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들의 납치 방지 교육의 현실....

박종엽2010.12.28
조회204

오늘 있었떤 일이었는데요....

 

마치 블랙코메디를 본듯한....잼나면서도 씁쓸한 일이었습니다.

 

제 여친은 강원도에 위치한 리조트에서 근무하는데요.

 

여친의 휴일에 맞춰 함께 휴일을 보내기로하고 하고 강원도로 올라갔습니다.

 

여친과 함께 즐거운 휴일을 보내고 여친을 직장까지 태워다준 후....

 

다시 내려오는길.....

 

오늘은 서울 지역뿐 아니라 강원도에서도 상당히 많은 눈이 내렸는데요.

 

수업을 마친듯한 초등학생 2명이 방과후 집으로 가는 길인지 넓은 국도(왕복 6차로)를 걸어가고 있더라고요.

 

위험해 보이기도 하고 추워보이기도 하고 여튼 좀 안쓰러워보여서 태워줄까라는 고민을 하는 동안 차는 아이들을 스쳐지나가버렸습니다.

 

어린 아이들이 추위와 위험에 노출되어있는걸 그냥 지나친것 같아 살짝 양심이 아려오는 사이...

 

또 다시 하교길을 서두르고 있는 초등학생 2명을 발견....

 

바로 차를 갓길에 세웠습니다.

 

"친구들...어디까지 가?? 추운데 태워줄께....아저씨도 이 방향으로 가는 길이거든....."

(간만에 좋은 일을 한다는 맘에 미소를 한가득 머금고 이야기했죠)

 

하지만 그 초등학생들은.....(한명은 여학생 한명은 남학생이었습니다)

 

"아니요~괜찮아요....그냥 걸어갈거에요"(여학생의 대답)

 

순간 앗...요즘 세상이 흉흉해서 그러는거구나.....라고 생각하고 다시 한번 함빡 웃으며....

 

"아~그런게 아니고...오해하지마~~남자친구도 있으니깐 같이타~

(남자학생이라고 해야하는데 평소 말버릇처럼 남자뒤에 그냥 친구를 붙여버림)

 

"제 남자친구 아닌데요..." (냉랭한 여학생의 반응)

 

"아~~미안...여튼 추운데 태워줄께...나쁜 사람 아니라니깐

(말하면서도 웃기더군요)

 

그러자 옆에 있던 남학생 왈

 

"아저씨...이 차 타면 우리한테 가스 먹이고 칼로 찌르고 할거잖아요???"

 

헐~~~

 

칼로 찌른다는 표현까지는 이해하겠는데....가스를 먹이는건 뭐지??? 라는 생각에 초특급 당황한 저는...

 

"가스는 무슨 가스....아저씨 차는 휘발유 넣는데....."

(참으로 멍청한 대답이라고 생각합니다 ㅜ.ㅜ 근데 여러분도 간만에 좋은 일 할려고 웃으면서 다가갔는데 저런 반응 나오면 당황하게 됩니다.ㅎㅎㅎ....)

 

남학생 왈

"선생님이 착한척하는 아저씨 차 절대로 타지말라고 했어요"

 

음....간만에 좋은 일 할려고 해도 쉽지 않구나....

 

세상이 워낙 흉흉해서 그러는가보군....후~~애들 교육은 잘받은거 같다만 참 맘이 씁쓸하네....

 

이렇게 생각하고 전 그 아이들을 놔두고 출발을 할려고 하는 찰나~~

 

여학생이 저에게 말을 던집니다

 

"아저씨...그럼 저 뒤에 오는 친구 둘도 같이 태워주세요...."

 

그 말을 듣고 뒤를 돌아보니 아까 지나쳤던 아이들이 백미터 정도 뒤에 오고 있었습니다.

 

아~~다시 착한일을 마무리할 수 있는 기회가 오는구나....

 

"그래그래...같이 태워줄께" 라고 했더니

 

"야~~아저씨가 태워준데 빨리 뛰어와"

 

......................

 

잠시 뒤 두 남학생이 합류합니다.

 

"태워주신다구요?? "   

(퉁명스러운 말투....좀더 키가 컸고 고학년으로 보임)

 

"그래...나도 이 길로 한참 가거든...날씨도 춥고 큰길에선 위험하니깐 태워줄께"

 

그러자 그 남학생은 의심을 가득 품고 절 유심히 바라보더군요.

 

전 계속 미소를 띄우며

 

"너희들 4명이 타면 아저씨가 이기지도 못해요" 라며 농담도 던졌습니다.

 

애들은 의심 가득한 표정으로 절 계속 쳐다보며 자기들끼리 회의 비슷한걸 하고 있는데....

 

룸미러 뒤로 보이는 남학생 한명......

 

 

~~~~제 차 번호를 외우고 있었습니다~~~~    

 

ㅜ.ㅜ

 

아~~신이시여....이 어린 아이들에게 어찌 이런 시련을 주십니까....

 

신의 잘못입니까....우리 어른들의 잘못입니까.....

 

전 맘이 넘 안좋아졌습니다.

 

이 아이들에게 의심을 거둘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지만....

 

제가 어떻게든 설득을 해서 이 아이들을 태워준다고 해도 그 뒤에 혹시나 저로 인해 경계심이 풀린

 

아이들에게 혹시나혹시나혹시나 나쁜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그럼 너희들끼리 같이 올래?? 둘이 다녀도 괜찮은데 그래도 도로가 넓으니깐 같이 다니는게

 

눈에 더 띄고 덜 위험할거야... 너희들이 싫다고 하니깐 아저씨 먼저간다 조심히 집에들어가"

 

하면서 차를 몰아 집으로 향했습니다.

 

 

"오는 내내 맘이 안좋더군요....우리 아이들에게.....눈처럼 맑고 이쁜 아이들에게

 

의심과 경계의 맘을 심어준 우리 어른들의 잘못을....

 

뉴스에 나오는 아이들의 납치 문제들을 보면서 느꼈던 분노와 서글픔보다

 

수십 수백배 더 찐하게 느꼈습니다"

 

-오늘 마주친 그 아이들이 무사히 집에 돌아갔길 바라며 무사히 자랄 수 있도록 기도하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내 차넘버를 외우던 녀석....머리라도 쓰다듬어주고 싶더군요.

 

진짜 2010년 중 저를 가장 당황시킨 녀석이었습니다. ㅋㅋㅋ 똘똘한 녀석....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