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 은퇴 후 치른 첫 A매치, 3가지가 허전했다

대모달2011.02.10
조회62

[스포츠조선 2011-02-10]

 

터키와의 친선경기는 한국 축구의 기둥 박지성(30·맨유)이 태극마크를 반납한 후 치른 첫 A매치였다. 후반 14분 터키 대표팀의 주장 벨로조글루의 퇴장으로 조광래호는 11대10으로 싸웠다. 그러나 아쉽게도 득점없이 무승부를 기록했다.

예상대로 박지성의 빈자리는 컸다. 박지성의 자리였던 왼쪽 미드필더로 구자철(22·볼프스부르크)→지동원(20·전남)→박주영(26·AS 모나코)→윤빛가람(21·경남)→최성국(28·수원) 등이 돌아가면서 섰다. 첫 술에 배부를 순 없지만 허전함을 떨칠 수 없었다.

조광래 감독은 터키전 직후 "박지성 자리에서는 로테이션을 많이 했다. 한 선수가 90분 모두 박지성의 자리를 소화할 수 있어야 조직력이 강해진다. 앞으로 한 명이 다 소화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했다. 조광래호는 박지성의 공백으로 3가지를 잃었다.

▶'킬러 콘텐츠'가 없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의 색깔이 그대로 묻어났다. 한국을 지휘할 때처럼 터키는 강력한 압박으로 중무장했다. 전반은 터키의 일방적인 경기였다. 터키가 볼점유율에서 65대35로 앞섰다.

태극전사들은 상대의 페이스에 말려 이렇다할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후반 벨로조글르의 퇴장으로 수적 우위의 유리한 상황을 맞았고, 공격 빈도도 늘었다. 하지만 끝내 득점에는 실패했다.

박지성은 역시 한국 축구의 '킬러 콘텐츠'였다. 개인기가 특출난 건 아니다. 화려하지도 않다. 하지만 맥을 짚는 능력이 탁월하다. 흐름이 막히면 홀로 해결한다. 상대가 압박을 하면 지능적인 개인기로 활로를 개척한다. 2~3명이 에워싸도 적절하게 공간을 활용해 경기를 반전시킨다. 상대 수비수들이 박지성에게 쏠릴 수 밖에 없다. 그러면서 새로운 공간이 창출된다. 여기에 맨유 선수라는 상징성도 무시할 수 없다. 박지성은 진정한 해결사였다.

반면 터키전에서 나이 어린 선수들은 패스에만 집착했다. 재미를 보지 못했다. 패스 성공률은 현저히 낮았다. 제지당해도 도전적으로 돌파하며 수비라인을 휘저어야 또 다른 공격 옵션을 생산할 수 있다. 하지만 예측 가능한 단순한 플레이로 일관하면서 흐름을 빼앗겼다.

▶그라운드 리더가 없었다

휘슬이 울리면 주장은 그라운드의 리더다. 벤치의 사령탑이 대신할 수 없다. 조 감독도 새 주장으로 선임한 박주영에게 리더 역할을 주문했다. 그는 "박주영에게 팀 통솔은 물론 실제 경기시 필드 위의 코치로서 감독이 추구하는 전술적 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역할까지 맡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첫 경기여서 섣부른 판단을 할 수 없다. 차곡차곡 경험이 쌓이면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첫 무대의 평가는 있어야 한다. 그래야 발전이 있다. 박주영의 주장 데뷔전은 '미완의 대기'였다. 주장은 전체적인 팀 분위기를 이끌면서 플레이를 조율해야 한다. 노력은 했다. 하지만 충분하지 않았다.박주영은 자신의 플레이에 충실했다. 훈련 때처럼 적극적인 자세가 요구됐지만 실전에선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박지성은 주장 데뷔전부터 톡톡 튀었다. 2008년 10월 11일 우즈베키스탄전에서 주장 완장을 찼다. 무뚝뚝함의 대명사지만 주장이라 그라운드에선 말이 많아졌다. 선수들을 일일이 독려하며 정신 재무장을 강조했다. '박지성 정신'이 대표팀에 침투됐다. 무게를 느낄 수 있었다.

그의 색다른 카리스마는 마지막 무대인 아시안컵까지 이어졌다. 그 결과 한국은 남아공에서 월드컵 원정 첫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비록 51년 만의 정상탈환에는 실패했지만 카타르아시안컵에서도 그는 제몫을 했다. 박주영은 "아직 완벽하게 지성이 형의 자리를 메울 수는 없지만 앞으로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멀티 능력이 없었다

2년 전 박지성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수비형 윙포워드'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했다. 2010~2011시즌에는 또 다른 눈을 떴다. 고비마다 순도 100%의 골을 터트리며 알렉스 퍼거슨 감독을 춤추게 했다. 그만큼 멀티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대표팀에서도 박지성은 이 능력을 백분발휘했다. 엄밀히 말해 그의 포지션은 없었다. 좌우 측면과 중앙, 그의 발길이 닿는 곳이 그의 포지션이었다. 공격과 수비를 넘나들며 종횡무진 그라운드를 누볐다.

박지성의 멀티 능력을 대체할 자원은 없었다. 전방의 박주영 구자철 지동원 등은 원톱과 섀도 스트라이커, 측면 미드필더를 모두 소화했다. 각자의 권한이 엄청났다. 전술은 변화무쌍했다. 스위칭하며 상대를 교란하려고 했다. 그러나 여의치 않았다. 자신의 역할에 한정해 탈출구가 없었다.

그렇다고 이들의 능력이 없는 것이 아니다. 욕심이 필요하다. 멀티 능력은 자신감에서 출발한다. 그래야 한국을 대표하는 명실상부한 스타가 될 수 있다. 히딩크 감독은 "오늘 경기에서 본 한국은 평균적으로 좋은 팀이었다. 하지만 박지성 같은 스타 플레이어가 보이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허투루 넘길 말이 아니다.

〈스포츠조선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