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럼프 때문에 힘들어 죽겠다고?

정균승2011.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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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을 하다 보면 왠지 모르게 몸이 무겁고 행동이 둔해질 때가 있다.

무엇을 해도 능률이 오르지 않을뿐더러 자꾸 산만해지고 버벅거리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럴수록 무력감에 사로잡혀 컨디션이 극도로 가라앉는다.

이들은 모두 반갑지 않은 일상의 불청객, 슬럼프가 찾아올 때 나타나는 징후들이다.

 

슬럼프는 왜 찾아오는 것일까?

그리고 슬럼프를 방치하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첫째, 늘 반복되는 무미건조한 일상이 계속될 때 슬럼프에 빠지기 쉽다.

어제 하루의 일상이나 오늘 하루의 일상 그리고 내일 만나게 될 일상이 늘 비슷하게 되풀이될 때

긴장이 풀리고 맥이 빠지면서 슬럼프와 마주치게 된다.

 

둘째, 무언가 열심히 하긴 하는데 분명한 목표나 동기가 없을 때

자칫 잘못하여 방향을 잃게 되면 슬럼프가 찾아온다.

앞만 보고 죽어라고 달려갔는데 어느 순간 갑자기 길을 잃고 헤매게 되면

모든 것이 허무하게 느껴지면서 심리적 패닉 상태에 빠질 수 있다.

바로 슬럼프가 시작된 것이다.

 

셋째, 나태하고 게으른 일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극도로 무기력한 생활을 반복할 때 역시 슬럼프의 수렁에 빠져든다.

이것은 슬럼프 중에서도 가장 잔인하고 고약한 슬럼프다.

그리고 이런 부류의 슬럼프가 계속 삶을 지배하도록 놔두면

나중에는 일상이 뒤죽박죽 엉망진창이 되어버린다.

 

그러므로 이유가 어찌 되었든 슬럼프가 오래 가는 것은 건강한 삶을 위해 좋을 것이 없다.

그렇다면 슬럼프가 아예 처음부터 얼씬도 못 하도록 하면 되지 않겠는가?

하지만 누구도 그렇게 할 수는 없다.

살다 보면 슬럼프는 날씨가 변하는 것처럼, 계절이 바뀌는 것처럼, 불경기가 오는 것처럼,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피할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싫어한다고 해서 절대 찾아오지 않을 녀석이 아닐 바엔

차라리 슬럼프가 놀자고 할 땐 화끈하게 놀아버리는 것도 괜찮은 전략이다.

 

하지만 너무 오래 놀아주면 그 녀석이 아주 자리를 잡고 드러누우려고 한다.

똬리를 틀고 뿌리를 내리기 시작하면 좀처럼 나가려고 하지 않는다.

슬럼프와 정이 들어버리면 나중에는 떠나보내기가 아주 어렵다.

그러니 며칠 함께 놀다가 단호하게 결별을 선언할 줄 알아야 한다.

 

 

 

 

 

슬럼프가 너무 길어지는 것은 분명 문제가 된다.

그것은 삶을 야금야금 갉아먹는 좀벌레와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럴 때는 자기만의 슬럼프를 극복하는 방법을 만들어 놓는 것이 좋다.

물론 그 방법도 시기와 상황에 따라 달라져야 하겠지만 말이다.

 

첫째, 슬럼프의 원인이 반복되는 일상의 지루함 때문이라면

어떤 형태로든 일상에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어정쩡한 태도로 하루하루를 보내지 말고,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을 벗어나기 위해 화끈한 변화를 시도해보도록 하라.

 

가벼운 짐 하나 챙겨 여행을 떠나도 좋고 배낭 하나 매고 등산길에 올라도 좋다.

빡빡한 스케줄 전부 내려놓고 여유의 시간을 가져라.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서 일상의 삶을 되돌아보라.

일상을 벗어나지도 못한 채 몽롱한 상태로 무기력하게 지내는 것이야말로

알고 보면 슬럼프에게 가장 치명적으로 당하는 것이다.

 

둘째, 불분명한 목표 때문에 슬럼프가 생긴 것이라면 앞으로 나아가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잠시 마음의 휴식을 취하면서 방향과 목표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슬럼프가 가장 무서워하는 천적은 분명한 목표다.

 

특히 '삶의 폴라리스'에 해당하는 목표를 만나게 되면 슬럼프는 금방 꼬리를 감춰버린다.

그 결과 일상에는 예전에 없던 새로운 활력이 생기면서 하고 싶은 일에 의욕이 일기 시작한다.

언제 슬럼프를 겪었냐는 듯이 아연 삶에 활기가 넘친다.

 

셋째, 슬럼프의 원인이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모르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도 모르며, 무엇이 되고 싶은지도 몰라서 생긴 것이라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것이다.

 

슬럼프가 가장 좋아하는 환경이 무엇인지 아는가?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뜨뜻미지근한 상태를 가장 좋아한다.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앞으로 무슨 일을 하면서 살아야 할지도 모르면서

허구한 날 컴퓨터 게임이나 하고 술잔이나 기울이면서 인생을 낭비하는 사람은

언젠가 슬럼프로 인해 삶이 회복불능의 상태로 망가져버릴 지도 모른다.

 

슬럼프는 삶에 새로운 재충전이 필요함을 알려주는 신호다.

또한 슬럼프는 일상에 변화를 주라는 메시지다.

일상적인 생활 패턴에 먼지가 수북이 쌓였으니 청소를 하라는 의미다.

그런 때는 마음의 창문을 활짝 열고 훌훌 먼지를 털어내야 한다.

지루한 일상에 신선한 공기를 주입해야 하는 것이다.

 

슬럼프는 삶의 환절기에 나타나곤 하는 징후 가운데 하나이다.

삶의 계절이 바뀌고 있으니 새롭게 변신하라는 메시지를 전해주는 고마운 전령이다.

이를 잘 극복하면 인생의 나이테가 하나 더 늘어남을 알려주는 시그널이다 .

그러니 슬럼프라는 환절기를 잘 극복하고 새로운 계절을 기쁜 마음으로 맞이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볼 때 슬럼프는 꼭 나쁜 존재인 것만은 아니다.

삶이 성숙해지는 길목에서 반드시 거치게 되는 통과의례인지 모른다.

그러니 앞으로는 슬럼프가 찾아오거든 기분 좋게 맞아주어라.

슬럼프와 며칠 화끈하게 놀아버려라.

 

단, 주의할 것이 하나 있다.

지금도 슬럼프와 놀고 있는 중이라면 여기서 멈춰라.

이 다음에 찾아올 슬럼프와 재미있게 놀려면

지금 있는 녀석을 얼른 먼저 떠나보내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