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뽑은 2010년 최고의 음반 8선

travelwave2011.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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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John Mayer / Battle Studies
한국에 루시드폴이 있다면 미국엔 존 메이어가 있다. 둘 다 감미로운 기타 연주를 하고 잔잔한 노래를 부르는 게 닮은꼴인데 각자의 네 번째 앨범을 발매하는 시기까지 비슷했다. 존 메이어는 음악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이 시대 최고의 싱어송라이터이자 기타리스트로 손꼽힌다. 그의 이번 앨범은 예전 작품들에 비해 더욱 부드러워졌다. 어느 하나 튀는 곡 없이 잔잔히 흐른다. 70년대와 80년대 록 음악이 지닌 순수함과 단순함, 담담함이 느껴진다. 이렇게 따뜻한 앨범에 왜 ‘전투 연구Battle Studies’라는 무시무시한 제목을 붙였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

 

2 30 Seconds To Mars / This Is War
자레드 지토는 진정한 엄친아다. 그의 프로필을 간단히 소개하자면, ‘린제이 로한, 캐머런 디아즈, 스칼렛 요한, 애슐리 올슨 등과 염문을 뿌리고 다녔으며 <파이트클럽>, <패닉룸> 등에 출연한 영화배우이자, 록밴드 30 Seconds To Mars의 보컬리스트’다. 자레드 지토가 이끄는 30 Seconds To Mars의 새 앨범은 커버 이미지만 보면 완전 센 헤비메탈 음악이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이들의 음악은 격렬하지만 그 안에는 절제된 아름다움이 있다. 그나저나 자레드 레토는 영화와 음악 중 어디에 더 비중을 두는 걸까. 그는 언젠가 말했다. “영화는 남이 개발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이다. 음악은 내면에 보다 충실하다.”

 

3 Owl City / Ocean Eyes
지난해 서호주에 갔을 때 매일 밤마다 들었던 음악이 있다. 아울 시티의 ‘파이어플라이즈Fireflies’. MTV에서 거의 매 시간 그 뮤직비디오가 나왔다. 그 밝고 꿈같은 감성의 신디팝을 듣고는 그 자리에서 반해버렸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나 뿐만은 아니었나보다. 이 노래는 나오자마자 빌보드 싱글 차트와 UK 싱글 차트 1위를 차지했으니 말이다. ‘팝의 요정’ 테일러 스위프트가 당시 가장 즐겨 듣는 앨범이 바로 이 앨범이라고 했다. 아울 시티는 밴드 이름이지만 멤버가 단 한 명인 원맨 프로젝트 밴드다. 그 주인공은 아담 영Adam Young. 그는 불면증으로 고생하는 미국 미네소타 출신의 청년으로 하루 일과를 마치고 밤마다 지하실에서 음악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 앨범은 그 노력의 결과물이다.


4 Tiago Iorc / Let Yourself In
존 메이어, 제이슨 므라즈, 제임스 블런트, 뉴턴 포크너 등의 싱어송라이터를 좋아한다면 브라질 출신의 신예 싱어송라이터 티아고 요르크도 좋아할 것이다. 브라질에서는 2008년에 나온 그의 데뷔 앨범이 한국엔 2010년에야 상륙했다. 상큼 발랄한 멜로디가 인상적인 ‘Fine’, 브라질 드라마에 삽입돼 그를 세상에 알린 ‘Nothing But A Song’, 서정성 짙은 ‘When All Hope Is Gone’ 등이 추천곡. 이 밖에 비틀스의 ‘Ticket to Ride’, 템프테이션스의 ‘My Girl’ 등 친숙한 노래들의 리메이크 버전도 맛깔난다.

 

5 Train / Save Me, San Francisco
지난해 여름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즐겨들었던 앨범. 지난해 말 나온 존 메이어의 <Battle Studies>와 함께 가장 자주 듣었던 음반이다. 둘 다 편안한 멜로디가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는 공통점이 있다. 트레인의 이번 앨범이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기분 좋게 만드는 이유는 의외로 단순한 데 있지 않나 싶다. 이들 멤버 스스로가 음반을 만들 때 기분 좋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냥 우리의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음반을 만들고 그 나머지는 걱정하지 말자. 단지 우리가 좋아하는 일이니까 즐겁게 작업하자.” 오랜만에 뭉친 멤버들은 이번 앨범을 만들면서 이렇게 말했다. 어떤 일이든 좋아서 신나서 해야 능률이 오르는 법. 이 앨범은 이 단순한 진리를 잘 보여주는 수작이다.

 

6 가을방학 / 가을방학
‘앵콜요청금지’를 부르던 우울한 계피는 없다. 그녀의 음색에는 여전히 약간의 우울함이 묻어있지만 정바비가 만든 노래는 전반적으로 밝고 건강한 느낌이 강하다. 물론 중간에 차분한 곡도 있지만 전체적인 앨범의 성격은 화창한 가을하늘을 닮았다. 가을방학은 언니네이발관으로 데뷔한 정바비와 브로콜리 너마저, 우쿨렐레 피크닉에서 노래를 부른 계피로 이뤄진 듀오다. 지난해 가을에 나온 이들의 데뷔앨범은 여행을 떠날 때 딱 어울리는 배경음악이다.

 

7 최고은 / 1st EP
이미 그녀의 노래가 익숙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녀의 노래는 이 음반이 나오기 전부터 이미 앤트러사이트 등 서울 상수역 근처의 카페에서 진작부터 흘러나왔으니까. 그녀의 음악을 듣다보면 저 너머 평화로운 세상으로 여행을 떠난 듯한 기분이 든다. 시인 김경주는 그녀의 목소리에 대해 다음처럼 말했다.

‘최고은의 목소리엔 여행자의 냄새가 난다. 그녀의 목소리는 늘 어디론가 떠나고 있고 지금 이곳을 다시 비우려고 한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목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는 자의 눈에선 어디론가 떠나고 있는 여행자의 눈동자를 발견하게 된다. 그녀의 음악을 듣는 경험은 분명 지도에는 표기할 수 없는 곳으로 여행을 하는 경험이다.’

 

8 Elliott Smith / An Introduction to... Elliott Smith
‘정말 미안해요. 신이여, 절 용서해주세요.’
엘리엇 스미스는 포스트잇에 또박또박 글자를 적었다. 그리고는 부엌칼로 자신의 가슴을 찔렀다. 그것도 두 번이나. 우리 시대 최고의 싱어송라이터의 생애는 이렇게 끝났다. 2003년 10월 21일. 당시 그의 나이는 서른넷이었다. 아무도 정확한 자살 동기를 모른다. 다만 그가 꽤 오랜 기간 동안 심각한 알코올중독, 약물중독, 우울증에 시달려왔다는 것을 알뿐이다. 
7년이 지났다. 그의 첫 베스트앨범이 나왔다. 앨범 제목처럼 ‘엘리엇 스미스 개론서’로 손색이 없다. 그래서 이 앨범은 기존에 엘리엇 스미스를 좋아했던 사람들보다는 그를 잘 모르는 신세대에게 추천하고픈 앨범이다. 지적이고 철학적인 가사와 고독한 목소리, 순수하고 깊은 울림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공감의 사운드를 젊은 세대가 지나치지 않고 꼭 들어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