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여행을 결심했으니 제일 먼저 필요한 게 무엇일까 생각해봤다. 보름 동안 입고 다닐 옷과 그걸 넣고 다닐 가방이 필요할 것이고, 나의 스마트폰 노키아 익뮤 5800을 갖고 가서 가끔 소식도 전해야겠다. (뒤늦게야 알았지만 루마니아는 인터넷 보급이 유럽에서 알아줄 만큼 잘 되어있는 편이다. 그렇다고 IT강국 한국과 비교해서는 곤란하다.) 가리는 음식이 없으니 고추장이라든가 라면 같은건 필요하지 않았고, 더욱이 그 나라의 문화를 제대로 느끼고 싶었기에 일체 챙기지 않았다. 하지만 팩소주를 가져갈 건지는 출발 전날까지 진지하게 고민했다....
참고로 모든 액체류는 기내에 100ml까지만 탑승 가능합니다.그 외에 액체는 모두 따로 부쳐야만 합니다만, 저정도까지는...
하지만 그런 것들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가이드 북이었다! 정확히 루마니아에는 어떤 볼거리가 있으며 어디를 어떻게 가야하는지 또 괜찮은 숙소는 어디며 먹어볼만한 있는 음식에는 뭐가 있는지 아무리 혼자 가는 여행이라고 해도 이런 것들은 알아야하지 않겠는가?
우선 국내 가이드 북을 검색해본 결과 루마니아에 대한 책은 하나도 없음. 그나마 동유럽 가이드북에 몇십 페이지가 나와있는 것이 전부인 상황. 여행 블로그들을 검색해봐도 그냥 유럽 배낭 여행에 잠깐 들린 사람들뿐. 순수 루마니아만을 목적으로 여행한 사람과 여행 정보를 얻긴 힘들었다. 믿었던 해외 여행 사이트 위키트레블 조차 다른 나라에 비해 너무 비약한 정보뿐. 물론 방대한 정보를 지녔다고 하더라도 내 영어 실력으로는 쓸모 없었겠지만...
양이의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곧 양이와 화친한다는 것이오,양이와 화친한다는 것은 곧 나라를 판다는 것이다. 그깟 영어 따위...
애초에 루마니아가 관광 산업이 크게 발달하지 않아 생긴 문제겠지만 그래도 다행히 더 알아보니 Lonely Planet Romania 영어 원서가 있었다. 위키트레블에도 별 내용이 없길래 '별 정보가 없어, 내 영어실력 탓이 아냐!' 라고 변명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무려 10년 5월에 개정판으로 나온 론리 플래닛. 사실 여행에 관해서는 바이블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기에 군말 없이 구입. 더불어 나름 여행 기분을 느껴보자가 루마니아 회화책도 있길래 함께 주문했다.
아마존에서는 $16.49 (약 18,000원)에 판매 중. IMF시절 환율 같은걸 끼얹나??
론리 플래닛을 펼치니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은 루마니아 국가 지도. 아, 루마니아는 이렇게 생겼구나. 동쪽으로 흑해를 조금 끼고 있을뿐 거의 내륙 국가. 발칸반도 국가라고 하기 어려울 정도로 반도 북쪽을 살짝 걸치고 있는 위치. 땅 한 가운데에 봉곳하게 솟아있는 산맥으로 동서로 나눠져 있는 지형. 주변에는 헝가리, 세르비아, 우크라이나, 불가리아, 몰도바가 함께하고 있다.
루마니아의 전체 면적은 한반도의 1.2배 정도 되는 크기
남북한을 모두 합친 한반도보다 약간 크지만, 인구는 서울보다 좀 많은 2천만. 여러 나라에 둘러싸이고 오랜 민족과 뒤엉킨 기나긴 역사 속에서 숨쉬고 있는 나라. 1989년 혁명이 일어나기 불과 20여년 전까지 공산주의 정권 치하에 놓여 있던 루마니아. 지금도 우주 안에서, 지구 위에서 같은 모습의 땅덩어리를 하고 있을 것이 분명하지만 그 모습을 담대히 바라다보는 것만으로도 내 가슴으로 조금씩 요동을 치고 있었다. "이래서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지도를 벽에 붙여두는 걸까?"
한 일주일 동안은 전자사전을 들고 다니면서 대략적인 루마니아의 정보를 얻었다. 론리 플래닛은 자신이 여행 서적의 바이블임을 증명이라도 하듯 많은 내용을 담고 있었다. 대략적인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 습성과 언어, 음식, 교통 수단, 풍습 등... 하지만 그 사람들이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살아가는지는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로 하고, 나는 지금까지 론리 플래닛과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얻은 정보를 토대로 코스를 짰다.
루마니아 지역에 대한 정보를 알아가던 중 우연히 한 고장을 알게 되었다. 마라무레슈 (Maramures) 라는 우크라니아와 인접한 루마니아 북쪽 지방. 전형적인 산골 마을로 아직까지 그 모습과 풍습이 고스란히 남아있다고 한다. 또한 국경지대이기에 루마니아인은 물론 우크라이나인, 마자르인도 함께 사는 곳. 많이 알려진 관광지는 아니기에 교통도 불편하고 숙박도 힘들 거라는 평이 있지만, 그래도 나의 가슴을 가장 심하게 쥐고 흔드는 이 곳을 안 가볼 수는 없었다!
전통의상을 곱게 차려 입은 마라무레슈의 아이들
마라무레슈는 루마니아의 한 주(州) 이기 때문에 꽤 큰 곳이다. 주도(州都)인 바이아 마레를 중심으로 많은 도시들이 몰려 있었다. 아무리 옛날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다만 그래도 모든 곳이 그렇지는 않겠지. 한적하게 여행하기로 결심한 이상 마라마레슈에서 오랜 시간을 가지면 어떨까? 마라무레슈 외의 지역들도 정말 매려적이긴 하지만 바쁘게 좇겨 다니기보다는 정말로 보고 싶은 한 가지, 느끼고 싶은 마음 한 가지를 오래 간직하고 싶었다.
난잡하게 굴지 말고 하나만 잘 하자..
일단 수도 부카레스트로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북쪽 지방 마라무레슈로 올라가고 그 곳에서 일주일 정도 천천히 여행을 하면서 아래로 내려오는 식으로 코스를 짰다. 마라마레슈 이후에는 젊음이 넘쳐나는 대학 도시 클루즈 나포카도 들렸다가 실존 인물이었던 드라큘라 백작과 관련된 도시인 시기쇼아라와 브라쇼브도 가자. 그 외에 멋진 성이 있는 시나이아라는 곳을 가고 다시 부카레스트로 돌아오는 일정.
루마니아 남북을 가로지르는 여행 코스
막상 갈 곳들을 나열하고 보니까 보름이라는 시간이 짧게 느껴졌다. 꽤 긴 시간이라고 생각했지만 고작 이 곳들 밖에 가지 못 하는 건가? 하지만 지도 위에 손가락으로 내 걸음을 따라 가보니 또 그렇지는 않은 것 같고.. 그리고 한 지역를 중심으로 교외로 나가는 일정도 많으니까 실제로 가는 곳을 따지면 하루에 한 도시를 간다고 생각한다면 꽤 많은 곳을 갈 수 있겠다 싶었다.
무엇보다도 내가 가는 곳은 '루마니아' 한 곳, 그 나라의 몇몇 도시뿐이지만 실제로 내가 그 곳에서 보내는 시간은 360시간이기에 - 이 시간은 변함 없기에 내가 일분 일초를 어디에서 어떻게 보내는 것인가가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아쉬움이 남는다면 다음에 또 오면 되지 않겠어? 어떻게든 되겠지, 뭐~
으응? 이렇게 살면 안 되는 거였어...?
여행 코스를 다 정했으니 이제 숙소를 정할 차례!! 이 부분에 대해서는 예전부터 세워두었던 원대한 계획이 하나 있었다! 바로 카우치서핑 (http://www.couchsurfing.com) 를 적극 활용하는 것! 참고로 카우치서핑에 대해서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카우치 서핑(Couch Surfing)은 여행하고자 하는 곳의 현지인의 도움을 받아 무료 숙박 및, 운이 좋다면 가이드까지 받을 수 있는, 여행자들을 위한 비영리 커뮤니티 이다." 즉, 자기가 사는 나라, 지역에 여행자가 오면 기꺼이 무료로 숙박을 제공하는 곳이다. 100% 무료로 가입 조건은 '대신 네가 사는 곳에 외국인이 왔을때도 부디 응해줄 것' 여자 혼자 이용하기는 위험하고 가끔 안 좋은 이야기가 들려오기도 하지만, 이용자의 프로필을 잘 보고, 그 사람 집에서 묵었던 사람들의 후기를 참고하면 충분히 좋은 잠자리는 물론 좋은 인연까지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우선 사이트에 가입해서 나에 대한 프로필을 작성했다, 되지도 않는 영어로... 나에 대해서 안심을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성실하게 적은 프로필! 그래서 이렇게 열심히 적었다. http://www.couchsurfing.org/people/novotenokiss/ 가입을 완료하고 과연 카우치서핑에 루마니아 사람들이 몇이나 있을까 검색해보니 무려 4,754명이 이용! 생각보다 많은 루마니아 사람들이 카우치서핑을 이용하고 있었다.
오예~! 싕나!!!
물론 연락을 취해서 '나 언제 너네 동네 가는데 나 좀 재워줘!' 라고 해서 전부 승낙이 될거라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그 사람도 나름 생활이 있을 것이고 사용자 모두가 잘 곳을 제공해준다기보는 '커피 한잔 마셔줄 수 있는' 사람도 많다. 그렇다고 해서 막무가내로 여러 사람들한테 '나 너네 집에서 재워줘!' 라고 했다가 여러 명이 승낙을 해서 나중에는 '미안, 다른 집 알아놨어' 라고 말하게 될 수도 있기에 4,000여명의 이용자 가운데 내가 가려는 지역 사람들의 프로필을 천천히 살펴봤다.
그 결과 일단은 각 지역별로 2명씩에게만 카우치 서핑 요청을 보내기로 했다. 마라무레슈 지방 바이아마레에 2명, 브라쇼브 지역에 2명, 클루즈나포카에 2명씩. 시나이아 지역은 카우치서핑 이용자가 1명 밖에 없어서 그 사람에게 연락을 했다. 마지막으로 부카레스트 지역에서도 신세질 사람을 찾던 중 뭔가를 발견하였다.
하하, 이 친구는 꼭 이름이 한국 사람 같네...
루마니아에 살고 있는 한국인이야 있을 수 있겠지만 이렇게 카우치서핑까지 하면서 살고 있는 한국인이 있을리 없지. 그렇게까지 할 사람이라면 차라리 한인 민박집을 하겠지, 안 그래? 하하하하하 한국인일리 없지, 한류 열풍에 빠져있는 아줌마가 아이 이름을 한국식으로 지었나봐.
(실제로 루마니아에는 많은 한류 팬들이 있다. 슈주와 FT 아일랜드의 인기는 굉장하다) 류승완 감독의 팬인가? 이상한 식으로 한류를 좋아하네... 어쨌든 한국인일리는 없으니까...
으잌ㅋㅋㅋㅋㅋㅋ 근데 진짜 한국인이얔ㅋㅋㅋㅋㅋㅋ
루마니아에서 인턴으로 일을 하고 있는 모양인데 심지어 나랑 동갑! 여행의 시작지인 부카레스트에서 이 친구를 만날 수만 있다면 여행에 대한 전반적인 정보도 얻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부카레스트는 오로지 이 친구만 믿고 카우치 서핑 요청을 보냈다.
설명하긴 어렵지만 무언가 처음부터 일이 잘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느낌은 여행이 끝나는 순간까지 사라지지 않았다. 미신일 수도 있고, 운명일 수도 있고, 종교적인 발상일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일이 잘 풀린다는 것은 내가 제대로 가고 있다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여행 준비가 하나 둘씩 진행되면서 슬슬 불안은 사라져 갔다.
나중에 기회가 있겠지만 카우치서핑으로 만난 친구들을 간략하게 소개한다. 우선 바이아 마레에서 만나기로 한 친구는 31살의 안드레아 (Andrea) 그녀는 나의 요청에 너무나도 쿨하게 'Ok, We can meet' 이라 대답했다. 두번째로 젊음의 도시 클루즈 나포카에서 만날 친구는 안드리아 (Andreea) 그녀는 20살로 친구들과 함께 살고 있다. 프로필을 봐서는 밝은 사람인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브라쇼브에서 만날 친구는 토니 (Toni) - 아마 본명은 아닌 것 같다. 36살로 컴퓨터 관련 업종에 종사하고 있다고 한다. 조만간 중국 출장을 간다고 한다.
카우치서핑으로 숙소를 마련하지 못 한 시기쇼아라와 시게투 마르마찌에에서는 도미토리룸 (6-8명이 함께 방을 쓰는 방) 이 있는 호스텔에서 묵을 예정이었다. 인색하게 여행을 할 생각은 없지만 그래도 사치스럽게 여행할 필요도 없었기에 또한 여행지에서 또 다른 곳에서 온 여행자들을 만나 함께 지내고 싶기도 해서 론리 플래닛 가이드북을 참고하여 도미토리룸이 있는 호스텔을 파악해 두었다.
이제 여행 준비 완료, 얼른 떠나자!
여행 코스도 선정했고 잘 곳도 정했고... 이제 얼추 준비는 다 한듯!? 구체적인 여행지 정보는 시간 나는대로 가이드북을 읽으며 익히기로 하자. 그동안은 1) 가족에게 자랑하기 2) 친구에게 자랑하기 3) 동료에게 자랑하기 그러면서 얼른 여행날 (이라고 쓰고 '퇴사일'이라고 읽는다)만을 기다렸다.
그러다가 문득 가이드북을 사면서 함께 샀던 루마니아 회화북이 생각났다. 영어를 잘 하는게 아니라면 기본적인 루마니아어 정도는 익혀야할 것 같아서 MP3 CD까지 들어있는 7,500원짜리 여행 회화집을 한 권을 구입하였다. 회사에서 일을 하는 동안 회화CD를 들으며 루마니아어가 어떤 느낌인지 익혔다. 프랑스어만큼 몽글몽글하지는 않지만 독일어처럼 딱딱하지도 않은 말투. 스페인어처럼 혀 굴러가는 소리도 안 나지 않고 아랍어처럼 막 내뱉지 않는 느낌. (참고로 그냥 주관적인 언어 구별법일뿐 비하의 의도는 전혀 없습니다)
하지만...
으응??
모..모라고요??
비록 문과생이긴 하지만, 만약에 조용석을 인수분해 하면 다음과 같을 것이다. 조용석 = (맥주+소주+막걸리)³ + (삼겹살+돼지갈비+껍데기)² + (우겹살+육회) + 지방간 그런 나에게 저런 말들이 적혀있는 여행 회화집이라니... 회화집을 잘못 산건가... 그래도 '맥주'가' 베레(Bere)'라는 것과 '건배'가 '노록(Noroc)'이란 것 정도는 익히고 여행회화집은 위기 일발의 순간이 아니고서야 꺼내보지 않기로 했다...
오랜만에 이과 개그 쳤더니 좀 어지럽군...
여행을 준비하면서 루마니아 날씨는 어떠하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위도상으로는 우리나라보다 조금 높은 곳에 있다지만 내륙성이기 때문에 실제로 우리나라와는 별다른 차이가 없는 수준으로 알고 있다. 다만 겨울에는 눈이 조금 많이 오고 산맥에 둘러싸인 곳은 좀 더 추운 정도. 그래도 내가 루마니아에 도착하는 그 즈음에는 날씨가 어떤가 궁금해서 인터넷으로 'Romania Weather' 이라고 검색을 하니 기사 하나가 떴다.
눈이 엄청 많이 온 모양이다. 이 기사 사진뿐만 아니라 다른 기사에도 눈으로 뒤덮인 루마니아의 수도 부카레스트의 사진들을 볼 수 있었다. 옷으로 더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순간, 난 사진에서 무언가를 발견했다.
뭐야 이게 ㅋㅋㅋㅋ
으아니!! 우연히 발견한 이 사진으로 루마니아에 대한 호감 급증!! 이렇게 귀여운 발상을 하는 나라라면 즐길 거리, 볼거리는 충분하겠군! 눈이 많이 왔다고는 하지만 저렇게 일상 생활은 가능한 정도의 날씨이고 다행히도 저 기사는 12월 중순 쯤에 실린 내용이니까 1월은 좀 나아졌겠지.
루마니아 치안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늘 등장하는 두 가지가 있다. 첫번째는 바로 유기견, 즉 버려진 개들이 거리 곳곳에 있다는 것이다. 어떤 이유로 그렇게 많은 유기견들이 생기게 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들리는 말에 의하면 집시들 기르다가 버리고 간 개들이라고 한다. 당국에서는 예산 부족에서 관리를 안 하고 있는 상황이고, 그러다보니 그 유기견들은 때때로 광견병을 앓고 있어서 여행 중에 물리면 조금 골치 아픈 일을 겪을 수도 있으니 조심하라는 당부의 말이 있었다.
그리고 두번째는 집시, 앞서 말했듯 공산주의 시절에 집시 수용정책의 결과로 아직까지 230만명의 집시들이 루마니아에 남아있다. 그들은 루마니아인들과 함께 뒤섞이지 못 한채 늘 사회의 이방인으로써 길거리에서 구걸을 한다든가 때때로 사기, 범죄를 저지른다고 한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관광객들에게는 집요하게 따라붙는다고 하니 루마니아에 여행을 가면 집시를 가장 경계하라는 말을 많이 보았다. 정말로 유기견 문제도 집시 때문이라면 루마니아 사회에서 집시는 정말 많은 문제를 낳고 있는 계층임은 틀림 없는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난 아직 유기견, 집시를 만나보기는 커녕 루마니아에도 안 가봤으니 내 눈으로 직접 그들을 만나보지 않는 이상 당부는 당부로만 여기기로 했다. 그 나라를 직접 겪기도 전부터 어떤 편견에 휩싸인채 여행을 하기는 싫었다. 가이드북에 나온대로라면 집시와 유기견 외에는 치안은 매우 안전한 편. 가끔 관광객을 상대로 사기를 치는 사람들이 있다지만 그건 어디가나 마찬가지겠지.
나한테 사기치려고 하지마!!
2010년 12월 31일, 마지막 출근을 하고 드디어 장렬하게 퇴사!! 1월 6일 출발이기는 하지만 사실 그렇게 여유만은 있지 않은 상황. 회사를 그만두고 나서야 시간이 생겨서 원열이형에게 가방을 빌리고 여행에 필요한 것들(이라고 해봤자 세면도구와 목 베개, 물티슈) 을 샀다.
날씨는 어쨌든 한국만큼이나 추울테니까 두꺼운 것으로 몇 벌 준비했다. 겨울 여행에서 가장 불편한 점은 옷의 부피가 커서 짐이 늘어난다는 것. 점퍼 2벌과 셔츠 대여섯 장, 청바지 3벌, 츄리링 1벌, 양발과 속옷은 7장씩. 그리고 비행시간이 꽤 길고 루마니아에서도 열차를 타야하는 시간이 많아서 인근 도서관에서 (며칠 연체할 것을 감안하고) 읽을 책들을 몇권 빌렸다.
알고보면 문학소년, 조용석...
평소 좋아하는 작가라고 말하지만 몇 작품밖에 읽어보지 못 한 프랑스의 작가 귀스타보 플로베르의 <성 앙투안느의 유혹> 과 결국은 완성시키지 못 한 마지막 작품 <부바르와 페퀴셰>를 빌리고 20세기 초 러시아 작가 막심 고리끼의 <포마 고르제예프>도 빌렸다. 책이 무거워서 갖고 갈까말까 마지막까지 고민했던 <제 2의 성>은 프랑스의 지성인이자 샤르트르의 부인이기도 한 시몬느 드 보부아르의 작품.
아참, 그리고 여행지에서 만나게 될 현지인 친구들에게 줄 선물도 샀었다. 낯선 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만큼 누구에게 도움을 받을지도 모를 일. 그리고 어떤 사람의 도움을 받아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될지도 기대가 되기에 그들을 만나게 되면 무언가를 주고 싶어서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열쇠고리를 샀다. G마켓에서 검색해보니까 그런 용도로 판매되고 있는 상품들이 꽤 여럿 있었다. 그리고 카우치서핑으로 만난 친구들에게는 그것보다 더 기억에 남을 선물을 준비했다. 예쁜 복주머니부터 시작해서 스카프, 필통, 나전칠기로 장식된 메모함까지...
쇼파와 강아지 빼고 다 가방에 넣읍시다!!
짐이 얼마 없을 줄 알았는데 막상 꺼내보니 꽤 많았다. 다행히 가방이 커서 차곡차곡 넣으면 다 넣을 수 있었지만 점점 배가 불러지는 가방을 보며 어떻게 들고 다니나 걱정했다. 큰 가방은 숙소에 두고 평상시에는 작은 가방을 들고 다니기로 결정. 나름 음악하는 사람으로서 기타 혹은 우클레레를 들고갈까 하다가 짐을 하나라도 줄여야 편할 것 같아서 악기는 휘파람만 가져가기로!
참고로 루마니아는 한국에서 무비자로 90일까지 관광이 가능하다. 이런 것이야말로 진정한 대한한국 대외 외교의 위엄이 아닌가 싶다. 이런 사증 면제 협정은 아무 나라하고나 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 그만큼 루마니아도 안심하고 다닐 수 있는 나라라는 사실일 것이다. 휴대폰은 자동으로 로밍이 된다고하니까 별도의 절차는 필요 없고 아무튼 그런 연유로 비자도 이상무! 여권 역시 이상무! 준비 완료!
이제 떠납시다!
드디어 보름 간의 루마니아 여행에 대한 모든 준비가 끝났다. 1월 6일 점심에 인천공항에 가서 예매해둔 표를 끊고 비행기에 오르기만 하면 정말로 나는 루마니아로 떠난다! 도착할 때까지는 실감이 나지 않겠지만 그래도 만삭의 가방을 보니 괜한 웃음과 함께 정말로 내가 루마니아로 떠나긴 떠나는 것 같았다.
여행 준비에 대한 일화는 한 회 분량으로 간단히 끝날 것 같았는데 막상 적다보니까 이렇게 두 번으로 나누어 적게 되었다. 계획상으로는 하루 일과를 한 회에 걸쳐서 적을 생각이긴 한데 내가 말이 많긴 많은 모양이다, 그게 제대로 될지 잘 모르겠다.
자, 이제 정말로 시작합니다.
보름동안 펼쳐지는 루마니아 여행!
발길이 닿는 곳마다 느껴지는 루마니아의 냄새
낯선 곳에 만난 우연은 인연으로 이어지고
발길이 닿는 곳마다 이어지는 낯선 풍경들
너무 고마웠던 나의 친구들...
경험해보지 못 했던 새로운 문화
아찔한 순간들도 있었지만...
다시 한 번 가보고 싶은 곳들
다시 한 번 만나고 싶은 사람들
그리고 다시 한 번 먹어 보고 싶은 음식들과
맥주!!!!!!!!!!!!!!!!!
2011년, 27살을 맞이하여 홀로 훌쩍 떠난 루마니아 여행기. 제가 무엇을 보고 어떤 사람들을 만나고 무엇을 먹었는지 이제 여러분들께 하나 하나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루마니아 여행기 (2) 여행을 준비하다!
보름 동안 입고 다닐 옷과 그걸 넣고 다닐 가방이 필요할 것이고,
나의 스마트폰 노키아 익뮤 5800을 갖고 가서 가끔 소식도 전해야겠다.
(뒤늦게야 알았지만 루마니아는 인터넷 보급이 유럽에서 알아줄 만큼 잘 되어있는 편이다. 그렇다고 IT강국 한국과 비교해서는 곤란하다.)
가리는 음식이 없으니 고추장이라든가 라면 같은건 필요하지 않았고,
더욱이 그 나라의 문화를 제대로 느끼고 싶었기에 일체 챙기지 않았다.
하지만 팩소주를 가져갈 건지는 출발 전날까지 진지하게 고민했다....
하지만 그런 것들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가이드 북이었다!
정확히 루마니아에는 어떤 볼거리가 있으며 어디를 어떻게 가야하는지
또 괜찮은 숙소는 어디며 먹어볼만한 있는 음식에는 뭐가 있는지
아무리 혼자 가는 여행이라고 해도 이런 것들은 알아야하지 않겠는가?
우선 국내 가이드 북을 검색해본 결과 루마니아에 대한 책은 하나도 없음.
그나마 동유럽 가이드북에 몇십 페이지가 나와있는 것이 전부인 상황.
여행 블로그들을 검색해봐도 그냥 유럽 배낭 여행에 잠깐 들린 사람들뿐.
순수 루마니아만을 목적으로 여행한 사람과 여행 정보를 얻긴 힘들었다.
믿었던 해외 여행 사이트 위키트레블 조차 다른 나라에 비해 너무 비약한 정보뿐.
물론 방대한 정보를 지녔다고 하더라도 내 영어 실력으로는 쓸모 없었겠지만...
그깟 영어 따위...
애초에 루마니아가 관광 산업이 크게 발달하지 않아 생긴 문제겠지만
그래도 다행히 더 알아보니 Lonely Planet Romania 영어 원서가 있었다.
위키트레블에도 별 내용이 없길래 '별 정보가 없어, 내 영어실력 탓이 아냐!' 라고
변명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무려 10년 5월에 개정판으로 나온 론리 플래닛.
사실 여행에 관해서는 바이블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기에 군말 없이 구입.
더불어 나름 여행 기분을 느껴보자가 루마니아 회화책도 있길래 함께 주문했다.
론리 플래닛을 펼치니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은 루마니아 국가 지도.
아, 루마니아는 이렇게 생겼구나. 동쪽으로 흑해를 조금 끼고 있을뿐 거의 내륙 국가.
발칸반도 국가라고 하기 어려울 정도로 반도 북쪽을 살짝 걸치고 있는 위치.
땅 한 가운데에 봉곳하게 솟아있는 산맥으로 동서로 나눠져 있는 지형.
주변에는 헝가리, 세르비아, 우크라이나, 불가리아, 몰도바가 함께하고 있다.
남북한을 모두 합친 한반도보다 약간 크지만, 인구는 서울보다 좀 많은 2천만.
여러 나라에 둘러싸이고 오랜 민족과 뒤엉킨 기나긴 역사 속에서 숨쉬고 있는 나라.
1989년 혁명이 일어나기 불과 20여년 전까지 공산주의 정권 치하에 놓여 있던 루마니아.
지금도 우주 안에서, 지구 위에서 같은 모습의 땅덩어리를 하고 있을 것이 분명하지만
그 모습을 담대히 바라다보는 것만으로도 내 가슴으로 조금씩 요동을 치고 있었다.
"이래서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지도를 벽에 붙여두는 걸까?"
한 일주일 동안은 전자사전을 들고 다니면서 대략적인 루마니아의 정보를 얻었다.
론리 플래닛은 자신이 여행 서적의 바이블임을 증명이라도 하듯 많은 내용을 담고 있었다.
대략적인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 습성과 언어, 음식, 교통 수단, 풍습 등...
하지만 그 사람들이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살아가는지는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로 하고,
나는 지금까지 론리 플래닛과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얻은 정보를 토대로 코스를 짰다.
루마니아 지역에 대한 정보를 알아가던 중 우연히 한 고장을 알게 되었다.
마라무레슈 (Maramures) 라는 우크라니아와 인접한 루마니아 북쪽 지방.
전형적인 산골 마을로 아직까지 그 모습과 풍습이 고스란히 남아있다고 한다.
또한 국경지대이기에 루마니아인은 물론 우크라이나인, 마자르인도 함께 사는 곳.
많이 알려진 관광지는 아니기에 교통도 불편하고 숙박도 힘들 거라는 평이 있지만,
그래도 나의 가슴을 가장 심하게 쥐고 흔드는 이 곳을 안 가볼 수는 없었다!
마라무레슈는 루마니아의 한 주(州) 이기 때문에 꽤 큰 곳이다.
주도(州都)인 바이아 마레를 중심으로 많은 도시들이 몰려 있었다.
아무리 옛날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다만 그래도 모든 곳이 그렇지는 않겠지.
한적하게 여행하기로 결심한 이상 마라마레슈에서 오랜 시간을 가지면 어떨까?
마라무레슈 외의 지역들도 정말 매려적이긴 하지만 바쁘게 좇겨 다니기보다는
정말로 보고 싶은 한 가지, 느끼고 싶은 마음 한 가지를 오래 간직하고 싶었다.
일단 수도 부카레스트로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북쪽 지방 마라무레슈로 올라가고
그 곳에서 일주일 정도 천천히 여행을 하면서 아래로 내려오는 식으로 코스를 짰다.
마라마레슈 이후에는 젊음이 넘쳐나는 대학 도시 클루즈 나포카도 들렸다가
실존 인물이었던 드라큘라 백작과 관련된 도시인 시기쇼아라와 브라쇼브도 가자.
그 외에 멋진 성이 있는 시나이아라는 곳을 가고 다시 부카레스트로 돌아오는 일정.
막상 갈 곳들을 나열하고 보니까 보름이라는 시간이 짧게 느껴졌다.
꽤 긴 시간이라고 생각했지만 고작 이 곳들 밖에 가지 못 하는 건가?
하지만 지도 위에 손가락으로 내 걸음을 따라 가보니 또 그렇지는 않은 것 같고..
그리고 한 지역를 중심으로 교외로 나가는 일정도 많으니까 실제로 가는 곳을 따지면
하루에 한 도시를 간다고 생각한다면 꽤 많은 곳을 갈 수 있겠다 싶었다.
무엇보다도 내가 가는 곳은 '루마니아' 한 곳, 그 나라의 몇몇 도시뿐이지만 실제로 내가 그 곳에서 보내는 시간은 360시간이기에 - 이 시간은 변함 없기에
내가 일분 일초를 어디에서 어떻게 보내는 것인가가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아쉬움이 남는다면 다음에 또 오면 되지 않겠어? 어떻게든 되겠지, 뭐~
여행 코스를 다 정했으니 이제 숙소를 정할 차례!!
이 부분에 대해서는 예전부터 세워두었던 원대한 계획이 하나 있었다!
바로 카우치서핑 (http://www.couchsurfing.com) 를 적극 활용하는 것!
참고로 카우치서핑에 대해서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카우치 서핑(Couch Surfing)은 여행하고자 하는 곳의 현지인의 도움을 받아
무료 숙박 및, 운이 좋다면 가이드까지 받을 수 있는, 여행자들을 위한 비영리 커뮤니티 이다."
즉, 자기가 사는 나라, 지역에 여행자가 오면 기꺼이 무료로 숙박을 제공하는 곳이다.
100% 무료로 가입 조건은 '대신 네가 사는 곳에 외국인이 왔을때도 부디 응해줄 것'
여자 혼자 이용하기는 위험하고 가끔 안 좋은 이야기가 들려오기도 하지만,
이용자의 프로필을 잘 보고, 그 사람 집에서 묵었던 사람들의 후기를 참고하면
충분히 좋은 잠자리는 물론 좋은 인연까지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우선 사이트에 가입해서 나에 대한 프로필을 작성했다, 되지도 않는 영어로...
나에 대해서 안심을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성실하게 적은 프로필!
그래서 이렇게 열심히 적었다. http://www.couchsurfing.org/people/novotenokiss/
가입을 완료하고 과연 카우치서핑에 루마니아 사람들이 몇이나 있을까 검색해보니 무려 4,754명이 이용! 생각보다 많은 루마니아 사람들이 카우치서핑을 이용하고 있었다.
물론 연락을 취해서 '나 언제 너네 동네 가는데 나 좀 재워줘!' 라고 해서
전부 승낙이 될거라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그 사람도 나름 생활이 있을 것이고
사용자 모두가 잘 곳을 제공해준다기보는 '커피 한잔 마셔줄 수 있는' 사람도 많다.
그렇다고 해서 막무가내로 여러 사람들한테 '나 너네 집에서 재워줘!' 라고 했다가
여러 명이 승낙을 해서 나중에는 '미안, 다른 집 알아놨어' 라고 말하게 될 수도 있기에
4,000여명의 이용자 가운데 내가 가려는 지역 사람들의 프로필을 천천히 살펴봤다.
그 결과 일단은 각 지역별로 2명씩에게만 카우치 서핑 요청을 보내기로 했다.
마라무레슈 지방 바이아마레에 2명, 브라쇼브 지역에 2명, 클루즈나포카에 2명씩.
시나이아 지역은 카우치서핑 이용자가 1명 밖에 없어서 그 사람에게 연락을 했다.
마지막으로 부카레스트 지역에서도 신세질 사람을 찾던 중 뭔가를 발견하였다.
루마니아에 살고 있는 한국인이야 있을 수 있겠지만
이렇게 카우치서핑까지 하면서 살고 있는 한국인이 있을리 없지.
그렇게까지 할 사람이라면 차라리 한인 민박집을 하겠지, 안 그래? 하하하하하
한국인일리 없지, 한류 열풍에 빠져있는 아줌마가 아이 이름을 한국식으로 지었나봐.
(실제로 루마니아에는 많은 한류 팬들이 있다. 슈주와 FT 아일랜드의 인기는 굉장하다)
류승완 감독의 팬인가? 이상한 식으로 한류를 좋아하네... 어쨌든 한국인일리는 없으니까...
으잌ㅋㅋㅋㅋㅋㅋ 근데 진짜 한국인이얔ㅋㅋㅋㅋㅋㅋ
루마니아에서 인턴으로 일을 하고 있는 모양인데 심지어 나랑 동갑!
여행의 시작지인 부카레스트에서 이 친구를 만날 수만 있다면
여행에 대한 전반적인 정보도 얻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부카레스트는 오로지 이 친구만 믿고 카우치 서핑 요청을 보냈다.
설명하긴 어렵지만 무언가 처음부터 일이 잘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느낌은 여행이 끝나는 순간까지 사라지지 않았다.
미신일 수도 있고, 운명일 수도 있고, 종교적인 발상일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일이 잘 풀린다는 것은 내가 제대로 가고 있다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여행 준비가 하나 둘씩 진행되면서 슬슬 불안은 사라져 갔다.
나중에 기회가 있겠지만 카우치서핑으로 만난 친구들을 간략하게 소개한다.
우선 바이아 마레에서 만나기로 한 친구는 31살의 안드레아 (Andrea)
그녀는 나의 요청에 너무나도 쿨하게 'Ok, We can meet' 이라 대답했다.
두번째로 젊음의 도시 클루즈 나포카에서 만날 친구는 안드리아 (Andreea)
그녀는 20살로 친구들과 함께 살고 있다. 프로필을 봐서는 밝은 사람인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브라쇼브에서 만날 친구는 토니 (Toni) - 아마 본명은 아닌 것 같다.
36살로 컴퓨터 관련 업종에 종사하고 있다고 한다. 조만간 중국 출장을 간다고 한다.
카우치서핑으로 숙소를 마련하지 못 한 시기쇼아라와 시게투 마르마찌에에서는
도미토리룸 (6-8명이 함께 방을 쓰는 방) 이 있는 호스텔에서 묵을 예정이었다.
인색하게 여행을 할 생각은 없지만 그래도 사치스럽게 여행할 필요도 없었기에
또한 여행지에서 또 다른 곳에서 온 여행자들을 만나 함께 지내고 싶기도 해서
론리 플래닛 가이드북을 참고하여 도미토리룸이 있는 호스텔을 파악해 두었다.
여행 코스도 선정했고 잘 곳도 정했고... 이제 얼추 준비는 다 한듯!?
구체적인 여행지 정보는 시간 나는대로 가이드북을 읽으며 익히기로 하자.
그동안은 1) 가족에게 자랑하기 2) 친구에게 자랑하기 3) 동료에게 자랑하기
그러면서 얼른 여행날 (이라고 쓰고 '퇴사일'이라고 읽는다)만을 기다렸다.
그러다가 문득 가이드북을 사면서 함께 샀던 루마니아 회화북이 생각났다.
영어를 잘 하는게 아니라면 기본적인 루마니아어 정도는 익혀야할 것 같아서
MP3 CD까지 들어있는 7,500원짜리 여행 회화집을 한 권을 구입하였다.
회사에서 일을 하는 동안 회화CD를 들으며 루마니아어가 어떤 느낌인지 익혔다.
프랑스어만큼 몽글몽글하지는 않지만 독일어처럼 딱딱하지도 않은 말투.
스페인어처럼 혀 굴러가는 소리도 안 나지 않고 아랍어처럼 막 내뱉지 않는 느낌.
(참고로 그냥 주관적인 언어 구별법일뿐 비하의 의도는 전혀 없습니다)
하지만...
비록 문과생이긴 하지만, 만약에 조용석을 인수분해 하면 다음과 같을 것이다.
조용석 = (맥주+소주+막걸리)³ + (삼겹살+돼지갈비+껍데기)² + (우겹살+육회) + 지방간
그런 나에게 저런 말들이 적혀있는 여행 회화집이라니... 회화집을 잘못 산건가...
그래도 '맥주'가' 베레(Bere)'라는 것과 '건배'가 '노록(Noroc)'이란 것 정도는 익히고
여행회화집은 위기 일발의 순간이 아니고서야 꺼내보지 않기로 했다...
여행을 준비하면서 루마니아 날씨는 어떠하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위도상으로는 우리나라보다 조금 높은 곳에 있다지만 내륙성이기 때문에
실제로 우리나라와는 별다른 차이가 없는 수준으로 알고 있다.
다만 겨울에는 눈이 조금 많이 오고 산맥에 둘러싸인 곳은 좀 더 추운 정도.
그래도 내가 루마니아에 도착하는 그 즈음에는 날씨가 어떤가 궁금해서
인터넷으로 'Romania Weather' 이라고 검색을 하니 기사 하나가 떴다.
눈이 엄청 많이 온 모양이다. 이 기사 사진뿐만 아니라 다른 기사에도
눈으로 뒤덮인 루마니아의 수도 부카레스트의 사진들을 볼 수 있었다.
옷으로 더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순간, 난 사진에서 무언가를 발견했다.
으아니!! 우연히 발견한 이 사진으로 루마니아에 대한 호감 급증!!
이렇게 귀여운 발상을 하는 나라라면 즐길 거리, 볼거리는 충분하겠군!
눈이 많이 왔다고는 하지만 저렇게 일상 생활은 가능한 정도의 날씨이고
다행히도 저 기사는 12월 중순 쯤에 실린 내용이니까 1월은 좀 나아졌겠지.
루마니아 치안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늘 등장하는 두 가지가 있다.
첫번째는 바로 유기견, 즉 버려진 개들이 거리 곳곳에 있다는 것이다.
어떤 이유로 그렇게 많은 유기견들이 생기게 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들리는 말에 의하면 집시들 기르다가 버리고 간 개들이라고 한다.
당국에서는 예산 부족에서 관리를 안 하고 있는 상황이고,
그러다보니 그 유기견들은 때때로 광견병을 앓고 있어서 여행 중에 물리면
조금 골치 아픈 일을 겪을 수도 있으니 조심하라는 당부의 말이 있었다.
그리고 두번째는 집시, 앞서 말했듯 공산주의 시절에 집시 수용정책의 결과로
아직까지 230만명의 집시들이 루마니아에 남아있다.
그들은 루마니아인들과 함께 뒤섞이지 못 한채 늘 사회의 이방인으로써
길거리에서 구걸을 한다든가 때때로 사기, 범죄를 저지른다고 한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관광객들에게는 집요하게 따라붙는다고 하니
루마니아에 여행을 가면 집시를 가장 경계하라는 말을 많이 보았다.
정말로 유기견 문제도 집시 때문이라면 루마니아 사회에서 집시는
정말 많은 문제를 낳고 있는 계층임은 틀림 없는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난 아직 유기견, 집시를 만나보기는 커녕 루마니아에도 안 가봤으니
내 눈으로 직접 그들을 만나보지 않는 이상 당부는 당부로만 여기기로 했다.
그 나라를 직접 겪기도 전부터 어떤 편견에 휩싸인채 여행을 하기는 싫었다.
가이드북에 나온대로라면 집시와 유기견 외에는 치안은 매우 안전한 편.
가끔 관광객을 상대로 사기를 치는 사람들이 있다지만 그건 어디가나 마찬가지겠지.
2010년 12월 31일, 마지막 출근을 하고 드디어 장렬하게 퇴사!!
1월 6일 출발이기는 하지만 사실 그렇게 여유만은 있지 않은 상황.
회사를 그만두고 나서야 시간이 생겨서 원열이형에게 가방을 빌리고
여행에 필요한 것들(이라고 해봤자 세면도구와 목 베개, 물티슈) 을 샀다.
날씨는 어쨌든 한국만큼이나 추울테니까 두꺼운 것으로 몇 벌 준비했다.
겨울 여행에서 가장 불편한 점은 옷의 부피가 커서 짐이 늘어난다는 것.
점퍼 2벌과 셔츠 대여섯 장, 청바지 3벌, 츄리링 1벌, 양발과 속옷은 7장씩.
그리고 비행시간이 꽤 길고 루마니아에서도 열차를 타야하는 시간이 많아서
인근 도서관에서 (며칠 연체할 것을 감안하고) 읽을 책들을 몇권 빌렸다.
평소 좋아하는 작가라고 말하지만 몇 작품밖에 읽어보지 못 한
프랑스의 작가 귀스타보 플로베르의 <성 앙투안느의 유혹> 과
결국은 완성시키지 못 한 마지막 작품 <부바르와 페퀴셰>를 빌리고
20세기 초 러시아 작가 막심 고리끼의 <포마 고르제예프>도 빌렸다.
책이 무거워서 갖고 갈까말까 마지막까지 고민했던 <제 2의 성>은
프랑스의 지성인이자 샤르트르의 부인이기도 한 시몬느 드 보부아르의 작품.
아참, 그리고 여행지에서 만나게 될 현지인 친구들에게 줄 선물도 샀었다.
낯선 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만큼 누구에게 도움을 받을지도 모를 일.
그리고 어떤 사람의 도움을 받아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될지도 기대가 되기에
그들을 만나게 되면 무언가를 주고 싶어서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열쇠고리를 샀다.
G마켓에서 검색해보니까 그런 용도로 판매되고 있는 상품들이 꽤 여럿 있었다.
그리고 카우치서핑으로 만난 친구들에게는 그것보다 더 기억에 남을 선물을 준비했다.
예쁜 복주머니부터 시작해서 스카프, 필통, 나전칠기로 장식된 메모함까지...
짐이 얼마 없을 줄 알았는데 막상 꺼내보니 꽤 많았다.
다행히 가방이 커서 차곡차곡 넣으면 다 넣을 수 있었지만
점점 배가 불러지는 가방을 보며 어떻게 들고 다니나 걱정했다.
큰 가방은 숙소에 두고 평상시에는 작은 가방을 들고 다니기로 결정.
나름 음악하는 사람으로서 기타 혹은 우클레레를 들고갈까 하다가
짐을 하나라도 줄여야 편할 것 같아서 악기는 휘파람만 가져가기로!
참고로 루마니아는 한국에서 무비자로 90일까지 관광이 가능하다.
이런 것이야말로 진정한 대한한국 대외 외교의 위엄이 아닌가 싶다.
이런 사증 면제 협정은 아무 나라하고나 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
그만큼 루마니아도 안심하고 다닐 수 있는 나라라는 사실일 것이다.
휴대폰은 자동으로 로밍이 된다고하니까 별도의 절차는 필요 없고
아무튼 그런 연유로 비자도 이상무! 여권 역시 이상무! 준비 완료!
드디어 보름 간의 루마니아 여행에 대한 모든 준비가 끝났다.
1월 6일 점심에 인천공항에 가서 예매해둔 표를 끊고
비행기에 오르기만 하면 정말로 나는 루마니아로 떠난다!
도착할 때까지는 실감이 나지 않겠지만 그래도 만삭의 가방을 보니
괜한 웃음과 함께 정말로 내가 루마니아로 떠나긴 떠나는 것 같았다.
여행 준비에 대한 일화는 한 회 분량으로 간단히 끝날 것 같았는데
막상 적다보니까 이렇게 두 번으로 나누어 적게 되었다.
계획상으로는 하루 일과를 한 회에 걸쳐서 적을 생각이긴 한데
내가 말이 많긴 많은 모양이다, 그게 제대로 될지 잘 모르겠다.
자, 이제 정말로 시작합니다.
보름동안 펼쳐지는 루마니아 여행!
발길이 닿는 곳마다 느껴지는 루마니아의 냄새
낯선 곳에 만난 우연은 인연으로 이어지고
발길이 닿는 곳마다 이어지는 낯선 풍경들
너무 고마웠던 나의 친구들...
경험해보지 못 했던 새로운 문화
아찔한 순간들도 있었지만...
다시 한 번 가보고 싶은 곳들
다시 한 번 만나고 싶은 사람들
그리고 다시 한 번 먹어 보고 싶은 음식들과
맥주!!!!!!!!!!!!!!!!!
2011년, 27살을 맞이하여 홀로 훌쩍 떠난 루마니아 여행기.
제가 무엇을 보고 어떤 사람들을 만나고 무엇을 먹었는지
이제 여러분들께 하나 하나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제 정말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