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텍스 동반석 소품남 삼총사가 아쉬워

Heidi2011.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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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다닐일이 많아서 케텍스를 애용하는 한 여인입니다. 특히 할인폭이 큰 동반석을 자주 이용하기도 하구요. 싱글녀다보니 내색은 안해도 내심 주의를 살피게 되는데요..

 

지난 2월 19일 저는 대학원 동기샘인 여인들 넷이서 부산에서  케텍스 동반석을 타고 서울로 올라오는 길이었는데, 동대구 역에서 훈훈한 남성들(한 이십대 중후반으로 보였음) 셋이 타더니 저희 옆 동반석을 탄겁니다. 그때만해도 탔나보다 했는데 아무래도 훈훈한 분위기다보니 눈길이 자꾸만 그쪽으로 가더군요.

 

안보는척 유심히 보니 이 훈훈남 셋의 소품이 예사롭지 않더군요.

 

소품남1은 개성넘치는 패션을 겸비하셨는데 노트북을 앞에 두고 뭔가 열심히 작업을 하고 있고,

 

그 맞은편 소품남 2는 지성적이고 깔끔한 외모에 아이폰을 손에 쥐고 계시고,

 

결정적으로 소품남남 3은 준수한 외모에 이따시만큼 두꺼운 문학소설책을 갖고 탔는데, 솔직히 이분때문에 깜놀했어요. 세상에 그렇게 두꺼운 책을 한 십분의 구쯤 읽고 있더라구요. 보통은 책들고 타신 분들보면 거의 초반 읽고 있자나요.. 근데 그분은 거의 다 읽으셨던데 그것도 모자라서 책보다가 얘기하다가.. 놀라운 집중력..

 

(아.. 그림을 더 잘그리고 싶었지만.. 회사에서 일하기 싫어 몰래 딴짓하며 피피티로 그린 그림이라 왕 허접합니다.. 죄송)

 

소품남 셋이 다들 자기 소품가지고 계속 뭐 하다가 얘기하다가 뭐 그런식이더군요. 귀엽게 바나나우유도 먹고, 맛밤도 사먹고.. 나중에는 매점 카트 지나가는데 오징어도 먹고싶다는데 진짜 제가 사드릴뻔 했답니다.

 

그날 하필 저희 여인들 넷중 두분은 아줌마, 나머지 저를 포함한 또다른 여인까지 둘은 싱글녀였는데, 그 동기 아줌마 둘만 아니었으면 진짜 역사가 바뀌었을지도.. ㅋㅋ 속으로 우리쪽 멤버가 너무 아쉬워서 속상해 하고 있는데 어느새 서울역에 다다랐더군요.

 

그날 케텍스의 종착역은 행신이었기에 서울역에서 다들 서둘러서 내려야 했고, 그 소품남 삼총사는 서둘러 내릴준비를 하더군요. 그들이 떠난 동반석 빈자리를 보며 아쉬워라 하고 있는데 바닥에 뭔가 떨어져 있는것을 발견했어요. 속으로 아, 저거 찾아주면서 말을 걸어볼까 하며 다다가 주워보니.... 바셀린 튜브 립케어 밤.... 그 소품남 삼총사의 소품인지 아닌지 애매하더군요. 고민하는 사이 소품남 삼총사는 이미 케텍스에서 내려 어디론가 사라졌고... 제옆에 앉았던 싱글녀 동기샘에게 얘기했습니다..

 

저: 언니, 아까 그 남자들 봤어?

동기샘: 어어어.. 야 장난아니더라..어쩜 하나같이 다들 괜찮니.

저: 나 이거(립밤) 주웠는데 그들이 흘린게 맞는지 고민하다가 못 줬어.. (아직 갖고있습니다 ㅋㅋㅋ)

동기샘: 아 진짜? 야 우리 둘만 있었어도 진짜 말이라도 걸어봤을텐데..

저: 그치그치. 아까 그 책들고 있던 그 남자도 완전 멋지더라. 어쩜 그래.. 그렇게 두꺼운 책을 거의 다 읽었던데. 제목도 어려워 보이던데. 언니 제목 봤어?

동기샘: ㅋㅋㅋ 어어 제목이 표도르 도스트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이더라고.

저: 책이 무슨 자기계발서만 됐어도 우리가 이렇게 흥분하진 않았을꺼야 ㅎㅎㅎ

 

집에 오자마자 그 책을 찾아봤어요. 민음사에서 나온 책인데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I, II, III 까지 있더군요. 상실의 시대가 문학소설 두껍기로는 제일 두꺼운 마지막 책이었는데. 그 소품남들 떠올리며 한권 한권 한번 읽어보려구요. ㅋㅋ

 

얘기한번 나눠보지 못했지만, 저희 두 여인의 마음을 설레이게 해 주셨던 그 소품남 삼총사분들께 판으로나마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만약 다시 만난다면 부산행 케텍스 동반석타고 미팅을 해보고 싶군여. 바나나우유랑, 맛밤이랑, 오징어를 먹으며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읽고 난 소감을 나누며..ㅋㅋㅋㅋ

 

이렇게 설레이는걸 보니 봄이 오긴 오나보네요.

 

여기까지 읽어주신 여러분들도 감사하구요. 즐거운 오후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