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난데... 제가 일상을 살아가며 가지는 몇 안되는 행동 양식 중 하나가 바로, '나 하나 쯤은 괜찮겠지...' 입니다.-_- 세미나를 이끌어가는 주축 인물이 아닌 관계로, 각설하고 다음 얘기 갑니다. (눈치 보며 씁니다.-_-) P.S: 집에 와서야 완성을 하였음-_- --------------------------------------------------------------------------------------------- 우리가 가진 많은 공통점 중 하나가, 낯선 대인관계에 대한 거부감 입니다. 그래서 그녀나 저는 나이트클럽 같은 무도회장을 별로 선호하지 않습니다. 이제까지 회식포함 총 3번 간 정도? 그녀도 대학 신입생때 한 두번 가본 게 다라고 하더군요. 그런 것 말고는 별로 타인과 대면할 일이 많지 않아, 꽤 괜찮은 그녀와 사귐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불안하거나 조급해하지 않았습니다. 평소 주중에는 잘 만나지도 그렇게 전화를 붙잡고 사는 편도 아니었지만, -이 점에서 그녀는 조금 아쉬워 했으나, 이해해주는 편이었음. 어느 늦은 금요일 밤(당시 주6일, 토요일도 근무하던 시절) 왠지 모를 불면증에 그녀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학원선생을 하는 그녀는 아침에 여유가 있어 밤에 늦게 자는 편입니다. 아마, 1시 조금 넘었나?... 전화를 한참 동안 안 받더군요. 벌써 자나?... 하는 생각에 전화를 끊으려는 순간, 수화기 넘어 들려오는 남자목소리. 너 누구야!!! 해머로 머리를 한 대 맞은 듯, 갑자기 머리가 하얘졌습니다. 그리고 뒤이어 들려오는 욕설... 어렴풋이 들리는 그녀 목소리... 잠이 확 깨더군요. 남자 목소리, 지금 그녀 집 이라고, 당장 오라고 합니다. 혹, 처용가를 아시나요?... 달 밝은 밤에 달구경 갔다오니, 집안에 신발이 두 켤래더라... 이 경우에 혈액형 별 처용의 대처방안이랍시고 올린 유머글을 보았는데, 처용이, A형인 경우는 분노에 차지만, 어떻게 행동을 옮기지 못하고 소심하게 문지방에 구멍 뚫어서 추이를 지켜본다. O형인 경우는 앞뒤 안 가리고 문짝 부수고 쳐들어가서 년놈들을 작살낸다. AB형은 잘 기억이 안나고, B형은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조용히 밖으로 나가, 경찰에 간통죄로 신고를 한다. 였습니다. 전 개인적으로 지난 번 얘기했던 것 처럼, 어떤 확실성(운명처럼?...)에 대한 모든 것을 약간 회의적으로 받아들이는 편입니다. 특히나 B형인 저로서는 좋은 얘기 들은 게 별로 없어서(변태, 사기꾼, 이기주의자 등...-_-) 혈액형 얘기 하면 항상 제가 반문하는 게 있는데, 그래서, 세상 60억 인구 중에 15억이 같은 타입이라는 게 말이 되냐! 뭐 암튼 그래도 처용가는 좀 수긍 가더군요. 혈액형 때문이 아니라 제가 개인적으로 그런 편이라고 생각. 가장 확실하게 린치를 가하는 쪽에 행동의 무게를 싣는다고 할까?...-_- 물론, 무수한 작은 일에는 발끈하기도 하고 무모하게 지를때도 있지만... 오히려 큰 일을 닥치면 반대로 차분해지는 면도 있더군요. 암튼, 아버지 골프채를 뒤져 우드 1개와 아이언 1개를 조수석에 싣고, 그녀 집으로 출발했습니다. 보통 1시간 가까이 걸리지만 늦은 밤 시간, 40분 정도 지나니 거의 다 왔더군요. 아까 그사람 갔다고 하더군요. 내일 출근해야 할텐데, 피곤하니까 그만 돌아가라고. 차분한 목소리... 전 괜찮다고, 이제 다 왔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대뜸 하는 말이 오빠까지 왜 그러냐고, 자기도 피곤한데 좀 이해해주면 안되겠냐고 하더군요. 새벽 1시 넘어서 여자친구한테 한 전화에, 어떤 낯선 남자 목소리가 들리며, 그 남자는 나에게 욕설을 퍼붓고, 이 여자는 자기 꺼라고, 소리소리 질러대는 게 과연 제가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지... 점점 화가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벌어진 상황이야 어쨌든, 가면서 들은 생각은 무조건 그녀 얘기를 들어봐야 겠구나...였습니다. 아무리 자기 자신 처신을 잘 한다 한들, 세상엔 막무가내인 미친 놈들이 많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 남자를 감싼다는 느낌이 드는 왠지 모를 그녀의 그런 말에 전 흥분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도착한 그녀 집앞. 밖에 나와있더군요. 골프채를 들고 내렸습니다. 저를 막아선 그녀. 그냥, 제발 집에 가라고. 자기 못 믿느냐고 했습니다. 실랑이를 벌이다 그녀를 밀치고 엘리베이터에 탔습니다. 벌써 눈이 빨갛게 충혈된 그녀를 거칠게 엘리베이터에 태웠습니다. 내집처럼 그렇게 아늑하게 느겼졌었던, 방하나 거실 겸 부엌이 있는 작은 아파트였습니다. 화장실, 침실, 옷장, 베란다... 있는대로 뒤지기 시작한 나... 바닥에 널부러지는 옷가지들, 이불들... 주저 앉아 울고 있는 그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선을 넘어버린 나... 냉철한 이성은 눈앞에 펼쳐진 상황을 직시하지 못하고, 광기어린 짐승의 감정만 남습니다. 아직까지도 여자한테 그렇게 소리지른 적이 그때 말고는 없었는데, 아무튼 그때 참 많이도 다그쳤다는 생각이 지나고 나서야 들더군요. 집을 나서며, 울고 있는 그녀에게 말했습니다. 난, 남자관계 지저분한 인간들이 제일 경멸스럽다...당분간 만나지 말자... 나의 여자에게 자존심 한번 세워 본 적 없는 저입니다.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버티게 된 건, 그 상황에 대한 제대로 된 설명조차 하지 않으려는 그녀에게 받은 실망감이, 내가 그날 저지른 잘못에 대한 댓가를 이미 치렀다고 생각하기에 충분한 것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분명히 먼저 사과의 말과 함께, 생글생글 웃으며 애교어린 목소리로 전화가 오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몇일이 지나고, 또 한 주가 지나고... 어느 덧, 2개월이 훌쩍 지났습니다. 회식을 마치고 미친듯이 밀려오는 그녀 생각에 택시를 타고 집 앞으로 갔습니다. 담배를 몇 개비나 피오구 지나던 아파트 주민들의 눈총이 따가워질 무렵, 용기를 내어, 초인종을 눌렀습니다. 그리고 이내 들려오는 낯선 목소리...'누구세요?...' 바뀐 전화번호, 사라진 직장, 사라진 집, 자신의 흔적을 지우기엔 2개월은 너무나도 충분한 시간들이었습니다... 그녀의 커피숍 친구를 찾아갔습니다. '우린 여기까지가 운명인가봐요...' 제게 남긴 편지를 봤습니다... 친구에게 닥달도 해보고, 회유도 해보고, 잘못했다고 빌기도 했습니다. 매일 같이 커피숍에 찾아가 그녀를 내 놓으라고 시위를 벌였습니다. 그녀 친구의 말은 항상 같았습니다. 돌아보면 참... 찌질의 극한이었던 시절이로군요. 하지만, 그 때는 그것 말고는 어떤 행동을 해야할지 막막했었습니다. 그렇게 보름을 지나고, 이제는 대꾸도 안 하는 그녀의 친구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또 시간이 니나고. 지나고... 갑자기 울리는 전화, 들려오는 그녀 친구의 목소리, 할 말이 있다며 언제 시간이 비냐고 합니다. 벌써 그녀를 만나지 못 한지 8개월이 지났습니다. 그녀 소식이라면 이제 됐다고, 그땐 미안했다고 사과했습니다. 그러면 사과의 뜻으로 밥이라도 사라고 하는 군요. 어렵게 진정된 마음이 다시 흥분할까 두려움에 쉽게 대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오빠는 오해를 푸는 편이예요?아니면 그냥 그대로 두는 편이예요?...' 역시나 대답을 못 하고 있는데 이어지는 그녀의 친구 얘기 '전 오해는 오해인 채로 내버려 두는게 제일 자연스럽다고 생각해요. 오해는 풀려고 할수록 더 깊어지거든요...' 계속 뭐라 답을 할지 몰라 우물거렸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더 싶어지더라도 한 번 풀어보려는 시도라도 해보고 싶네요...' 알고 봤더니, 그 남자. 그때 봤던 유부남이라더군요. 이 여자의 대학 1학년에 운명적으로 만난 첫 사랑, - 운명 따위... 그녀만의 생각이었겠지만, 1년을 넘게 만나고, 어느 날 갑자기 끊어진 연락에 가슴아파 하다가 3년 만에 다시 나타난 겁니다. 군대 가는데, 차마 너에게 기다려 달라는 말 못해서 그냥 사라졌다며, 다시 자기를 받아줄 수 있겠냐며... 나중에 알고봤더니 다 거짓말이라더군요. 그 사람은 면제였으며, 여러 여자를 만나는 바람둥이 였던 거였습니다. 어쩌면 그녀도 그 사람의 바람의 대상 중에 하나였을지도 모르죠. 그녀의 친구도 충분히 미루어 짐작할 만한 내용을, 착한 그녀는 그럴만한 상황이 있었겠지...라고 생각했답니다. 아무튼, 그 남자의 바람기를 잠재우려고 했는지, 어쩌다 덜컥 임신한 여자가 찾아오자, 그 집에서 바로 결혼을 시켰다고 합니다. 그렇게 2년을 넘게 그녀와 연락을 끊고 지내던 그 남자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다시 그녀 앞에 군대라는 같잖은 거짓말로 나타난 거였습니다. 그리고 그 결혼한 사실을 숨기고 그녀를 다시 만나던 그 남자를 조금씩 그녀는 눈치를 채게 되고, 결국 그때 오이도 차 안에서 언쟁 중에 그 사실을 털어놨다고 하더군요. 그런 불륜이나 바람에 지나칠 정도로 몹시 민감하던 그녀는 더이상 말날 수가 없었던 거였습니다. 자기 가슴에 칼이 들어와도, 남의 눈에 눈물 흘리게 하는 일은 절대 할 수 없는 정말 착한 그녀였죠. 그리고, 이러 얘기들을 우리가 처음 술자리 한 그날 다 얘기했었다고 하더군요. 제가 취해서 기억이 잘 나진 않지만, 그런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얘기들에 대해 어떠한 충고나 훈계, 혹은 위로의 제스쳐없이 그냥 말없이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들어주는 제 모습에 왠지 모를 믿음이 생겼다고 친구에게 말했다고 합니다. -실은 너무 취해서 몸 가누기도 힘들어서 그런 건데-_- 그 남자와 그만 만나기로 통보하고 저와 만나는 도중에도 한 번씩 밤에 술취해 전화가 왔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녀가 참지 못하고 번호를 바꿔버리자, 몇 번이고 밤에 집까지 찾아왔던 거죠. 밖에서 소리지르는 그 남자, 주변 이웃에 피해가 갈까 두려워 마지못해 집 밖으로 나간 그녀, 마음이 약해서, 혹시라도 이 사실을 지금 부인이 알까봐 경찰에 신고도 못하는 교녀, 이혼하고 돌아올테니, 저와 헤어지고 다시 만나자는 그 사람. 그러다 마침 그때 그 남자와 저와 통화하게 된 거고. 자신은 최선을 다 해 이사람을 떨처버리려고 하는데, 그 고통을 감내해 내기가 힘들었나 봅니다. 그래서 이제 막 제게 털어놓으려 했었다는, 시기의 문제로 결국 내게 돌아온 건 그녀의 한 없는 실망감 뿐이라는 것들... 그렇게 쉬지 않고 그녀의 얘기를 쏟아내던 그녀의 친구. 물을 한 잔 들이키더니, 이제 속이 후련하다며 먼저 일어선다고 합니다. '오빠는, 바보야. 내 친구 그런 놈한테 가게 놔둘거야?' 머릿 속이 뒤죽박죽 되어 아무런 말도 못 하고, 가는 그녀의 뒷통수만 멍하니 바라봤습니다. 왜 처음부터 저에게 얘기하고, 같이 해결해 나가기를 바라지 않았을까요. 내게 숨긴 채, 자신이 다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걸까요? 이런 일일수록 분명 더 오해의 소지가 많을 텐데... 아니면 제가 그렇게 못 미더웠던 걸까요? 단, 한 번의 오해로 놓치게 된 그녀와의 끈. 어쩌면 제가 그렇게 불신해 마지 않던, 그 운명이란 게 정말 거기까지 였는지... 그 남자와 저와의 가장 큰 차이라면 차이가, 그 사건 이후 저는 2달이 다 되도록, 저의 알량한 자존심에 상처입은 그녀를 방치해둔 거였고, 그 남자는 그 후로도 끊임없이 찾아가 갖은 회유와 설득과 위로와 저에 대한 모함들, 그리고, 자신은 이미 별거 중이며 곧 헤어질거라는 말들을 했다고 합니다. 과거, 그 남자와의 첫 만남을 운명이라고 생각했을 그녀... 그녀의 친구가 가고 한첨을 멍하니 있다가, 참았던, 바보같은 내 처지에, 착하디 착한 그녀 마음에 상처를 준 회한에 눈물을 찔끔거리며 남은 소주를 마셨습니다... 젊은 날엔 젊음을 모르고 사랑할 땐 사랑이 보이지 않았네 하지만 이제 뒤돌아 보니 우린 젊고 서로 사랑을 했구나 눈물같은 시간의 강 위에 떠내려가는건 한다발의 추억 그렇게 이제 뒤돌아 보니 젊음도 사랑도 아주 소중했구나 언젠가는 우리 다시 만나리 어디로 가는지 아무도 모르지만 언젠가는 우리 다시 만나리 헤어진 모습 이대로 - 이상은 <언젠가는> - -----------------------------------------------------------------------------------계속... 씁쓸한 기억입니다. 언젠간, 추억을 떠올리는 순간조차 추억이 되어버릴... 시간들, 이 아직, 그녀와의 추억에는 적용되지 않는 것인지. 영화 '시월애'를 보면 그런 얘기가 나오더군요. '우리가 슬픈 까닭은... 사랑이 끝났기 때문이 아니라, 사랑이 지속되기 때문인 거 같아요...' 분명 주변의 시선에 비춘 그 사랑은 끝이 났지만, 정작 그 사랑을 하던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아직 사랑이 지속되기 때문에, ... 슬픈 거 겠죠... 아직 얘기가 뒤에 좀 더 남았는데, 너무 결말을 알려주는 첨언이 됐군요. 혹시 더 쓰지 않더라도, 어쨌든 결말은 여러분이 예상하는 그대로 입니다... 썅... 괜히 썼나. 겁나 우울해지네요. 이 야밤에. -_-;;;;;;;;;;;;;;;;;; 19
로트렉과 커피에 대한 단상(斷想)5
세미난데...
제가 일상을 살아가며 가지는 몇 안되는 행동 양식 중 하나가 바로,
'나 하나 쯤은 괜찮겠지...'
입니다.-_-
세미나를 이끌어가는 주축 인물이 아닌 관계로,
각설하고 다음 얘기 갑니다.
(눈치 보며 씁니다.-_-)
P.S: 집에 와서야 완성을 하였음-_-
---------------------------------------------------------------------------------------------
우리가 가진 많은 공통점 중 하나가,
낯선 대인관계에 대한 거부감 입니다.
그래서 그녀나 저는 나이트클럽 같은 무도회장을 별로 선호하지 않습니다.
이제까지 회식포함 총 3번 간 정도?
그녀도 대학 신입생때 한 두번 가본 게 다라고 하더군요.
그런 것 말고는 별로 타인과 대면할 일이 많지 않아,
꽤 괜찮은 그녀와 사귐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불안하거나 조급해하지 않았습니다.
평소 주중에는 잘 만나지도 그렇게 전화를 붙잡고 사는 편도 아니었지만,
-이 점에서 그녀는 조금 아쉬워 했으나, 이해해주는 편이었음.
어느 늦은 금요일 밤(당시 주6일, 토요일도 근무하던 시절)
왠지 모를 불면증에 그녀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학원선생을 하는 그녀는 아침에 여유가 있어 밤에 늦게 자는 편입니다.
아마, 1시 조금 넘었나?...
전화를 한참 동안 안 받더군요.
벌써 자나?... 하는 생각에 전화를 끊으려는 순간,
수화기 넘어 들려오는 남자목소리.
너 누구야!!!
해머로 머리를 한 대 맞은 듯,
갑자기 머리가 하얘졌습니다.
그리고 뒤이어 들려오는 욕설...
어렴풋이 들리는 그녀 목소리...
잠이 확 깨더군요.
남자 목소리,
지금 그녀 집 이라고, 당장 오라고 합니다.
혹, 처용가를 아시나요?...
달 밝은 밤에 달구경 갔다오니, 집안에 신발이 두 켤래더라...
이 경우에 혈액형 별 처용의 대처방안이랍시고 올린 유머글을 보았는데,
처용이, A형인 경우는 분노에 차지만, 어떻게 행동을 옮기지 못하고 소심하게 문지방에 구멍 뚫어서 추이를 지켜본다.
O형인 경우는 앞뒤 안 가리고 문짝 부수고 쳐들어가서 년놈들을 작살낸다.
AB형은 잘 기억이 안나고,
B형은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조용히 밖으로 나가, 경찰에 간통죄로 신고를 한다.
였습니다.
전 개인적으로 지난 번 얘기했던 것 처럼,
어떤 확실성(운명처럼?...)에 대한 모든 것을 약간 회의적으로 받아들이는 편입니다.
특히나 B형인 저로서는 좋은 얘기 들은 게 별로 없어서(변태, 사기꾼, 이기주의자 등...-_-)
혈액형 얘기 하면 항상 제가 반문하는 게 있는데,
그래서, 세상 60억 인구 중에 15억이 같은 타입이라는 게 말이 되냐!
뭐 암튼 그래도 처용가는 좀 수긍 가더군요.
혈액형 때문이 아니라 제가 개인적으로 그런 편이라고 생각.
가장 확실하게 린치를 가하는 쪽에 행동의 무게를 싣는다고 할까?...-_-
물론, 무수한 작은 일에는 발끈하기도 하고 무모하게 지를때도 있지만...
오히려 큰 일을 닥치면 반대로 차분해지는 면도 있더군요.
암튼, 아버지 골프채를 뒤져 우드 1개와 아이언 1개를 조수석에 싣고,
그녀 집으로 출발했습니다.
보통 1시간 가까이 걸리지만 늦은 밤 시간, 40분 정도 지나니 거의 다 왔더군요.
아까 그사람 갔다고 하더군요. 내일 출근해야 할텐데, 피곤하니까 그만 돌아가라고.
차분한 목소리...
전 괜찮다고, 이제 다 왔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대뜸 하는 말이
오빠까지 왜 그러냐고, 자기도 피곤한데 좀 이해해주면 안되겠냐고 하더군요.
새벽 1시 넘어서 여자친구한테 한 전화에,
어떤 낯선 남자 목소리가 들리며,
그 남자는 나에게 욕설을 퍼붓고,
이 여자는 자기 꺼라고,
소리소리 질러대는 게
과연 제가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지...
점점 화가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벌어진 상황이야 어쨌든,
가면서 들은 생각은 무조건 그녀 얘기를 들어봐야 겠구나...였습니다.
아무리 자기 자신 처신을 잘 한다 한들, 세상엔 막무가내인 미친 놈들이 많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 남자를 감싼다는 느낌이 드는 왠지 모를 그녀의 그런 말에 전 흥분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도착한 그녀 집앞.
밖에 나와있더군요.
골프채를 들고 내렸습니다.
저를 막아선 그녀.
그냥, 제발 집에 가라고. 자기 못 믿느냐고 했습니다.
실랑이를 벌이다 그녀를 밀치고 엘리베이터에 탔습니다.
벌써 눈이 빨갛게 충혈된 그녀를 거칠게 엘리베이터에 태웠습니다.
내집처럼 그렇게 아늑하게 느겼졌었던, 방하나 거실 겸 부엌이 있는 작은 아파트였습니다.
화장실, 침실, 옷장, 베란다...
있는대로 뒤지기 시작한 나...
바닥에 널부러지는 옷가지들, 이불들...
주저 앉아 울고 있는 그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선을 넘어버린 나...
냉철한 이성은 눈앞에 펼쳐진 상황을 직시하지 못하고, 광기어린 짐승의 감정만 남습니다.
아직까지도 여자한테 그렇게 소리지른 적이 그때 말고는 없었는데,
아무튼 그때 참 많이도 다그쳤다는 생각이 지나고 나서야 들더군요.
집을 나서며, 울고 있는 그녀에게 말했습니다.
난, 남자관계 지저분한 인간들이 제일 경멸스럽다...당분간 만나지 말자...
나의 여자에게 자존심 한번 세워 본 적 없는 저입니다.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버티게 된 건,
그 상황에 대한 제대로 된 설명조차 하지 않으려는 그녀에게 받은 실망감이,
내가 그날 저지른 잘못에 대한 댓가를 이미 치렀다고 생각하기에 충분한 것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분명히 먼저 사과의 말과 함께, 생글생글 웃으며 애교어린 목소리로 전화가 오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몇일이 지나고, 또 한 주가 지나고...
어느 덧,
2개월이 훌쩍 지났습니다.
회식을 마치고 미친듯이 밀려오는 그녀 생각에 택시를 타고 집 앞으로 갔습니다.
담배를 몇 개비나 피오구 지나던 아파트 주민들의 눈총이 따가워질 무렵,
용기를 내어, 초인종을 눌렀습니다.
그리고 이내 들려오는 낯선 목소리...'누구세요?...'
바뀐 전화번호, 사라진 직장, 사라진 집,
자신의 흔적을 지우기엔 2개월은 너무나도 충분한 시간들이었습니다...
그녀의 커피숍 친구를 찾아갔습니다.
'우린 여기까지가 운명인가봐요...'
제게 남긴 편지를 봤습니다...
친구에게 닥달도 해보고, 회유도 해보고, 잘못했다고 빌기도 했습니다.
매일 같이 커피숍에 찾아가 그녀를 내 놓으라고 시위를 벌였습니다.
그녀 친구의 말은 항상 같았습니다.
돌아보면 참...
찌질의 극한이었던 시절이로군요.
하지만, 그 때는 그것 말고는 어떤 행동을 해야할지 막막했었습니다.
그렇게 보름을 지나고,
이제는 대꾸도 안 하는 그녀의 친구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또 시간이 니나고.
지나고...
갑자기 울리는 전화,
들려오는 그녀 친구의 목소리,
할 말이 있다며 언제 시간이 비냐고 합니다.
벌써 그녀를 만나지 못 한지 8개월이 지났습니다.
그녀 소식이라면 이제 됐다고, 그땐 미안했다고 사과했습니다.
그러면 사과의 뜻으로 밥이라도 사라고 하는 군요.
어렵게 진정된 마음이 다시 흥분할까 두려움에 쉽게 대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오빠는 오해를 푸는 편이예요?아니면 그냥 그대로 두는 편이예요?...'
역시나 대답을 못 하고 있는데 이어지는 그녀의 친구 얘기
'전 오해는 오해인 채로 내버려 두는게 제일 자연스럽다고 생각해요. 오해는 풀려고 할수록
더 깊어지거든요...'
계속 뭐라 답을 할지 몰라 우물거렸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더 싶어지더라도 한 번 풀어보려는 시도라도 해보고 싶네요...'
알고 봤더니, 그 남자.
그때 봤던 유부남이라더군요.
이 여자의 대학 1학년에 운명적으로 만난 첫 사랑,
- 운명 따위... 그녀만의 생각이었겠지만,
1년을 넘게 만나고, 어느 날 갑자기 끊어진 연락에 가슴아파 하다가
3년 만에 다시 나타난 겁니다.
군대 가는데, 차마 너에게 기다려 달라는 말 못해서 그냥 사라졌다며,
다시 자기를 받아줄 수 있겠냐며...
나중에 알고봤더니 다 거짓말이라더군요.
그 사람은 면제였으며,
여러 여자를 만나는 바람둥이 였던 거였습니다.
어쩌면 그녀도 그 사람의 바람의 대상 중에 하나였을지도 모르죠.
그녀의 친구도 충분히 미루어 짐작할 만한 내용을,
착한 그녀는 그럴만한 상황이 있었겠지...라고 생각했답니다.
아무튼, 그 남자의 바람기를 잠재우려고 했는지,
어쩌다 덜컥 임신한 여자가 찾아오자, 그 집에서 바로 결혼을 시켰다고 합니다.
그렇게 2년을 넘게 그녀와 연락을 끊고 지내던 그 남자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다시 그녀 앞에
군대라는 같잖은 거짓말로 나타난 거였습니다.
그리고 그 결혼한 사실을 숨기고 그녀를 다시 만나던 그 남자를 조금씩 그녀는 눈치를 채게 되고,
결국 그때 오이도 차 안에서 언쟁 중에 그 사실을 털어놨다고 하더군요.
그런 불륜이나 바람에 지나칠 정도로 몹시 민감하던 그녀는 더이상 말날 수가 없었던 거였습니다.
자기 가슴에 칼이 들어와도, 남의 눈에 눈물 흘리게 하는 일은 절대 할 수 없는 정말 착한 그녀였죠.
그리고, 이러 얘기들을 우리가 처음 술자리 한 그날 다 얘기했었다고 하더군요.
제가 취해서 기억이 잘 나진 않지만,
그런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얘기들에 대해 어떠한 충고나 훈계, 혹은 위로의 제스쳐없이
그냥 말없이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들어주는 제 모습에
왠지 모를 믿음이 생겼다고 친구에게 말했다고 합니다.
-실은 너무 취해서 몸 가누기도 힘들어서 그런 건데-_-
그 남자와 그만 만나기로 통보하고 저와 만나는 도중에도 한 번씩 밤에 술취해 전화가 왔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녀가 참지 못하고 번호를 바꿔버리자, 몇 번이고 밤에 집까지 찾아왔던 거죠.
밖에서 소리지르는 그 남자, 주변 이웃에 피해가 갈까 두려워 마지못해 집 밖으로 나간 그녀,
마음이 약해서, 혹시라도 이 사실을 지금 부인이 알까봐 경찰에 신고도 못하는 교녀,
이혼하고 돌아올테니, 저와 헤어지고 다시 만나자는 그 사람.
그러다 마침 그때 그 남자와 저와 통화하게 된 거고.
자신은 최선을 다 해 이사람을 떨처버리려고 하는데,
그 고통을 감내해 내기가 힘들었나 봅니다.
그래서 이제 막 제게 털어놓으려 했었다는,
시기의 문제로 결국 내게 돌아온 건 그녀의 한 없는 실망감 뿐이라는 것들...
그렇게 쉬지 않고 그녀의 얘기를 쏟아내던 그녀의 친구.
물을 한 잔 들이키더니,
이제 속이 후련하다며 먼저 일어선다고 합니다.
'오빠는, 바보야. 내 친구 그런 놈한테 가게 놔둘거야?'
머릿 속이 뒤죽박죽 되어 아무런 말도 못 하고, 가는 그녀의 뒷통수만 멍하니 바라봤습니다.
왜 처음부터 저에게 얘기하고, 같이 해결해 나가기를 바라지 않았을까요.
내게 숨긴 채, 자신이 다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걸까요?
이런 일일수록 분명 더 오해의 소지가 많을 텐데...
아니면 제가 그렇게 못 미더웠던 걸까요?
단, 한 번의 오해로 놓치게 된 그녀와의 끈.
어쩌면 제가 그렇게 불신해 마지 않던, 그 운명이란 게 정말 거기까지 였는지...
그 남자와 저와의 가장 큰 차이라면 차이가,
그 사건 이후 저는 2달이 다 되도록, 저의 알량한 자존심에 상처입은 그녀를 방치해둔 거였고,
그 남자는 그 후로도 끊임없이 찾아가 갖은 회유와 설득과 위로와 저에 대한 모함들,
그리고, 자신은 이미 별거 중이며 곧 헤어질거라는 말들을 했다고 합니다.
과거, 그 남자와의 첫 만남을 운명이라고 생각했을 그녀...
그녀의 친구가 가고 한첨을 멍하니 있다가,
참았던,
바보같은 내 처지에, 착하디 착한 그녀 마음에 상처를 준 회한에 눈물을 찔끔거리며
남은 소주를 마셨습니다...
젊은 날엔 젊음을 모르고 사랑할 땐 사랑이 보이지 않았네
하지만 이제 뒤돌아 보니 우린 젊고 서로 사랑을 했구나
눈물같은 시간의 강 위에 떠내려가는건 한다발의 추억
그렇게 이제 뒤돌아 보니 젊음도 사랑도 아주 소중했구나
언젠가는 우리 다시 만나리 어디로 가는지 아무도 모르지만
언젠가는 우리 다시 만나리 헤어진 모습 이대로
- 이상은 <언젠가는> -
-----------------------------------------------------------------------------------계속...
씁쓸한 기억입니다.
언젠간,
추억을 떠올리는 순간조차 추억이 되어버릴... 시간들,
이 아직, 그녀와의 추억에는 적용되지 않는 것인지.
영화 '시월애'를 보면 그런 얘기가 나오더군요.
'우리가 슬픈 까닭은... 사랑이 끝났기 때문이 아니라, 사랑이 지속되기 때문인 거 같아요...'
분명 주변의 시선에 비춘 그 사랑은 끝이 났지만,
정작 그 사랑을 하던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아직 사랑이 지속되기 때문에,
... 슬픈 거 겠죠...
아직 얘기가 뒤에 좀 더 남았는데, 너무 결말을 알려주는 첨언이 됐군요.
혹시 더 쓰지 않더라도, 어쨌든 결말은 여러분이 예상하는 그대로 입니다...
썅...
괜히 썼나. 겁나 우울해지네요. 이 야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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