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카타르 아시안컵 4강전 한국과 일본간의 경기(2-2 TK0-3)에 다섯가지 의문점이 남는다.
조광래코리아호는 연장 후반 종료 직전 터진 황재원(30·수원)의 극적인 동점골(2-2)로 승부차기까지 갔다. 그러나 충격적인 0-3 패배를 당하며 주저앉았다. 1966년 국제축구연맹(FIFA)이 승부차기 제도를 인정한 후 한국 축구가 '영패'를 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광래 감독은 왜 젊은피인 구자철(22·제주)→이용래(25·수원)→홍정호(22·제주)를 1~3번 키커로 배정했을까. 이들의 발을 떠난 볼은 모두 골문을 통과하지 못했다. 무대에 설 기회를 잃었지만 4, 5번 키커는 손흥민(19·독일 함부르크)과 기성용(22·스코틀랜드 셀틱)이었다.
반면 일본 대표팀은 세 번째 키커 나가토모(25·이탈리아 체세나)가 실축했을 뿐이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16강 진출의 주역 혼다(25·러시아 CSKA모스크바)와 이번 대회에서 3골을 터트린 오카자키(25·시미즈)가 1, 2번 키커로 나서 기선을 제압했다. 이어 곤노(28·FC도쿄)가 네 번째로 나서 마무리했다.
11m 지점에서 갖가지 드라마를 연출하는 승부차기는 가혹한 '신의 룰렛 게임'이다. 한국은 잔인했고, 일본은 달콤했다.
①박지성 어디갔나?
승부차기에 캡틴은 없었다. 노련한 박지성(30·맨유)의 힘이 필요했지만 후배들이 그 자리를 메웠다.
사연은 있다. '승부차기 울렁증'이다. 1998년 수원공고 3학년 때였다. 강릉에서 열린 금강대기 8강전에서 실축해 팀이 4강 진출에 실패했다. 당시 전국대회 4강에 올라야 특기생으로 대학에 지원할 수 있었다. 실축으로 4강행이 무산되자 박지성은 '공공의 적'이 됐다. 우여곡절 끝에 명지대에 진학했지만 첫 대회에서도 페널티킥을 실축했다. 악연의 고리는 2002년 한-일월드컵 스페인과의 8강전에서 끊겼다. 두 번째 키커로 나서 골망을 갈랐다. 그는 "대표팀 막내라 거부할 위치도 아니어서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의 심정으로 내질렀다"고 했다.
그러나 웬만해선 페널티킥의 운명이 비켜갔으면 한다. 이번에도 그랬다. 부담스러워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광래 감독도 수용했다. 그래서 아쉽다. 2002년에도 그는 사양했다. 히딩크 감독은 "골을 넣으면 성공률 100%가 되는 것이고 실패하면 다음에 또 하면 된다"고 설득했다. 조 감독은 분위기 차원에서 어떤 식으로든 박지성을 승부차기에 배치했어야 했다. 박지성은 한-일전 직후 "연장전이 끝난 뒤 감독님이 결정하신 순번"이라며 말을 아꼈다.
②젊은피 전진배치 왜?
승부차기 키커 배정의 첫 번째 공식은 경험이다. 터질 듯한 심장을 통제할 수 있는 노하우가 요구된다.
조 감독은 공식 대신 현실만 굳게 믿었다. 그는 한-일전 전날 승부차기 순번을 결정했다. 물론 이들의 기량은 떨어지지 않는다. 구자철과 이용래는 킥력이 뛰어나다. 홍정호는 침착하다. 특히 몇 차례 실시한 승부차기 훈련 때 발군의 능력을 과시했다. 그러나 실전은 다르다. '경험의 미학'을 간과했다. 아시안컵은 이들의 A대표팀 국제대회 데뷔무대였다. 한-일전 직전까지 구자철의 A매치 출전 기록은 14경기, 이용래는 5경기, 홍정호는 4경기에 불과했다. A매치 3경기에 출전한 손흥민을 네 번째 키커로 배치한 것도 도박이다. 기성용을 포함해 배정된 5명의 키커의 평균 나이는 22세였다. 역대 A매치 승부차기 최연소다. 이에 비해 일본은 평균 나이가 25.75세였다. 경험이 월등했다.
③구자철 1번, 최선책이었을까?
승부차기는 문을 여는 1번 키커와 닫는 5번 키커가 가장 중요하다. 2002년 히딩크 감독은 스페인전에서 최고참 황선홍(43·포항 감독)과 홍명보(42·올림픽대표팀 감독)를 1, 5번에 배치했다. 1번은 팀에서 승부차기를 가장 잘 하는 선수, 5번은 심리적 압박감을 넘을 수 있는 배짱이 두둑한 선수가 맡는다.
구자철을 1번으로 선택한 것이 최선책이었을까. 주소가 틀린 측면이 없지 않다. 물론 그는 이번 대회에서 4골을 터트리며 득점 순위 공동 1위에 올라있다. 그러나 현 대표팀에서 페널티킥을 가장 잘 차는 선수는 기성용이다. 기성용이 전반 박지성이 얻은 페널티킥을 찬 것도 이 때문이다. 일본도 그랬다. 첫 번째로 사선에 선 혼다는 이번 대회 페널티킥으로 단 한 골을 넣었다. 2번 키커 오카자키는 팀내 최다골인 3골을 기록했다. 첫 번째 키커가 골을 기록하면 후순위 선수들은 한층 부담을 덜 수 있다. 기성용을 1번, 구자철 2번에 배치했으면 결과는 달라졌을 수 있다.
④골문 정성룡이 지켜야만 했나?
정성룡(26·성남)과 김용대(32·서울)는 묘한 승부차기 인연이 있다. 2009년 둘은 성남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김용대가 상무를 제대한 후 공존했다. 주전은 정성룡의 몫이었다. 하지만 승부차기에 돌입하면 김용대가 교체투입돼 장갑을 꼈다. 2009년 11월 22일 K-리그 6강 플레이오프에서 이 상황이 연출됐다. 성남은 '김용대 효과'를 누렸다.
조별리그를 통과한 직후였다. 승부차기시 김용대의 투입 가능성이 대두됐다. 하지만 끝내 김용대 카드는 빛을 보지 못했다. 조 감독은 후반 21분 원톱 지동원을 빼고 홍정호를 투입, 수비를 두텁게 했다. 승부차기까지 염두에 둔 것으로 분석됐다. 연장 전반 7분 호소가이의 골로 계획이 흐트러졌지만 교체카드를 적절히 조절할 필요가 있었다.
⑤상승세의 황재원 카드는?
축구는 분위기 싸움이다. 승부차기 직전 최고의 분위기메이커는 황재원이었다.
그는 연장 전반 페널티킥을 헌납했다. 각본없는 드라마가 연장 후반 종료 직전 나왔다. 극적인 동점골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그 기세를 승부차기까지 이어갈 수 있었다.
반면 황재원의 골로 일본은 기가 한 풀 꺾였다. 승부차기에서 황재원은 또 다른 활력소였다. 그는 지옥에서 탈출하며 부담을 훌훌 털었다. 긴장감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졌다. 심리적인 우위를 이용할 수 있는 최적의 카드였다. 전날 순번을 결정했다고 하더라도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키커는 바꿀 수 있다. 황재원을 활용하지 못한 것은 또 다른 한으로 남았다.
한일전 승부차기 5대 의문점
[스포츠조선 2011-01-26]
2011년 카타르 아시안컵 4강전 한국과 일본간의 경기(2-2 TK0-3)에 다섯가지 의문점이 남는다.
조광래코리아호는 연장 후반 종료 직전 터진 황재원(30·수원)의 극적인 동점골(2-2)로 승부차기까지 갔다. 그러나 충격적인 0-3 패배를 당하며 주저앉았다. 1966년 국제축구연맹(FIFA)이 승부차기 제도를 인정한 후 한국 축구가 '영패'를 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광래 감독은 왜 젊은피인 구자철(22·제주)→이용래(25·수원)→홍정호(22·제주)를 1~3번 키커로 배정했을까. 이들의 발을 떠난 볼은 모두 골문을 통과하지 못했다. 무대에 설 기회를 잃었지만 4, 5번 키커는 손흥민(19·독일 함부르크)과 기성용(22·스코틀랜드 셀틱)이었다.
반면 일본 대표팀은 세 번째 키커 나가토모(25·이탈리아 체세나)가 실축했을 뿐이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16강 진출의 주역 혼다(25·러시아 CSKA모스크바)와 이번 대회에서 3골을 터트린 오카자키(25·시미즈)가 1, 2번 키커로 나서 기선을 제압했다. 이어 곤노(28·FC도쿄)가 네 번째로 나서 마무리했다.
11m 지점에서 갖가지 드라마를 연출하는 승부차기는 가혹한 '신의 룰렛 게임'이다. 한국은 잔인했고, 일본은 달콤했다.
①박지성 어디갔나?
승부차기에 캡틴은 없었다. 노련한 박지성(30·맨유)의 힘이 필요했지만 후배들이 그 자리를 메웠다.
사연은 있다. '승부차기 울렁증'이다. 1998년 수원공고 3학년 때였다. 강릉에서 열린 금강대기 8강전에서 실축해 팀이 4강 진출에 실패했다. 당시 전국대회 4강에 올라야 특기생으로 대학에 지원할 수 있었다. 실축으로 4강행이 무산되자 박지성은 '공공의 적'이 됐다. 우여곡절 끝에 명지대에 진학했지만 첫 대회에서도 페널티킥을 실축했다. 악연의 고리는 2002년 한-일월드컵 스페인과의 8강전에서 끊겼다. 두 번째 키커로 나서 골망을 갈랐다. 그는 "대표팀 막내라 거부할 위치도 아니어서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의 심정으로 내질렀다"고 했다.
그러나 웬만해선 페널티킥의 운명이 비켜갔으면 한다. 이번에도 그랬다. 부담스러워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광래 감독도 수용했다. 그래서 아쉽다. 2002년에도 그는 사양했다. 히딩크 감독은 "골을 넣으면 성공률 100%가 되는 것이고 실패하면 다음에 또 하면 된다"고 설득했다. 조 감독은 분위기 차원에서 어떤 식으로든 박지성을 승부차기에 배치했어야 했다. 박지성은 한-일전 직후 "연장전이 끝난 뒤 감독님이 결정하신 순번"이라며 말을 아꼈다.
②젊은피 전진배치 왜?
승부차기 키커 배정의 첫 번째 공식은 경험이다. 터질 듯한 심장을 통제할 수 있는 노하우가 요구된다.
조 감독은 공식 대신 현실만 굳게 믿었다. 그는 한-일전 전날 승부차기 순번을 결정했다. 물론 이들의 기량은 떨어지지 않는다. 구자철과 이용래는 킥력이 뛰어나다. 홍정호는 침착하다. 특히 몇 차례 실시한 승부차기 훈련 때 발군의 능력을 과시했다. 그러나 실전은 다르다. '경험의 미학'을 간과했다. 아시안컵은 이들의 A대표팀 국제대회 데뷔무대였다. 한-일전 직전까지 구자철의 A매치 출전 기록은 14경기, 이용래는 5경기, 홍정호는 4경기에 불과했다. A매치 3경기에 출전한 손흥민을 네 번째 키커로 배치한 것도 도박이다. 기성용을 포함해 배정된 5명의 키커의 평균 나이는 22세였다. 역대 A매치 승부차기 최연소다. 이에 비해 일본은 평균 나이가 25.75세였다. 경험이 월등했다.
③구자철 1번, 최선책이었을까?
승부차기는 문을 여는 1번 키커와 닫는 5번 키커가 가장 중요하다. 2002년 히딩크 감독은 스페인전에서 최고참 황선홍(43·포항 감독)과 홍명보(42·올림픽대표팀 감독)를 1, 5번에 배치했다. 1번은 팀에서 승부차기를 가장 잘 하는 선수, 5번은 심리적 압박감을 넘을 수 있는 배짱이 두둑한 선수가 맡는다.
구자철을 1번으로 선택한 것이 최선책이었을까. 주소가 틀린 측면이 없지 않다. 물론 그는 이번 대회에서 4골을 터트리며 득점 순위 공동 1위에 올라있다. 그러나 현 대표팀에서 페널티킥을 가장 잘 차는 선수는 기성용이다. 기성용이 전반 박지성이 얻은 페널티킥을 찬 것도 이 때문이다. 일본도 그랬다. 첫 번째로 사선에 선 혼다는 이번 대회 페널티킥으로 단 한 골을 넣었다. 2번 키커 오카자키는 팀내 최다골인 3골을 기록했다. 첫 번째 키커가 골을 기록하면 후순위 선수들은 한층 부담을 덜 수 있다. 기성용을 1번, 구자철 2번에 배치했으면 결과는 달라졌을 수 있다.
④골문 정성룡이 지켜야만 했나?
정성룡(26·성남)과 김용대(32·서울)는 묘한 승부차기 인연이 있다. 2009년 둘은 성남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김용대가 상무를 제대한 후 공존했다. 주전은 정성룡의 몫이었다. 하지만 승부차기에 돌입하면 김용대가 교체투입돼 장갑을 꼈다. 2009년 11월 22일 K-리그 6강 플레이오프에서 이 상황이 연출됐다. 성남은 '김용대 효과'를 누렸다.
조별리그를 통과한 직후였다. 승부차기시 김용대의 투입 가능성이 대두됐다. 하지만 끝내 김용대 카드는 빛을 보지 못했다. 조 감독은 후반 21분 원톱 지동원을 빼고 홍정호를 투입, 수비를 두텁게 했다. 승부차기까지 염두에 둔 것으로 분석됐다. 연장 전반 7분 호소가이의 골로 계획이 흐트러졌지만 교체카드를 적절히 조절할 필요가 있었다.
⑤상승세의 황재원 카드는?
축구는 분위기 싸움이다. 승부차기 직전 최고의 분위기메이커는 황재원이었다.
그는 연장 전반 페널티킥을 헌납했다. 각본없는 드라마가 연장 후반 종료 직전 나왔다. 극적인 동점골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그 기세를 승부차기까지 이어갈 수 있었다.
반면 황재원의 골로 일본은 기가 한 풀 꺾였다. 승부차기에서 황재원은 또 다른 활력소였다. 그는 지옥에서 탈출하며 부담을 훌훌 털었다. 긴장감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졌다. 심리적인 우위를 이용할 수 있는 최적의 카드였다. 전날 순번을 결정했다고 하더라도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키커는 바꿀 수 있다. 황재원을 활용하지 못한 것은 또 다른 한으로 남았다.
〈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