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가방을 들고 손을 직원 앞으로 내밀어 / 두 개로 갈라지게 하라.' (출한국기 15장)
용석은 가방을 둘로 나누는 기적을 행하고 유유히 대한항공 비행기에 탑승하였다.
얼ㅋ
정신 없이 춤을 추고 있다보니 어느새 비행기에 탑승할 시간!
비행기 자리는 예약을 할 때 모두 창가쪽 자리로 잡았다.
화장실 왔다갔다 하기는 힘들겠지만 바깥 풍경을 보고픈 마음에
요강을 들고 탑승...했다는건 거짓말이고 무거운 가방을 들고 탑승
과연 내 옆자리에 어떤 사람이 앉을까 두근 두근 거리면서
일단은 차도남 컨셉으로 묵묵하게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뒤 나와 비슷한 나이 또래의 한 여성 분이 내 옆에 앉는다!!
차림을 보니 여행을 가는 것 같지는 않은데 중국 유학생인가?
비록 베이징까지 1시간 조금 넘는 시간 밖에 안 걸리지만
그래도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무슨 말이라도 걸어볼까..
괜히 찝쩍 거리는 것으로 보이면 어떡하나 걱정되기도 했지만
생각해보니까 내가 지금 하려는게 찝쩍거리는 거 맞잖아...???
괜한 참견을 하기는 싫지만...
(웹툰 '마음의 소리' 중)
하지만 그 분은 비행기가 이륙을 하자마자 곧 바로 자리를 바꾸셨다...
물론 자리를 임의로 바꾸면 안 되기에 스튜어디스의 눈을 피해서 옮겼지만,
왜.. 왜.. 왜일까.. 내 몸에서 더러운 오타쿠 냄새라도 나는 것일까.. 흐규흐규..
나중에 자리를 바꾼 이유를 알게 되었지만 그래도 그 사실을 알기 전까지
'용감한 여행자' 에서 '버림 받은 남자'로 전락하고 말았다. (소심 버프 +3 발동)
드디어 비행기 탑승!!
짧은 비행이긴 하지만 저녁 7시 비행기이기 때문에 기내식이 나왔다.
여행을 하면서 많은 것들을 카메라에 담을 계획이었는데,
그중에 하나도 빠짐 없이 기록하겠다고 생각한 것이 바로 '음식'
평소에 워낙 먹는 즐거움을 중시하는 한 사람이기 때문에
여행지에서 즐기게될 음식의 맛과 모습을 소중히 간직하고 싶었다.
대한항공 기내식 소고기 국수라고 해야할까? 소고기 불고기에 마늘종, 고추, 죽순 등을 넣어서 만든 국수. 한국식이라고 하기에도, 중국식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이 음식은 정말 한국인, 중국인이 많이 이용하는 루트에 적합한 음식이 아니었나 싶다. 특히 소고기의 맛은 어디선가 느껴본 적있는 아련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분명 씹으면 씹을수록 소고기의 깊은 맛이 느껴지기는 하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오래 씹어야하는 질긴 이 육질.. 분명 낯설지 않다.. 내가 한때 이런 고기를 꽤 자주, 꽤 많이 먹어봤던 것 같았는데.. 두 번 다시 만나고 싶지 않았지만 분명히 내 향수를 자극하는 그 맛은 마치 길거리에서 헤어진 여자친구를 쏙 빼닮은 여자를 마주친 느낌...
아, 그래.. 짬밥 맛이었어... 예비군 훈련장도 아닌 곳에서 짬밥의 맛을 보니 반갑더군. 더구나 상공 30,000피트에서 느끼는 짬밥 소고기 맛이란! 우리 부대 취사병이 대한항공에서라도 일을 해왔던 걸까.. 맛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오랜만에 느껴지는 그 맛이 반가웠다. 그러고보니 기내식이 나올 때쯤이 되니까 비어있던 내 옆자리로 어떤 한 사람이 다가와서는 그 여자 분이 떠난 자리에 털썩 앉았다. 스튜디어디스는 다가와서 자리를 옮기면 안 된다고 말을 했지만 후드 모자를 푹 눌러쓴 그 사람은 대꾸 없이 내 옆자리에 앉아서 아무렇지도 않게 기내식을 받고서는 허겁지접 먹기 시작했다. 아마도 뒷자리에 계셨던 분인데 너무 배가 고파서 앞자리로 온 모양. 스튜어디스의 말에도 아무 말이 없던 그 사람은 식사가 끝나고나서야 후드 모자를 벗고 평안한 얼굴을 드러내며 자신의 배를 두드렸다. 앞서 느꼈던 짬밥의 느낌과 그걸 빨리 먹고 싶어했던 모습에서 왠지 식사 시간만을 기다려왔던 나의 이등병 시절이 빙의되기도 했지만 이내 나와 눈을 마주치자 그는 방긋 웃어주었다. 그래서 나도 방긋 ^_^
기내식이 빨리 먹고 싶어 자리를 바꾼 JC 그는 바로 호놀룰루에서 가족을 만나러 가는 중국인 JC 우리 둘은 서로가 서로를 흉볼 수 없을 정도의 영어 실력으로 베이징에 도착할 때까지 떠듬 떠듬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JC : 여행 가는 건가? 혼자? 용석 : 네, 루마니아에 2주 정도 여행을 가요 JC : 루마니아..?? 루마니아...? 그게 어디 있는 나라지?? (JC는 앞에 놓인 잡지를 주섬 주섬 꺼내며 세계 지도를 펼쳤다) 용석 : (동유럽 발칸반도에 위치한 루마니아를 가리키며) 여기요 JC : 아아.. 루마니아.. 그래.. 여길 왜 가는데?? 용석 : 여행.. 간다니깐요? JC : 루마니아로 여행을 간다고?? 왜?? 여기 뭐 볼게 있는데?? 용석 : JC는 루마니아에 대해서 아는 거 있어요? JC : 음, 글쎄.. 여기 집시들이 많다는 것 정도? 용석 : 네, 맞아요. 그리고 또 뭐가 있는지 한번 보고 싶어요 JC : 아아, 혼자 가는 거니까 조금 가벼운 마음으로 가는건가? 용석 : 그렇죠. 그냥 그 나라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보고 싶어요. JC : 멋있네. 아는 사람들은 전혀 없고? 용석 : 인터넷으로 루마니아 친구들을 몇 명 사귀었어요. (용석, 수첩을 꺼내 보이며 그들의 연락처들을 보여준다) JC : 전화번호랑 이메일 주소.. 아, 그래. 이메일 주소 좀 알려줄래? 용석 : 좋아요. JC도 하나 알려주세요! 사진도 한장 찍어도 되죠? JC : 물론이지. (그러면서 그는 앞서 꺼냈던 잡지를 함께 든다) 용석 : 헐, 잡지는 왜요? JC : 나 이 칼이 맘에 들어. 이게 뭐야? 용석 : 이건 은장도에요. 한국의 여성들이 정조를 지킬 때 쓰는 거죠. JC : 그래? 그냥 단순한 칼은 아니구나. 어쨌든 멋있어. 예뻐. 그렇게 JC와 여행에 대한 이야기, 그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자신의 사진은 물론이고 여행에 다녀와 사진도 보내달라던 JC. 그러고보니 메일 보내주는 걸 깜빡했다, 지금이라도 얼른 보내야겠다.
이야기 중 목이 말라서 맥주 한 잔 더! 사실 위의 대화문을 보면 별 얘기 안 한것 같지만 저 대화를 하기 위해 나는 얼마나 많이 떠듬거렸던가.. 덕분에 짧은 대화내용에 비해 긴 시간을 투자하여 몇 마디 나누고 나니까 어느새 베이징에 도착할 때가 되었다. 그제서야 자리를 옮겼었던 그 여자 분이 자리로 돌아왔는데 본래 자기가 앉아있던 자리에 떡하니 앉아있는 JC를 보고 깜놀. 하지만 JC는 아무렇지도 않게 또 옆으로 자리를 옮겼고 그 여자 분은 원래 자신의 자리에 앉으며 착륙을 기다렸다. 그때야 알게 되었지만 그녀는 자신의 어머니와 탑승했는데 서로 자리가 떨어져있는 바람에 팔이 불편하신 어머니를 위해 비행기가 이륙하고 나서 잠시 자리를 바꾸었던 것이었다. 내 몸에서 더러운 기분이 느껴져서가 아니었던 게야!! JC는 나에게 여행 잘 하고 집시들은 점을 잘 보기도 하니까 내가 백만장자가 될 수 있는지 한번 점 쳐보라고 하였다. JC, 그런 것 쯤은 나도 잘 알고 있어요. 나와 돈은 인연이 없다는걸.. 베이징 공항 도착! 짧은 비행으로 베이징 공항에 무사히 도착. 이제는 오스트리아 항공으로 환승 준비를 해야한다. 베이징 공항에서 '국제선 환승 (International Transfer)'만을 좇아서 우왕좌왕하고 있는데 정작 가는 길은 출구(Exit)뿐이었다. 나는 중국 비자도 없고, 베이징 공항을 나갈 이유가 전혀 없기에 직원에게 항공으로 환승하려고 하는데 어디로 가야하느냐고 물어도 그들은 계속해서 출구 쪽만을 가리킨다. 시키는 대로 나가긴 했는데 어느새 나는 입국 신고를 하는 곳까지 오게 되었다!! 이게 아니잖아!! 계속해서 직원에게 '난 환승할거란 말이에요 ㅠㅠ 환승하게 해주세요' 해도 그들은 묵묵히 출구만을 가리켰다. 영어가 전혀 통하지 않는 상황이었다. 답답하기도 하고 당황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화가 나기도 했다. 서비스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고객에게 왜 제대로 응대하지 못 하는거지? 이런 곳에서 일하려면 기본적으로 간단한 영어 정도는 해야하는 거 아니야? 중국이라는 나라에는 처음 와보는데 원래 이런 식으로 사는 나라인거야? 하지만 한편으로 생각하면 난 그들이 영어를 못 한다고 무시한건 아닐까? 공항에서 일하는 건 그들이고 나같은 사람을 숱하게 봐왔을텐데, 왜 나는 그들이 '영어를 못 한다'는 이유만으로 믿지 않으려고 한 것일까? 언제부터 '영어'가 사람을 믿고 못 믿고하는 판단이 척도가 되었던 걸까? 혹은 은연 중에 갖고 있던 중국인에 대한 편견이나 괄시가 작용된건 아닐까? 결론을 말하면 직원들의 말대로 나는 출구로 나가야 하는 것이 맞았다. 나중에서야 영어를 조금할 수 있는 직원을 만났는데, 베이징 공항은 엄청 크기 때문에 총 3개의 청사로 이뤄져있다. 내가 도착한 곳은 2청사인데 환승을 하기 위해선 3청사로 가야했다. 대범하게, 용감하게 여행하기로 결심해 놓고서는 왜 소심하게 군걸까. 그 어떤 편견과 선입견에 갇히지 않기로 하고 왜 그들을 안 믿으려 한걸까? 더구나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니까 직원들조차 무슨 일이냐며 접근해온다. 여행지에서 당황하는 모습을 보면 도와주러 오는 사람도 다가오겠지만 나쁜 마음을 먹고 접근하는 사람도 있을테니 절대 당황하지 않으려 했는데.. 다행히 이 곳에서는 아무 일 없었지만 앞으로는 좀 더 용감하게, 그리고 사람들을 믿으면서 여행을 해야겠다고 다시 한 번 다짐을 했다.
남을 믿음으로써 소심 버프에서 회복되었다!(그래도 도저히 믿기 힘든 사람도 있다..) 나의 경우에는 이후 비행기가 다음날인 아침 비행기이기 때문에 베이징에서 하루 머문다는 경유 확인을 받는 절차도 필요했었다. 덕분에 내 여권에는 중국 도장이 처음으로 하나 쾅 찍혔다. 여권에 각 나라들의 도장이 늘어날 수록 뿌듯해져만 가는 기분이란! 베이징 공항 2청사에서 3청사로 이동하려면 셔틀버스까지 타야한다. 중국이란 나라는 뭐든지 어마어마하구만! 진정 대륙의 스케일이란! 감탄하면서 더 이상 당황하지 않고 셔틀 버스를 타는 곳으로 나왔다. 베이징 공항 1청사, 2청사, 3청사를 오가는 무료 셔틀 버스24시간 운행되는데 아침 6시부터 밤 11시까지는 10분 간격그 이후 심야 시간에는 30분 간격으로 다닌다.
셔틀 버스를 타고 베이징 공항 근처 시내로 나오니 기나긴 경유 시간동안 이 근처를 배회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됐건 중국에서 하루 머물게된 셈인데 중국도 살짝 맛 봐볼까? 좀전에 당황했던 마음이 조금씩 안정이 되고 있었고 제대로 중국요리를 즐기고 싶은 마음도 스물스물 피어오르고 있었다. 물론 비행기 안에서 기내식을 먹은지 얼마 되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2청사에서 3청사까지는 약 15분 정도 걸렸다. 베이징 올림픽에 맞추어 2008년에 개장한 3청사는 다른 청사에 비해서 으리으리한 현대식이었다. 마치 김포공항에서 인천공항으로 넘어간 느낌!
현대식 시설을 자랑하는 베이징 공항 3 청사
일단 오스트리아 항공에서 나머지 티켓 2장을 마저 발권받으려 했지만 처음 도착해서 당황한 바람에 시간을 많이 소비해서 이미 오늘 영업 끝. 내일 아침 5시에나 다시 일을 시작한다고 하니까 그때 오라고 한다. 비행기는 어차피 아침 7시이니까 시간이 부족하지는 않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여행을 준비하면서 신발을 하나 샀었다. 정확히 말하면 어그 부츠. 루마니아에 눈이 많이 왔다고 하고 날씨도 꽤 추울 것 같으니 평소에 신는 단화를 신었다가는 발이 시려워! 꽁! .. 할까봐 하나 구입했었다. 위에 잠시 나온 출발하기 전에 찍은 사진에서 이미 눈치 챈 사람도 있었겠지만... 또 한편으로는 어그부츠는 여자만 신어야한다는 편견에 맞서고도 싶었다!!
지난 공연때 어그부츠를 신었는데 한 관객분이 인상적이셨는지 이런 사진을 찍어주셨다...
하지만 편견에 맞서고 나발이고 발이 너무 안 편했다.. 흐규흐규 신발이 너무 따뜻하다보니까 발이 쉽게 땀이 차기 시작했고 그런 상태로 오래 걷다보니까 계속 발바닥이 쓸리는 그런 느낌. 짬밥 느낌에 이어서 행군 느낌으로 군생활 반복하는 것도 아니고, 베이지 공항 3청사에 도착하고 나니까 더 이상 걷기가 싫었다. 시간은 밤 10시가 채 넘었지만 아침까지 그대로 쉬고만 싶었다. 그래서 나같이 아침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쉬고 있는 곳으로 가서 크나큰 가방을 베개 삼아서 나도 조금 편하게 몸을 뉘었다.
좀만 쉴게요...
그렇게 눈을 감으면 잠을 청했는데.. 잠이 올리가 없었다!!! 내가 이렇게 피곤하면 쉬고 졸리면 자려고 여행을 온건가! 물론 힘들고 지친 몸 이끌고 무리하게 여행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아무리 이 곳이 여행의 목적지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비행기에 오른 순간부터 나의 여행은 시작된 것 아니었나?! 그래!! 내가 이럴려고 여행에 온 거 아니야! 이렇게 잘 수는 없어! 그래서 미친 메뚜기 마냥 갑자기 발작하며 일어나는 바람에 옆에서 졸고 있던 아저씨가 화들짝 놀랐다. 아저씨, 쉐쉐. 가방이 좀 무겁지만 분명 공항에 맡아주는 곳이 있을 것이다. 그 곳에 가방을 맡겨두고 근처라도 돌아다니며 중국을 맛보자. 처음 와본 중국의 밤을 이대로 보낼 수는 없지 아니한가! 역시나 베이징 공항 안에는 짐을 맡아두는 곳이 있었다. 30위안이라는데 - 위안 개념이 전혀 없어서 그게 얼마인지 몰랐다. 공항에서 쓸 생각으로 달러를 조금 가져갔었는데 직원에게 달러로는 얼마냐고 물어보니까 위안만 받는다고 한다. 흥! 그러면 내가 뭐 가방을 못 맡길 줄 아니? 바로 옆에 환전소가 있길래 환율 시세를 보니까 15달러(약 17,000원) 정도만 바꾸면 될 것 같았다. 그런데 달러 환전은 60달러부터 된다고 하는게 아닌가!! 잠깐 중국에 머무는 건데 그렇게까지 환전할 필요는 없지... 그럼 어떻게 해야하는걸까.. 난 가방을 맡길 수 없는건가... 이대로 포기하고 얌전히 잠이나 자야하는 것일까!!
하지만 그럴 수는 없지! 다른 방법을 찾자, 롸잇나우!
마침 눈에 보이는 ATM 기계. 신용카드를 사용하자! 돈도 100위안부터 뽑을 수 있다. 돌아올 때도 필요할테니 100위안이면 적당한 금액이 아닌가 싶어서 인출했다. 그래서 멋있게 가방을 맡기고는 공항 근처를 구경! 다시 셔틀 버스를 타고 공항 근처에 뭐가 있나 살펴봤다. 그렇지만 우리나라도 그렇듯 공항 근처에는 별게 없었다. 셔틀 버스가 시내로 나가기는 하지만 중간에 내릴 수도 없고, 걸어서 시내까지 나가기에는 조금은 부담스러운 거리였다. 여전히 내 발은 편하지 않았었고.. 그래서 계획을 바꾸어서 그냥 베이징 1청사, 2청사, 3청사 안을 구경하기로 했다. 현대적인 3청사보다는 1, 2청사에는 뭔가 볼거리가 있지 않을까.
막상 밖으로 나오니까 막막했던 베이징 공항 근처 가스 테러가 일어난게 아닙니다...
셀카도 한장! 이렇게 생긴 사람입니다.(종종 튀어나와도 놀라지 마세요) 신분증 검사 따위는 생략해주는 대륙의 인자함 1청사든 2청사든 3청사든 공항 안은 그냥 평범한 모습이었다. 늦은 시간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자에서 아침을 기다리고 있었다. 자판기에서는 맥주가 신분증 검사 없이 판매되고 있길래 하나 구입. 걸어다니며 홀짝 홀짝 마시고 싶었지만 공항에서 그랬다간 검문을 당할 것 같고 무엇보다 冷 (COLD) 라는 표시가 민망할정도로 시원하지 않아서 실망.
맥주는 이렇게 마셔야 제맛이거늘...
셔틀 버스를 타고 이 청사 저 청사 돌아다니는 것도 지치고 12시가 넘어가니까 슬슬 배가 고프길래 식당을 찾아보았다. 공항 안에도 식당들은 있었지만 늦게까지 문을 연 곳은 피자헛. 다른 대안은 없는 건가 다시 한번 공항 근처를 두리번 거리다가 앗, 주차장 너머로 어렴풋이 보이는 국수집을 발견!! 역시 중국에 왔으면 면식을 하고 돌아가야지!!
중국어로 뭐라고 읽는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영화대왕'이란 국수집
가격도 부담 없어 국수를 전문적으로 파는 것 같아서 바로 입장! 입장은 점프가 개념! .. 이 아니라 얌전하게 니하오~ 를 외치며 들어갔다. 배가 많이 고프지고 돈을 많이 쓰고 싶지도 않아서 10위안짜리 선택 그리고 아까 자판기에서 꺼낸 맥주를 보이며 여기서 먹어도 되냐고 물어봤다. 직원은 괜찮다면서 친절하게 컵까지 건네주었다. 와우, 중국 만세!
내가 선택한 메뉴
볶은 고기에 비벼 먹는 국수였다.국물까지 나와서 더욱 마음에 들었다!
10위안 (약 1,700원)이라고 하기엔 너무 훌륭한 식사! 처음 골랐을 때 직원은 '스파이시! 스파이시!' 라며 맵다는걸 강조했지만 평균적인 한국인의 미각 구조를 가졌다고 생각하는 나에게도 맵진 않았다. 그래도 약간 기름지면서도 담백한 맛이 살아 있어서 먹기에는 참 좋았다. 따지고 보면 패스트푸드의 일종이기 때문에 면에서는 인스턴트 맛이 났지만 그래도 건미역과 가다랑어포로 맛을 낸 국물과 곁들여 먹으면 띵호야! 이렇게 배를 채우고 다시 베이징 공항 3청사로 돌아오니 어느새 1시. 5시에 일어나서 티켓을 발급 받으려면 오래 자지는 못 하겠지만 그래도 급결심한 것치고는 괜찮은 시간 아니었나 생각하며 잠들었다. 더구나 가방을 맡겨두니 한결 마음 편하게 잠들 수 있었던 것 같다. 휴대폰 알람을 맞춰두기도 했지만, 봄날의 예민함을 소유한 조용석은 몇 분, 몇 시간 간격으로 잠을 잤다 깼다를 반복했고 결국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일어났다. 몰골이 어떤가 셀카를 찍어보니 어이구야.. 여기가 외국이라 다행이라는 생각했다만, 한국이었어도 별 상관 없겠군. 다시 짐을 찾으러 가니까 직원이 아무도 없다. 나.. 이제 곧 가야하는데.. 일단 오스트리아 항공에 가서 티켓부터 발급 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베이징 -> 비엔나, 비엔나 -> 부카레스트 티켓 획득!
부칠 짐도 없었으니 여권과 예약 내용을 보여주니 모든게 끝. 티켓을 받고 다시 짐을 찾으러 가니 직원들이 부시시하게 일어나있다. 짐을 맡겼을 때 받은 영수증을 보여주니 내 가방을 갖고 돌아온다. 의심하지도 않았지만 혹시나해서 가방을 보니 아무 문제 없음! 이후 다시 한 번 게이트 앞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며 덩실덩실 춤!
루마니아가 다가오는구나~
사실 지난 새벽에 잠을 잘 때에도 발바닥이 너무 아팠었다. 심지어 신발까지 벗고 잤는데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상황. 게이트 앞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며 또 신발을 벗고 쉬면서 양말까지 벗었더니 덕분에 내 옆으로 아무도 오지 않는다 ^_^ ... 민폐인것 같아서 양말정도는 신어주고 비행기를 기다렸다. 아침 7시, 드디어 비엔나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이번 비행은 11시간에 이르는 가장 긴 비행. 지루할 수도 있겠지만 옆에 누가 앉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설레는 마음으로 비행기에 올라서는 옆자리에 누가 앉을까 두근거리고 있었는데.... 로맨스 따위 개나 줘버렷!!!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단체 관광을 온 중국인 여행객에 둘러싸여 비엔나로 출발 맥주나 계속 시켜 먹으면서 책이나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더구나 이 비행기에는 개인 모니터도 있으니 영화도 볼수 있었다. 미녀와 야수를 해주길래 오랜만에 한번 감상해주기도 했다.
비행기는 시베리아 벌판을 가로질러 갔다.괜스레 귤이나 까먹고 싶었다.
비행기 안에서는 별 일이 없었다. 맥주+독서의 연속. 결국 빌려갔던 귀스타보 플로베르의 <부바리와 파퀴셰>를 완독. 그리고 기내식으로 나오는 각종 맥주들도 전부 정ㅋ벅ㅋ
아침으로 나온 첫번째 기내식.웨스턴 스타일과 차이나 스타일을 고를 수 있었다.
웨스턴 스타일 기내식으로감자, 에그 스크램블, 소세지, 토마토가 메인 요리거기에 빵을 곁들여서 먹었다. 점심이 될 때까지 맥주를 계속 마시다가...
가벼운 샌드위치로 허기를 조금 달랬지만... 성이 안 차서 하나 더 달라고 하면서 또 맥주를... 도착하기 전 또 나온 기내식. 가벼운 치킨 샐러드였다.
먹고 마시고 자고 읽고 보다보니 어느새 비엔나 도착! 생각해보면 처음으로 유럽의 땅을 밟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비행기 창문 너머로 보이는 비엔나의 풍경은 참 아담했다. 아직 오스트리아에 대해서 아는 것은 하나도 없고 사실 하늘에서 바라보는 우리 삶의 모습은 비슷비슷해 보이지만 그래도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이 곳에도 오게 되지 않을까? 일단 비엔나에 도착했으니까 소세지를 먹어야지!! 오로지 이 생각으로 비엔나에 도착한 조용석은 환승 절차 따위는 아랑곳 하지 않고 식당만을 찾아 헤맸다. 마침 환승하는 곳 바로 근처에 카페가 있길래 입장! 미안해, 치맥.. 잠시 너의 존재를 잊을 수 밖에 없었어... 유럽이 운치가 한껏 느껴지는 이 곳에서 맥주와 소세지 & 감자튀김 주문! 방금 기내식 먹고 나온 사람이 맞는지 나조차 헷갈려서 맥주도 한 잔 더! 저런 소세지도 비엔나 소세지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소세지 안에는 치즈도 살짝 들어있었고 그 둘레는 베이컨으로 쌓여있었다. 감자튀김도 케챱과 색다른 소스에 찍어먹다보니 어느새 다 먹어버렸다.. 가격은 15유로!! 유로에 대한 개념도 없던 나였는데 사실 엄청 비싼 가격. 약 22,000원인데, 맥주 2잔에 소세지가 이 가격이라면 강남 호프집 뺨치네. 그래도 오로지 비엔나에 왔으니 소세지에 맥주를 먹겠다는 나의 순진함은 이런 경제관념을 완전히 묵살해버렸다. 후회따위는 없었으니까 괜찮아!! 비엔나 초밥은 메뉴에 없었습니다.....
비엔나에서 부카레스트로 이어지는 비행기는 금방 있어서 게이트 앞에서 덩실 덩실 춤을 출 시간은 없었다. 이제는 익숙하게 출국 확인, 안전 검문을 다시 받고 편안한 마음으로 비행기에 올랐다, 더 이상 로맨스는 기대 안 하며.. 하지만 그렇게 마음을 비웠던 탓일까? 내 옆으로 금발의 한 서양 소녀가 내 옆에 앉는 거 아닌가!? 더구나 나를 힐끗 보더니 어설프게 '아..아, 안녕? 하세요?' 라고 말을 건넨다. 헉! 이게 뭐지? 왜 이 외국인이 내 옆에 앉는거지? 아니, 그 이전에 어째서 한국말을 하는 거야!! 황당해서 한국어로 인사를 해야하는지 영어로 인사를 해야하는지 놀라서 어버버 거리고 있으니까 그 소녀가 생긋 웃는다. 내가 한국어로 적힌 책을 보고 있어서 한국인인줄 알았다며 자기는 루마니아에서 한국어를 전공하고 있는 학생이라고 한다. 이름은 크리스티나! 이런 말도 안 되는 우연이 있을 수가 있나! 영어, 루마니아어, 한국어를 구사하는 그 소녀와의 대화는 1시간 20분이라는 짧은 비행이 너무나도 아쉬울 정도였다. 이윽고 루마니아에 도착할 때에는 그녀가 연락처를 알려주며 루마니아에서 도움이 필요하거나 잘 곳이 필요하면 전화하해란다. 그러면서 나에게 찡긋 눈웃음을 날리는데..
그런게 있을리가 없지..
이번엔 내 옆에 아무도 안 앉았다.. 워낙 루마니아까지 가는 사람이 적다보니 그랬다. 기내식으로 나온 간단한 빵을 뜯어먹으면서 그렇게 무미건조하게 루마니아로 향하고 있었다.
짧은 비행이기 때문에 작은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기내식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힘들겠지만간단히 허기를 달랠 수 있던 빵과 맥주
어느새 5시가 넘어가고 하늘은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겨울이라 그런지 해가 많이 짧은 것 같았았다. 본격적으로 여행을 하게 된다면 5시 정도까지만 할 수 있겠구나.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어느새 기내에서는 방송이 흘러나온다. (아마도 이런 뜻이었을게야) "손님 여러분, 우리는 이제 곧 루마니아의 부카레스트의 공항에 도착합니다. 비행기가 완전히 착륙하기 전까지 안전벨트를 다시 한번 확인해주시기 바랍니다" 들리는 말은 '루마니아'와 '부카레스트' 뿐이었지만 내 심장은 빠르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감출수 없는 흥분. 한국을 떠난지 어느새 30시간! 드디어 루마니아에 도착했다! 지난 한 달간 나를 부푼 꿈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게 했던 동유럽의 낯선 나라, 루마니아에 내가 드디어 도착한 것이다!
루마니아 여행기 (3) 루마니아 가는 길
드디어 루마니아로 떠나는 1월 6일!
비행기 시간은 저녁 7시이기 때문에 여유 있게 인천 공항에 도착해서
5시쯤 수속을 밟고 게이트 앞에서 덩실덩실을 춤추며 비행기를 기다렸다.끼얏호~
일단은 대한항공을 이용하여 인천에서 중국 베이징으로 떠난다.
그곳에서 10시간 정도 경유를 했다가 오스트리아 항공을 타고
소세지와 모차르트의 도시 비엔나로 출발. 대략 11시간 쯤 걸린다.
그 이후에는 목적지인 루마니아의 수도 부카레스트에 도착!
역시나 오스트리아 항공으로 가는데 1시간 40분정도 밖에 안 걸린다.
1월 6일 저녁 7시에 출발해서 다음날 저녁 6시에 도착하는 일정.
23시간 걸린다고 하지만 시차를 적용하면 총 30시간이 걸리는 일정이다.
남들은 그렇게까지 하면서 루마니아를 가고 싶으냐고 물어왔지만
그럴수록 나는 '응, 그렇게까지 하면서 가고 싶어' 라는 생각이 굳어져갔다.
탑승하기 전 한 컷!
인천공항에서는 베이징까지만 가는 대한항공 티켓만 발권을 받았다.
오스트리아 항공 티켓 2장은 비엔나에 도착해서 다시 발권 받으라 한다.
경유를 3번이나 하기 때문에 짐을 분실할까봐 따로 부치지는 않았다.
애초에 들고 다니기에 힘이 들 정도로 무거운 가방은 아니었으니까
환승할 때만 잠깐 고생하기로 했다. 그럴 생각으로 가방을 싸기도 했다.
하지만 비행기에는 개당 15kg의 가방까지만 탑승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 외에 초과되는 가방은 따로 부쳐야한다고 한다는데, 내 가방은 17kg!!
대한항공 직원은 최악의 경우에는 비행기 탑승이 거부될 수도 있다고 하는데,
개당 15kg의 가방까지라면 분리가 가능한 내 가방을 둘로 나누면 되지 않겠는가?
이에 '가방을 들고 손을 직원 앞으로 내밀어 / 두 개로 갈라지게 하라.' (출한국기 15장)
용석은 가방을 둘로 나누는 기적을 행하고 유유히 대한항공 비행기에 탑승하였다.
얼ㅋ
정신 없이 춤을 추고 있다보니 어느새 비행기에 탑승할 시간!
비행기 자리는 예약을 할 때 모두 창가쪽 자리로 잡았다.
화장실 왔다갔다 하기는 힘들겠지만 바깥 풍경을 보고픈 마음에
요강을 들고 탑승...했다는건 거짓말이고 무거운 가방을 들고 탑승
과연 내 옆자리에 어떤 사람이 앉을까 두근 두근 거리면서
일단은 차도남 컨셉으로 묵묵하게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뒤 나와 비슷한 나이 또래의 한 여성 분이 내 옆에 앉는다!!
차림을 보니 여행을 가는 것 같지는 않은데 중국 유학생인가?
비록 베이징까지 1시간 조금 넘는 시간 밖에 안 걸리지만
그래도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무슨 말이라도 걸어볼까..
괜히 찝쩍 거리는 것으로 보이면 어떡하나 걱정되기도 했지만
생각해보니까 내가 지금 하려는게 찝쩍거리는 거 맞잖아...???
괜한 참견을 하기는 싫지만...
(웹툰 '마음의 소리' 중)
하지만 그 분은 비행기가 이륙을 하자마자 곧 바로 자리를 바꾸셨다...
물론 자리를 임의로 바꾸면 안 되기에 스튜어디스의 눈을 피해서 옮겼지만,
왜.. 왜.. 왜일까.. 내 몸에서 더러운 오타쿠 냄새라도 나는 것일까.. 흐규흐규..
나중에 자리를 바꾼 이유를 알게 되었지만 그래도 그 사실을 알기 전까지
'용감한 여행자' 에서 '버림 받은 남자'로 전락하고 말았다. (소심 버프 +3 발동)
드디어 비행기 탑승!!
짧은 비행이긴 하지만 저녁 7시 비행기이기 때문에 기내식이 나왔다.
여행을 하면서 많은 것들을 카메라에 담을 계획이었는데,
그중에 하나도 빠짐 없이 기록하겠다고 생각한 것이 바로 '음식'
평소에 워낙 먹는 즐거움을 중시하는 한 사람이기 때문에
여행지에서 즐기게될 음식의 맛과 모습을 소중히 간직하고 싶었다.
소고기 불고기에 마늘종, 고추, 죽순 등을 넣어서 만든 국수. 한국식이라고 하기에도, 중국식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이 음식은 정말 한국인, 중국인이 많이 이용하는 루트에 적합한 음식이 아니었나 싶다. 특히 소고기의 맛은 어디선가 느껴본 적있는 아련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분명 씹으면 씹을수록 소고기의 깊은 맛이 느껴지기는 하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오래 씹어야하는 질긴 이 육질.. 분명 낯설지 않다.. 내가 한때 이런 고기를 꽤 자주, 꽤 많이 먹어봤던 것 같았는데.. 두 번 다시 만나고 싶지 않았지만 분명히 내 향수를 자극하는 그 맛은 마치 길거리에서 헤어진 여자친구를 쏙 빼닮은 여자를 마주친 느낌...
예비군 훈련장도 아닌 곳에서 짬밥의 맛을 보니 반갑더군. 더구나 상공 30,000피트에서 느끼는 짬밥 소고기 맛이란! 우리 부대 취사병이 대한항공에서라도 일을 해왔던 걸까.. 맛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오랜만에 느껴지는 그 맛이 반가웠다.
그러고보니 기내식이 나올 때쯤이 되니까 비어있던 내 옆자리로 어떤 한 사람이 다가와서는 그 여자 분이 떠난 자리에 털썩 앉았다. 스튜디어디스는 다가와서 자리를 옮기면 안 된다고 말을 했지만 후드 모자를 푹 눌러쓴 그 사람은 대꾸 없이 내 옆자리에 앉아서 아무렇지도 않게 기내식을 받고서는 허겁지접 먹기 시작했다.
아마도 뒷자리에 계셨던 분인데 너무 배가 고파서 앞자리로 온 모양. 스튜어디스의 말에도 아무 말이 없던 그 사람은 식사가 끝나고나서야 후드 모자를 벗고 평안한 얼굴을 드러내며 자신의 배를 두드렸다. 앞서 느꼈던 짬밥의 느낌과 그걸 빨리 먹고 싶어했던 모습에서 왠지 식사 시간만을 기다려왔던 나의 이등병 시절이 빙의되기도 했지만 이내 나와 눈을 마주치자 그는 방긋 웃어주었다. 그래서 나도 방긋 ^_^
그는 바로 호놀룰루에서 가족을 만나러 가는 중국인 JC 우리 둘은 서로가 서로를 흉볼 수 없을 정도의 영어 실력으로 베이징에 도착할 때까지 떠듬 떠듬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JC : 여행 가는 건가? 혼자? 용석 : 네, 루마니아에 2주 정도 여행을 가요 JC : 루마니아..?? 루마니아...? 그게 어디 있는 나라지??
(JC는 앞에 놓인 잡지를 주섬 주섬 꺼내며 세계 지도를 펼쳤다)
용석 : (동유럽 발칸반도에 위치한 루마니아를 가리키며) 여기요 JC : 아아.. 루마니아.. 그래.. 여길 왜 가는데?? 용석 : 여행.. 간다니깐요? JC : 루마니아로 여행을 간다고?? 왜?? 여기 뭐 볼게 있는데?? 용석 : JC는 루마니아에 대해서 아는 거 있어요? JC : 음, 글쎄.. 여기 집시들이 많다는 것 정도? 용석 : 네, 맞아요. 그리고 또 뭐가 있는지 한번 보고 싶어요 JC : 아아, 혼자 가는 거니까 조금 가벼운 마음으로 가는건가? 용석 : 그렇죠. 그냥 그 나라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보고 싶어요. JC : 멋있네. 아는 사람들은 전혀 없고? 용석 : 인터넷으로 루마니아 친구들을 몇 명 사귀었어요.
(용석, 수첩을 꺼내 보이며 그들의 연락처들을 보여준다)
JC : 전화번호랑 이메일 주소.. 아, 그래. 이메일 주소 좀 알려줄래? 용석 : 좋아요. JC도 하나 알려주세요! 사진도 한장 찍어도 되죠? JC : 물론이지. (그러면서 그는 앞서 꺼냈던 잡지를 함께 든다) 용석 : 헐, 잡지는 왜요? JC : 나 이 칼이 맘에 들어. 이게 뭐야? 용석 : 이건 은장도에요. 한국의 여성들이 정조를 지킬 때 쓰는 거죠. JC : 그래? 그냥 단순한 칼은 아니구나. 어쨌든 멋있어. 예뻐.
그렇게 JC와 여행에 대한 이야기, 그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자신의 사진은 물론이고 여행에 다녀와 사진도 보내달라던 JC. 그러고보니 메일 보내주는 걸 깜빡했다, 지금이라도 얼른 보내야겠다.
사실 위의 대화문을 보면 별 얘기 안 한것 같지만 저 대화를 하기 위해 나는 얼마나 많이 떠듬거렸던가.. 덕분에 짧은 대화내용에 비해 긴 시간을 투자하여 몇 마디 나누고 나니까 어느새 베이징에 도착할 때가 되었다.
그제서야 자리를 옮겼었던 그 여자 분이 자리로 돌아왔는데 본래 자기가 앉아있던 자리에 떡하니 앉아있는 JC를 보고 깜놀. 하지만 JC는 아무렇지도 않게 또 옆으로 자리를 옮겼고 그 여자 분은 원래 자신의 자리에 앉으며 착륙을 기다렸다.
그때야 알게 되었지만 그녀는 자신의 어머니와 탑승했는데 서로 자리가 떨어져있는 바람에 팔이 불편하신 어머니를 위해 비행기가 이륙하고 나서 잠시 자리를 바꾸었던 것이었다. 내 몸에서 더러운 기분이 느껴져서가 아니었던 게야!!
JC는 나에게 여행 잘 하고 집시들은 점을 잘 보기도 하니까 내가 백만장자가 될 수 있는지 한번 점 쳐보라고 하였다. JC, 그런 것 쯤은 나도 잘 알고 있어요. 나와 돈은 인연이 없다는걸..
짧은 비행으로 베이징 공항에 무사히 도착. 이제는 오스트리아 항공으로 환승 준비를 해야한다. 베이징 공항에서 '국제선 환승 (International Transfer)'만을 좇아서 우왕좌왕하고 있는데 정작 가는 길은 출구(Exit)뿐이었다.
나는 중국 비자도 없고, 베이징 공항을 나갈 이유가 전혀 없기에 직원에게 항공으로 환승하려고 하는데 어디로 가야하느냐고 물어도 그들은 계속해서 출구 쪽만을 가리킨다. 시키는 대로 나가긴 했는데 어느새 나는 입국 신고를 하는 곳까지 오게 되었다!! 이게 아니잖아!! 계속해서 직원에게 '난 환승할거란 말이에요 ㅠㅠ 환승하게 해주세요' 해도 그들은 묵묵히 출구만을 가리켰다. 영어가 전혀 통하지 않는 상황이었다.
답답하기도 하고 당황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화가 나기도 했다. 서비스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고객에게 왜 제대로 응대하지 못 하는거지? 이런 곳에서 일하려면 기본적으로 간단한 영어 정도는 해야하는 거 아니야? 중국이라는 나라에는 처음 와보는데 원래 이런 식으로 사는 나라인거야?
하지만 한편으로 생각하면 난 그들이 영어를 못 한다고 무시한건 아닐까? 공항에서 일하는 건 그들이고 나같은 사람을 숱하게 봐왔을텐데, 왜 나는 그들이 '영어를 못 한다'는 이유만으로 믿지 않으려고 한 것일까? 언제부터 '영어'가 사람을 믿고 못 믿고하는 판단이 척도가 되었던 걸까? 혹은 은연 중에 갖고 있던 중국인에 대한 편견이나 괄시가 작용된건 아닐까?
결론을 말하면 직원들의 말대로 나는 출구로 나가야 하는 것이 맞았다. 나중에서야 영어를 조금할 수 있는 직원을 만났는데, 베이징 공항은 엄청 크기 때문에 총 3개의 청사로 이뤄져있다. 내가 도착한 곳은 2청사인데 환승을 하기 위해선 3청사로 가야했다.
대범하게, 용감하게 여행하기로 결심해 놓고서는 왜 소심하게 군걸까. 그 어떤 편견과 선입견에 갇히지 않기로 하고 왜 그들을 안 믿으려 한걸까? 더구나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니까 직원들조차 무슨 일이냐며 접근해온다. 여행지에서 당황하는 모습을 보면 도와주러 오는 사람도 다가오겠지만 나쁜 마음을 먹고 접근하는 사람도 있을테니 절대 당황하지 않으려 했는데.. 다행히 이 곳에서는 아무 일 없었지만 앞으로는 좀 더 용감하게, 그리고 사람들을 믿으면서 여행을 해야겠다고 다시 한 번 다짐을 했다.
나의 경우에는 이후 비행기가 다음날인 아침 비행기이기 때문에 베이징에서 하루 머문다는 경유 확인을 받는 절차도 필요했었다. 덕분에 내 여권에는 중국 도장이 처음으로 하나 쾅 찍혔다. 여권에 각 나라들의 도장이 늘어날 수록 뿌듯해져만 가는 기분이란!
베이징 공항 2청사에서 3청사로 이동하려면 셔틀버스까지 타야한다. 중국이란 나라는 뭐든지 어마어마하구만! 진정 대륙의 스케일이란! 감탄하면서 더 이상 당황하지 않고 셔틀 버스를 타는 곳으로 나왔다.
셔틀 버스를 타고 베이징 공항 근처 시내로 나오니 기나긴 경유 시간동안 이 근처를 배회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됐건 중국에서 하루 머물게된 셈인데 중국도 살짝 맛 봐볼까? 좀전에 당황했던 마음이 조금씩 안정이 되고 있었고 제대로 중국요리를 즐기고 싶은 마음도 스물스물 피어오르고 있었다. 물론 비행기 안에서 기내식을 먹은지 얼마 되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2청사에서 3청사까지는 약 15분 정도 걸렸다. 베이징 올림픽에 맞추어 2008년에 개장한 3청사는 다른 청사에 비해서 으리으리한 현대식이었다. 마치 김포공항에서 인천공항으로 넘어간 느낌!
일단 오스트리아 항공에서 나머지 티켓 2장을 마저 발권받으려 했지만 처음 도착해서 당황한 바람에 시간을 많이 소비해서 이미 오늘 영업 끝. 내일 아침 5시에나 다시 일을 시작한다고 하니까 그때 오라고 한다. 비행기는 어차피 아침 7시이니까 시간이 부족하지는 않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여행을 준비하면서 신발을 하나 샀었다. 정확히 말하면 어그 부츠. 루마니아에 눈이 많이 왔다고 하고 날씨도 꽤 추울 것 같으니 평소에 신는 단화를 신었다가는 발이 시려워! 꽁! .. 할까봐 하나 구입했었다. 위에 잠시 나온 출발하기 전에 찍은 사진에서 이미 눈치 챈 사람도 있었겠지만... 또 한편으로는 어그부츠는 여자만 신어야한다는 편견에 맞서고도 싶었다!!
하지만 편견에 맞서고 나발이고 발이 너무 안 편했다.. 흐규흐규 신발이 너무 따뜻하다보니까 발이 쉽게 땀이 차기 시작했고 그런 상태로 오래 걷다보니까 계속 발바닥이 쓸리는 그런 느낌. 짬밥 느낌에 이어서 행군 느낌으로 군생활 반복하는 것도 아니고, 베이지 공항 3청사에 도착하고 나니까 더 이상 걷기가 싫었다.
시간은 밤 10시가 채 넘었지만 아침까지 그대로 쉬고만 싶었다. 그래서 나같이 아침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쉬고 있는 곳으로 가서 크나큰 가방을 베개 삼아서 나도 조금 편하게 몸을 뉘었다.
그렇게 눈을 감으면 잠을 청했는데.. 잠이 올리가 없었다!!! 내가 이렇게 피곤하면 쉬고 졸리면 자려고 여행을 온건가! 물론 힘들고 지친 몸 이끌고 무리하게 여행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아무리 이 곳이 여행의 목적지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비행기에 오른 순간부터 나의 여행은 시작된 것 아니었나?! 그래!! 내가 이럴려고 여행에 온 거 아니야! 이렇게 잘 수는 없어!
그래서 미친 메뚜기 마냥 갑자기 발작하며 일어나는 바람에 옆에서 졸고 있던 아저씨가 화들짝 놀랐다. 아저씨, 쉐쉐. 가방이 좀 무겁지만 분명 공항에 맡아주는 곳이 있을 것이다. 그 곳에 가방을 맡겨두고 근처라도 돌아다니며 중국을 맛보자. 처음 와본 중국의 밤을 이대로 보낼 수는 없지 아니한가!
역시나 베이징 공항 안에는 짐을 맡아두는 곳이 있었다. 30위안이라는데 - 위안 개념이 전혀 없어서 그게 얼마인지 몰랐다. 공항에서 쓸 생각으로 달러를 조금 가져갔었는데 직원에게 달러로는 얼마냐고 물어보니까 위안만 받는다고 한다.
흥! 그러면 내가 뭐 가방을 못 맡길 줄 아니? 바로 옆에 환전소가 있길래 환율 시세를 보니까 15달러(약 17,000원) 정도만 바꾸면 될 것 같았다. 그런데 달러 환전은 60달러부터 된다고 하는게 아닌가!! 잠깐 중국에 머무는 건데 그렇게까지 환전할 필요는 없지... 그럼 어떻게 해야하는걸까.. 난 가방을 맡길 수 없는건가... 이대로 포기하고 얌전히 잠이나 자야하는 것일까!!
마침 눈에 보이는 ATM 기계. 신용카드를 사용하자! 돈도 100위안부터 뽑을 수 있다. 돌아올 때도 필요할테니 100위안이면 적당한 금액이 아닌가 싶어서 인출했다. 그래서 멋있게 가방을 맡기고는 공항 근처를 구경! 다시 셔틀 버스를 타고 공항 근처에 뭐가 있나 살펴봤다.
그렇지만 우리나라도 그렇듯 공항 근처에는 별게 없었다. 셔틀 버스가 시내로 나가기는 하지만 중간에 내릴 수도 없고, 걸어서 시내까지 나가기에는 조금은 부담스러운 거리였다. 여전히 내 발은 편하지 않았었고.. 그래서 계획을 바꾸어서 그냥 베이징 1청사, 2청사, 3청사 안을 구경하기로 했다. 현대적인 3청사보다는 1, 2청사에는 뭔가 볼거리가 있지 않을까.
1청사든 2청사든 3청사든 공항 안은 그냥 평범한 모습이었다. 늦은 시간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자에서 아침을 기다리고 있었다. 자판기에서는 맥주가 신분증 검사 없이 판매되고 있길래 하나 구입. 걸어다니며 홀짝 홀짝 마시고 싶었지만 공항에서 그랬다간 검문을 당할 것 같고 무엇보다 冷 (COLD) 라는 표시가 민망할정도로 시원하지 않아서 실망.
셔틀 버스를 타고 이 청사 저 청사 돌아다니는 것도 지치고 12시가 넘어가니까 슬슬 배가 고프길래 식당을 찾아보았다. 공항 안에도 식당들은 있었지만 늦게까지 문을 연 곳은 피자헛. 다른 대안은 없는 건가 다시 한번 공항 근처를 두리번 거리다가 앗, 주차장 너머로 어렴풋이 보이는 국수집을 발견!! 역시 중국에 왔으면 면식을 하고 돌아가야지!!
가격도 부담 없어 국수를 전문적으로 파는 것 같아서 바로 입장! 입장은 점프가 개념! .. 이 아니라 얌전하게 니하오~ 를 외치며 들어갔다. 배가 많이 고프지고 돈을 많이 쓰고 싶지도 않아서 10위안짜리 선택 그리고 아까 자판기에서 꺼낸 맥주를 보이며 여기서 먹어도 되냐고 물어봤다. 직원은 괜찮다면서 친절하게 컵까지 건네주었다. 와우, 중국 만세!
처음 골랐을 때 직원은 '스파이시! 스파이시!' 라며 맵다는걸 강조했지만 평균적인 한국인의 미각 구조를 가졌다고 생각하는 나에게도 맵진 않았다. 그래도 약간 기름지면서도 담백한 맛이 살아 있어서 먹기에는 참 좋았다. 따지고 보면 패스트푸드의 일종이기 때문에 면에서는 인스턴트 맛이 났지만 그래도 건미역과 가다랑어포로 맛을 낸 국물과 곁들여 먹으면 띵호야!
이렇게 배를 채우고 다시 베이징 공항 3청사로 돌아오니 어느새 1시. 5시에 일어나서 티켓을 발급 받으려면 오래 자지는 못 하겠지만 그래도 급결심한 것치고는 괜찮은 시간 아니었나 생각하며 잠들었다. 더구나 가방을 맡겨두니 한결 마음 편하게 잠들 수 있었던 것 같다. 휴대폰 알람을 맞춰두기도 했지만, 봄날의 예민함을 소유한 조용석은 몇 분, 몇 시간 간격으로 잠을 잤다 깼다를 반복했고 결국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일어났다. 몰골이 어떤가 셀카를 찍어보니 어이구야.. 여기가 외국이라 다행이라는 생각했다만, 한국이었어도 별 상관 없겠군.
다시 짐을 찾으러 가니까 직원이 아무도 없다. 나.. 이제 곧 가야하는데.. 일단 오스트리아 항공에 가서 티켓부터 발급 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부칠 짐도 없었으니 여권과 예약 내용을 보여주니 모든게 끝. 티켓을 받고 다시 짐을 찾으러 가니 직원들이 부시시하게 일어나있다. 짐을 맡겼을 때 받은 영수증을 보여주니 내 가방을 갖고 돌아온다. 의심하지도 않았지만 혹시나해서 가방을 보니 아무 문제 없음! 이후 다시 한 번 게이트 앞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며 덩실덩실 춤!
사실 지난 새벽에 잠을 잘 때에도 발바닥이 너무 아팠었다. 심지어 신발까지 벗고 잤는데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상황. 게이트 앞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며 또 신발을 벗고 쉬면서 양말까지 벗었더니 덕분에 내 옆으로 아무도 오지 않는다 ^_^ ... 민폐인것 같아서 양말정도는 신어주고 비행기를 기다렸다.
아침 7시, 드디어 비엔나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이번 비행은 11시간에 이르는 가장 긴 비행. 지루할 수도 있겠지만 옆에 누가 앉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설레는 마음으로 비행기에 올라서는 옆자리에 누가 앉을까 두근거리고 있었는데....
단체 관광을 온 중국인 여행객에 둘러싸여 비엔나로 출발 맥주나 계속 시켜 먹으면서 책이나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더구나 이 비행기에는 개인 모니터도 있으니 영화도 볼수 있었다. 미녀와 야수를 해주길래 오랜만에 한번 감상해주기도 했다.
비행기 안에서는 별 일이 없었다. 맥주+독서의 연속. 결국 빌려갔던 귀스타보 플로베르의 <부바리와 파퀴셰>를 완독. 그리고 기내식으로 나오는 각종 맥주들도 전부 정ㅋ벅ㅋ
먹고 마시고 자고 읽고 보다보니 어느새 비엔나 도착! 생각해보면 처음으로 유럽의 땅을 밟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비행기 창문 너머로 보이는 비엔나의 풍경은 참 아담했다. 아직 오스트리아에 대해서 아는 것은 하나도 없고 사실 하늘에서 바라보는 우리 삶의 모습은 비슷비슷해 보이지만 그래도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이 곳에도 오게 되지 않을까?
일단 비엔나에 도착했으니까 소세지를 먹어야지!! 오로지 이 생각으로 비엔나에 도착한 조용석은 환승 절차 따위는 아랑곳 하지 않고 식당만을 찾아 헤맸다. 마침 환승하는 곳 바로 근처에 카페가 있길래 입장!
유럽이 운치가 한껏 느껴지는 이 곳에서 맥주와 소세지 & 감자튀김 주문! 방금 기내식 먹고 나온 사람이 맞는지 나조차 헷갈려서 맥주도 한 잔 더! 저런 소세지도 비엔나 소세지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소세지 안에는 치즈도 살짝 들어있었고 그 둘레는 베이컨으로 쌓여있었다. 감자튀김도 케챱과 색다른 소스에 찍어먹다보니 어느새 다 먹어버렸다..
가격은 15유로!! 유로에 대한 개념도 없던 나였는데 사실 엄청 비싼 가격. 약 22,000원인데, 맥주 2잔에 소세지가 이 가격이라면 강남 호프집 뺨치네. 그래도 오로지 비엔나에 왔으니 소세지에 맥주를 먹겠다는 나의 순진함은 이런 경제관념을 완전히 묵살해버렸다. 후회따위는 없었으니까 괜찮아!!
비엔나에서 부카레스트로 이어지는 비행기는 금방 있어서 게이트 앞에서 덩실 덩실 춤을 출 시간은 없었다. 이제는 익숙하게 출국 확인, 안전 검문을 다시 받고 편안한 마음으로 비행기에 올랐다, 더 이상 로맨스는 기대 안 하며..
하지만 그렇게 마음을 비웠던 탓일까? 내 옆으로 금발의 한 서양 소녀가 내 옆에 앉는 거 아닌가!? 더구나 나를 힐끗 보더니 어설프게 '아..아, 안녕? 하세요?' 라고 말을 건넨다. 헉! 이게 뭐지? 왜 이 외국인이 내 옆에 앉는거지? 아니, 그 이전에 어째서 한국말을 하는 거야!!
황당해서 한국어로 인사를 해야하는지 영어로 인사를 해야하는지 놀라서 어버버 거리고 있으니까 그 소녀가 생긋 웃는다. 내가 한국어로 적힌 책을 보고 있어서 한국인인줄 알았다며 자기는 루마니아에서 한국어를 전공하고 있는 학생이라고 한다.
이름은 크리스티나! 이런 말도 안 되는 우연이 있을 수가 있나! 영어, 루마니아어, 한국어를 구사하는 그 소녀와의 대화는 1시간 20분이라는 짧은 비행이 너무나도 아쉬울 정도였다. 이윽고 루마니아에 도착할 때에는 그녀가 연락처를 알려주며 루마니아에서 도움이 필요하거나 잘 곳이 필요하면 전화하해란다. 그러면서 나에게 찡긋 눈웃음을 날리는데..
이번엔 내 옆에 아무도 안 앉았다.. 워낙 루마니아까지 가는 사람이 적다보니 그랬다. 기내식으로 나온 간단한 빵을 뜯어먹으면서 그렇게 무미건조하게 루마니아로 향하고 있었다.
어느새 5시가 넘어가고 하늘은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겨울이라 그런지 해가 많이 짧은 것 같았았다. 본격적으로 여행을 하게 된다면 5시 정도까지만 할 수 있겠구나.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어느새 기내에서는 방송이 흘러나온다.
(아마도 이런 뜻이었을게야) "손님 여러분, 우리는 이제 곧 루마니아의 부카레스트의 공항에 도착합니다. 비행기가 완전히 착륙하기 전까지 안전벨트를 다시 한번 확인해주시기 바랍니다"
들리는 말은 '루마니아'와 '부카레스트' 뿐이었지만 내 심장은 빠르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감출수 없는 흥분. 한국을 떠난지 어느새 30시간! 드디어 루마니아에 도착했다! 지난 한 달간 나를 부푼 꿈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게 했던 동유럽의 낯선 나라, 루마니아에 내가 드디어 도착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