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화 보기 : 루마니아 여행기 (1) 여행을 결심하다.루마니아 여행기 (2) 여행을 준비하다!루마니아 여행기 (3) 루마니아 가는 길루마니아 여행기 (4) 부카레스트에서의 첫 날루마니아 여행기 (5) 부카레스트 관광루마니아 여행기 (6) 안드레아를 만나다루마니아 여행기 (7) 고마워요, 안드레아!루마니아 여행기 (8) 바이아 마레, 뜻밖의 인연 ---------------------------------------------------------- 지난 밤 안드레아와 부둥켜 안으며 마지막 작별의 인사를 나누고는다음 날 아침, 거실로 나가니 그녀는 이미 일어나 아침을 준비중이었다.날 처음 만났을 때도 그랬고, 어제도 남자친구 때문에 거의 못 잤을테니늦게 출근하는 오늘만은 푹 자길 바랐는데 그녀 맘은 그게 아닌 모양이다. 아침 식사는 화이트 브로콜리와 마늘을 삶아서 으깬 샐러드.그녀와의 마지막 식사이기 때문인지 너무 맛있어서 슬펐었다.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라서 맛있다는 말 밖에 하지 못 하는 나.그런 나를 위해서 친절하게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던 안드레아. 내가 너무 좋아하니까 친절히 레시피까지 알려주었다!하지만 결코 그 때와 같은 맛을 내지는 못 할 것이다.. 샐러드를 식빵에 발라 먹으면서 파프리카 한 조각을 곁들이면 최고!
아침 식사가 끝나갈 때쯤 안드레아는 먼저 입을 열었다. 안드레아 : 오늘부터 어떻게 할 거에요?용석 : 일단 바이아 마레로 가서 거기 구경을 하려고요.안드레아 : 바이아 마레에 간다는 계획뿐? 구체적인 계획은요?용석 : 음.. 아직 없어요. 가면 볼 거리는 많지 않을까요?안드레아 : 볼거리는 이 곳에도 많아요, 아직 용석이 보지 못 한 것들!용석 : 그렇겠지요.. 이 주위에도 분명 멋있는 곳들은 많을 거에요.안드레아 : 나 오늘 늦게 출근하니까 용석이랑 같이 가고 싶은 곳이 있어요! 그렇게 말을 하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안드레아! 안드레아는 늠름한 태도로 앞장서 나를 이끌었다. 그녀는 모고사(Mogosa) 라는 곳에 있는 보디 (Bodi) 호수에 가자고 했다. 오늘은 점심에 출근을 하니 그곳에 갔다가 날 바이아 마레에 데려다주면 조금이라도 아쉬운 마음을 달랠 수 있을 거라고 이야기하는 안드레아. 거절할 이유가 없었고 오히려 미안하고 고마울 마음만 가득해져 갔다. 안드레아는 예전부터 종종 모고사에 자주 가고는 했었다고 한다. 특히 요즘같은 겨울에 가서 조용한 공기를 즐기는 것을 좋아했다. 여름에는 많은 사람들이 피서를 즐기기 위해서 이 곳으로 오지만, 지금과 같은 시즌에는 한적함만이 모고사를 가득 채우기 때문이란다. 모고사는 산 중턱 해발 731m 지점에 자리잡은 호수이다. 꽁꽁 얼어붙은 호수에서 안드레아와 나는 어린 아이처럼 놀았다. 호수에 자리 잡은 리조트는 여름 피서객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안드레아 : (수줍게) 최근에 여기를 예전 남자친구랑 같이 왔었어요.용석 : 아, 정말로 여긴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오기에 딱 좋은 것 같아요.안드레아 : 그쵸? 너무나 고요하기 때문에 서로의 마음이 들켜버릴 것 같은 곳이죠.용석 : 여름에도 다시 한번 와보고 싶은 곳이네요! 너무 좋아요! 여행기를 쓰는 지금에 와서야 발견한 사이트이기는 하지만실제 이 곳을 인터넷을 통해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사이트도 있다.http://www.360cities.net/image/mogosa-hotel-baia-sprie-maramures-rou-transsylvania#30.60,-11.90,70.0아무튼 세상 참 좋아져서 모고사의 여름 풍경을 인터넷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 아, 세상 살기 참 편하다... 하지만 이곳 모고사의 보디 호수가 안드레아와 나와의 정말 마지막 추억. 아쉬운 마음을 어젯밤 모두 털어낸 우리는 묵묵히 바이아 마레로 향했다.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몰랐던 난 그저 차창 밖 풍경을 마음에 담기 바빴다. 여름에 와도 정말 좋을 이곳, 모고사 (Mogosa) 그다지 춥지 않은 날씨였음에도 산 중턱에 있기 때문인지 호수가 꽁꽁 얼었다. 안드레아는 나를 바이아 마레의 중심지에 내려다주었다. 그 순간까지도 하루만 더 있다 가면 안 되겠냐는 안드레아. 그녀와 헤어지기는 정말 싫었지만 독한 마음 먹고 나는 외쳤다 "라 레베데레! (La revedere, 잘 있어요!)" 고마워요, 안드레아. 당신은 정말 내가 만난 사람 중 최고였어요! 인연이 닿으면 우리는 또 만나겠지만 나는 우리가 이미 인연인걸 알아요. 그러니까 우리는 조만간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에요, 난 그렇게 믿어요. 오늘은 바이아 마레를 구경하고 저녁에 시게투 마르마찌에로 이동하는 일정. 바이아 마레에서 시게투 마르마찌에(이하 시게투)까지 가는 기차는 없기에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야한다는 정보는 이미 가이드북을 통해 얻었다. 그럼 버스 정류장은 과연 어디에 있는 것일까!? 그 이전에 나는 어디 있는걸까?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안드레아가 날 바이아 마레까지 데려다 준 것은 정말 고맙지만, 그 이전에 지금 내가 서있는 이 곳에 바이아 마레의 어디인지 모르겠다. 주위를 둘러보니 꽤 큰 건물이 보이는데.. 아무래도 시청쯤되는 것 같다. '시청? 시청이라면 안에 관광부 같은 부서같은게 있지 않을까!?' ....라는 단순한 생각으로 무거운 가방을 등에 지고 무작정 안에 들어갔다. 나중에야 느꼈지만 그런 관공서의 관광부서를 찾아가는 것은 큰 도움이 된다. 내가 향했던 바이아 마레의 관공서의 관광부서도 같은 역할을 하는 곳이었다. 바이아 마레 관공서 안에 위치한 관광부여행을 뜻하는 Tour와 비슷한 Turism 이라는 단어가 보이길래 무작정 들어갔다. 자그마한 사무 공간에 여자 혼자 일을 하는 것이 관광부서의 전부? 다소 놀라긴 했지만 그곳에서 일하는 이오아나는 나의 모습을 보고 반겨주었다. 이오아나 : (반갑게) 어서와요! 어디서 오셨나요? 용석 : (쑥스럽구만) 아, 안녕하세요. 한국에서 왔어요. 물론 남쪽이에요.. 이오아나 : Coreea Sud! (남한!) 반가워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용석 : 아, 일단 바이아 마레 지도 좀 얻을 수 있을까요? 이오아나 : 물론이죠! 지도 말고 또 뭐 필요한 거 있어요? 가이드 팜플렛? 용석 : (고민) 음.. 그리고 제가 오늘 저녁에 시게투로 가려고 하는데 버스는 어디서 타야 하는지, 그리고 몇시에 있는지, 또 가격은 얼마인지.. 이오아나 : 시게투 마르마찌에! 정말 멋진 곳이죠!! 근데 그 이전에 바이아 마레는 잘 둘러본거에요!? 용석 : 물론이죠! 오늘도 저녁 전까지는 여기를 둘러볼 생각이에요! 다소 수다스러운 그녀는 나의 말에 속사포로 대답하면서 내가 요청한 것을 잊지 않고 차근 차근 메모하며 도움을 주려고 했다. 이오아나 : 일단 여기 팜플렛 몇 개부터 받으시고요... 시게투로 가는 버스는 제가 전화로 알아볼테니 조금만 기다리세요! 안드레아도 그랬고, 그 전에 만났던 사람들도 그러했고 원래부터 루마니아 사람들은 이렇게 친절한 것일까? 한참동안 전화를 하던 그녀는 버스 터미널에 전화를 했는지 내가 보는 앞에서 메모지에 버스 시간과 가격을 적어주었다. 이오아나 : 일단 가격은 12레이(약 4,800원)네요. 거기까지 가는 법은 여기 앞 큰 길을 따라서 쭉 가면 맥도널드를 지나게 돼요. 그 길로 계속 걸어가면 다리 하나가 나오는데 그 전에 좌회전해서 조금만 더 가면 버스 정류장이 나와요. 이곳에서 20분정도 걸려요. 그녀의 빈틈 없이 친절함에 동공이 풀리고 눈물이 쏟아질 것 같던 나는 처음으로 한국 전통 의상을 입은 인형이 달린 열쇠고리를 하나 내밀었다. 어린 아이처럼 너무 좋아하던 그녀는 자신의 명함도 한장 건네면서 이곳 뿐만 아니라 앞으로 루마니아 여행 중에 일이 생기면 연락을 하라고 했다. 오른쪽 구석에 보이는 사람이 이오아나 트리폰 (Ioana Tripon)나의 궁금증을 말끔히 해결해주었다! 용석 : 마지막으로 부탁 하나가 더 있는데요. 이오아나 : (웃으며) 뭔데요? 말만 하세요! 용석 : 여기 몇시까지 계시나요? 이오아나 : (데이트 신청인가!) 저는 4시 30분까지 일을 해요. 용석 : 그럼 제가 4시쯤 올테니 제 짐 좀 맡아주시겠어요? 이오아나 : (아, 아니구나...) 물론이죠! 여기에 두도록 해요! 엉엉.. 이오아나.. 날 가져요... 뜻밖에 만난 이오아나에 무한 감동을 받은 나는 도무지 루마니아 사람들은 뭘 먹고 살길래 이리도 친절한지! 이런 기분이라면 몇 레이 삥 좀 뜯겨도 실실 거리며 웃을것 같았다. 가방을 관공서에 맡기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바이아 마레 관광 시작 우선 제일 먼저 찾은 곳은 박물관! 입장료는 5레이(약 2,000원)지만 5레이만 더 내면 사진 촬영도 가능하다. 사실 박물관은 어디를 가나 느껴지는 기분은 비슷비슷 하다. 루마니아의 역사를 알아가고 싶은 마음도 강렬하기는 했지만 두 세 곳 정도의 박물관만 가면 나중에 보이는 것이 비슷하기 때문. 하지만 이 곳의 박물관은 내가 들렀던 박물관 중 가장 볼게 많았다. 무엇보다도 저렴한 입장료에 단돈 5레이에 사진도 찍을 수 있었다! (브라쇼브의 박물관은 20레이 (약 8,000원)을 내야 찍게 해주었다.) 처음에는 사진 찍을 생각이 없어서 단돈 5레이만 내고 입장했지만 다음 전시관으로 넘어갈 수록 사진을 찍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아서 다시 밖으로 나가서 사진 촬영 허가권을 끊어오기도 하였다. 오랜 역사를 증명이라도 하듯 수많은 토기들과 루마니아 마라무레슈 지방 사람들의 정겨운 삶의 모습 그들의 일상적인 모습과 함께 해온 모습도 볼 수 있었고 관심 갖고 오랫동안 지켜보고 싶은 것들도 많았다. 시간 순서대로 역사 발전 과정을 보여주기 때문에 다양한 루마니아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는 좋은 곳이었다. 앞으로 또 어떤 한국인이 왔다 갈까?(오랜만에 국어를 써서인지 뭔가 어색한 문법) 전시관은 앞서 말했듯 역사 순서대로 꾸며져 있었다. 맨 마지막 코너는 시계들만을 전시해 두기도 했었는데 왜 그 곳에 시계 박물관이 있는지는 지금으로써도 모를 일. 하지만 시계의 발전을 곧 문명의 발전으로도 볼 수 있으니, 그곳에서 기술이 어떻게 변화왔는지는 어렴풋이 느낄 수 있다. 무엇보다도 이 시계를 보고 하루 하루를 살아갔을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머릿 속에 떠올려보니 숱한 역사가 스쳐지나갔다. 맨 앞에 놓여져있던 지구본 하나 Coreea! 내가 이곳에서 왔다규!! 여러 장식으로 꾸며진 시계들이 잔뜩 꾸며져 있었다. 이렇게 시계로만 가득채워진 전시관이 있으니 다른 전시관에도 무언가 볼거리가 더 많지 않을까? 그런 생각으로 아무도 없는 박물관을 기웃 거렸다. 마침 눈 앞에 옛 회화 작품으로 꾸며진 전시관이 보였다. 과연! 이런 곳에도 전시관이 하나 더 있었구만! 쌩뚱맞게 시계 전시관만 있을리는 없지!! 하면서 당당히 입장. 그리고 그런 나의 당찬 발걸음을 축하라도 해주듯이
.... 미친듯이 울리는 경보기!!!
아아.. 포위되어 버렸다.. 좀처럼 진정하지 않는 경보기 소리 앞에서 나는 헛웃음을 뱉으며 두 손을 들 수 밖에 없었다. 저 멀리 허겁지겁 다가오는 직원이 보였다. 직원 : (숨을 고르며) 헉..헉.. 여..여긴 들어오시면 안돼요!! 용석 : (두 손을 모으며) 죄송해요, 몰랐습니다.. 정말 죄송해요!! 직원 : (경보기를 끄며) 여기서 나가주세요..!! 용석 : 넵.. 넵.. 죄송합니다... 그렇게 찍소리도 못 하고 박물관에서 쫓겨난 용석. 자칫하면 루마니아 경찰서에도 끌려갈 뻔 했었다. 난 이 나라 사람들한테 친절만 받고 민폐만 끼치는구나! 조...조심하겠습니다!! 어쩜 이렇게 하늘은 더 푸른건지~ Romanian Soldiers Monument (루마니아 군인 기념물) 세계 2차 대전에 참전했던 루마니아 군인들을 기리기 위한 기념물로,평범한 사람, 농민, 노동자에서 군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바이아 마레에서 처음 가본 박물관이 너무 좋아서였을까? 시내 구석에 다른 박물관도 있다는 가이드북 내용을 따라 민속 박물관과 더불어 민속촌도 가볼 생각으로 길을 걸었다. 확실히 부카레스트와 같은 도심과 같은 번잡한 느낌은 없지만 바이아 스프리에나 치비우 바이아와 같은 정적인 기분도 없다. 순박한 시골 사람들의 세련된 모습도 만나볼 수 있는 곳이었다. 바이아 마레 민속 박물관내 마음이 삐뚤어져서인지 사진도 삐뚤... 하지만 이 곳에서는 사진을 찍을 수 없다.입장료는 단돈 2레이 (약 800원) 민속 박물관에는 이 곳 지방의 예전 모습을 만나볼 수 있었다. 전통 의상을 입은 사람들이라든가 전통 방식으로 결혼하는 모습... 정말 인상적이고 아기자기한 멋이 잔뜩 어울어져 있는 곳이었다. 특히 결혼 마차를 팝콘으로 꾸민 모습은 몰래 사진에 담고 싶을 정도! 민속 박물관 바로 옆에는 민속촌이 하나 있다. 가이드북에도 장황하게 설명해둔 것을 보면 굉장히 유명한 모양! 설레는 마음으로 채 5분 거리도 되지 않는 그 곳을 달려갔지만... 그러니까 2010년 11월부터 입장 금지..내부를 들여다보니 한창 공사중이었다.아마도 겨울을 맞아 내부 수리를 하는 모양이었다.
이게 뭐야...
멀리서 지켜볼 수 밖에 없던 바이아 마레 민속촌 담장 너머 찍은 민손촉 내부... 규모도 엄청 커보였다.. 가이드북에도 엄청 자세히 나와있었서 엄청 기대했는데!!! 이대로 아무 것도 하지 못 하고 그냥 갈 수밖에 없다니!! 마치 경주에 가서 불국사와 석굴암을 못 보고 나오는 기분.. 쉽게 말하면 전주에 가서 비빔밥도 못 먹고 돌아오는 기분.. 그렇게 아쉬운 마음에 입술만 질겅질겅 씹고 있던 찰나 때마침 안드레아로부터 문자가 하나 도착했다. 안드레아 : 바이아 마레는 어때요? 재미있어요? 용석 : 박물관이 특히 볼게 많아요. 근데 민손촌은 ㅠㅠㅠ 안드레아 : 규모가 조금 작긴 하지만 시게투에도 박물관이 있어요. 오오오오!! 레알??? 그래, 사람이 치킨을 못 먹으면 닭강정이라도 먹어야지!! 일단 범죄 행위를 하지 않는 이상 이곳 민속촌은 못 가니 아쉬운 마음일랑 얼른 접어버리고 다음 행선지로 움직여야지! 그 이전에 슬슬 루마니아 여행이 몸에 익숙해지기도 하니까 주변 사람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욕구가 솟구치기 시작했다. 가깝게는 가족들과 내 친구들에게 이 내 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 여행에 왔으면 엽서 한 장쯤은 보내야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에 엽서를 사려고 이곳 저곳 들러봤지만 구하기 힘들었다. 마침 여행사도 보이길래 당돌하게 들어가봤지만 역시나 없음.. 그들은 우체국에 가지 않는 이상 구하기 힘들 거라고 했다. 엽서는 우체국에서 살 수 있다는 사실이야 나도 잘 알고 있지만 나는 뭔가 바이아 마레의 특색이 담겨진 엽서를 갖고 싶었던 말이야!! 용석이 정말 게빡쳤음!! >--(`▤´)--< 아무튼 아쉬운 마음을 달래서 다음 행선지인 스테판 타워로 출발! 스테판 타워는 14세기 고딕 양식으로 지어진 바이아 마레의 자랑거리! 무엇보다도 시내 중심지에 높게 우뚝 서있기 때문에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그 다음으로 찾아간 Stefan 타워 바이아 마레 중심지에 서 있는 이 시계탑은아주 오래전부터 이 곳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지켜봤을 것이다. 비록 시계탑의 시계는 맞지 않았지만 한편으로는 그게 더 좋다고 생각했다. 그 시간이 멈춰있었기 때문에 정말로 이 시계탑은 과거의 산물로 느껴졌다. 아주 오래 시간을 홀로 품고 있는 그 자태가 느껴졌다면 이해할 수 있을까? 한참동안 시계탑 주위를 서성거리면서 이 곳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나가봤다. 이 시계탑 아래서 많은 사람들이 만나고 헤어졌을 것을 혼자 상상해보니 스테판 시계탑은 아무 말 없이 묵묵히 있는 편이 차라리 나았을지 모른다. 몇 백년의 역사를 간직한 건축물이 도심 한 복판에 떡하니 서있는 모습은 너무도 허무하게 불타 사라진 숭례문을 떠올리게 만들기에 충분했었다. 우리가 사는 그 지역 속에도 이런 오랜 역사를 품고 있는 무언가가 있다면... 뿐만 아니라 주변의 건물들 모두 오랜 역사를 품고 있음이 느껴졌다. 그렇게 스테판 시계탑 주변을 어슬렁 거리다가 근처에 전통 시장이 있다는 가이드북 설명을 보고는 슬슬 배도 고프니 거기서 간단히 요기를 해결하기로 했다. 아무래도 전통 시장이라면 다양한 먹을거리가 있을 테니까! 다소 즉흥적이기는 하지만 그런 것이야 말로 여행의 묘미! 시장에서 무얼 팔지는 모르지만 분명 신기한 걸로 가득하겠지! 처음 보는 과일 맛에 놀라기도 하고 낯선 향신료 냄새에 취하며 스테판 시계탑을 기준으로 그리 멀지 않은 전통 시장으로 출발!
근데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어 ㅠㅠㅠ
분명히 스테판 시계 근처인 것 같은데 도무지 모르겠다. 당황하지는 않았지만 배가 고파서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주위를 두리번 거리니까 웬 외국인이 날 지켜보고 있다. 절대 루마니아인처럼 안 생기고 누가봐도 여행자인 것 같은 모습! 여행자 : (손을 들며) 아, 안녕하세요. 용석 : (고개 꾸벅) 안녕하세요. 여행 오셨나봐요? 여행자 : 네! 전 호주에서 온 알렉스라고 해요. 반가워요~ 용석 : (악수를 하며) 반가워요. 난 한국에서 온 용석이에요. 알렉스 : (놀라며) 한국? 남쪽? 아니면 북쪽? 용석 : (이제 이런 질문은 지겹다) 남쪽이에요. 알렉스 : (굉장히 놀라며) 와우!! 이럴수가!!! 언빌리버블!! 용석 : (뭐야.. 이 사람 왜 이래..) 왜.. 왜 그러는데여.. 알렉스의 말에 의하면 그는 자원봉사를 위해 여러 사람과 이곳에 왔다고 한다. 그 자원봉사 팀은 6명정도 되는데 그 중에 한국 사람이 두명이나 있다는 것이다. 뭐? 뭐?? 뭐??? 알렉스 : (환하게 웃으며) 마침 저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어요! 한번 만나 볼래요? 용석 : (너무 신기해서) 정말요?! 만나고 말고요!! 자, 가요!! 가요!! 알렉스보다도 더 흥분했던 나는, 이렇게 낯선 나라 루마니아에서 그 중 더더욱 낯선 도시 바이아마라에서 한국인을 만난다는 생각에 그의 손에 이끌려 조금 허름한 식당을 향하여 발걸음을 옮겨나갔다. 그때, 나는 몰랐다. 루마니아 사람들이 아무리 친절하다고는 해도 앞서 말했 것과 달리 몇 레이 삥을 뜯기면 실실 웃고 다닐 수는 없다는걸.. 그렇게 성급한게 한국에서 왔다는 말을 먼저하고 그의 말을 의심하지 않고 들어본 적이 없는 식당의 2층 로비로 자연스럽게 끌려갔을 때 날 기다리는건...
뻥이야!!!아무 일도 없었슴묘.. 그 식당 2층에 올라가니 동양인, 서양인 여섯 명정도가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중에서 한국인으로 보이는 한 남성분과 한 여성 분의 모습도 보였다. 알렉스가 그들에게 나를 우연히 길에서 만났는데 한국에서 왔다고 소개하자 혹시나 하는 표정으로 날 보던 한국분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나를 반겨주셨다. 용석 : (얼마만의 한국말이냐) 안녕하세요, 조용석이라고 합니다. 정연욱 : (악수를 청하며) 반갑습니다, 정연욱이라고 해요. 최희진 : (반갑게 인사) 안녕하세요, 최희진입니다. 정연욱 : (자리를 내어주며) 일단 앉으세요, 식사는 하셨나요? 용석 : 아뇨!!!! 정연욱 : (웃으며) 그럼 일단 같이 식사하시죠, 스프에 돼지고기 스테이크 괜찮죠? 정신 없이 먹느랴 스프는 찍지 못 했고그 이후로 먹은 감자 & 돼지고기 스테이크가격은 스프호함 9레이 (약 3,600원) 였다. 그 분들은 변화의 첫걸음이라는 단체에서 활동을 하시는 분들이었다. 국제연대 '변화의 첫걸음'은 내면의 변화를 통해 타인과 소통하고 그 변화를 사회로 이끌어냄으로써 이 세상을 바꿔나고자 노력하는 단체였다. 나도 사회 운동을 하는 사람이기에 나와 다른 방법으로 변화를 꿈꾸는 그들이 조금은 신기하게 느껴지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많은 호기심과 관심이 솟아났다. 처음 이야기를 들었을 때에는 종교 단체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인가 싶었는데 전혀 그런 것과 상관 없이 순수 사람의 내면 변화만을 위해 애쓰시는 분들이셨다. 지금은 action for life 라는 팀으로써 5개월간 팀원들과 리더쉽 프로그램을 진행중. 프로그램을 진행한지는 3개월쯤 됐는데 이곳 루마니아 바이아 마레의 회원들과 오늘 함께 저녁 시간을 보내면서 보다 많은 사람들과 만날 계획이 있다고 하셨다. 정연욱 : 혹시 오늘 저녁에 시간 어떻게 되세요? 용석 : 오늘 7시쯤 버스 타고 시게투 마르마찌에로 이동하려고요. 정연욱 : 아.. 오늘 저희가 이 근처 학교에서 프로그램을 하나 진행하는데 이런 쪽에 관심이 많으신 것 같은데, 함께 할 수 있으면 참 좋을텐데.. 용석 : (아무렇지도 않게) 그쵸? 저도 하시는 말씀 들으니까 되게 관심이 생기네요. 그럼 뭐, 시게투는 내일 가고 오늘 저녁에 같이 프로그램에 참여하죠, 뭐. 나도 쿨하고, 우리 제시카도 쿨하고... 어차피 혼자 다니는 여행인데 일정이랄 게 있나? 숙소를 예약한 것도 아니고.. 아무 문제가 될게 없었다.. 딱히 이 분들이 점심을 사주셔서 내가 이러는건 맞는데.. 아무튼 변화의 첫걸음 활동이 궁금했던 찰라 좋은 기회라 생각했다. 점심을 먹은 시간은 오후 1시쯤이었고 그분들의 일정은 6시부터라고 하니 일단 나는 남은 5시간동안만큼은 바이아 마레를 마저 구경하기로 했다. 원래 가려했던 전통 시장도 못 가봤고 이 곳의 자랑 광물 박물관도 못 갔다! 그래서 감사히 점심 한끼 얻어먹고 연락처 교환을 하고 우선은 헤어졌다. 그렇게 헤어지고나서 너무 쉽게 찾은 전통 시장내가 잠시 길을 잃은데에는 분명 뜻이 있었던 게지? 사람 사는 모습 훔쳐보기에는 역시 시장이 최고다 각종 채소들과 과일을 파는 시장 안드레아와 같이 먹다가 gg친 음식에서 나던 치즈냄새가 여기서도.. 5레이 (약 2,000원)을 주고 귤 한 봉지 구입!우리나라 귤만큼이나 시고 달콤한 맛이었다!
사람이 모여있는 곳은 언제나 정겹다. 무감동하게 무수히 스쳐 지나가는 도시 속의 인파가 아닌 서로가 지닌 삶의 자취가 자연스레 느껴지는 공간 속에서 난 이방인이 아닌 각자의 삶을 지닌 사람으로 자리 잡는다. 그들은 현지인에게 건넸던 똑같은 말을 나에게도 던진다.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으나 웃으면서 손을 흔드면 으쓱거린다. 과일 하나, 치즈 한 조각을 건네면서 날 그들 속으로 끌어들인다. 그 순간만큼은 난 이방인도, 한국인도, 여행자도 아니게 된다. 뭔소리인지는 나도 모르겠고.... 그렇게 시장 구경을 마치고 다음 행선지는 광물 박물관. 바이아 마레가 광산으로 워낙 유명한 지방이기도 했기에 이 곳에는 루마니아에서 가장 큰 광물 박물관이 있다고 한다. 점심에 만난 변화의 첫걸음 사람들도 오늘 점심에 다녀왔는데 정말 좋았다면서 꼭 한 번 가보라고 해서 지도를 살펴봤는데. 내가 있는 곳으로부터 너무 멀었다.. 대략 20분 정도 걷는 정도? 육군 병장 출신이 20분 걷는 일이야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지만 난 오래 걸을 수 없는 신발을 신고 있지 않을가... 행군이 다 뭐람.. 애초에 조급하게, 무리하게 여행할 생각은 전혀 없기는 했지만 그래도 발 아프다는 이유로 자꾸 게을러지면 곤란할 것 같아서 조만간 신발에 대해서만큼은 결단 내리기로 작정하고 일단 출발!
가는 길에 시내 한복판에 있는 스케이트 장 발견! 귀여운 여자 아이가 혼자 놀고 있길래 허락 받고 한 장, 찰칵! 가다가 또 길을 잃어서 10분 정도 더 헤맸다.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루마니아 최대 광물 박물관입장료는 10레이 (약 4,000원) 다양한 광물들을 만나볼 수 있다. 비록 뭐가 뭔지는 몰라도.. 이렇게 신기한 것도 많다.. 자꾸 이런거 보면서 환상의 은수정만 떠올리면 저는 대책 없는 세... 아 아니다 가방을 맡겨둔 관공서에 4시 30분까지 가려면 4시에 출발해야했다. 조금 서둘러서 광물 박물관 구경을 마치고는 다시 관광부서로 향했다. 오늘 하루가 여행 중 가장 많이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인지 평소보다 너무 발이 아파서 몇 걸음 걷다가 중간에 멈춰서야할 정도였다. 그래도 이 악물고 힘겹게 관공서에 도착하니 이오아나가 날 반겨줬다. 이오아나 : 어서와요! 즐거운 시간 보냈나요? 용석 : 네! 박물관도 너무 좋았고요, 방금은 광물 박물관에서 돌아왔어요. 이오아나 : 오! 거기 정말 좋죠. 루마니아에서 가장 큰 광물 박물관이에요. 용석 : 정말 볼거리가 많더라고요! 이 곳이 광산이었다는게 절로 느껴졌어요. 한 가지 아쉬운 건 민속촌이 지금은 개방하고 있지 않더라고요.. 이오아나 : 아, 그럴거에요. 겨울동안은 내부 수리를 하거든요. 그렇지만 곧 시게투로 가죠? 그곳에도 있으니 거길 한번 가봐요! 용석 : (나도 알지롱!) 네, 그럴려고요. 근데 여기서 저 한국 사람을 만났어요. 그래서 오늘 시게투로 안 가고 하루 더 머물렀다가 내일 가려고요! 그렇게 이오아나와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수다를 떨었다. 아까 시장에서 샀던 귤 몇 개를 건네면서 이제 가보겠다고 인사하니 이오아나도 팜플렛이 쌓인 곳에서 무언가 주섬 주섬 꺼내기 시작한다. 이오아나 : 언제 또 마라무레슈에 올지 모르겠지만 이걸 받아가도록 해요. 그런 이오아나가 건넨건 탁상 달력과 엽서.. 엽서!! 엽서!!! 엽서!!!! 그러고보니 아까 엽서를 사려고 여기 저기 돌아다니기도 했었는데, 여기서 엽서를 구하게 되다니! 이곳은 신비한 인연이 왜 이리 많은 걸까! 너무나 필요했던 것이라는 인사를 숱하게 건네며 이오아나와 작별. 그녀는 이런 나를 상대하는 것이 자신의 일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나처럼 여행자에게는 그녀같은 사람을 만나는게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그녀가 정말로 기꺼운 마음으로 나를 대한다는게 저절로 느껴질 정도였다. 사람이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이렇게 즐기면서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거역하지 않고! 시계를 보니 한 시간 정도 여유가 있었다. 변화의 첫걸음 분들을 만나기로 한 학교 근처 카페에서 맥주 한 잔 하면서 엽서라도 쓰면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비록 여행을 떠난지 5일밖에 되지 않았지만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어찌나 많은지... 혼자 와서 미안한 마음, 홀로 즐겨서 죄송한 마음 그렇기 때문에 돌아가면 좀 더 성숙해져야겠다고 생각하며 오늘 하루동안 나에게 쏟아진 뜻밖의 인연들을 헤아려본다. 맥주 '츅 (Ciuc)'으로 목 좀 츅이며... 여행을 떠난지 이제 5일째. 앞으로 남은건 열흘. 예측할 수 없는 것이 내가 걷는 길이기는 하지만 지금 내가 즐기는 이 축복이 끝날까지 계속 되길. 점쳐볼 수 없는 인연들로 보다 내가 성장하게 되길. 앞으로 한 시간 뒤에 새롭게 맺게될 인연 앞에서 나는 내 자신을 좀 더 점철 시켜보고자 눈을 감았다.
루마니아 여행기 (8) 바이아 마레, 뜻밖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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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마니아 여행기 (1) 여행을 결심하다.루마니아 여행기 (2) 여행을 준비하다!루마니아 여행기 (3) 루마니아 가는 길루마니아 여행기 (4) 부카레스트에서의 첫 날루마니아 여행기 (5) 부카레스트 관광루마니아 여행기 (6) 안드레아를 만나다루마니아 여행기 (7) 고마워요, 안드레아!루마니아 여행기 (8) 바이아 마레, 뜻밖의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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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밤 안드레아와 부둥켜 안으며 마지막 작별의 인사를 나누고는다음 날 아침, 거실로 나가니 그녀는 이미 일어나 아침을 준비중이었다.날 처음 만났을 때도 그랬고, 어제도 남자친구 때문에 거의 못 잤을테니늦게 출근하는 오늘만은 푹 자길 바랐는데 그녀 맘은 그게 아닌 모양이다.
아침 식사는 화이트 브로콜리와 마늘을 삶아서 으깬 샐러드.그녀와의 마지막 식사이기 때문인지 너무 맛있어서 슬펐었다.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라서 맛있다는 말 밖에 하지 못 하는 나.그런 나를 위해서 친절하게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던 안드레아.
아침 식사가 끝나갈 때쯤 안드레아는 먼저 입을 열었다.
안드레아 : 오늘부터 어떻게 할 거에요?용석 : 일단 바이아 마레로 가서 거기 구경을 하려고요.안드레아 : 바이아 마레에 간다는 계획뿐? 구체적인 계획은요?용석 : 음.. 아직 없어요. 가면 볼 거리는 많지 않을까요?안드레아 : 볼거리는 이 곳에도 많아요, 아직 용석이 보지 못 한 것들!용석 : 그렇겠지요.. 이 주위에도 분명 멋있는 곳들은 많을 거에요.안드레아 : 나 오늘 늦게 출근하니까 용석이랑 같이 가고 싶은 곳이 있어요!
그렇게 말을 하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안드레아!
그녀는 모고사(Mogosa) 라는 곳에 있는 보디 (Bodi) 호수에 가자고 했다. 오늘은 점심에 출근을 하니 그곳에 갔다가 날 바이아 마레에 데려다주면 조금이라도 아쉬운 마음을 달랠 수 있을 거라고 이야기하는 안드레아. 거절할 이유가 없었고 오히려 미안하고 고마울 마음만 가득해져 갔다.
안드레아는 예전부터 종종 모고사에 자주 가고는 했었다고 한다. 특히 요즘같은 겨울에 가서 조용한 공기를 즐기는 것을 좋아했다. 여름에는 많은 사람들이 피서를 즐기기 위해서 이 곳으로 오지만, 지금과 같은 시즌에는 한적함만이 모고사를 가득 채우기 때문이란다.
안드레아 : (수줍게) 최근에 여기를 예전 남자친구랑 같이 왔었어요.용석 : 아, 정말로 여긴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오기에 딱 좋은 것 같아요.안드레아 : 그쵸? 너무나 고요하기 때문에 서로의 마음이 들켜버릴 것 같은 곳이죠.용석 : 여름에도 다시 한번 와보고 싶은 곳이네요! 너무 좋아요!
여행기를 쓰는 지금에 와서야 발견한 사이트이기는 하지만실제 이 곳을 인터넷을 통해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사이트도 있다.http://www.360cities.net/image/mogosa-hotel-baia-sprie-maramures-rou-transsylvania#30.60,-11.90,70.0아무튼 세상 참 좋아져서 모고사의 여름 풍경을 인터넷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이곳 모고사의 보디 호수가 안드레아와 나와의 정말 마지막 추억. 아쉬운 마음을 어젯밤 모두 털어낸 우리는 묵묵히 바이아 마레로 향했다.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몰랐던 난 그저 차창 밖 풍경을 마음에 담기 바빴다.
안드레아는 나를 바이아 마레의 중심지에 내려다주었다. 그 순간까지도 하루만 더 있다 가면 안 되겠냐는 안드레아. 그녀와 헤어지기는 정말 싫었지만 독한 마음 먹고 나는 외쳤다
"라 레베데레! (La revedere, 잘 있어요!)"
고마워요, 안드레아. 당신은 정말 내가 만난 사람 중 최고였어요! 인연이 닿으면 우리는 또 만나겠지만 나는 우리가 이미 인연인걸 알아요. 그러니까 우리는 조만간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에요, 난 그렇게 믿어요.
오늘은 바이아 마레를 구경하고 저녁에 시게투 마르마찌에로 이동하는 일정. 바이아 마레에서 시게투 마르마찌에(이하 시게투)까지 가는 기차는 없기에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야한다는 정보는 이미 가이드북을 통해 얻었다. 그럼 버스 정류장은 과연 어디에 있는 것일까!? 그 이전에 나는 어디 있는걸까?
안드레아가 날 바이아 마레까지 데려다 준 것은 정말 고맙지만, 그 이전에 지금 내가 서있는 이 곳에 바이아 마레의 어디인지 모르겠다. 주위를 둘러보니 꽤 큰 건물이 보이는데.. 아무래도 시청쯤되는 것 같다.
'시청? 시청이라면 안에 관광부 같은 부서같은게 있지 않을까!?'
....라는 단순한 생각으로 무거운 가방을 등에 지고 무작정 안에 들어갔다. 나중에야 느꼈지만 그런 관공서의 관광부서를 찾아가는 것은 큰 도움이 된다. 내가 향했던 바이아 마레의 관공서의 관광부서도 같은 역할을 하는 곳이었다.
자그마한 사무 공간에 여자 혼자 일을 하는 것이 관광부서의 전부? 다소 놀라긴 했지만 그곳에서 일하는 이오아나는 나의 모습을 보고 반겨주었다.
이오아나 : (반갑게) 어서와요! 어디서 오셨나요? 용석 : (쑥스럽구만) 아, 안녕하세요. 한국에서 왔어요. 물론 남쪽이에요.. 이오아나 : Coreea Sud! (남한!) 반가워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용석 : 아, 일단 바이아 마레 지도 좀 얻을 수 있을까요? 이오아나 : 물론이죠! 지도 말고 또 뭐 필요한 거 있어요? 가이드 팜플렛? 용석 : (고민) 음.. 그리고 제가 오늘 저녁에 시게투로 가려고 하는데 버스는 어디서 타야 하는지, 그리고 몇시에 있는지, 또 가격은 얼마인지.. 이오아나 : 시게투 마르마찌에! 정말 멋진 곳이죠!! 근데 그 이전에 바이아 마레는 잘 둘러본거에요!? 용석 : 물론이죠! 오늘도 저녁 전까지는 여기를 둘러볼 생각이에요!
다소 수다스러운 그녀는 나의 말에 속사포로 대답하면서 내가 요청한 것을 잊지 않고 차근 차근 메모하며 도움을 주려고 했다. 이오아나 : 일단 여기 팜플렛 몇 개부터 받으시고요... 시게투로 가는 버스는 제가 전화로 알아볼테니 조금만 기다리세요!
안드레아도 그랬고, 그 전에 만났던 사람들도 그러했고 원래부터 루마니아 사람들은 이렇게 친절한 것일까? 한참동안 전화를 하던 그녀는 버스 터미널에 전화를 했는지 내가 보는 앞에서 메모지에 버스 시간과 가격을 적어주었다.
이오아나 : 일단 가격은 12레이(약 4,800원)네요. 거기까지 가는 법은 여기 앞 큰 길을 따라서 쭉 가면 맥도널드를 지나게 돼요. 그 길로 계속 걸어가면 다리 하나가 나오는데 그 전에 좌회전해서 조금만 더 가면 버스 정류장이 나와요. 이곳에서 20분정도 걸려요.
그녀의 빈틈 없이 친절함에 동공이 풀리고 눈물이 쏟아질 것 같던 나는 처음으로 한국 전통 의상을 입은 인형이 달린 열쇠고리를 하나 내밀었다. 어린 아이처럼 너무 좋아하던 그녀는 자신의 명함도 한장 건네면서 이곳 뿐만 아니라 앞으로 루마니아 여행 중에 일이 생기면 연락을 하라고 했다.
뜻밖에 만난 이오아나에 무한 감동을 받은 나는 도무지 루마니아 사람들은 뭘 먹고 살길래 이리도 친절한지! 이런 기분이라면 몇 레이 삥 좀 뜯겨도 실실 거리며 웃을것 같았다.
사실 박물관은 어디를 가나 느껴지는 기분은 비슷비슷 하다. 루마니아의 역사를 알아가고 싶은 마음도 강렬하기는 했지만 두 세 곳 정도의 박물관만 가면 나중에 보이는 것이 비슷하기 때문.
하지만 이 곳의 박물관은 내가 들렀던 박물관 중 가장 볼게 많았다. 무엇보다도 저렴한 입장료에 단돈 5레이에 사진도 찍을 수 있었다! (브라쇼브의 박물관은 20레이 (약 8,000원)을 내야 찍게 해주었다.)
처음에는 사진 찍을 생각이 없어서 단돈 5레이만 내고 입장했지만 다음 전시관으로 넘어갈 수록 사진을 찍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아서 다시 밖으로 나가서 사진 촬영 허가권을 끊어오기도 하였다.
전시관은 앞서 말했듯 역사 순서대로 꾸며져 있었다. 맨 마지막 코너는 시계들만을 전시해 두기도 했었는데 왜 그 곳에 시계 박물관이 있는지는 지금으로써도 모를 일.
하지만 시계의 발전을 곧 문명의 발전으로도 볼 수 있으니, 그곳에서 기술이 어떻게 변화왔는지는 어렴풋이 느낄 수 있다. 무엇보다도 이 시계를 보고 하루 하루를 살아갔을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머릿 속에 떠올려보니 숱한 역사가 스쳐지나갔다.
이렇게 시계로만 가득채워진 전시관이 있으니 다른 전시관에도 무언가 볼거리가 더 많지 않을까? 그런 생각으로 아무도 없는 박물관을 기웃 거렸다.
마침 눈 앞에 옛 회화 작품으로 꾸며진 전시관이 보였다. 과연! 이런 곳에도 전시관이 하나 더 있었구만! 쌩뚱맞게 시계 전시관만 있을리는 없지!! 하면서 당당히 입장. 그리고 그런 나의 당찬 발걸음을 축하라도 해주듯이
.... 미친듯이 울리는 경보기!!!
좀처럼 진정하지 않는 경보기 소리 앞에서 나는 헛웃음을 뱉으며 두 손을 들 수 밖에 없었다. 저 멀리 허겁지겁 다가오는 직원이 보였다.
직원 : (숨을 고르며) 헉..헉.. 여..여긴 들어오시면 안돼요!! 용석 : (두 손을 모으며) 죄송해요, 몰랐습니다.. 정말 죄송해요!! 직원 : (경보기를 끄며) 여기서 나가주세요..!! 용석 : 넵.. 넵.. 죄송합니다...
그렇게 찍소리도 못 하고 박물관에서 쫓겨난 용석. 자칫하면 루마니아 경찰서에도 끌려갈 뻔 했었다. 난 이 나라 사람들한테 친절만 받고 민폐만 끼치는구나!
바이아 마레에서 처음 가본 박물관이 너무 좋아서였을까? 시내 구석에 다른 박물관도 있다는 가이드북 내용을 따라 민속 박물관과 더불어 민속촌도 가볼 생각으로 길을 걸었다.
확실히 부카레스트와 같은 도심과 같은 번잡한 느낌은 없지만 바이아 스프리에나 치비우 바이아와 같은 정적인 기분도 없다. 순박한 시골 사람들의 세련된 모습도 만나볼 수 있는 곳이었다.
민속 박물관에는 이 곳 지방의 예전 모습을 만나볼 수 있었다. 전통 의상을 입은 사람들이라든가 전통 방식으로 결혼하는 모습... 정말 인상적이고 아기자기한 멋이 잔뜩 어울어져 있는 곳이었다. 특히 결혼 마차를 팝콘으로 꾸민 모습은 몰래 사진에 담고 싶을 정도!
민속 박물관 바로 옆에는 민속촌이 하나 있다. 가이드북에도 장황하게 설명해둔 것을 보면 굉장히 유명한 모양! 설레는 마음으로 채 5분 거리도 되지 않는 그 곳을 달려갔지만...
가이드북에도 엄청 자세히 나와있었서 엄청 기대했는데!!! 이대로 아무 것도 하지 못 하고 그냥 갈 수밖에 없다니!! 마치 경주에 가서 불국사와 석굴암을 못 보고 나오는 기분.. 쉽게 말하면 전주에 가서 비빔밥도 못 먹고 돌아오는 기분..
그렇게 아쉬운 마음에 입술만 질겅질겅 씹고 있던 찰나 때마침 안드레아로부터 문자가 하나 도착했다.
안드레아 : 바이아 마레는 어때요? 재미있어요? 용석 : 박물관이 특히 볼게 많아요. 근데 민손촌은 ㅠㅠㅠ 안드레아 : 규모가 조금 작긴 하지만 시게투에도 박물관이 있어요.
그래, 사람이 치킨을 못 먹으면 닭강정이라도 먹어야지!! 일단 범죄 행위를 하지 않는 이상 이곳 민속촌은 못 가니 아쉬운 마음일랑 얼른 접어버리고 다음 행선지로 움직여야지!
그 이전에 슬슬 루마니아 여행이 몸에 익숙해지기도 하니까 주변 사람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욕구가 솟구치기 시작했다. 가깝게는 가족들과 내 친구들에게 이 내 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
여행에 왔으면 엽서 한 장쯤은 보내야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에 엽서를 사려고 이곳 저곳 들러봤지만 구하기 힘들었다. 마침 여행사도 보이길래 당돌하게 들어가봤지만 역시나 없음..
그들은 우체국에 가지 않는 이상 구하기 힘들 거라고 했다. 엽서는 우체국에서 살 수 있다는 사실이야 나도 잘 알고 있지만 나는 뭔가 바이아 마레의 특색이 담겨진 엽서를 갖고 싶었던 말이야!!
아무튼 아쉬운 마음을 달래서 다음 행선지인 스테판 타워로 출발! 스테판 타워는 14세기 고딕 양식으로 지어진 바이아 마레의 자랑거리! 무엇보다도 시내 중심지에 높게 우뚝 서있기 때문에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비록 시계탑의 시계는 맞지 않았지만 한편으로는 그게 더 좋다고 생각했다. 그 시간이 멈춰있었기 때문에 정말로 이 시계탑은 과거의 산물로 느껴졌다. 아주 오래 시간을 홀로 품고 있는 그 자태가 느껴졌다면 이해할 수 있을까?
한참동안 시계탑 주위를 서성거리면서 이 곳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나가봤다. 이 시계탑 아래서 많은 사람들이 만나고 헤어졌을 것을 혼자 상상해보니 스테판 시계탑은 아무 말 없이 묵묵히 있는 편이 차라리 나았을지 모른다.
몇 백년의 역사를 간직한 건축물이 도심 한 복판에 떡하니 서있는 모습은 너무도 허무하게 불타 사라진 숭례문을 떠올리게 만들기에 충분했었다. 우리가 사는 그 지역 속에도 이런 오랜 역사를 품고 있는 무언가가 있다면...
그렇게 스테판 시계탑 주변을 어슬렁 거리다가 근처에 전통 시장이 있다는 가이드북 설명을 보고는 슬슬 배도 고프니 거기서 간단히 요기를 해결하기로 했다. 아무래도 전통 시장이라면 다양한 먹을거리가 있을 테니까!
다소 즉흥적이기는 하지만 그런 것이야 말로 여행의 묘미! 시장에서 무얼 팔지는 모르지만 분명 신기한 걸로 가득하겠지! 처음 보는 과일 맛에 놀라기도 하고 낯선 향신료 냄새에 취하며 스테판 시계탑을 기준으로 그리 멀지 않은 전통 시장으로 출발!
분명히 스테판 시계 근처인 것 같은데 도무지 모르겠다. 당황하지는 않았지만 배가 고파서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주위를 두리번 거리니까 웬 외국인이 날 지켜보고 있다. 절대 루마니아인처럼 안 생기고 누가봐도 여행자인 것 같은 모습!
여행자 : (손을 들며) 아, 안녕하세요. 용석 : (고개 꾸벅) 안녕하세요. 여행 오셨나봐요? 여행자 : 네! 전 호주에서 온 알렉스라고 해요. 반가워요~ 용석 : (악수를 하며) 반가워요. 난 한국에서 온 용석이에요. 알렉스 : (놀라며) 한국? 남쪽? 아니면 북쪽? 용석 : (이제 이런 질문은 지겹다) 남쪽이에요. 알렉스 : (굉장히 놀라며) 와우!! 이럴수가!!! 언빌리버블!! 용석 : (뭐야.. 이 사람 왜 이래..) 왜.. 왜 그러는데여.. 알렉스의 말에 의하면 그는 자원봉사를 위해 여러 사람과 이곳에 왔다고 한다. 그 자원봉사 팀은 6명정도 되는데 그 중에 한국 사람이 두명이나 있다는 것이다.
알렉스 : (환하게 웃으며) 마침 저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어요! 한번 만나 볼래요? 용석 : (너무 신기해서) 정말요?! 만나고 말고요!! 자, 가요!! 가요!!
알렉스보다도 더 흥분했던 나는, 이렇게 낯선 나라 루마니아에서 그 중 더더욱 낯선 도시 바이아마라에서 한국인을 만난다는 생각에 그의 손에 이끌려 조금 허름한 식당을 향하여 발걸음을 옮겨나갔다.
그때, 나는 몰랐다. 루마니아 사람들이 아무리 친절하다고는 해도 앞서 말했 것과 달리 몇 레이 삥을 뜯기면 실실 웃고 다닐 수는 없다는걸.. 그렇게 성급한게 한국에서 왔다는 말을 먼저하고 그의 말을 의심하지 않고 들어본 적이 없는 식당의 2층 로비로 자연스럽게 끌려갔을 때 날 기다리는건...
용석 : (얼마만의 한국말이냐) 안녕하세요, 조용석이라고 합니다. 정연욱 : (악수를 청하며) 반갑습니다, 정연욱이라고 해요. 최희진 : (반갑게 인사) 안녕하세요, 최희진입니다. 정연욱 : (자리를 내어주며) 일단 앉으세요, 식사는 하셨나요? 용석 : 아뇨!!!! 정연욱 : (웃으며) 그럼 일단 같이 식사하시죠, 스프에 돼지고기 스테이크 괜찮죠?
그 분들은 변화의 첫걸음이라는 단체에서 활동을 하시는 분들이었다. 국제연대 '변화의 첫걸음'은 내면의 변화를 통해 타인과 소통하고 그 변화를 사회로 이끌어냄으로써 이 세상을 바꿔나고자 노력하는 단체였다. 나도 사회 운동을 하는 사람이기에 나와 다른 방법으로 변화를 꿈꾸는 그들이 조금은 신기하게 느껴지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많은 호기심과 관심이 솟아났다.
처음 이야기를 들었을 때에는 종교 단체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인가 싶었는데 전혀 그런 것과 상관 없이 순수 사람의 내면 변화만을 위해 애쓰시는 분들이셨다. 지금은 action for life 라는 팀으로써 5개월간 팀원들과 리더쉽 프로그램을 진행중. 프로그램을 진행한지는 3개월쯤 됐는데 이곳 루마니아 바이아 마레의 회원들과 오늘 함께 저녁 시간을 보내면서 보다 많은 사람들과 만날 계획이 있다고 하셨다.
정연욱 : 혹시 오늘 저녁에 시간 어떻게 되세요? 용석 : 오늘 7시쯤 버스 타고 시게투 마르마찌에로 이동하려고요. 정연욱 : 아.. 오늘 저희가 이 근처 학교에서 프로그램을 하나 진행하는데 이런 쪽에 관심이 많으신 것 같은데, 함께 할 수 있으면 참 좋을텐데.. 용석 : (아무렇지도 않게) 그쵸? 저도 하시는 말씀 들으니까 되게 관심이 생기네요. 그럼 뭐, 시게투는 내일 가고 오늘 저녁에 같이 프로그램에 참여하죠, 뭐.
어차피 혼자 다니는 여행인데 일정이랄 게 있나? 숙소를 예약한 것도 아니고.. 아무 문제가 될게 없었다.. 딱히 이 분들이 점심을 사주셔서 내가 이러는건 맞는데.. 아무튼 변화의 첫걸음 활동이 궁금했던 찰라 좋은 기회라 생각했다.
점심을 먹은 시간은 오후 1시쯤이었고 그분들의 일정은 6시부터라고 하니 일단 나는 남은 5시간동안만큼은 바이아 마레를 마저 구경하기로 했다. 원래 가려했던 전통 시장도 못 가봤고 이 곳의 자랑 광물 박물관도 못 갔다! 그래서 감사히 점심 한끼 얻어먹고 연락처 교환을 하고 우선은 헤어졌다.
사람이 모여있는 곳은 언제나 정겹다. 무감동하게 무수히 스쳐 지나가는 도시 속의 인파가 아닌 서로가 지닌 삶의 자취가 자연스레 느껴지는 공간 속에서 난 이방인이 아닌 각자의 삶을 지닌 사람으로 자리 잡는다.
그들은 현지인에게 건넸던 똑같은 말을 나에게도 던진다.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으나 웃으면서 손을 흔드면 으쓱거린다. 과일 하나, 치즈 한 조각을 건네면서 날 그들 속으로 끌어들인다. 그 순간만큼은 난 이방인도, 한국인도, 여행자도 아니게 된다.
그렇게 시장 구경을 마치고 다음 행선지는 광물 박물관. 바이아 마레가 광산으로 워낙 유명한 지방이기도 했기에 이 곳에는 루마니아에서 가장 큰 광물 박물관이 있다고 한다.
점심에 만난 변화의 첫걸음 사람들도 오늘 점심에 다녀왔는데 정말 좋았다면서 꼭 한 번 가보라고 해서 지도를 살펴봤는데. 내가 있는 곳으로부터 너무 멀었다.. 대략 20분 정도 걷는 정도?
육군 병장 출신이 20분 걷는 일이야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지만 난 오래 걸을 수 없는 신발을 신고 있지 않을가... 행군이 다 뭐람.. 애초에 조급하게, 무리하게 여행할 생각은 전혀 없기는 했지만 그래도 발 아프다는 이유로 자꾸 게을러지면 곤란할 것 같아서 조만간 신발에 대해서만큼은 결단 내리기로 작정하고 일단 출발!
가방을 맡겨둔 관공서에 4시 30분까지 가려면 4시에 출발해야했다. 조금 서둘러서 광물 박물관 구경을 마치고는 다시 관광부서로 향했다. 오늘 하루가 여행 중 가장 많이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인지 평소보다 너무 발이 아파서 몇 걸음 걷다가 중간에 멈춰서야할 정도였다.
그래도 이 악물고 힘겹게 관공서에 도착하니 이오아나가 날 반겨줬다.
이오아나 : 어서와요! 즐거운 시간 보냈나요? 용석 : 네! 박물관도 너무 좋았고요, 방금은 광물 박물관에서 돌아왔어요. 이오아나 : 오! 거기 정말 좋죠. 루마니아에서 가장 큰 광물 박물관이에요. 용석 : 정말 볼거리가 많더라고요! 이 곳이 광산이었다는게 절로 느껴졌어요. 한 가지 아쉬운 건 민속촌이 지금은 개방하고 있지 않더라고요.. 이오아나 : 아, 그럴거에요. 겨울동안은 내부 수리를 하거든요. 그렇지만 곧 시게투로 가죠? 그곳에도 있으니 거길 한번 가봐요! 용석 : (나도 알지롱!) 네, 그럴려고요. 근데 여기서 저 한국 사람을 만났어요. 그래서 오늘 시게투로 안 가고 하루 더 머물렀다가 내일 가려고요!
그렇게 이오아나와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수다를 떨었다. 아까 시장에서 샀던 귤 몇 개를 건네면서 이제 가보겠다고 인사하니 이오아나도 팜플렛이 쌓인 곳에서 무언가 주섬 주섬 꺼내기 시작한다.
이오아나 : 언제 또 마라무레슈에 올지 모르겠지만 이걸 받아가도록 해요.
그런 이오아나가 건넨건 탁상 달력과 엽서.. 엽서!! 엽서!!! 엽서!!!!
그러고보니 아까 엽서를 사려고 여기 저기 돌아다니기도 했었는데, 여기서 엽서를 구하게 되다니! 이곳은 신비한 인연이 왜 이리 많은 걸까! 너무나 필요했던 것이라는 인사를 숱하게 건네며 이오아나와 작별.
그녀는 이런 나를 상대하는 것이 자신의 일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나처럼 여행자에게는 그녀같은 사람을 만나는게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그녀가 정말로 기꺼운 마음으로 나를 대한다는게 저절로 느껴질 정도였다. 사람이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이렇게 즐기면서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시계를 보니 한 시간 정도 여유가 있었다. 변화의 첫걸음 분들을 만나기로 한 학교 근처 카페에서 맥주 한 잔 하면서 엽서라도 쓰면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비록 여행을 떠난지 5일밖에 되지 않았지만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어찌나 많은지... 혼자 와서 미안한 마음, 홀로 즐겨서 죄송한 마음 그렇기 때문에 돌아가면 좀 더 성숙해져야겠다고 생각하며 오늘 하루동안 나에게 쏟아진 뜻밖의 인연들을 헤아려본다.
여행을 떠난지 이제 5일째. 앞으로 남은건 열흘. 예측할 수 없는 것이 내가 걷는 길이기는 하지만 지금 내가 즐기는 이 축복이 끝날까지 계속 되길. 점쳐볼 수 없는 인연들로 보다 내가 성장하게 되길. 앞으로 한 시간 뒤에 새롭게 맺게될 인연 앞에서 나는 내 자신을 좀 더 점철 시켜보고자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