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이야, 공산주의 국가!

김미애2011.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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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전 세계를 뒤적여봐도 공산주의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국가는 손에 꼽는다.

그리고 나는 얼마 전 그 중 한 나라에 있었다.

생산과 소비, 이익과 손해의 개념에 얽혀 살고 있는 자본주의 국가 출신의 나로서는 이건 무지 신선하고 흥분되는 경험이 아닐 수 없다.

 

우선 내가 생각하던 공산주의 국가의 이미지는 이렇다. 가난과 굶주림, 낡은 시스템, 주체사상에 깊이 물든 시민들, 보수적임, 꽉막힘, 시대착오적, 답없음 등등.. 우리에겐 가까운 예가 있지 않은가. 북한.

그냥 북한의 이미지가 곧 나의 공산주의에 대한 이미지 였다.

 

사실 쿠바땅을 밟은 이래로 아 여기가 공산주의 국가였지 하고 가끔 생각이 들정도로, 이 땅의 공산주의 체제에 대해 그닥 인식하지 못했다. 북한은 공산주의 국가고, 남한인으로서 북한을 여행하러 간다는 건 정말 상상하기 힘들고, 이것은 고로 공산주의 국가는 여행이 불가한 나라다는 오류를 범한 명제가 내 머리속에 설정되있었던 탓이다. 북한과는 정반대로 관광산업이 매우 발달한 쿠바에는 관광객이 넘쳐난다. 자본주의의 개념과 원리로 똘똘뭉친 관광산업이 쿠바에서 성행하고 있다는 그 사실, 쿠바의 그 관광지 무드가 자꾸만 여기가 공산주의 국가라는 걸 까먹게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산주의 국가의 풍미를 숨길 수는 없다.

쿠바가 자꾸 공산주의 국가임을 깨닫게 하는 순간들

 

- 인터넷이 뒤지게 느릴 때...............

 

아 답답하다. 삼십분에 무려 육천원이나주고 하는 인터넷인데도 속도가 이모양이니 말 다했다. 한국에서 삼분이면 메일 확인하고 스팸메일 삭제까지 완료할 마당에 삼십분동안 그거 하나 하기도 힘들다. 이런 수준의 인터넷이라도 그나마 관광객 신분이니까 할 수 있었지, 이 나라 사람들은 아예 인터넷 자체를 사용할 수 없다. 직업적으로 꼭 인터넷이 필요하거나 몇몇 영상이나 그래픽을 전공하는 학생, 숙박 예약을 체크해야 하는 민박집정도를 빼고는......핸드폰 하나 없는 사람도 허다하다. 그들에겐 핸드폰이 너무 고가의 제품이다.

 

-맥도날드같은 그 흔한 패스트푸드점 하나 없다.

 

어떤 특정 체인 브랜드를 가진 햄버거 가게 하나 없다. 가아끔 24시간 하는 버거킹같은 곳에서 밤늦게 간단히 야식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 이럴 때마다 아 여기 공산주의지 하고 느낀다. 체인점, 브랜드, 이런건 쿠바와 거리가 멀다. 모든 가게가 모두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고, 모두 작은 규모다. 자영업 수준의 작은 가게들에서만 맥도날드식 햄버거가 아닌 그 가게만의 특색있는 쿠바식 햄버거를 먹을 수 있다. 이 점은 불편하다기 보다 오히려 정말 좋았던 점이다.

 

- 물품군의 종류가 적고 그것이 반복된다.

 

말인즉슨, 선택의 폭이 좁다. 원래 쇼핑은 한 물건을 사도 여기저기서 더 많은 디자인과 더 많은 브랜드별 비교를 한후 고르는 맛인데, 여기는 공산주의라 그런지 그런게 잘없다. 한 물품군 내 제품 종류가 3-4개에서 그치고, 그 3-4개의 물품이 어느 상점엘 가나 반복된다. 보면 다들 파는 물건이 똑같다..

 

- 쿠바 놀이터에는 아이들이 없다.

 

언제부턴가 쿠바놀이터에는 아이들이 한명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볼 때 마다 놀이터가 휑하니 아무도 찾지 않은 티가 역력한 것이다. 그리고 놀이터 가장자리에는 철조망이 둘러져 잇다. 가까이 가보니 심지어 놀이터로 들어가는 그 철조망의 문도 잠겨 있다. 모든 놀이터가 그렇다. 사실 이건 이유는 잘 모르겠으나 그냥 왠지 공산주의 국가라서 그럴 것 같은 그런 삘..ㅋㅋㅋㅋㅋㅋ

 

- 쿠바노 디아나와의 대화

 

디아나는 내가 하바나에서 두번째로 묵었던 숙소집 부부의 24살 된 딸이다. 그녀는 라틴아메리카 방송에서 앵커 겸 대본 작가로 일하고 있다. 주로 남미의 뉴스, 시사 프로그램을 맡아 진행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그래도 쿠바에서 제대로된 직업을 가지고 있는 커리어 우먼이라고 볼 수 있다. 언뜻 그녀의 직업을 들을 때 돈을 잘벌것 같다 싶지만, 그런 그녀도 경제난에 시달리는 것은 똑같았다. 이것은 쿠바의 이중 경제 체제와 연관이 있다. 쿠바는 관광객이 쓰는 화폐와 실제 국민이 쓰는 화폐가 따로 있다. 전자는 cuc이고, 후자는 cup이다. 그리고 1cuc(약 천원)=25-30cup이다. 그리고 양배추 한개 값은 보통 1cuc 그러니까 25-30cup이다. 그런데!! 결정적으로 디아나가 받는 한달 월급은 무려 180cup이다. 이건........말이 안되는..봉급이다. 그래서 일하는게 정말 적성에 맞아서 하는 거지, 굳이 돈벌려고 하는건 아니랜다. 하하하...

 

- 쿠바노 호세와의 대화

 

호세는 말레콘에서 우연히 만나 대화를 이어가게된 쿠바노로, 직업은 마사지사였다. 그의 나이는 아마 26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와 슈퍼에서 럼과 콜라를 사서 쿠바리브레를 제조해 마셨다. 그런데 갑자기 호세가 말한다. 쿠바 리브레가 무슨 뜻인 줄 알아? 응, 쿠바의 자유 맞지? 그리고 호세가 말한다. 완전 아이러니지. 그는 쿠바를 정말 사랑하고, 이 나라를 떠나 살고 싶지 않다고 했지만 단 하나 바라는게 있다면 표현의 자유라고 했다. 표현의 자유가 없는 나라에서 쿠바리브레를 마신다는 게 아이러니라는 거다. 쿠바에서는 쿠바인이 관광객과 말만하고 있어도 경찰이 와서 제제를 가한다고 한다. 공원은 누구의 것도 아닌데 공원에서 사람들이 모여 집회를 가지는 것도 안된다고 한다. 결정적으로, 내가 엠피쓰리를 켜서 하바나 블루스 오에스티를 들려주었을 때, 그는 급흥분하며 너 이영화 알아!? 라고 외쳤다. 이 노래 정말 좋아한다며 외국인도 이런 노래를 좋아할거라고 생각 못했다며 눈을 반짝인다. 그리곤 말한다. 이 영화 속 주인공들한테 너무 공감했다고!!! 이 영화 주인공들은 뮤지션인데 쿠바를 뜨고 스페인으로 가서 앨범을 내고 싶어 어렵게 찾아온 기회를 잡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그러나 벽에 부딪히고 마는 그런 내용이다. 그들이 그렇게 안간힘을 썻던 건 쿠바는 전 국민에게 해외여행이 금기되어있기 때문이다. 공산주의 체제가 그들의 삶을 제한 하고 한계 짓고 있는 것이다.

 

-낡고 오래된 건물, 차, 새것이 낯설 때

 

외부와의 접촉이 차단되어 있기 때문에 모든게 낡았다. 그리고 모든게 과거의 모습 그대로 남겨져 있다. 모두 알다시피 파스텔빛 색이 바랜 낡은 건물과 클래식한 올드카의 천국 쿠바 아닌가. 영화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에서 뮤지션 할배 할매들이 공연차 생애 처음 미국땅을 밟았을 때, 길쭉길쭉 솟은 빌딩들을 보며 멋잇다고 장관이라고 칭찬하던 장면이 있다. 난 속으로 생각했다. 이보셔요들, 저런 게 뭐가 좋아요! 쿠바의 건물이 훨~~씬 멋져요!!! 웃긴다. 그들은 세련되고 모던한 최신의 것들을 보며 멋지다고 생각하지만 우리는 그들의 낡고 빛바랜 것들을 보며 멋지다고 생각하다니.

 

반면 공산주의 국가에 대한 편견이 깨질 때도 있었다.

 

아무리 인터넷이 없고 핸드폰이 없어도 이들도 어떻게든 최신 컨텐츠와 접하긴 한다. 길거리에만 나가면 불법으로 영화나 음악을 구운 씨디들을 파는 상인을 허다하게 볼 수 있다. 다들 어디서 구하는 건지 신기하다. 그들도 리한나를 듣고, 레이디 가가를 듣는다. 최신 영화도 본다. 국가가 모든걸 세세히 감시할 수는 없나보다.

 

그들이 사회주의 사상에 깊이 물들여져 있어 다양한 사상과 의견에 대해 보수적일 것이라는 것은 정말 선입견이었다. 그들도 자유를 갈망하기도 하고, 그들도 다른 문화권의 사상을 이해하고, 자신들의 체제의 좋고 나쁜점을 명명백백히 인지하고 있다. 어쩌면 쿠바는 변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요새 이집트고 리디아고 난리인데, 쿠바에도 언젠가 변화의 바람이 불지는 않을까

 

 자본주의건 공산주의건 그냥...사람 사는 건 다 똑같다는 거~

쿠바 사람이건 한국 사람이건 하루일과가 크게 다르지는 않다.

일 나갔다가 집에오면 저녁만들어 먹고 티비보고 가끔씩 펍에가서 맥주나 마시고 쉬는 날에는 클럽에 가거나 데이트를 하거나..

 

그냥 결정적으로 쿠바 사람들 너무 착하다! 착하고 순수하다. 공산주의 국가 사람들은 뭔가 어둡고 경직되있을 것 같았는데, 잘 웃고, 밝고 (우리나라 사람들보다) 욕심이 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