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앞에 닥친 부모님의 이혼, 제 얘기 좀 들어주세요.....

노랑개비2011.01.23
조회69

 

 

 

안녕하세요. 저는 올해 고1이 되는 여학생입니다.

사실 글을 올릴까 말까 새벽 내내 수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누구한테 말하자니 집안일을 아무에게나 말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하지만 걱정도 많이되고 다른분들의 얘기도 들어보고 싶어서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저희집은 저, 어머니, 아버지 이렇게 3식구가 아파트 35평정도되는 평수에 살고 있습니다.

부모님은 맞벌이 하시고 저는 학교가 끝나고 집에 늦게 들어오다보니 집은 텅 비는 일이 항상 많아서

뭐하러 이런 큰 평수에 사냐고 그냥 작은데로 옮기자고 매일매일 입버릇처럼 말했었거든요.

 

 

근데 오늘 새벽 과제를하다가 시끄러워서 방을 나가보니 커다란 짐가방에 어머니께서 아버지의 옷을

담고 계셨습니다. 아버지는 나와서 쳐다보기만 하시다가 이게 뭐하는 짓이냐고 역정내시고.

저도 그 모습을 보고 처음에는 많이 놀랐습니다. 지금 내 눈 앞에 벌어지는 일이 무엇인가?

도데체 왜 엄마가 이 새벽에 아빠옷을 저 커다란 짐가방에 담고 있는거지? 아빠 물건들을?

네, 부모님께서 부부간의 가지고 있던 오해의 골인지 서로 이해의 골이 너무나 깊어져 오늘새벽 터졌습니다. 엄마는 아빠보고 꼴도보기 싫으니까 당장 이 옷들 가지고 나가라고하시고... 눈물도 나지않더라구요.

 

사실은 이런일이 닥칠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우연히 아버지의 핸드폰에서 애정이 담긴 문자메세지를 보았었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사진첩을 들어가보니 사업상 필요한 사진만 찍으시는 저의 아버지께서 술자리같은 곳의 환하게 웃고 있는 여자분을 찍으셔서 가지고 다니시더라구요. 믿었습니다.

 

차마 물어볼 용기가 나지 않았어요 아빠 바람펴? 어떻게 이렇게 물어볼수가 있겠어요.

그게 약 한달 전인데 어렴풋이 눈치를 채고 있었어요. 아빠가 바람을 피는구나. 엄마에게 어떻게 말하지.

말할 생각도 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가정이 망가지질 않길 바래서.... 아무리 이제 제가 컸다지만 아버지가 있는것과 없는것의 차이는 상상도 할 수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이렇게라도 가정이 이루어졌으면 했어요. 제 욕심이 너무 컸던 것 같습니다.

 

그 새벽 아빠께서는 결국은 짐가방을 다 싸서 나가시고, 엄마께서는 저를 옆으로 부르시더니 울면서 말씀 하시더라구요.

제가 고등학교 입학할때 까지 기다려 볼려 했는데, 제 졸업식, 입학식 다 아무렇지 않게 보내준뒤에 제가 기숙사 들어가면 조용조용 처리하고 싶었다고. 이렇게 되서 미안하다고.

 

가는 아버지를 보며 눈물도 나지 않았는데 저한테 미안하다고 하시는 어머니를 보며 눈물이 나더라구요. 얼마나 맘고생을 하셨을까 혼자 이 모든걸 껴안으시고 얼마나 힘드셨을까.

 

그러더니 웃으시면서... 잘 살수 있다고 우리 집도 제 말대로 조금더 작은집으로 옮기자고 이집은 너무 크니까. 속이 다 시원하시데요.

제가 얼마나 컸는지 몰라서 혹시라도 나쁜길로 들어설까봐 고민을 많이 했는데 저한테 이렇게 말씀하시고 다 털어놓으니까 속이 너무 시원하다고, 우는건 아빠가 밉고 그리워서가 아니라 저한테 너무 미안해서 그런거라고...

 

이 글을 쓰는데 또 눈물이 나네요.

사실 이 글을 어떤분들이 봐주실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고민이 있습니다.

아버지가 돌아오느냐 마느냐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요. 앞으로 저희 두 모녀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저희 어머니 아담하시고 사실 굉장히 아기자기하게 생기셨어요.

조금 마르셨고 얼굴도 작으시고 선하게 생기신 분이거든요.

근데 저는 3월이면 기숙사에 들어가는데 요즘 사회가 너무 험하잖아요.

제가 집에있어도 항상 밖에서 이상한 사람들이 해코지할까봐 걱정이었는데 이제 누가 돌봐드릴지. 어디 아프신 곳은 없으시니까 다행인데 걱정입니다.

 

엄마 혼자서 그 작은몸을 가지고... 집에 왔을때 아무도 없이 텅 비어있는건 너무 슬픈 일이잖아요. 엄마의 힘은 위대하다 네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실지도 모르지만... 그런 이유가 아니라 기본적인 인간의 외로움이요. 그게 정말 무서운 거거든요. 걱정입니다. 나쁜 사람들도 많고....

 

 

또 근본적인건 돈 문제겠지요.

아버지가 그렇게 나가시고 엄마하고 얘기를 끝냈을때 드는 생각은 방학때 알바라도 해야겠다.

저희집은 아주 잘사는 집도 아니지만 부족한 집도 아닙니다. 

하지만 이건 부모님이 함께 일을 하셨을 때의 얘기고 정말 법적으로 이혼을 하시기 전까지는 어쩌면 어머니 혼자서 벌어야 하실지도 모르는데... 직장은 계시지만 하... 그냥 걱정이 말이 아닙니다.

 

엄마께서는 오늘아침에도 노트북 선전을 보면서 저거 사줄까? 하시는데 저는 그런건 필요가 없거든요. 앞으로 5년 딱 5년만 고생하시면 아니 제가 3년뒤면 대학생이 될테니 그 때까지만 이라도... 3년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인지라.... 말이 정리가 안되네요 벅찹니다.

 

 

톡커분들 결론적으로..... 제 고민들이 눈에 보이시나요?

아버지에 대한 걱정보다는 어머니에 대한 걱정이 큽니다. 

톡커분들 중에서도 두모녀가 살아가시는 분이 계시는지.. 경제적인것도 정신적인 것도 저보다는 저희 어머니가 걱정입니다... 

 

참고로 제 고민과는 상관없이 공부나 하는게 최선이다 열심히 공부나 해라 하시는 분들도 계실텐데, 저 어렸을 때부터 꿈이 아주 확고해서 학원도 안다니고 누가 시키지 않아도 항상 열심히 해서 1등을 놓쳐본적도 없는 그런사람입니다에헴....그리고 결정적으로 저는 지금 하고싶은 일이 너무많고 해야할 일도 많아서 나쁜길로 빠질 생각도 없고, 남자에 빠질 일도 없는게 어렸을 때부터 남자를 좋아하지 않았었습니다. 

 

제가 톡커분들께 듣고싶은 말은 제 인생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저희 두 모녀가 여자 단둘이서 잘 살수있는지가 문제인겁니다.윙크 

 

마지막은 조금 웃기게~ 왜냐면 이렇게 됬다고 저도 저희엄마도 전혀 우울하지 않아요. 마음의 짐은 있겠지만 오히려 방금전까지 신나게 웃고 떠들다가 왔습니다.  그럼 톡커분들...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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