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귀거래사 (新歸去來辭) 13

김명수2003.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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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 귀거래사 (新歸去來辭) 13

 

신 귀거래사 (新歸去來辭)

 

 

13

 

 

바람 부는 날이면 집 뒤란 대숲우는 소리가 마치 빗소리처럼 요란하다.

 

마당 끝자락에 매달린 산자락의 대숲은 해변에 부서지는 파도소리처럼 시원하

 

다.

 

뒤란의 대숲은 가는 시누대 숲이고 산자락의 대숲은 마디 굵은 왕대 숲이다.

 

앞뒤의 대숲이 바람이라도 맞으면 내 가슴속에도 바람이 일렁이고 술렁인다.

 

여름에 이는 대숲 바람이야 청신하기라도 하지만 겨울 대숲 바람은 사람을 때

 

로 비애에 젖도록 하기도 한다.

 

마을이 있으면 대숲이 있고 대숲이 있으면 마을이 있다.

 

옛사람들이 마을 주변에 대숲을 가꾼 이유야 따로 있겠지만 지금 내 눈에 보이

 

는 것은 대나무의 바람타기다.

 

대나무의 바람타기도 갈대 못지않다.

 

갈대의 가벼움이야 바람도 가볍게 보이지만 대숲의 바람은 박진감이 넘치고 가

 

슴 시리도록 퍼렇게 바람을 탄다.

 

나이테가 없이 줄기 속이 비어 있는 것은 거센 바람에도 쓰러지지 않으려는 자

 

생력의 결과라 한다.

 

예로부터 사군자의 하나로 대접받은 대나무는 절개와 강인함의 상징으로 화인

 

의 그림과 문인의 글귀속에 빈번한 단골로 등장 한다.

 

휘지 않고 곧게 자라는 습성 때문에 독야청청하는 소나무와 함께 지조를, 한 번

 

부러지면 다시 설 수 없는 강철 같은 절개를 , 속이 텅 비어 있음은 초월한 무소

 

유를 뜻한다.

 

그래서 절개 있고 심성이 곧은 사람을 비유할 때 곧잘 '대쪽같다" 고 말한다.

 

대숲에 부는 바람 일렁거릴 때 마다 맑은 햇살 몇 웅큼이 잎 새 사이로 녹아난

 

다.

 

담양 늘 푸른 대숲 마을과 심심지리산 청학동 주변에는 대나무 통밥이 건강식

 

과 별미로 소문나 있어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

 

대통밥은 대통에 밥과 대추, 은행, 밤을 넣고 압력솥에서 2~30분 쪄내는데, 대

 

나무향기가 은은하면서 쫄깃쫄깃하다.

 

대나무로 만든 음식은 정신과 피를 맑게 하고 항암 작용을 하며 간과 숙취에 좋아

 

찾는이들이 많다.

 

날씨 쌀쌀해지니 따뜻하고 상그로운 청학동 대통밥이 그립다.

 

이저녁 대나무 이야기 하는 것은 정치가 보기 치사해서다.

 

그들의 바람타기는 대나무를 초월한다.

 

꼿꼿한 줏대와 소신이 그립고 대통밥처럼 은은한 선비의 향기가 그립기 때문이

 

다.

 

어느 정치인의 별명을 미화하고자 하는 마음은 추호도 없다.

 

그대로 대나무의 절개와 지조와 무소유의 정신을 그릴 따름이다.

 

우리의 거짓됨 없는 정신도 우후죽순처럼 쑥쑥 자라났으면 좋겠다.

 

대나무는 일생에 단 한 번 꽃을 피운다고 한다.

 

대나무가 병을 얻어 생명이 다하게 되면 정열의 마지막 최후를  꽃으로 피기 때문

 

이리라.

 

                                         김 명 수

 


Paul Mauriat-Sympat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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