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아내를 시골로 보내야만 학교를 다닐 수 있는 대학생입니다.

캬하하하2011.02.28
조회131

안녕하세요? 제가 톡까지 와서 이런 글을 쓰게 될 줄 몰랐네요.

 

얼마전 참 어이없는 경우를 겪었습니다. 전 대학생이고 결혼을 했습니다.

 

요새 등록금때문에 참 말들이 많잖아요. 저도 집에 등록금 내달라고 하는게 참 눈치보이고 여러워서

 

한국장학재단을 이용하게 되었습니다. 보니까 농촌출신대학생 학자금 융자라는게 있더라구요.

 

간단하게 말씀드려서, 학부모가 6개월 이상 농어촌 지역에 거주할 경우 대학교에 재학중이거나 복학예정

 

인 자녀들에게 학자금을 대출해준다는 거죠. 일반대출의 경우 매달 이자를 내야하지만 농촌출신대학생

 

학자금의 경우 졸업한 후 1년에 1학기분의 등록금을 상환하면 됩니다. 즉, 1년에 400만원을 갚으면 이자든

 

뭐든 없이 끝난다는 거죠. 그리고 저는 이미 몇학기 분을 일반대출로 받았기때문에 한달에 나가는 이자만

 

해도 금액이 꽤 됩니다. 이런 경우 제가 아니라도, 그 누구라도 일반대출보다 농촌학자금을 대출받기 희망

 

하는 것은 현실세계를 살아가는 인간으로서 발현되는 당연한 본능ㅋ이라고 생각됩니다.

 

다행히 부모님은 귀농하셔서 몇년째 시골에 내려가 계시는터라 신청을 하게 되었습니다. 발표일 다음날

 

저는 부푼 기대를 안고 결과를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왠일? 전 재단 탈락이라는 겁니다.

 

사실 저는 재단의 요구조건에 다 맞는 상황이었습니다. 부모님도 6개월 이상 시골에 살고 계시고,

 

전 학기 성적이 100점으로 환산할 경우 70점도 넘고( ->이게 일반적인 신청자격입니다.)

 

뭐가 문제인가 하고 봤더니, 기혼자의 경우 보호자를 배우자로 하지 않았기때문에 탈락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저희 아버지가 제천 산골마을에서 직접 서울로 올라오셔서 재단을 찾아가 얘기를 들으셨습니다.

 

이게 무슨말인고 하니, 결혼을 한 경우에는 보호자가 배우자가 된답니다. 학부모가 아니구요. 아무리

 

경제적인 지원이나 보조를 받는다 하더라도 결혼하면 무조건 보호자는 배우자랍니다.

 

전 이번에 처음 알았어요. 제가 무슨 세상경험이 있겠습니까? 아니면 공공기관에서 행정같은 걸 몸으로

 

겪어봤겠습니까, 귀로 들어봤겠습니까? 진짜 처음 알았습니다.

 

제 와이프 얼마전에 애 낳고 지금 몸조리하고 있습니다. 제가 등록금 대출을 받을 수 있으려면 지금 와이

 

프를 시골로 전입시키고 애랑 같이 내려보내야 합니다. 뭐, 건강은 좋아지겠네요. 시골이 좀 외진 곳이라

 

공기 하나는 끝내주거든요. 그리고 농업인이라는 걸 증명하지 위해 농지원부라는 장부에 등록을 시키고

 

6개월이 지나야 농촌학자금을 신청할 수 있는 자격!!! 학자금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겨우 자격만

 

생기는 겁니다!!

 

장학재단에 전화해서 물어봤습니다. 왜 보호자를 배우자로 해야하냐, 그러니까 연대책임때문이랍니다.

 

제가 돈 못갚으면 와이프 털어서라도 돈 받겠다는 거죠. 우리 와이프 애낳고 힘들어서 집안일도 제대로

 

못하는데 저때문에 시골가서 농사지을 판입니다.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연대채무자가 와이프가 됐건 부모님이 됐건 형제가 됐던 재단 쪽에서는 빌려준 돈

 

만 받으면 그만아닙니까? 연대채무를 위해 배우자를 보호자로 해야한다. 이게 재단의 논리입니다.

 

20대의 건장한 체격과 건강한 신체를 가진 저는 이제 막 애낳고 몸조리 중인 54kg의 와이프의 보호를 받아

 

야 하는 사람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래서 이건 말이 안되지 않냐고 하니까 자기네가 제시한 조건인데 그거 제대로 못쓴 제 잘못이랍니다.

 

그런데 웃긴게 장학재단 홈페이지에 가도, 신청화면을 봐도 그 어디에도 기혼자의 보호자는 배우자라는

 

내용은 적혀있질 않습니다. 그나마 겨우 공지사항을 뒤져 메뉴얼.pdf를 다운받고 어도비 리더를 설치한 후

 

8페이지를 넘겨야 FAQ에 2~3줄 나와있습니다. 그리고 더 웃긴건 신청한지 얼마되지 않아 재단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저더러 결혼했냐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결혼했다고 하니까 알겠다고 하고 끊습니다.

 

뭐가 잘못됐네 어땠네 말 한마디 없이요. 이런거 직무태만으로 신고할수는 없나요?

 

 

모르는게 죄다 라는 말이 정말 가슴 깊이 와닿았던 순간이었습니다. 담당자도 그러더군요. 안타깝긴하지

 

만 구제는 힘들다구요. 어쩔수 없이 일반대출을 신청해야합니다. 저는 점점 빚쟁이가 되어갑니다. 농촌학

 

자금으로 일순간의 희망을 가졌지만 결국 다시 채무의 구렁텅이로 빠져버렸습니다.

 

 

책만 파고드는 놈은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모른다는 말이 생각나는 새벽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