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알바, 새해부터 욕 먹었습니다.

킁... 2011.02.08
조회580

 

 

 

편의점 주말 알바 하는 여자입니다.

밤도 깊었고 문득 한달 전 있었던 일이 생각나서 이렇게 글을 쓰네요.

요즘 편의점 흉흉하죠.

티비에도 계속 협박당하는 CCTV가;;;

하긴 저는 그런 흉악한 강도는 아니었지만;

 

때는 1월 2일 주말이었습니다. 일요일..

새해부터 알바를 가야되는게 좀 서글펐지만.

뭐 핸드폰비라도 벌려면 가야되지 않겠어요?

그리고 제가 다니는 편의점이 손님이 많이 없는 편이라 좀 한가해서 그렇게 크게 힘든건 없구요.

 

쨌든,

2일날 낮이었습니다.

갑자기 손님이 모여들더군요.

알바하면서 한번쯤 느껴보셨을 법 한데,

사람들이 몰리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 순간에 일이 터진거죠.

먼저 어떤 허름한 옷의 할아버지가 들어왔습니다.

검은봉지에서 88라이트 담배 두보루를 꺼내더니 저한테 환불을 해달라고 하는 겁니다.

근데 담배를 그것도 보루째 환불하는 건 영수증이 없으면 안되거든요.

그래서 영수증 있냐고 물어봤죠.

그랬더니 할아버지가

"내가 어제 새벽에 담배를 샀다. 나를 믿어라. 진짜 새벽에 샀다. 내가 편의점 근처 목욕탕 앞집에 사는데

빨리 환불해달라."

이렇게 우기는 겁니다.

 

근데 마침 손님이 우루루루루 몰려왔습니다. 어디 놀러갔다가 온 사람들이 한꺼번에;

그래서 너무 정신이 없어서 일단 할아버지 보고 뒤에 분들 계산 좀 하고 일단 알아보겠다 했습니다.

의외로 쉽게 자리를 비켜주더군요.

그래서 뒤에 몰려있는 사람들 계산을 다 해주고 다시 할아버지가 앞에 오셨습니다.

그러더니 빨리 안해준다고 신발뇬이라고 하는 겁니다.

순간 너무 어이가 없어서 입을 떡 벌리고 있는데

신발뇬 소리를 한 5번은 쏟아내면서

나를 믿으면 되지 왜 못믿나 어쩌고 저쩌고 궁시렁 대는 겁니다.

 

그래서 좀 기다리시라고 저널조회를 해보겠다고 했지요.

그랬더니 뭘 확인하냐고 돈을 내놓으라는 겁니다.

그래도 저는 꿋꿋이 저널조회를 해보았지요.

새벽에 88담배 두 보루를 산 흔적이 없더군요.

막 혼자서 땀 삐질삐질 흘리며 확인하고 있는데 갑자기 또 손님들이 우루루 들어오는 겁니다.

정말 미치겠더군요.

 

할아버지한테 88담배 보루로 사간 게 없는데요? 라고 말하니까 또 욕을 하더군요.

너무 당황해 버려서 그럼 내가 전화해서 확인해 볼테니 기다리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평일 오전 이모한테 전화를 했습니다.(4월달 쯤 이 편의점을 인수하시는 분이고 오래일하신 분)

전화를 안받으시더군요.. 바쁘신지..

그 와중에도 할아버지가 신발뇬이라고 계속 욕을 하고;

중얼거리는데 진짜 무섭더군요.

그러더니 갑자기 담배를 펴야겠다며 가게 안에서 담배를 피는 겁니다;

나가라고 했더니 욕을 하고;;;;;;

진짜 미치겠더군요.

다행히 뒤에 온 아주머니가 나가라고 하니까 그때서야 미안하다며 나가서 담배를 피고;

다시 들어와서 빨리 안해준다고 욕하고;;

중간에 어떤 아저씨가 아들하고 가게에 들어왔는데 뒤에서 이 광경을 보고 할아버지 한테

"아저씨, 왜 힘없는 아가씨한테 욕하세요? 그렇게 아무렇게나 욕하시면 됩니까?" 이러시면서 저를 도와주시는 겁니다. ㅠㅠㅠㅠㅠ

나중에도 그 아저씨는 할아버지가 가게를 나갈때까지 지켜봐주셨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날까봐요. 정말 감사했습니다 ㅠㅠㅠㅠㅠㅠㅠ

 

결국 어떤 말을 해도 나가지 않아서 환불을 해줬습니다.

도저히 욕 더 듣다가는 팡 하고 터질거 같더군요;;;

 

환불을 해주니 미안하다고 내가 원래 이런 사람 아니라고 하더군요.

진짜 욕해주고 싶었습니다;;;;;;;;;;;;;; 진심으로;;;;;;;;;;;;;;

 

나중에 편의점 오전 이모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뭐라뭐라 상황을 설명하니,

담배 우리꺼 아닐텐데 하십니다; 좀 죄송했습니다; 하지만 전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액땜했다고 생각하라고 경찰서에 신고하지 하시는데

아차 싶더군요;

사실 편의점 주말 알바 교육을 평일날 받고 그 주에 처음으로 혼자 했던 날이었습니다;;;;;

제대로 알바 한지 이틀만에 일어난 일이라는 거죠;

하긴 그때 경찰서 생각도 안났지만;;;;;;;;;;;;;

 

암튼 그러고 일이 끝났습니다.

 

 

 

새해부터 욕 먹고 야밤에 이런 글 쓰는게 씁쓸하지만;;;

오랜만에 톡 구경하다가 쓰고 싶어가지고;;;

 

편의점 알바..

티비에서는 내내 흉기들고 돈 내놓으라고 협박하는 것만 나오고;

개념 없는 손님들와서 욕하고;

고등학생 쯤 되보이는 애들 와서는 담배 살라고 속이려 들려하고,

담배 살라고 들어와서 속이는 애들 보면 하나같이 다~~~~~~~~~~~~~~~

민증을 잃어버렸대요. 발급 중이래요. ㅎ

무슨 담배사러 오는 젊은 인간들마다 민증을 잃어버리냐고. ㅎ

봉투값은 왜 받느냐 따지고

편의점 물건값이 비싼 걸 알바생한테 따져서 뭐합니까; 제가 가격을 매기는게 아닌데;;;

초등학생들은 어찌 그리 게임 캐쉬를 사가는지;;;

어떤 여고생은 돈 만원을 던지면서 반말로 천원 다섯장, 오천원 한장. 이러고;  

 

엄마가 당장 그만두라고 뭣때문에 그런 취급 받으며 일하냐, 굳이 일 안해도 되지 않냐, 하시는데,

그래도 핸드폰비라도 벌려고 하고 있는데 말이죠..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모든 사람들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기가 생각하는 기준에서 돈을 좀 적게 버는 직업이면 무시한다는 것을요.

알바를 많이 해봤는데,

평소에도 그렇게 느껴졌는데 새삼 또 깨닫게 되서 씁쓸해지더군요.

돈을 아무리 적게 받더라고 이런 일을 하는 사람들이 없으면 생활이 불편해 진다는 걸

사람들은 모르는 것인지.

 

24시간 열려있는 편의점이 처음 생길 때는 와~ 편리하다 하며 좋아했겠지만,

그것도 잠시 뿐,

편의점은 원래 24시간, 한직. 이라고 생각하는게 대부분이죠.

참 돈 버는게 쉽지않다는 걸 새삼 또 느꼈습니다.

 

알바하시며 자기 생활 하시는 분들,

속상하고 힘든 일 많으실텐데,

그래도 앞으로 더 나은 삶은 위해서 지금 조금 희생하시는 거잖아요.

우리 열심히 해봅시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