ノルウェイの森 / Norwegian Wood / 상실의 시대

손민홍2011.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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ノルウェイの森 / Norwegian Wood / 상실의 시대 / 2010

트란 안 홍 / 마츠야마 켄이치, 키쿠치 린코, 미즈하라 키코

 

★★★☆

 

예전에는 책을 많이 읽는 편이 아니었다.

간혹 표지가 맘에 드는 책이나 동네 양아치도 읽을 것만 같았던 베스트셀러를 사거나

혹은 빌려다 놓고 느긋하게 읽으면서 끼고 다니는 스타일이었다.

말이 좋아 느긋하게지 실은 읽는 속도가 빠른 편이 못되서 한 권 다 읽으려면 한참이 걸리곤 했다.

그러니 책을 많이 읽지 못하는 편이었다고 하는 게 맞는 표현이겠다.

 

그러다가 군대를 가게 되었고 지루한 기다림끝에 나에게도 군생활의 황금기가 도래했다.

달리 표현하자면 남는 건 시간 밖에 없는 시절이 왔다는 뜻이다.

친구들에게 닥치는 대로 전화를 해 읽고 싶은 책들을 보내달라고 반협박 했었더랬다.

그래도 나름 부끄럽지 않은 인간관계를 꾸려놓았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 몇 권의 책이 담긴 소포들이 내 이름앞으로 차례차례 부대에 도착했다.

그 당시에 읽은 책이 그 때까지 살면서 읽었던 책보다 많을거라는 생각을 아직도 한다.

'호밀밭의 파수꾼'이나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와 같은 스테디셀러부터

'파페포포 시리즈'나 '포엠툰'과 같은 카툰형식의 에세이까지 다양한 장르의 책들을 섭렵했다.

물론 군바리들의 로망 '맥심'을 언급하지 않는다면 내 군생활의 정체성을 위협받을 수도 있다.

또 패션에 관심이 많던 내 후임이 매 달 사오던 '에스콰이어'를 보며(읽지 않고 보았다. 단, 맥심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정독했다.)

많은 소대원들이 운동에 한창 열을 올렸던 기억도 난다.

하지만 나는 그 상황이 왠지 모르게 씁쓸하기도 했다.

당시 쫌 살던 집안의 자제분이셨던, 뺀질거리고 군생활 못하기로 유명했던 내 후임이

급말 잘듣는 모범병사로 돌변하며 제발 사서 보게 해달라고 애원했던 '에스콰이어'가

뭇소대원들에게 제대만 하면 패셔니스타가 될 수 있을 거라는 핏기없는 희망을 심어주고 있었고

거기다 괜한 위화감까지 조성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무슨 얘기하다가 여기까지 왔는지 모르겠지만 어쨋든...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도 그 때 읽었던 책들 중 하나다.

친했던 누나가 아주 멋스러운 책갈피와 함께 보내주었던 것(?) 같다. 아마도.

 

솔직히 영화를 보기 전에 소설의 내용을 아무리 떠올리려해도 도무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읽을 당시에도 큰 감흥이 없었던 것 같았기에 그 책은 고향집 책장에서 그저 쌓여가는 먼지만 온 몸으로 받아내고 있다.

내게 '상실의 시대'는 그저 그런 소설로 기억되고 있었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그 이유는 아마도 때가 좋지 않았기 때문일거다. 너무 일찍 읽었던 거지.

책을 읽을 당시의 나는 나오코와 와타나베보다 많은 22살이었기 때문에 나이 자체를 문제삼는 건 아니다.

단지 그들보다 평범한 중고등학교 생활을 보냈고, 17살에 머물러 있는 친구가 나에겐 없었으며 

20살에 큰 의미도 부여하지 않았다. 미친 사랑도 해보지 못했던 때였다.

결국 그 당시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가 나에게 준 건 오로지 난해함뿐이었다.

 

 '트란 안 홍' 감독과 '무라카미 하루키'가 직접 시나리오를 집필했다는

이 영화의 분위기는 실로 놀라울 만큼 하루키스러웠다.

굉장히 공을 들였다는 게 여실히 드러나는 촬영이나 그에 걸맞게 잘 표현된 하루키스러운 대사의 조화가

생각보다 훨씬 어울리는 조합이라 조금 놀라면서 봤다.

'키쿠치 린코'라는 놀라운 캐스팅을 비롯해 아직은 어린 배우들의 담담한 연기도 70년대의 감성을 표현하기에 손색이 없었다.

한 가지 흥미로웠던 건 출연한 일본배우들이 전혀 일본스럽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들의 행동이나 대사 등 모든 것이 하루키화 되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모르게 하루키 소설 속 인물들은 현실보다 비현실로 기울어 있는 존재들 같은 느낌이다.)

일본 배우 특유의 말투나 행동양식이 아니어서 간혹 굉장히 친근하기까지 했다.

물론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 불가피한 혼돈의 시기를 겪는 70년대 일본 대학생의 모습이

우리나라의 80년대 대학생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기에,

또 그들의 모습을 여러 영화에서 접해왔기에 친숙한 이미지로 받아들였는지도 모르겠다.

 

클라이막스 부분에 끊임없이 이어지는 음악이 (조금은 소음에 가까웠던) 귀에 좀 거슬리긴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하루키의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몽롱했다.

 

결국 하고 싶은 말은 ...

일단 고향집으로 가서 책장을 뒤져봐야겠다는 거다.

누렇게 변해버린 책을 한 번 쓱 훑어 넘기며 헌 책 냄새를 맡은 뒤에,

마음을 정갈하게 가다듬고 다시 한 번 상실의 시대로 한 발 내딛어 봐야겠다는 말이다.

 

그러면 알 수 있지 않을까?

그 때의 나오코와 지금의 나오코는 어떻게 다른지.

마치 읽이 않았던 책을 읽으려는 기분이다.

 

bbangzzib Jui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