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나난2011.01.04
조회252

톡 잘보고 있습니다요

저도 이것저것 둘러보다 문득 작년의 더러운 기억-_-이 생각나서 처음으로 글 올려봐요

 

작년 여름에 비 많이 왔잖아요. 홍대 지하철역은 막 역류하고

아무튼 그 날도 비가 미친듯이 많이 오는 날이었는데

저와 친구는 우산없이 비를 쫄딱 맞다(잘 밀끄러지는 플랫슈즈를 신고 있어서 뛰지도 못함ㅠ)

친구와 역앞에서 헤어지고 입구에서 젖은 머리와 옷의 물기를 대충 털어내고 표를 끊고 들어갔죠.

열차가 오고 저는 빈자리를 찾다 마침 지하철문 옆 가장자리 어떤 회사원남자 옆자리로 가 앉았어요

비도 맞고 이래저래 지쳐있어서 앉을때 저도 모르게 털썩 앉았더니 한번 저를 쓱 쳐다보더라구요

죄송하다고 고갯짓하고 나서

저는 이어폰을 귀에 꼽고 dmb를 보려고 하는데

오른쪽에 앉은 그 남자, 옆에서 절 툭툭 치네요?

그래서 제가 (한쪽 귀에서 이어폰을 빼며) "네?" 하고 묻자

남자 왈

"아니, 머리가 왜 그래요?"

-_-;; 어이 상실. 제가 평소에 머릿결이 좀 안좋았는데 비맞아 더 심해진 머리상태-_-였거든요

그깟 변태새끼한테 그럴 필요까진 없었는데 약간의 미소를 보이며

"비 맞아서 그래요" 라고 하고(왜 설명해주고 있냐고ㅠ) 다시 제 할일 하고 있는데

또 다시 툭툭 칩디다

그래서 또 제가 이어폰을 빼고 쳐다보니

"아니, 머리가 왜 그래요, 잘 좀 해봐요?!"

뭐야 이 쉥키는..그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전 또 멍청하고 친절하게 설명해줬지요

왜 말투 있잖아요 술먹은 꼰대들이 사용하는 말투 아놔 딱히 설명을 몬하겠네 진짜

"비. 맞.아.서. 그.렇.다.구.요." -_-+

그러고선 속으로 뭐 이런 xx가 다 있냐며 황당해하고 있는데

세번째로 그 미친 쉥키가 하는말이

 

"머리가 왜 그래요, MT갔다 왔어요?"

 

뭐라고?

뭐라고?

뭐라고?

뭐라고?

 

저는 그 와중에 잠시 또 생각했어요

음..대학생들이 가는 MT? 근데 오늘 MT 가는 캐쥬얼한 복장은 아닌데 -_-;

뭐야 아님 그럼 설마 응응 그 MT? 이런 ㅆㅂㄻ

저 순간 당황했는지 혼자서는 원래 욕도 잘하고 했는데ㅠ

말문이 턱 막혀버리더군요. 막 부들부들 떨면서 했던 말이

"아 비 맞아서 그런거라니까 아저씨가 무슨 상관이에욧!!!" 그렇게 단한마디 쏴붙이고 벌떡 일어나

다른 칸으로 옮겨갔는데 말해놓고도 왠지 창피해지고 제 자신이 병신같더라구요.

옆칸에 가서 그 쉥키 열라 노려봤는데 지는 지가 뭔 지랄를 했는지도 모르고

술기운에 쳐 잠이 드셨더라구요. 술이 막 떡이 된 상태는 아니었는데 아 그 개새퀴진짜..

그런 일이 벌어질때-빈자리가 드문드문 많이 보이던 밤 11시경의 지하철이었지만

그래도 제 앞에 남자들도 몇명있고, 또 옆에 내릴라고 서서 기다리던 남자 승객도 있었는데

무슨 일인가 그냥 쳐다보기만 하는데 좀 야속했네요. 생판 모르는 사람들 일이니까 굳이 끼어들 필요 없대도 같은 남자로써 그런 또라이같은 남자 꼰대 새끼 보며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요?

한참이 지난 지금도 생각해보면 역시 분하네요.-_-

그래도 지금은 가끔 친구들이랑 웃으면서 그 당시 상황 얘기하지만

아직도 궁금해요 저런 놈들은 대체 어디서 생겨나는걸까요.

혹시나 보고 있다면

"너도 분명 한집안의 가장같았어. 부디 아무것도 모르는 마누라와 자식새끼 욕되게 하지마라.^^"

라고 말해주고 싶네요  ㅠ_ㅠ

그 놈 얼굴 아직도 기억나는데 아오!!!

왜 그때 조목조목 따져서 사과는 받아내지 못할망정

내가 뭐가 창피해서 얼굴 붉히며 말한마디 제대로 못하고 돌아섰는지..!!

제가 그런 개수작부리는 변태xx들 몇번 만나봐서 아는데 무조건 침착해야합니다 암요 으흑

여러분이라면 저 상황에서 어떻게 처신하셨을지

궁금해서 몇 자 적는다는게 길어졌네요. 읽느라 고생하셨습니다. 꾸벅

모두들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