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동을 모두 지우기까지

ㅠㅠ2011.03.14
조회2,329

오늘따라 내 스스로가 정말 찌질하고 초라하게 느껴진다

 

일단 그 시작은 대전에서 아산까지 가는 ktx안에서였다

포항에서 해병대로 군생활중인 동생이 외박을 나와 부모님과 같이가서 시간을 보낸후 나만 자동차를 타면 멀미가 너무 심한탓에 그나마 괜찮은 ktx를 타려고 신경주역으로 향했고

서울에 살긴하지만 집이 강남쪽이라 서울역에서 우리집까지나 수원역이나 광명역에서 우리집까지 걸리는 시간이 얼마 차이가 안날것 같기도하고 바로 표끊어서 탈라니 거의다 매진이기도 하고 표값도 좀 아껴 볼까하여 수원역까지만 가는걸 찾아보니 또 매진이라 환승으로 아산까지 가는게 있나 찾아보니 30분쯤이따가 대전에서 환승해서가는게 있는데 신경주에서 대전까지는 특실3자리 밖에 안남았다네

입석은 좀 그렇고 특실이 어떻게 생겼나 궁금하기도해서 결국은 특실로 하게됐다

나중에 알고보니 이건 신경주에서 대전까지 갔다가 대전에서 광명역까지(그이상은 어디까지 가는진 몰겠다) 가는 걸로 갈아타는거 였는데 이걸로 바꿔달라고 할라다가 어차피 오늘은 시간도 널널하고 대전까지는 특실을 타는 만큼 표값을 더더더 아껴볼까 하는 생각으로 걍 아산까지만 가는걸로 정했다

일단 대전역에 도착후 내가 타야할 아산가는 ktx 10호차가 정차하는곳에 갔는데 딱 내스타일인(뿔테안경이 정말 잘어울리는^^ 이상하게 나는 뿔테안경만 쓰면 어지간해선 이뻐 보이는 것 같다) 여자가 기차를 기다리고 있는거다

계속 힐끔힐끔 보다가 기차에 탔는데 이게 웬걸^^ 내 바로 옆자리인거다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나랑 그 여자분이 앉았던 자리는 중간에 4명이서 같이 앉는 자리였는데 한 정거장쯤 더 가서였나 또 다른 여자 2분이 자리에 앉았다

2분중에 한분은 평범하긴 했지만 내 기준으로 왼쪽에 앉은분은 티파니를 닮은 외모에 스타일도 죽이고 몸매도 우왕굳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지만 나는 잠시후 아산에서 내려야 되는걸ㅠㅠ

광명까지 가는걸로 할걸

길게갈땐 맨날 아줌마들만 앉았었는데 하필이면 오늘 

이런ㅅㅂㅅㅂ

지금 일본엔 엄청난 지진과 쓰나미가 몰려와서 난리라는데 내 마음에도 후회의 쓰나미가ㅠ

이러면서 오는 내내 후회하다보니 내 주변에 앉아 있던 여자들이 갑자기 신내림이라도 받아서 내가 정말 표값 몇푼 아끼려고 아산에서 내려 서울까지 전철타고간 완전 구두쇠같은 놈이란걸 알아채진 않았을까 (물론 관심이 없어서 아무생각없었을수도 있지만) 하는 걱정까지 들었다ㅠㅠ

이렇게 계속 곱씹다 보니 그 여자들이 있던 없던간에 굳이 정말 얼마안되는 표값 몇푼아끼려고 아산역에서 내려야 했을까하는 생각이 내 머릿속을 해집고 다녔다

뭔가 나의 가치가 몇단계는 더 떨어진 것 같은 기분이다

(물론 그전에도 충분히 바닥이라 더 떨어질 것도 없긴 하지만)

정말이지 굳이 이럴 필요까지 있었나?? 몇 번이고 내 스스로에게 되물어 본다

그렇게 늦은 오후의 전철을 타고 가다 어느역에서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우르르 타셨다

온천여행하신건가? 아님 산행? anyway

바로전까지만 해도 한산했던 전철안이 순식간에 살짝 북적거렸다

그러던중 내 양쪽에 할머니 두분이 앉으셨고 할아버지 한분이 앞에 서계셨다

모두 일행인 듯 싶었다

왼편에 계신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자리 하나를 두고 서로 앉으라며 말하다 할머니가 자기는 노약자석에 가있을테니 할아버지 앉아 있으라 그러고는 결국 할아버지가 앉으셨다. 그래서 내왼편에는 할아버지가 오른편에는 할머니가 좀 떨어진 노약자석에는 할아버지에게 자리를 비켜준 할머니가 앉게 되었는데 이와중에 나는 아이팟을 귀에꼽고 들으면서 가만히 앉아 있었다

내가 자리를 양보해 드렸으면 되었을 것을 뜻하지않게 한분을 떨어트려 이산가족을 만들어버린거다

평소 같았으면 앞에 서계신 할아버지 할머니 얼굴을 앉아서 쳐다보기가 불편해서라도 재빨리 자리를 양보해 드렸겠지만 그때는 그냥 일어나기가 싫었다

타는 내내 ktx에 대한 미련때문이었는지 지금 이렇게 전철을 타고 가는것부터가 뭔가 손해를 보고 있는거다 라는 생각을 떨쳐내지 못했기에 더 이상 손해보기는 싫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도 결국 나는 앞에서 말했던 찌질한 모습에 버르장머리없는 놈이란 수식어까지 하나 더 생겼구나하는 생각이 들어서 머리가 더욱 아파졌다

어쩌다 여기까지 오게된거지

또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다른 나의 찌질한 모습들이 생각나기 시작한다

요즘들어 돈이 궁해 부모님 몰래 제약회사의 마루타가 되어주고 있고

전역하고 나서도 정신 못차리고 집에서 밥이나 축내고 있고

어쩌다 보니 연락이 모두 끊겨 당장 연락할 여자친구 하나 없고

내 하드에서 상당히 많은 지분을 차지하고있는 야동

여자친구 한번 제대로 못 사겨본 주제에 이딴거나 보면서 여성의 그곳과 친해야할 내 존슨을 나의 오른손에 가장 익숙해져 버리게 만들어버린 말로 형용하기 힘들정도로 질떨어지는 자식같으니라구

내 가치는 이순간에도 점점 떨어지고 있다

나의 가치를 조금이라도 올릴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대기업에 취직을 하거나 부모님이 바라시는 대로 공무원이 되거나 여자친구를 사귀거나 내가 생각해둔 여러 사업아이템들을 성공시키거나 로또에 당첨되거나

야동을 다 지워 버리거나

그래 다 지워버리는거야

다른 거창한 목표들보단 가장 빠르고 쉽게 끝내버릴수 있어

야동따위에 목매지 않는 남자가 되는거야

나중에 사귀게될 불행히도 날 사랑하게될 그 바보같은 여인에게 당당히 나는 야동따위는 거들떠도 안본다고 한점 부끄럼없이 말할 수 있는 그런 남자가되는거야

이렇게 나름의 결론을 내리고 집에와서 나는 나는 지워야할 야동이 어디어디있나 찾아보다가 여러 화려한 제목들을 보면서 또 나는 나는 나는 또 또 망설이고 있다 ㅉㅉㅉ

이런 병맛이 있나

또다시 스스로에게 야동의 필요성에대한 합리화를 하고있는 내 자신을 발견하곤 난 정말 평생 안될놈이라는 생각 밖엔 안든다 그러면서도 쉽게 지우질 못하겠다

일단은 정말 잘 안보는 것들만 확인후 지워볼까? 그러면서 조금씩 줄이면 되지 않을까??

여태까지 그렇게 확인만하다가 지운게 얼마나 되냐 글구 지우고 더 많은걸 받아 왔잖아

이걸 작성하면서 조금이나마 생각이 바뀌어서 지우게 되진 않을까 하는 맘으로 이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지금 이순간에도 내 머릿속에선 지우지 말자는 쪽의 우세속에 양측이 팽팽한 대립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지울까???????????????

 

 지우지마 그동안 야동의 순기능 적인 측면을 잘 생각해봐

일단 너의 성욕의 분출구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줬잖아

뛰어난 비주얼과 몸매로 너의 눈을 즐겁게 해줬고 너의 존슨도 행복해 한걸 알고 있겠지

너 스스로도 수준높은 야동을 다운받아 존슨과 절정에 이르고나서 뿌듯해했던걸 기억할거야

게다가 공부할때는 또 어땠냐 이상한 생각이 들어서 집중이 안될 때 원활하게 성욕을 풀어주어 공부에 집중할수 있도록 도와주었다는것도 너 스스로 잘 알고 있을거야

근데 꼭 지워야 겠니?? 일단은 다 지우지는 말고 몇 개만 지워보면서 순차적으로 줄여 나가는게 어떨까? 뭐든 한번에 팍 끊을라고 하다보면 예기치 않은 문제가 발생할수 있어

그리고 혹시나 나중에 맘이 바뀌어서 그 많은걸 다시 받을라면 거기에 들어가는 시간과 돈은 또 어쩔껴

그니깐 전부 다 지우는건 결사 반대야!!

 

악마의 말에 놀아나면 안되

언제 까지 그렇게 살래

니 존슨이 야동과 함께하면서 느낀 쾌감이 진짜 행복일까

너 스스로도 그게 행복이라고 생각하니

아니라는거 알고있겠지

넌 거짓말을 잘 못하는 성격이잖어

넌 본성이 착한애잖아 (물론 더 이상 착하기만한게 자랑이 아닌 세상이 되어버렸지만)

절대 빚지고는 못사는 성격이기도 하고

화도 잘 못내고

거절도 잘 못하고

게다가 너는 술도안마시고 담배도 안피고 커피도 안마시고 왠만하면 약도 잘 안먹고 온갖 중독성있는 것들에는 거의 손도 안대는 그런너가 야동을 보는건 전혀 어울리지 않아

학력은 저질, 키는 loser, 운동도 못하고, 센스도 없고, 돈도 없고, 운도 더럽게 없는데

거기다가 야동보는 남자라는 말하기 힘든 타이틀을 하나 더 갖고 있을 필요는 없다고 봐

진정한 행복이 뭔지 생각해봐 니가 평소 상상해오던 정말 진짜 Real행복

여자친구랑 알콩달콩하고 달콤쌉사름한 사랑을 나누면서 부러움의 시선을 한몸에 받다가 엄마 아빠 할아버지 할머니 기타 친구 친척 등등 모두에게 소개시켜주면서 결혼도 하고 얘쁜 딸을 낳아(나 닮은 아들낳을까봐 아들은 좀 그러네) 좋은아빠 자상한남편이 되어 평생 행복하게 사는거 이게 정말 니 꿈이지 않니??

근데 지금 이 꿈을 위해 넌 뭘 하고 있니? 얼마나 가까이 왔니?? 너 스스로한테 한번 물어봐

이 꿈을 이루는 과정에 야동이 들어갈 자리가 있다고 보니???

난 아니라고 본다

 

 

그래 난 아니라고 본다

모두다 지워버리겠어

야동의 순기능따윈 없어

글구 부상으로 하드의 충분한 여유공간을 받을거야ㅋㅋ

그러면 모두다 지워버리러 고고씽

 

 

 

 

 

 지웠다

 

글쓰는데 손에 힘이 안들어간다

 

 

 

다른파일들 지울땐 아무리 큰것도 삭제 누르면 바로 지워 졌었는데 이건 왜이리 오래걸리는지

삭제까지 25초나 남았단다

지우면서 그동안 봤던 야동이름들이 간간히 삭제창에 뜨는데

뭔가 내 살을 뜯어내는 기분이랄까

그 짧은 25초동안 취소를 눌러서 몇 개라도 살릴까 말까하는 고민을 최소한 25번이상은 한 것 같다

다행히도 취소버튼을 누르지는 않았지만 지금 이 순간까지도 키보드를 누르기가 힘들정도

 

이제서야 난 한계단 올라간건가ㅋㅋㅋㅋ

기분상 조금이나마 깨끗해진 것 같기도하다

 

나로서는 나름의 엄청난 결단이었던 오늘의 선택이 앞으로 내인생에서 잃어버린 빛을 되찾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는데 얼마나 오래갈지는 모르겠네

 

정말

 

행복해지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