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살 청년 환경미화일을 하였습니다

knight2011.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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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에서야 글을 봤습니다 조회수가 많아진걸보니 톡같은게 되었었나 보네요

제가 당시엔 너무도 분한 마음에 다분히 감정적으로 택시기사에 대한 글을 쓴것인데 정작 친절하고 선량한 기사님들까지 싸잡아 비난한 부분에 대해서 경솔함을 인정하고 사과를 드립니다 중간에 자조어린 비난글은 지우도록 할게요

 

<그리고 빽으로 들어간게 뭐가 떳떳해서 썼냐는 댓글을 보았는데 이참에 작금의 우리나라 공직계의 현실에 대해 이야기 해드리겠습니다

제가 처음 마을버스에 취업해 2년간을 기사로 일했었는데 급여는 110만원이었습니다 하지만 서울시내 간선, 지선버스의 경우 준공영제가 시행되면서(급여나복지를 서울시에서 관리) 급여와 복지가 대폭 향상되어 회사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간선버스의 경우 보너스를 포함한 월평균 급여가 220~240정도 되며 지선버스는 250~280정도가 됩니다

정작 마을버스는 보너스는 고사하고 명절 떡값조차 주지 않는 악덕회사가 대부분이며 평균급여는 150안팎 수준에 근로시간은 시내버스의 1.3배~1.5배가 됩니다 법정최저시급으로 쳐도 근로시간 비례 월급에 못미칠정도죠

이런 현실에 누가 마을버스를 할까요 저처럼 경력쌓기위해 고되게 하루하루 일하는 사람이나 갈데없는 어르신분들입니다 때문에 경력만되면 시내버스에 취직하기 위해 경쟁자들이 엄청나게 몰려드는데

못갑니다 왠만한 경력갖고는 턱도없고 근본적인 문제는 보통 회사에서 10명을 뽑으면 5명은 로비쓴사람 2명은 (조합장이나 조합간부정도의)빽이고 단 3명만이 우월한 경력으로 정당하게 뽑힙니다(로비금액은 통상 500만원 정도로 업계 관례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요즘세상에 돈찔러주고 빽쓰고... 젊은 세대가 들으면 개탄할 지경이겠지만 상팔년도를 거친 어른들을 자연스런 현실로 쉬쉬하며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지금 제가 있는 환경미화업계도 마찬가지로 구청소속 미화원과 용역업체 미화원과도 갭이 매우 큽니다 까놓고 말씀드려 구청소속 미화원은 용역업체보다 하는일 자체부터 훨씬 편합니다

근로시간도 더 짧을뿐더러 급여또한 1.3배가 더 많고 복지까지 따진다면 1.5배는 되지요

같은 미화원이지만 공무원과 업체직원의 차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정말 아름답고 x같은 현실아닐까요 같은일을 하는데 누구는 덜힘들고 더받고, 누구는 더 많이 더욱 빡시게 일하면서 급여는 훨씬 적고...

 

이같은 모순은 현 정부의 재정감축을 빌미로 싸고 알차게 부려먹을 수 있는 용역업체를 앞장서서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며 

나랏일이 이지경인 판국에 기업들 또한 어떻겠습니까 아웃소싱이니 인력알선이니 하는 비정규직 대량 양산에도 정부는 입방아만 찧을뿐 자기들도 할말은 없는것이죠

마찬가지로 구청소속 환경미화원이 되려면 높은 경쟁률속에 천만단위의 뒷돈이나 고위공무원 인맥이 아니면 들어가기는 바늘구멍입니다

저 또한 나이도 어린데다 정당하게 미화차량 기사로 들어가려면 불가능에 가깝죠 빽이없으면 적어도 3~4천은 줘야하며 브로커공무원 뚫는것도 쉽지 않을 뿐더러 자리가 항상 있는것도 아닙니다 대우가 좋기에 정년아니면 잘 안나갑니다

때문에 빽으로 들어간 것이 떳떳한 일은 아니지만 어쩔수 없는 현실임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버스나 이 계통에 계신분이라면 제가 했던 말들은 전부 한치의 거짓없는 실상임을 잘 아실겁니다

저는 이미 최종단계에 이른 승자(?)기에 개인적으로 이런 더러운 현실을 얘기해봐야 결코 좋을일은 없지만 늦으나마 이글을 보는 대학생분이 있다면 잘 알아두시길 바랍니다

아직도 대한민국엔 더럽고 치졸한 관례가 팽배하다는 것을>

 

 

 

 

안녕하세요
저는 환경미화차량 운전기사입니다
서울시내 간선버스 기사로 일하다 정말이지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구청소속 환경미화차량기사로 발탁되게 되었습니다 사실 부끄럽지만 지인분의 힘(빽)으로 된것이지만요..
발령대기중에 오늘 미화작업반으로 일을 하게 되었는데 원래는 발령전 보름정도 하기로 되어있었지만 설명절때문에 쓰레기양이 너무많아 갑작스레 연락을 받게 되었습니다


많이 힘들거라는 언질은 받았지만 연세 지긋하신분들도 하는데 젊은 나라고 못할까 생각했다가 막상하고보니 이건 뭐.. 장난이 아니더군요

거기다 지금 입술이 다 터버렸는데 날도 풀렸는데 이정도니 한파였을때 차뒤에 매달려 칼바람맞으며 일하셨을 미화원분들의 고초가 어느정도였을까요.
정말 힘들었습니다 저 또한 핑계라면 핑계지만 아직 요령이 부족한 탓도 있었겠지만 무엇보다도 작업원분들이 제가 비겁한 루트로 발탁되었다는 것 때문인지 무지막지하게 부려먹는것 같았습니다
어차피 내가 감내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했기에, 지인의 이름에 먹칠이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습니다

몇번을 미처 뒤에 매달리지 못한 미화차량을 쫒아 수백미터씩 달려가면서요... 애절한 눈빛으로 쫒아오는 것을 보고도 안세워주시더군요;

 

그러다 오늘 몇번 씁쓸한 일을 겪게된것에 대해 글을 쓰려고 합니다
새벽무렵 음식물쓰레기를 수거하기 위해 미화차량이 음식물 쓰레기통 옆에 차를 대려고 하는데 그 옆을 택시한대가 떡하니 막고 서 있더군요 불법주차하기도 그런 곳이라 혹시나 싶어 보니 역시나 운전석에 택시기사가 졸고 있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같이일하는 작업원분은 신경도 쓰지않고 멀찌감치 뺑 돌아 그 무거운 수거통을 끌어나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안되겠던지 택시창문을 두드리며 정중하게(정말 한치의 결례없이) 차를 조금만 앞으로 빼달라고 했더니
실눈으로 힐끔보던 택시기사는 무시하고 다시 자버리는겁니다 정말 불쾌했습니다
제가 버스할때 정류장에 차대놓고 그런식으로 매너없는 짓거리하는 택시가 있었으면 진작에 한바탕 했을텐데 그 작업원분은 의연한 태도로 묵묵히 자기일을 하셨습니다
왠지모를 부끄러움을 느끼며 일을 하다가 얼마안가 이번엔 골목에서 왠 택시가 경적을 마구 울리는 겁니다 수거물 상차시 좁은 골목에서는 불가피하게 길을 막게되는데 그거 2~3분 잠깐 막고 서있는것 때문인지 오만인상을 쓰며 경적을 울리더군요 그것도 새벽 주택가 골목에서

승용차는 안그러는데 유독  택시만 몇번을 그러더군요

 

 

어쨌든 그렇게.. 정말이지 힘겨운 하루를 마치고 너털너털 집에가는길에 오늘 진상택시의 종결자라 불릴만한 택시를 만나게 되었더랬죠

그에 앞서 버스정류장을 향해 가던중 지선버스 한대가 지나쳐 가는데 에이 놓쳤네 생각하고 있는데 버스가 절 봤는지 안가고 정류장에 서서 기다려 주더군요 고마운맘에 뛰어가려 했으나 정말로 뛸 기운도 없어 다시 걸으니 버스는 그냥 출발해 버렸습니다

버스를 못탄것보다 뛰어가서 기사분 얼굴이라도 볼걸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야도 넓고 저렇게 프라이드를 갖고 운전하시는 걸 보니 같은 버스기사를 했던 사람으로서 정말 존경스러웠습니다

다음차 타야지 하고 전광판을 봤더니 명절새벽이라 그런지 배차간격이 무려 28분이더군요.. 기사분의 배려에 다시금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어쩔수없이 택시를 타고 집에가려고 택시를 잡고 탔습니다

한 100미터 남짓 갔을까. 택시기사가 대뜸 저보고 내리라더군요

실제 대화 그대로 쓰건데

"왜 그러세요?"

"냄세나잖~아!"

"그래도 그렇지 가다말고 서는건 좀 그렇지 않나요 솔직히 냄새가 좀 난다지만 혹여라도 차가 더러워질거 같았으면 애초에 안탔어요"

"내리라면 내리지 뭔 말이 많아!!"

그래서 저는 그냥 조용히 내렸습니다

제나이 올해 열혈31세 평소같았으면 멱살끄댕이 잡고서 서로 배치기 하고 있었을겁니다

하지만 진짜 드잡이 벌일 기운도 없었습니다 어쩌면 한살 더먹고 성숙해 진걸지도 모르겠네요 아니 억울해서라도 그렇게 생각하고 싶습니다

오늘 비통함에 퇴근후 남은 기운을 손가락에 모아 글을 써 보았습니다

혹시 이글을 보는 비양심 비매너 택시기사분이 있다면 자숙해주십시오..

 

 

'몸은 더러워지면 씻으면 그만이지만 마음이 더러운것은 쉽게 씻겨지지 않는 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