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과 할머니

할무이2011.01.30
조회67

안녕하세요. 네이트판에 처음으로 글을 쓰네요. 처음으로 저의 할머니 얘기를 꺼내고 싶습니다.

 

전 현재 15살 수원에 어느 병신같은 중학교에 다니는 학생입니다.

(개학이 어떻게 2월7일임 ㄱ-)

 

저희 집은 누나,엄마,아빠,본인,할머니 이렇게 5명이 삽니다.

엄마는 의왕에 한 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시고 누나는 이제 수능생, 아빠는 천안에 회사가 계셔서

7일에 1번 집으로 오십니다. 그러면 저하고 할머니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같이 지내는데

 

맨날 밤마다 개쌍욕 하고 해도 떨어지면 둘중에 한명이 꼭 하루마다 전화를 하는 그런 사이입니다.

제가 6살때 까지는 집에 외할아버지도 같이 사셨습니다. 외할아버지는 외할머니가 돌아가셔서 저희 할머니랑 가깝게 지내셨는데(불륜!?) 저희 할머니와 외할아버지는 10년이나 나이차를 가지고 계시지만

 

항상 같이 얘기하고, 남매처럼 친하게 지내셨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7살이 되기 전쯤 외할아버지는

외삼촌,외숙모와 같이 사시게 되어 광주로 가시고 이젠 할머니만 남게 되었습니다. 그때까지는 고등동에 살았었고, 지금은 조원동에 살고있습니다. 고등동에 할머니 친구분들하고 항상 목욕탕도 가고, 시장도 가시는 터라 할머니가 별로 외로움을 못타셨는데

 

제가 7살 유치원에 갈 나이때 조원동으로 이사를 갔고, 조원동에 이사가서 저는 유치원에, 누나는 초등학교를 다녔었고 엄마는 15년동안 같은 직장, 아빠는 그당시 수원쪽에 근무하셨지만 천안쪽으로 발령이 나셔서 천안에 집을 하나 사셔서 현재 등본에는 엄마,누나,본인 이름만 있는 상태고 아빠는 등본에 혼자..만 올라온 상태입니다. 할머니는 물론 큰집 쪽 등본에 계시구요.

 

할머니는 조원동에 오시고 나서 같이 얘기할 친구가 없어 계속 집안일만 하시고 TV만 보셨었습니다.

어느날 제가 유치원에서 돌아오고 아이스크림 먹으려고 할머니한테 500원말 달라했었는데, 할머니가 안주시자 저는 "집나갈꺼야" 하면서 집 문을 엄청 쎄게 닫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렸는데 할머니가 제이름을 부르시면서 아픈 다리로 밖에 나오셔서 저한테 가지말라고 500원을 손에 쥐어주시더군요.

 

그때까지는 그게 아무것도 아닌줄 알고 그냥 이렇게 하면 돈 받을수 있구나 라고 생각하면서

2학년때 까지 계속 화를 내거나, 집을 나간다는등 방식으로 돈을 받아갔습니다.

 

근데 2학년 어느날, 집에 들어왔더니 평소같으면 있어야할 할머니가 없더군요.

뭐 저녁전에는 오시겠지 하면서 TV 보고있었는데 누나가 병원에 같이 가자해서 갔더니

할머니가 병실 침대에 누워계셨습니다. 그때 정말 놀래서 아무말도 안나왔고, 이제부터 할머니말 잘 들을테니까 제발 할머니 살려주세요 하면서 기도를 했고, 그때 의사가 오더니

 

하는말이

 

"음. 허리를 너무 무리하게 쓰신것 같아요. 몇일 입원해야 겠습니다"

 

그말듣고 얼마나 안심이 되던지, 의사선생님 볼에 뽀뽀라도 해드리고 싶던 심정이었습니다.

그후로 할머니한테 1000원을 '부탁' 드렸었고 안주시면 그냥 안받고 살았습니다.

 

그렇게 살아간지 4년,

6학년이 되었고. 할머니와 항상 같이 잤는데 그때 할머니가 이상한 말씀을 하시더군요.

 

"내 죽으면 우짜노.." 라는 말을 거의 2시간동안 하시고, 겨우 잠 들으셨는데도

울으셨는데 아무래도 외로우셨거나 아파서 그런것일수가 있었는데

 

 

 

 

 

결국 할머니는 또 병원으로 가셨습니다.

근데..

 

링겔를 맞으시고 나더니

"이제 개안타"

 

.....

 

그토록 아프다 아프다 하시던분이 링겔 몇분 맞으시고 안아프다 하면..

저희 엄마가 계속 진짜로 괜찮냐고 물으셨더니 진짜로 괜찮다고 하시더군요.

 

그렇게 집에 다시 돌아오시고

 

몇일후 집에 돌아왔는데 할머니가 안계셔서 그냥 컴퓨터나 하고있었습니다.

근데 밤 10시가 되도록 안오시길래 (핸드폰이 없으셨음) 찾으러 갔는데..

 

집에서 전화가 오더니 할머니가 할머니 친구분 집에서 고스톱을 치고 오셨다고 하더군요 ㄱ-;

뭐..친구랑 놀으셨으면 이제 혼자 계실일은 없으니까 다행이긴 한데..

 

오후 10시까지 고스톱은 좀..

 

그리고 몇개월후 할머니가 구미 삼촌집으로 쉬러가셨는데

몇년동안,몇백시간동안 항상 같이있던 할머니가 없으니

 

정말 돌아가신것도 아닌데 계속 할머니 사진만 쳐다보게 되더군요.

심할땐 운적도 있었고, 목욕할때도 울고 잘때도 울고 밥먹을때도 울고 똥쌀때도 울고

씻을때도 울고 일어날때도 울고 컴할때도 울고 빨래할때도 울고 설거지 할때도 울고

 

거의 하루를 울어서 나중엔 눈물도 안나오는 지경이 되버렸죠 ㄱ-

 

할머니가 돌아가시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맨날 들었던 지라

더 심하게 울었나 봅니다.

 

몇개월후 할머니가 집으로 오셨는데

"와 할머니다" 하면서 좋아한것도 잠시

 

전쟁이 시작됩니다

 

밤 10시에 할머니방에 TV가 켜져있길래 같이 보려고 우사인볼트를 빙의해서 달려갔더니

갚자기 할머니가 TV를 끄시면서 "나 잠 ㅅㄱㅂ2" 하시더군요;;

할머니 잘때도 TV 켜놨잖아

날 엿맥이시려는건지 ㄱ-

 

그렇게 밤마다 항상 전쟁이 치뤄집니다

 

 

 

"볼꺼야"

"자"

"볼꺼야"

"자"

"볼꺼야"

"자"

"볼꺼야"

"자"

"볼꺼야"

"자"

 

를 30분동안 한다음

 

최후의 방법 "나 여기서 안자"

 

를 말하자;;;

 

 

 

할머니는 기다렸다는듯이

 

"그래라"

...진짜로 그러시더군요 ㄱ-

 

그다음엔 더더욱 진화해서

 

리모컨을 아예 뺏어서 계속 키고 했더니

이번엔

 

 

"공격카드 효자손을 소환한다"

 

퍽퍽퍼러퍼퍼퍼퍽

 

이번에도 K.O

 

 

더더욱 진화해서 이번에는

 

효자손과 다른 공격무기들을 제 바지안에 넣고 TV를 틀었습니다.

근데;;;;; 할머니가 이번엔 리모콘을 뺏으시려 하더군요.

 

"훗, 힘은 내가 쎄지"

 

역시. 그건 제가 이겼습니다.

 

 

TV가 꺼지더니 할머니가 "ㅋㅋㅋ" 하시면서 다시 자더군요;;;;;

 

 

콘센트를 뽑으시고 ㄱ-

 

다시 끼면 되죠 뭐. 그래서 다시 끼려고 갔는데...

 

 

 

 

 

 

숨겨놨네요 젠장...

 

 

 

그래서 이번엔 콘센트를 못뽑도록 앞에 3단 서랍을 갔다놓고,

TV 버튼을 아예 빼버리고 공격무기 다갔다 안방에 버려놓고

 

TV를 키는순간..

 

 

난 병신입니다

 

 

리모콘을 항상 가운데에 놓는 버릇이 있는데

이번에 실수로 가운데에 놔버려서 할머니가 가져갔습니다 ㅡ;

 

그래서 마지막 끝장을 보자.

 

할머니는 추위에 약하시고, 그때 겨울이었으니

 

 

 

창문을 다 열어놓고 안키면 안닫는다고 베짱을 부렸더니

 

 

 

 

안방으로 가시네요

 

 

 

 

.......

 

 

결국 추위에 벌벌떨고 10분후 전쟁포기선언을 해버렸습니다 ㅡ;

 

현재 할머니 연세는 84세이시며

저는 지금도 할머니가 돌아가시면 어쩌나 하는 걱정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할머니 제발 TV좀 봅시다 ㅠㅠㅠㅠㅠㅠㅠ

 

아니 내가 보자할때만 왜 끄는데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