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영화같았던.. 6년근 짝사랑이야기

반딧불녀2011.01.19
조회174

안녕하세요, 올해로 스물여섯.. 드디어 꺾인; 서울근교농촌 거주하는 눈팅녀입니다. (이젠 눈팅 아니네요)

 

뜬금없지만 제목대로 올해 6년을 맞이한 제 짝사랑 이야기입니다.

글재주도 없고.. 재미도 감동도없겠지만 이렇게 어디에라도 털어놓을 수 있다는게 저에게는 큰 위로가 됐습니다.

부디 이 글을 보시는 모든 분들은 좋은 인연 만나셔서 행복한 사랑하시고 알콩달콩 검은머리 파뿌리 될때까지!

잘 사시길 바랍니다ㅠ_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러면.. 05년도가 시작입니다.

하필 고3때 절정으로 질풍노도의시기;를 겪고있었던 저는 가,나,다 군 실기시험을 모두 포기하거나 망쳐버려서

결국 전공과 닮은듯 닮지않은ㅠㅠ 전혀 엉뚱한 학과, 지방의 2년제 전문대학에 지원하게 됐습니다.

이때는 정말 목적의식도 없었고 우울증이나 주변상황을 핑계로 참 소중한 시간을 잘도 낭비했는데,

말은 못했지만 이 때 참 많이 참아주시고 편의도 봐주셨던 담임선생님.. 고교졸업도 못할 뻔 했는데 참 감사했습니다.

성함도 기억하지 못하는 저를 용서해주세요OTL 부끄러워서 한번 찾아뵙지도 못했네요.

 

..그랬다는 이야기는 뒤로하고..

입학 결정 후 입니다.

 

사실 '3초의 법칙'이나 첫눈에 반한다는 말은 믿지않고 있었는데,

지금 이 글을 쓰면서 생각해보니 입학식 전 신입생 예비소집으로 같은반(과 특성상 반별로 강의를 들었죠)사람들을 처음 본 그 자리에서 그 사람에게 좋은인상을 받았구나 싶습니다.

언뜻보기에도 유한인상에 이목구비가 뚜렷한 얼굴이었고 비니가 참 잘 어울렸던걸로 기억을 합니다.

곧 네다섯명 정도로 조를 짜서 이야기 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그 때도 같은 조였고, 나이는 저보다 세 살이 많았습니다.

몇 마디 안한 이 때에 뭐라도 느꼈는지 저는 마음속으로 '사람은 겉만 봐서는 모른다, 속이 진짜여야 한다'는 생각을 했던게 분명히 떠오릅니다;

 

본격적으로 좋아진 계기는 잘 모르겠습니다..

입학 후 몇주 되지않아서 같은반 언니두명, 동갑내기 한명과 학교근처 원룸에서 자취를 하게됐고, 그 분은 기숙사에서 통학을 했습니다.

같이 자취하던 언니가 그 분과 어울려다니던 한 살 많은 오빠와 친했어서 자연히 같이 보게 되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이 과가 공부하는 과는 아니었는데 뭔지 모여서 같이 공부같은걸 했던 것 같기도 하고.. 알아갈수록 점점 더 좋아졌던 것 같습니다.. 어쩌다보니 이후로 몇 번 둘이 산책도 하게 됐습니다.

그 분은 말 수도 적고 조용한 성격에 좀 애매한표현이지만 잔잔한듯 큰 사람이었고, 당시 저는 (지금도 그렇지만) 분명히 미인형은 아니고.. 제멋대로인 성격에 음침한면이 있고 테러성 의류까지 즐겨입었죠. 가끔 그 때 사진을 보면 저도 손발이 오그라드는데.. 아무튼 그 분에게는 그게 조금 독특해보였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적어도 불쾌해하지는 않았던것 같고 어디서 그런걸 샀는지; 같은 얘기를 꺼내줘서 오히려 저는 좋았었습니다. 이때가 여름이었으니까 봄에 입학해서 여름에 이미 완전히 폴 인 러브였네요. 하라는 공부.. 아니 그림은 안그리고..

 

연애경험도 없었고 사실 사람대하는데도 많이 어려워했던 때라 이 때는 이 호감을 도대체, 어떻게, 어필하면 좋을지 모르겠어서 그냥 무작정 쫓아다녔습니다. 항상 눈이 가 있고, 귀가 열려있고, 강의실이 바뀌면 문자를 보내고 했습니다. 그렇다고 붙임성있게 굴지는 못하고 내가보기에도 참 없어보이고 스토커같기도 하고 그랬는데 정말 그 때 저는 참 어리고..서툴고 그랬습니다.

 

같은 여름에 학교에서는 체험학습같은 핑계로 학년 전체가 일본을 갔는데, 이때도 저는 구경이 다음이고 부지런히 그분만 찾아서 눈안에 담아두기 바빴습니다.

단 한번 물어봤었던 가수의 앨범을 선물한다는 핑계로 찾아가서 결국은 같이 낯선 해외, 아무것도없는 숙소 주변만 빙빙 돌았는데 그게 왜 그렇게 신났었고 오래 기억에 남는지..(다음날 교수님 한 분이 '나는 봤다!'고 하시는바람에 애매한 분위기가 됐던것도ㅜ__ㅜ)

 

그런데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 날, 같은방 언니가 '너 좋은일이 있을거야' 하더니 아무리 물어봐도 무슨일인지 대답을 안해주길래 몇번을 조르고 나중에야 기념품가게에서 '너 사이즈를 물어보더니 뭘 샀다'고 귀뜸을 해줬습니다.

여태 별 반응이 없었는데 드디어나 혹시나 싶어서.. 그날은 잠을 제대로 못 잤습니다.

그리고 아침이되고 짐을싸고 버스를타도 아무 내색도 없다가 공항에 가서야 뭔가 포장된걸 받았는데, 열어보니 유카타와 게다(전통신) 였습니다. 이 때 제 머리색이 와인빛이었는데 정말이지 꼭 닮은 빛깔의 유카타와 게다 였습니다.

조그만 열쇠고리 하나였어도 너무 좋았을텐데 생각도 못한거라 그냥 멍 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기억이 좀 사라진것 같기도 합니다. 다른건 생각이 안나는걸 보니..

사실 이 때 부터 시간이 좀 가물가물 합니다.

 

점점 과제들 압박이 피부로 느껴질때쯤이었는데, 혼자서 자취방 근처에 산책겸 나가봤다가 처음으로 반딧불을 봤습니다. 처음에는 어디서 덜 꺼진 담뱃재;;가 날아오는가 했는데 자세히 보니 작게 깜박이는 것이, 반딧불이었습니다. 나름 시골에서 나고 자랐는데도 볼 수 없었던 반딧불이 너무 신기하고 예뻐서 며칠이나 반딧불을 본다고 저녁이면 나가보고 했습니다.

어둑어둑한 시간 나뭇잎 부딪히는 소리, 물 흐르는 소리.. 차 한대 사람 하나 없는 텅 빈 도로위에서 반짝이며 날아다니는 반딧불을 상상해 보세요..

그런 장소에, 그 순간에 내가 정말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있었다는걸 저는 아마 아주 오래동안.. 기억 할 겁니다.

반딧불을 손 안에 잡아보던 모습, 몇번이나 짧아졌다 길어졌다 하던 그림자도요.

 

 

 

 

결론을 말하자면 그 후 저는 방학 전날 고백을 했고, 거절당했습니다.

그리고 방학도 대학생활도 금방 끝이 났습니다.

 

 

많이 아팠고 무슨이유에선지 6년이 지난 지금도 가끔 아픕니다.

졸업작품집에서 연락처를 보고 몰래 전화도 해 봤습니다.

사람이 살면서 중요한 일이 한두가지가 아닌데 단순히 신호가 가는것만으로도 너무 안심이돼서 나중에는 내가 한심하게 느껴졌습니다.

어제는 이제 얼굴도 잘 기억하지 못했던 그 사람을 꿈에서 봤습니다. 신기하게도 꿈 속에서는 전부 보이고, 들렸습니다.

 

그리고 지금에서야 사랑이었구나 하는 확신이 듭니다.

 

우연히라도 마주치는 상상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언젠가 그 순간이 오면 저는 분명 상상과는 다르게 모른척 지나가게 되리란 걸 알고있습니다.

6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매듭지어지지 않고 꿈을 꿨다고 오히려 선명해지는 이 감정의 빛깔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습니다.

스물아홉.. 결혼을 했을수도, 예쁜 사랑을 하고 있을수도 있습니다.

혹시나 내가 모르는 그런 모습으로 마주칠까봐 그게 무서워서 저는 지금 귀를 닫고 삽니다.

나약한마음을 가진 나는 그대로입니다.

그리고 당분간은, 조금 더 나약해질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