하지만 누구에게도 말 할 수가 없었어요.
반대하는 결혼을 해놓고 1년도 안되서 사네 못사네 그런 말을 할 수가 없었어요.

부모님께도 죄송하고 친구들한테도 부끄럽고.
나중엔 욕만 하는게 아니라 술만 마시면 음주운전 하겠다고 차 키를 들고 나가려는 통에 그거 말리느라
밀고 당기고 몸싸움하다 제 몸에 멍이 생기기도 했고....
더 나중엔 탁상시계며 의자, 맥주병 같은 물건을 던져서 부수기도 했어요.
처음엔 너무 놀라고 무서워서 눈물만 나더니 그게 여러번 반복되니 나중엔 무섭지도 않더라구요.
저도 같이 따지고 소리 지르면 같이 지르고 그랬더니...

때리고 싶어지는지 몇번 손을 올렸다 내렸다 하더라구요.
술이 깨면 항상 남편은 빌고 또 빌었어요. 자기도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고....
술 취한 상태에서 왜 그러냐고 물어보면 항상 저 때문이라고 했거든요. 제가 자길 화나게 만든대요.
근데 저.... 그 사람 술마시고 들어오면 또 주사 부릴까봐 오히려 가만히 있었거든요.
그럼 자기 무시해서 입닫고 있는다고 화내고...
기분 맞춰주려고 웃으면서 뒤치닥거리 해주면 좋다고 웃다가도

갑자기 솔직히 말해보라면서 속으론 자기 욕하고 있지 않냐고 시비걸고..
적당히 말 걸면서 거리 두고 있으면 내 눈빛이 마음에 안든다고 시비걸고..
정말 지옥 같았습니다. 남편이 술마시는 날이면 심장이 두근거리기까지 하더군요.
술을 마시지 않은 남편은 다정하고 집안일 잘 돕고  친정에 잘하고 그런 사람이라,

속사정 모르는 주변 사람들은 저희 부부를 보면 결혼하고 싶어진다고 너무 부럽다고 늘 얘기합니다.

결혼을 반대했던 가족들과 친구들도 생각보다 훨씬 괜찮은 사람이라며 다들 좋아하구요.
혼자 어디 도망이라도 가버리고 싶었지만...

내가 선택한 길인데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할거 같아서 정말 많이 노력했어요.
남편이랑 진지하게 대화도 많이 했고,

남편도 100% 본인 문제라고 인정하면서 고치겠다고 다짐하고 본인 나름대론 노력도 하구요.
일부러 술자리를 멀리하더라구요.
그러다보니 술을 안마시는 몇 달동안은 그래도 나름 행복하게 살고...

그럼 또 다들 이렇게 사나보다 싶어서 참고 살아지더이다.

한참을 잠잠하게 살았는데 2년차 되던 어느 날 또 만취해서 돌아왔어요.
결국 또 이유를 이해할 수 없는 시비로 싸움이 시작됐고.... 선풍기가 부서지고.... 뺨을 맞았어요.
한대 맞았는데 워낙 덩치가 좋은 사람이라 그런지 고막이 찢어질거 같더군요.

저도 독에 받쳐 한대 되받아쳤구요.
다음 날 더는 이렇게 못살겠다고 이혼하자 했었는데 남편이 울며불며 무릎꿇고 빌고.....
저도 우리 가족들이 모두들 그렇게나 좋아하는 사람이...

사실은 이런 사람이었다고 말 할 용기가 나지않아 또 그냥 넘어갔어요.
넘어가면서도 찜찜했어요.

남편은 미안하긴 하지만 자기도 한대 맞았으니 그럼 서로 잊으면 되는거 아니냔 식이라서요.
그리고 한 9개월 가까이는 간간히 다툼은 있었지만 그냥저냥 살만 했어요.

결혼 3년차였던 어느 날. 제 친구부부가 저희집에 와서 하루 자고 가기로 했었고 다 같이 잘 놀았어요.
같이 밥먹고 술도 한잔하고 집 앞 노래방에가서도 기분좋게 잘 놀구요.
근데 술을 좀 많이 마시는거 같아서 걱정이 되더라구요.

중간중간 적당히 조절하라고 눈치도 주고 본인도 알았다곤 하는데..
저러다 취하겠다 싶더라구요. 근데 역시나.. 노래방에서도 맥주를 마시더니 결국 취했어요.
겉으로 티는 안내도 속으론 조마조마 했지만 다른 사람들도 있는데 괜찮겠지 싶어서

얼른 집에 가서 재워야겠다 싶었어요.
집으로 가는 길에 슬슬 또 시비를 걸기 시작해서 친구 부부도 뭔가 이상한 눈치를 챘었어요.
그래도 저 무안할까봐 술마시면 남자들 좀 그럴때가 있다고 이해한다면서 신경쓰지 말라고 하더라구요.
집에 가서 겨우 남편 달래서 안방에 재우고 자는 거 같아서 문 닫고 나와서

거실에 친구 부부랑 셋이서 앉았어요.
친구네 부부 보기도 민망하고 미안하고 그래서 불러놓고 이런 꼴 보여서 미안하다고 그러고 있었는데..
갑자기 안방문이 벌컥 열리더니 자는 줄 알았던 신랑이 나왔어요.

그리곤 무턱대고 우리쪽으로 오더니 발로 제 머리를 걷어차더군요.
너무 놀라 아픈것도 모르겠고.... 친구 보기에 부끄러워 미칠거 같았어요.
한대 맞자 마자 놀란 친구가 절 감싸 안았고 친구 신랑이 제 남편을 밀어냈어요.
그 두 사람 없었으면 그 날 아마 저 엄청 맞았을거 같아요.
그 부부가 저 보호하느라 제 대신 남편이랑 밀고 당기고 몸싸움 하고

친구 신랑이 제 남편을 구슬려서 겨우 재웠어요.
다음날 보니까 친구 몸에도 멍이 들어있고... 밤새 운 제 꼴도 만신창이고...
친구가 저보고 남편이랑 같이 있을 수 있겠냐고 친정에 데려다 준다고 가자는 걸

괜찮다고 하고 돌려보냈어요.
남편은 다음 날 일어나더니 친구 부부한테도 사과하고.... 그 부부 보내고 나선 또 무릎꿇고 빌더군요.
안방에 누워 있는데 밖에서 제가 그 부부 붙들고 자기 욕을 하는 소리가 들렸답니다. 어이가 없어서....
나도 더는 못하겠다고 이혼하자 했지만 그때도 역시나 집에 얘기할 용기가 나지 않았어요.
그래서 진짜 마지막이다 생각하고 부부상담소를 찾았어요.

10번 정도 상담을 받고 이혼하지 않기로 결정했죠.
사실 솔직히 얘기하자면.... 상담을 받으면서 제 마음이 괜찮아 져서 이혼을 접은게 아니었어요.
친구한테 막장까지 보인 마당에 계속 살긴 자존심 상하고,

이혼하자니 부모님 가슴에 대못 한번 더 박는 나쁜 딸년은 되기 싫고,
그래서 상담받고 이혼 안하는.... 그나마 자기 합리화를 할 수 있는 쇼를 한거죠.

그게 1년 8개월 전의 일입니다.
그동안 남편은 많이 변했어요. 술을 마시긴 하지만 주사를 부리진 않아요.
사소한 다툼들은 있지만 그건 다른 부부들도 다들 하는 정도의 투닥거림 정도구요.

 

이제 문제는 저 자신입니다.
저요... 제 남편이 정말이지 너무너무 싫어요.
아무리 노력해도 지난 일들이 잊어지지도 않고 용서가 되지도 않아요.
남편이 잘해주면 가식떠는 거 같아서 화가 나고,

좀 못한다 싶으면 "어떻게 니가 감히 나한테.." 이런 생각이 들면서 괘씸해서 화가 나요.
이런 얘기 한두번쯤 꺼내봤는데 남편도 미안하단 말 밖엔 할말이 없다고 그러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나는 시간이 좀 더 많이 걸릴 거 같으니,

내가 그 얘길 하면 그냥 몇번이고 다 들어달라고 그랬는데 알았다고는 하더니 나중엔
"어짜피 벌어진 일이고 얘기 꺼내봐야 나는 미안하단 말 밖에 할말이 없고,
 너는 그 일 다시 되새기면 마음만 더 안좋을텐데 왜 자꾸 옛날 일 들먹이냐.

 그 얘기 다시 해서 너나나나 좋을게 뭐냐"
이렇게 나오더라구요. 남편 입장도 이해는 돼요.

본인 말처럼 이미 벌어진 일이고, 지금은 잘하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자꾸 본인에게 불리한 기억을 꺼내면 좋지는 않겠죠.

그러다 보니 이젠 저도 입을 다물게 되고 그냥 아무렇지도 않은 듯 생활은 하는데....
하루하루 지날 수록 남편이 너무나 싫어요. 남편이랑 스킨쉽 하는것도 너무 싫구요.

부부관계는 더 싫어요.
그래도 결혼생활을 지속하고 있으면서 아예 거부할 수는 없어서 가끔 잠자리를 하긴 하지만.....
그럴때마다 마음에도 없으면서 그러고 있는 제 자신이 직업여성 같단 생각까지 들면서 너무 비참해져요.
원래 제가 애교도 많고 스킨쉽도 좋아하고 이런저런 말도 많이 하는 편이었는데....
이젠 얘기도 많이 안하고 애교도 전혀 안부리고 신랑 가까이도 잘 안가고 그렇게 되네요.
남편도 제 태도가 예전이랑 다르다는걸 느끼니까 서운해하기도 하고 투정도 부리고,

오히려 자기가 애교를 부리고 그러는데....
그런 남편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내가 이렇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생각도 하지 않고

예전과 같은 모습을 저한테 바라는 신랑이 보기 싫어요.
아직도 제 상태는 정신과 상담을 받아보고 싶을만큼 안좋습니다.
길 가다가, 회사에서 일하다가, 정말 아무렇지 않게 멀쩡히 있다말고

느닷없이 울음이 터져나오기도 하고....
악몽에 시달리기도 하고 남편의 목소리톤만 조금 높아져도 심장이 미친듯이 뛰어요.
내가 저 사람만 안보면 좀 살겠다 싶을만큼 남편이랑 같이 지내는게 힘들어요.
지난 2년 동안 수천번을 넘게 생각해보고 또 생각해봐도 저는 더이상 남편을 조금도 사랑하지 않아요.
그리고 지금 아무리 잘한다고 해도 이사람이 끝까지 이럴거란 믿음도 없습니다.
가끔씩 본인 감정조절이 잘 안되서 욱하는 모습이 보이거든요.

앞으로 죽을때까지 술 취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구요.
아이를 낳은 후에 남편이 또 주사를 부리기 시작하면 그건 더 감당하기 힘들거 같아서 무섭구요.
평생 시아버지에게 시달리며 살아온 시어머니를 보고 있자니 내 인생도 그렇게 될 거 같아 무서워요.

시아버지랑 남편의 주사가 비슷한 성향인거 같아요.

사아버지도 술취하면 어머님이 자길 무시한다고 말도 안되는 시비를 걸거든요.

환갑이 다 된 연세에 어머님은 아직도 사아버지가 취하면 눈치를 보십니다.

그 모습이 제 미래가 될거 같아서 불안해요.
하지만 이제와서 겉으론 멀쩡한 일상을 유지하다 말고 남편한테 이혼하자 그러면...

남편 입장에선 뒤통수 맞는 기분이겠죠?
그렇지만 그냥 이렇게 가면을 쓰고 사는 것도...

잘살아 보겠다고 노력하고 있는 남편을 기만하고 있는거란 생각이 들어요.
계속 이렇게 지내다보면 내년쯤엔 아기도 계획하게 될거고 그럼 정말 돌이키기 힘들어질텐데.....
과연 이리 사는게 맞는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아는 언니에게 제 얘기가 아닌것 처럼 돌려서 물어봤더니 그 언니는 그러더군요.
"어짜피 결혼해서 살다보면 다 똑같아지는게 남자다.

 이제 문제 없으면 그냥 그렇게 맞춰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
 다들 그렇게 아기 낳고 살아가는거 아니겠냐. 이혼한다고 해서 더 나은 삶이 기다리진 않는다."
네.... 맞는 말이죠.

제가 전문직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100만원 좀 넘게 버는 일반 사무직에 다니고 있고,
이혼을 한다면 계속 이 지역에 살 이유도 없으니 직장도 옮겨야 합니다.
둘이 같이 살고 있는 지금이야 집도 있고 차도 있지만

부모님 도움 전혀 안받고 시작한거라 둘이 재산을 나누게 된다면..
빚 처분하고 이래저래 하면 제 손에 2천만원도 채 안되는 돈만 남겠더라구요.
그럼 가난한 30대 초반의 이혼녀가 되어서 살아가게 되겠죠.
그래도 제 마음을 속이지 않고 억지로 웃지 않고 살아도 되니까 그 편이 훨씬 살만할거 같은데...
제가 현실을 모르고 철없는 생각을 하는 걸까요?
제 이야기가 본인의 아주 친한 친구. 혹은 여동생의 이야기라면... 계속 살라고 하실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