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나쁜 새언니 인가요?3

나쁜새언니2011.03.12
조회61,651

 

 

 

곧 죽어도 남들앞에선 강한 척 괜찮은 척 하고 싶었던 성격 때문에

정말 나 하나만 참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지금껏 버텨왔는데

어제 글 올리고 나서 갑자기 정말 뻥 터지더군요.

 

내 안에 이렇게나 많은 감정이 있었는지... 싶고.

밤새 뜬 눈으로 정말 많은 생각들을 하고...

아침에 오빠 일어났는데 제가 소리도 없이 앉아서 눈 부릅뜨고 있으니

깜짝 놀라더니 무슨 일이냐고 묻습디다.

 

아무 말도 하지 말고 내가 하는 얘기 일단 들어만 줄 수 있냐. 했더니

알겠다고 걱정말고 얘기해보라고 하대요...

 

 

제가 말로 얘기하자면 화났던일 서러웠던 일 잘 정리해서 얘기 못 하는 타입이라..

어제 글 쓴 거 오빠한테 다 보여주고....

오빠 보면서 얼굴이 울그락 불그락 감정 조절 힘든 거 느껴지더라구요...

 

 

그러고서 제가...

나 사실 오빠가 정신병자 취급할까봐 말 못 했다.

근데 여기서 오빠가 나 정신병자 취급하면 나 오빠랑 못 산다.

여기 내가 쓴 거 하나도 사실 아닌 게 없고 그나마도 별 거 아닌거 같은 일은 안 쓴거다.

결혼 전에 오빠가 나한테 한 말 기억하냐. 누가 뭐래도 오빤 무조건 내 편이라던거...

그렇게 얘기하고 이제 오빠 생각을 얘기해달라 했더니....

 

아무 말도 안하더니 그냥 꼭 끌어안대요.

그리고선 미안하다고. 미안하다고.

평생 행복하게 해줄 거라고 약속하고 데려왔는데

1년동안 혼자 이렇게 전전긍긍 속 앓이 하게 해서 미안하다고.

그러면서 자기도 감정이 복 받쳤는지 큰 소리론 못 울고 제가 다 서럽게 꺽꺽 거리길래 저도 또 같이 울었습니다.

 

 

오빠가 안 믿어주면 어쩔까 싶었다고...

오빠도 핏줄인데 제 동생 안 예쁘겠냐고. 했더니...

멍청하다고 -_-!! 하면서 내가 오로지 쟈기 편인데 뭘 걱정했냐고.

쟈기가 말 지어낼 사람 아닌 걸 내가 모르냐고...

 

 

아... 정말 제가 멍청했나봐요...

세상에 이렇게 오롯한 내 편이 있는데...

남편은 남의 편이라는 톡들만 보고서 제가 너무 혼자 지레 겁 먹었나봅니다...

 

그래도 오빠랑 아가씨랑 남매인데..

내가 의 상하게 하는 걸까봐... 그래서 더 걱정이었다고...

내가 착한 척 하는 거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나 형제 없이 자라서 형제가 얼마나 소중한지 안다고... 그랬더니..

 

오빠가.. 내가 다 안다고 니 맘 다 안다고......

그냥 그 말 한마디에 1년 서러움 눈 녹듯이 사라졌습니다.

 

 

 

근데 오빠도 솔직히 여동생 어떻게 처리해야 될지 모르겠나봐요...

여동생이 오빠 앞에서 착한 척 얌전한 척은 안 해도 또 망나니 짓은 절대 안하고...

아가씨가 사고쳐도 부모님이 감싸주시는 상황에 오빠가 나서서 될 일도 아닌거 같고...

내 동생 내가 단속 못 한 죄가 크다... 이러대요...

 

오빠 죄인 만들어 내가 또 미안하고...

저는 착한 게 아니라 멍청한건가봐요.

 

 

 

엄마가 저 어릴 때부터 항상 하신 말씀이 있어요..

세상 모든 일을 긍정적으로 생각해라.

진심은 언젠가 통하기 마련이란다.

아랫 사람 잘 못은 윗 사람이 잘 못 처신 했기 때문이다.  라고....

 

사실 저희 엄마.. 저렇게 오십여년 평생을 사신 분입니다.

동생 (그러니까 저한테는 이모) 이 큰 돈 떼 먹고 2년을 넘게 잠수 했어도..

그 애 말 못 들어준 내가 잘 못이다. 이러시고..

실제로 이모가 찾아와서 언니 잘 못했다며 싹싹 빌어서 다시 잘 지내고 계시구요;;

 

저희 아빠랑 10살 넘게 차이나는 큰 아빠 계시고 고모들만 줄줄이 일곱이 넘는데...

저희 할머니 용돈 한번 드리는 자식 없고 명절 때도 보러 오시는 분 안 계신데...

저희 엄마가 30년 넘게 아흔 넘은 할머니 모시고 계세요...

할머니 성격은 또 보통 아니시죠...

저 어릴 적 엄마 머리채도 많이 잡으시고 아빠 앞에서 연기도 참 능숙하시고... 하하..

 

저도 상식적으로 이해 안되는 일을 엄마는 지금 삼십년 넘게 하고 계시는 거세요..

 

 

그렇다고 엄마가 불행하고 삶에 찌들어 보이시냐.. 이런 것도 아니세요...

오지랖여사란 별명에 웃음치료사 자격증 같은 것도 따시고..

아줌마들과 잘 어울리시고... 엄마 주변엔 사람이 끊이질 않죠.

 

다만.. 전 엄마 주변분들은 행복하게 만들었을지 몰라도.. 엄마 자신의 삶이 행복하다.. 라고는 못 생각하겠네요...

 

엄마 보면 존경스럽기도 하고 멍청하..(엄마 죄송해요;) 다고도 생각했는데...

그런 엄마 보고 자라서 인지 저도 참고 이해하고 기다리고.. 이게 천성이 되었었나봅니다..

 

 

네.. 저 그래서 더더욱이 말 못 했습니다.

아가씨 단도리 못 한 제 잘 못이라 하실 거 같아서...

가정 교육이 중요하다는 거 새삼 느끼네요.

 

하지만 전 제 아이에게, 네 잘 못이 아닌데도 참아라. 라고 가르치진 않을겁니다. 절대로요..

 

 

엄마 얘기 시작 하니까 또 줄줄이 흘러나왔네요. 제가 이래요...;;

 

아무튼 본론으로 돌아가서...

 

오빠가.. 다 제껴두고 분가부터 하쟤요..

아가씨 문제는 차차 해결 하자구.. 바로 해결 못 해줘서 미안하다구..

다만 꼭 해결 할테니 오빠만 믿구 기다려 달래요...

 

어머님 아버님께 뭐라고 얘기드릴 거냐구..

집 완공 될 때까지 같이 살자 하지 않으셨냐구..

지금도 저렇게 잘 해주시는데 내가 어떻게 분가한다 얘기하냐구.. 했더니..

 

 

걱정말라구..

우리 이제 1년인데 애기 소식 없는 것도 자기는 짜증난다구;; 하면서;;

1년을 우리집에서 같이 살았으니..

장모님 장인어른 곁에서도 1년 살아야 되는거 아니냐고...

다만 저희 집에 들어가 사는 것보담은 쟈기 집 근처에 집 얻으면 안돼~? 이러면서 애교를...-_-

 

약간 좀 얄미웠어요.

나는 오빠 집에서 1년을 살았는데 왜 오빠는 우리 집에서 1년 못 살아? 하고 쏴줬네요...

 

머쓱한 표정 짓더니.. 그건 제가 결정할 문제라고.. 제가 편한대로 하래요.

사실 저도 우리 집 들어가서 사는 건 좀 그래요...

엄마아빠라고 또 편하시겠어요 다 큰 딸이랑.. 사위가...

저도 엄마랑 같이 살다보면 분명히 엄마한테 떠넘기는 집안일도 있을거 같고 해서..

일단은 오늘내일.. 좀 생각해보고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사실 오빠가 저희 집에 못 하는 게 아니라서..

항상 저 몰래 저희 집에 과일 같은 거 보내드리고..

저번엔 자기 용돈 모아서 저희 아빠 엄마 신발이랑 화장품 사왔대요..;

 

오빠가 좀 많이 바빠서.. 자주 찾아뵙지 못해서 죄송하다며...

제가 안 보는 대서도 꼬박꼬박 전화 드리고... 해서...

오빠가 저희 집 싫어하거나 못하진 않지만 그래도 불편 한 건 어쩔 수 없지 않겠어요..

시부모님이 잘 해주시지만 저 역시도 가끔 불편한 일이 있는 건 사실이니까요..ㅎㅎ

 

 

일단 나가자구.. 쇼핑도 하고 영화도 보고 맛있는 것도 먹고..

우리 마누라 기분 좀 풀어줄테니 얼굴 좀 피랍니다...

 

그래서 저 그제서야 한번 웃으니까..

 제 볼 한 번 꼬집어주고 지금 샤워하러 갔어요...

 

 

이따 저녁때 시부모님께 얘기드릴 일이 미리 걱정되긴 하지만... 괜찮겠죠...?

 

 

잘 해결 되면... 다시 간단한 판으로 찾아뵐게요..

신경 써주시고 덧글 달아 주시고.. 제 일 마냥 화내주신 분들 정말 너무 감사합니다..ㅎ

욕도 많이(?) 먹었지만.. 자각하고 있던 일이라 기분 상하지도 않더라구요...

잘 해결 되길 바라주세요. 고맙습니다,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