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임산부다...............

임산부2011.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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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택배가 6개나 왔단다.

내가 모르는 사은품 택배 두가지와

현진이 DVD와 햇반과

현진이가 좋아라 하는 공짜 공룡들과 미술물감이다. 하필이면 한날 한꺼번에 오기도 했지만

 

둘째 출산을 앞두고, 앞으로 아들램에게는 신경을 덜 쓰게 될것 같다는 막연한 불안감에

요즘들어 현진이에게 과감한 투자를 많이 하는 편이기도 하다.

 

차를 타고 집에 돌아오면서 경비실에서 택배를 찾아오다 짜증이 난 서방은

차 뒷좌석에 앉은 내 배위에 무거운 택배들을 턱~하고 던지듯 올린다.

난 깜짝 놀랬고. 당연히 배에 택배들이 쏟아졌다. 

아프진 않았다.

그냥 놀랐다.

 

근데 그 다음단계는

슬펐다.

난 임산부다...............

티도 안나는 임신초기가 아닌 임신7개월 거의 만삭의 임산부다.

 

엄마도 안다. 아빠도 안다.

지나가는 아줌마도 알고, 시장에서 과일파는 아저씨도 안다.

그러니까 신랑도 분명 안다.

 

짜증이 났다는걸 감안한다해도 ,

그냥 가볍게 넘기자고 맘 먹어도,

이미 목까지 뭔가가 차올라 먹먹해졌다.

 

택배를 차에서 꺼내면서도 대체 뭘 사대는거냐며 투덜댄다.

나한텐 무거운, 아니 무겁지 않더라도 힘을 주면 배가 당기고 아픈 나에게, 택배때문에 차에서 내릴수없는 나에게,

택배들를 옆좌석에 있는, 내 배보다 키가 큰 기저귀 박스 위로 올려놓으란다. 

 

내 입에서도 한소리가 나왔다.

 

- 그렇다고 임신한 마누라 배 위에 택배를 던져?

 

했더니

 

- 던지면 받으면 되지

 

한다..  차문열고 틱~ 던지는 택배들을 . 내배 위에 쏟아지는 택배들를. 그냥 받으면 된단다.

 

그리고 이어진 몇마디 투덜거림 뒤에 난 샤워를 했고 택배들을 정리하고, 내일 생일인 아들램을 위해 미역국을 끓였다.

 

나중에 씻은 신랑이 내 옆에 오더니

아깐 짜증이 너무 나서 "던지면 받으면 되지" 라는 말이 튀어나왔다고 미안하단다.

 

알았으니 됐다고 했다.

 

근데 난 점점, 저기 시골에서 구제역 살처분 당한 돼지마냥 땅구석으로 곤두박질하고 숨이 막혀서

내 눈에서도 피가 날것 같다.

 

난 니가 그런 대답을 해서 화가 난게 아니야

 "대체 나에 대한 인식이 어떻길래?!" 라는 생각을 하게 될만큼 , 니가 애초에 한 행동 자체가

남편으로서 해선 안될 행동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슬픈거야"

 

"던져서 미안해" 했어도 마찬가지였을거야.

내배로 택배들을 던졌다는거 자체로.... 던지기 전에 내가 임산부라는걸 잊었었다고 해도, 아니 별 상관없을거라고 생각을했다해도.

마찬가지였을거야.

 

더이상 니가 하는 섭섭한 말 한마디에 속상해하거나 깊이 생각하거나 고민하거나 우울해하지 않기로 했어.

 

다른거 백번 잘해도, 그런 말 한마디와 행동 하나 때문에 빵점남편인냥 손해 보지 말라고 당부하면서 살았는데

이젠 그게 아니라는걸 알았어.

 

나도 완벽한 여자가 아니라서

니가 그런 행동과 말을 하는것도, 실수이거나 충동이거나 미련함이거나 모자람이거나 철없음 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니가 만약 그런 인간이였다면 나 말고 다른 사람에게도 그런 행동과 말을 종종 함으로 인해 여럿에게 질타를 받았었겠지

 

가벼운 실수에 내가 넘 과민 하지 않냐구?

 

내가 이만큼 슬프고 상처받는 일이, 네겐 가벼운 일이란 말이지....?

그정도로 , 그냥 실수라고 생각하고 낼이면 잊고 웃을만큼, 네겐 아무것도 아닌 행동이였단 말이지.....

 

나도 네이트 톡이나 아고라에 글한번 써볼까봐.

네게서 종종 보이는 그런 행동이나 말한마디에 나만 이런 상처를 받고 점점 멀어지는 상상을 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