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해

손민홍2011.01.08
조회45

 

 

 

황해

2010

 

나홍진

하정우, 김윤석, 조성하.

 

9.0

 

「황해를 건너온 개병」

 

폭풍리뷰를 쓸 타이밍을 놓치긴 했다.

 

4개로 이루어진 챕터 중 첫 번째 챕터의 때깔은

그야말로 국내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그것이었다.

예고편 시작과 끝의 화면을 가득 메우던

그 매캐한 공기는 뻥이 아니었던 것이다.

『황해』의 오프닝은 올 해 국내 영화를 통틀어 군계일학이었다.

 

300여일에 걸친 170회차 촬영이라고 했다.

참여하지 않게 된 것이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아는 배우분은 몇 달을 고생해서 찍었는데

출연분량이 고작 몇 분(아닐수도 있다)에 불과했다.

그렇게라도 이런 영화에 출연하고 싶었냐고 되묻고 싶었지만

내가 아직 배우들의 라이프 매커니즘을 이해할 리 없어 관두기로 했다.

자동차 추격씬, 대규모 추돌씬, 트레일러 전복씬 등등

국내영화 스케일로는 자주 접할 수 없었던 대규모 촬영에

한 번에 10대가 넘는 카메라가 돌아갔다.

그렇게 해서 영화 『황해』의 퀄리티가 나왔다?

그 정도 했으면 이것보다 훨씬 잘 나올 수 있었다고 본다.

좀 더 잘라냈으면, 욕심을 좀 덜 부렸다면.

 

컷의 수과 상상을 초월한다.

뭔가 매끄럽지 못했던 컷의 연결과 급격한 흐름의 끊김은

촉박한 개봉 일정에 맞춘 편집에 기인했다고 이해하겠다.

그래도 이야기에 힘을 싣기보다

영상의 퀄리티 자체에 집착한 것 처럼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

괜히 꼬아놓은 이야기는 따라가다 지칠 즈음 고작 이거였나 싶었고

나의 영화적 키워드였던 『치정』이 이렇게 쉽게

이용되는 꼬라지가 왠지 보기 싫었다.

 

너무 많은, 혹은 너무 진지한 시나리오 회의도 문제가 되나보다.

칠흙같은 어둠 속의 황량한 바다에서

아무렇지 않게 버려지는 구남에서 영화는 끝이 나야했다.

기차에서 내리는 여인 씬은 『황해』의 퀄리티를 한껏 내려앉혀 놓았다.

'닮았지? 헛갈리지? 메롱 살아있었지롱...' 뭐 그런건가?

관객은 이해되지 않은 영화를 두 번 보는 경우는 잘 없다.

명확히 와닿은 영화의 감흥을 한 번 더 느끼고 싶어 두 번 보는거다.

 

분명 '나홍진' 감독은 뛰어난 연출력의 소유자다.

『황해』가 나오기 전에 그가 미친 연출력을 가지고 있을 만한

재목이라 생각했고 나는 또 한 번 좌절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생각하기에

그가 누구도 쉽게 따라잡지 못할 연출력을 가진,

차원이 다른 영역의 감독은 아닌 것 같다.

이건 앞으로의 그의 작품에 대한 기대이기도 하고

또한 나의 희망이기도 하다.

 

bb.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