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을 위한 닭고기 '국수'_고려대 무아 국수집

Red Kuma2011.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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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한그득 내린 눈에 서울 전체가 빠져서 허우적 거리고 있을 때의 이야기 입니다.)

 

추웠습니다. 2011년 겨울은, 훗날 누가 어땟냐고 물어 본다면 가장 먼저 '음 그해 겨울은 유난히도 추웠습니다.' 라는 말을 가장 먼저 할 것 같습니다. (아마 그 상대도 '과연' 이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동의 할 것 입니다.) 그랫던 해였으니까요. 앞으로 있을 수많은 겨울까지 생각해 봐도, 내 주변에 있었던 다시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일들을 돌이켜 볼때, 이 망할 겨울은 심장까지 얼어 붙을 만큼 추웠었습니다.

 

그런 겨울이 물러갈 기미가 보이고, 몇 일을 내려 쌓였던 눈이 녹아 도시에 어울리지 않는 시내를 만들면서 이리 저리 흘러가고 있던 그 날, 집과 회사에서 별다른 맛을 기대하기 어렵던 것들로 끼니를 떼웠던 저는 결국 진절머리를 치며 밖으로 나갔습니다. (제가 아무리 요리를 좋아하더라도 아직은 다양성이란 면에서 많이 부족한 듯 합니다...) 

이런 날은 '뜨끈한 국물이 든 요리'를 먹어야 한다고 몇 번이고 되네이면서 말이죠. 그러면서 책과 인터넷과 아는 사람에게 물어물어 해서 찾아간 곳이 안암역의 무아국수 입니다.

 

 

닭고기 국수 : 보통 4천원 / 특 4천5백원 (겨울메뉴)

 

잔치국수부터 보쌈정식까지 다양한 먹거리와 안주가 있었지만, 계절 한정메뉴라는 설명에 마음이 동해 닭국수를 시키게 되었습니다. 짙고 그윽한 닭국물에 숙주와 국수, 그리고 가늘게 찟긴 닭고기가 정갈하게 담겨 나옵니다. 진한 국물을 먼저 주욱 들이킵니다. 겨우내 뼈까지 들어 차 있던 한기가 조금 가시는 기분 입니다. '하아~'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한젓가락 가득 숙주와 닭고기, 면을 퍼올려 입으로 가져 갑니다. 아삭거리면서 부서지는 숙주와 후루륵 거리며 넘어가는 면발, 그리고 부드럽게 씹히는 닭고기 사이로 파와 후추의 향이 퍼집니다. 입이 부풀다 못해 터질 것 같은 풍부한 식감입니다. 따로 먹어서는 이 맛을 느낄 수가 없죠. 낮이 아니라, 눈이 쏟아졌던 어제 밤에 왔었으면 막걸리도 같이 먹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칩니다. 국물 한번 더 마시고, 뱃속 가득 퍼지는 따뜻함을 음미 합니다. 그 따뜻함, 왜 이 메뉴가 겨울메뉴인지 알것도 같다는 생각에 몇번이고 몇번이고 머리를 끄덕거리면서 젓가락을 바삐 놀립니다.

 

'먹다 남은 빵과 닭고기로 만들었지만, 가족의 사랑이 있었기에 너희 집의 닭고기 스프는 최고의 식사였어.' 라는 말이 있습니다. (영혼을 위한 닭고기 스프'라는 책에 있던 내용으로 기억합니다.) 수많은 한국의 맛집에 정(情)집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은 재료와 요리법이 특별하지 않아도 허전한 배와 가슴을 동시에 채워주는 역할을 바로 그 곳이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 합니다. 무아국수에도 그런 따뜻함이 있었습니다. (고시원에서 인스턴트 식품으로 끼니를 채우던 시절이 불현듯 생각이 나네요...)오늘도 그렇게, 수많은 학생들이 값싸고 맛있는 이곳에서 국수를 들이키고, 그렇게 영혼을 데우고 가고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