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B.N.Q5

농구왕김타자2011.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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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극심한 갈증을 느끼며 영민은 눈을 떴다. 매트리스가 식은 땀으로 축축이 젖어있었다. 악몽을 꿨었는데 내용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시계를 보니 새벽 세시 반이었다. 다섯 시 반에 일어나려면 두 시간 남아있었다. 어서 다시 잠을 자야 하건만 도저히 갈증을 참을 수 없는 영민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영민은 결국 밖으로 나왔다. B N Q 안에도 물주전자는 있지만 그건 고참들 용이었다. 쫄병은 절대 사용할 수 없었다. 그러므로 영민은 화장실로 향했다.
어둔 복도에는 불침번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저 컴컴하고 기다란 검은 복도! 영민은 좀 오싹한 느낌이 들었다. 어디선가 담배냄새가 나는 듯도 했다.

' 어디지? '

의아해하면서 영민은 화장실로 갔다. 담배냄새는 화장실에서 나고 있었다. 누군가가 변기 위에 앉아서 담배를 피고 있는 듯 그 위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수도꼭지를 틀어 시원한 물로 갈증을 달랜 영민은 자신도 갑자기 담배가 땡겼다. 하지만 담배를 가지고 나오지 않았었다. 다시 BNQ로 들어가 가져 나와서 한 대 피울까도 생각했지만 그냥 두기로 했다.
다시금 직직, 낮은 슬리퍼 소리를 내며 B N Q 1호실로 향하는 영민. 그러나 1호실의 문을 열려는 순간 영민은 뭔가 이상한 기운이 자신을 휘감고 있음을 감지했다.
담배냄새.....
그건 지금 화장실에서 여기까지 풍겨 오는게 아니었다. 바로 영민의 주위.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누군가가 담배를 피우고 있는 것이었다!
타다닥.....!
자세히 듣고 있으려니 마른 담배가 타 들어가는 소리까지 귀에 들린다.
그리고 이어서
후우~
연기를 내뿜는 소리.
영민은 온몸이 경직되어 버린다.
뒤다!
하지만 돌아볼 엄두가 나지 않는 영민.
후우~
다시금 아주 가까운 곳에서 풍겨오는 연기.
담배 냄새!
영민은 그러나 별안간 무언가에 이끌리듯 고개가 저도 모르게 돌아간다. 뒤를 돌아본다.
어둠 속에서 영민의 시선에 들어오는 B N Q 4호실.
B N Q 4호실!
허억!
4호실의 문이 열려 있다. 그 틈새로 짙은 어둠이 보인다. 그리고 그 사이로 여리게 뿜어져 나오고 있는 담배연기.
그리고 인기척.
후우~
영민은 그만 숨이 탁 막힌다.
B N Q 4호실!
누군가가 안에 있다. 영민의 심장박동이 비정상적으로 요동친다. 얼어붙은 몸을 가까스로 움직여 본다. 그리고 떨리는 심호흡을 한다.
그리고......
그 짧은 순간 영민의 머리속을 교차하는 두 가지 상반된 사고의 대립이 있었다. 절대 열려있을 리가 없는 4호실의 문이 열려 있다.
하지만 그것은 분명 영민의 잘못은 아니었다. 그가 그 문을 연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러므로 못본 채 하고 그냥 들어가려던 1호실러 어서 들어가 포근히 이불을 뒤집어쓰고는 누워 자면 된다.
그러나 또 다른 한편에선 주체할 수 없을만큼 강한 위력으로 머리를 치켜드는 몹쓸놈의 호기심이...... 확인을 해보라고 충동을 일으킨다.
어찌해야 하나.......
응당 모른 척 지나쳐야 한다. 그것이 신임하사인 영민으로선 분명 최선의 행동인 것이다. 그러나 얄궂게도 그의 몸은 반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이성이 호기심으로 똘똘 뭉친 감성에 패하고 만 것이다.
영민은 다시 한번 떨리는 심호흡을 조심스래 내뱉으며 걸음을 옮긴다. B N Q 4호실을 향해......
후우~
다시한번 나직하게 들려오는 섬뜩한 숨소리. 그리고 담배연기......
영민은 완전히 숨을 멈춘 채 4호실 앞에 선다. 여전히 안으로부터 느껴지는 인기척. 누군가가 분명히 있다. 규칙적으로 계속 들려오는 희미한 숨소리. 희미한 인기척......
그 순간 또다시 영민의 머리속을 스치는 섬뜩한 영상 하나.
이영민. 그는 예전에 실제로 귀신을 본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영민에게 한동안 커다란 충격으로 남아있었다.
귀신을 본 기억......
귀신......
B N Q 4호실의 문이 살며시 열린다. 그리고 용기 백배하여 안을 들여다보는 영민. 순간, 안에서 감지되던 숨소리가 딱 멈춘다. 영민은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안에 있던 누군가가 영민의 존재를 알아차리고 숨을 멈춘 것이다. 영민도 따라서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더디게 시간은 흘러가고,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지는 영민. 여기까지 온 것을 뼈저리게 후회한다. 그리고 마침내 슬슬 뒷걸음질을 치게 된다.
그 순간 안에서 뭔가가 번쩍 한다. 놀란 영민의 시선이 그 곳으로 향하면......
그 곳엔 누군가의 얼굴이 있다. 아니 누군가의 얼굴이 이 쪽으로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 .....! "

기겁을 하는 영민. 다가오는 얼굴도 놀라는 영민을 바라보고 같이 놀라고 있다.

" 거...... 거울? "

영민은 잠시 자신이 지금 거울을 보고 있다는 착각에 빠졌다. 저 어둠 속에서 여리게 비쳐지는 얼굴이 자기 자신의 모습이란 말인가! 자신의 얼굴이 이렇게 무섭단 말인가!
하지만......
하지만 B N Q 4호실에 거울이 있었던가!
떡 벌어지는 입. 휘둥그래진 눈. 그대로 굳어버린 듯 꼼짝도 할 수 없는 영민의 전신. 그리고 그 희미해지려던 얼굴이 다시금 영민에게로 휙, 날아든다.
영민이 드디어 비명을 지르려는 바로 그 순간,

" 거기 누구야? "

영민은 그만 심장이 내려앉는 줄만 알았다.
느닷없는 외침! 그다지 큰 소리는 아니었지만 날카롭고 강렬한 그 소리는 공포에 잔뜩 질려있던 영민을 순식간에 압도해버리기 충분했다. 그리고 소리나는 쪽으로 고개를 채 돌리기도 전에 누군가의 억센 손아귀가 영민의 뒷덜미를 잡아챈다.

" 어허헉! "

영민은 어린아이처럼 바르르 떨며 낮은 비명을 내지르고 만다.

" 야! 너 영민이 아냐? "

그 목소리가 귀에 익다는 것을 알아채자 움찔거리며 뒤돌아보는 영민. 그 곳엔 놀란 얼굴로 자신을 의아히 쳐다보고 있는 김대명 하사가 있다.

" 피..... 필스...... "

그 와중에도 영민은 무의식적으로 손이 올라갔다. 그러나 몸은 사시나무 떨 듯 떨고 있었다. 조금 전 누구냐고 외쳤던 이는 김대명 하사였던 것이다.

" 너 여기서 뭐하고 있냐? 응? "

무섭게 치켜 뜬 눈으로 영민과 열린 B N Q 4호실을 번갈아 바라보는 김대명 하사. 영민은 그 물음에 그만 말문이 막혀버린다. 억지로 뭐라고 말을 하려고 해도 입이 덜덜 떨려 말이 안나온다.

" 야 임마! 너 지금 이게 뭐하는 짓이냐? 이 문은 어떻게 열었어? 엉? "

" 저저저저...... "

"야! 이영민! 너 왜그래 임마! "

갑자기 긴장이 풀리며 기운이 쭉 빠져버리는 영민. 그의 고개가 다시 B N Q 4호실 안으로 향한다. 그리고 떨리는 손을 들어 그 안을 가리킨다.

" 왜? 저 안에 뭐가 있는데? "

기가 차다는 표정으로 사색이 되어 있는 영민의 몰골을 잠시 바라보다가 안되겠다 싶었는지 김대명 하사는 영민을 뒤로 밀쳐 내고는 성큼 4호실 안으로 들어가 버린다.

" 아...... 안됩니다....... "

가까스로 말문이 트인 영민이 김대명 하사를 본능적으로 저지하려 하지만 이미 김대명 하사는 안으로 들어가 있다. 그리고 이내 불이 켜진다. 뒤따라 들어오는 영민.
그러나 B N Q 4호실 안에는 아무도 없다. 놀란 영민이 주위를 둘러보지만 아무도 없다. 전혀 인기척을 느낄 수 없다.
거울!
그러나 거울도 없다. 그런 게 있을리가 만무했다.

" 김..... 김하사님...... 저기, 분명...... "

" 뭐 임마! "

" 저기, 좀 전까지 얼굴이 있었습니다. "

" 뭐야? "

김대명 하사는 마침내 인상이 험악해진다.

" 야! 이영민! "

" 예? "

돌아보는 영민. 그리고 인상이 험악해진 김대명 하사의 얼굴을 제대로 인식하곤 드디어 정신을 온전히 차리기 시작한다.

" 너 뭐하는 짓이냐? 오밤중에... "

고개를 떨구는 영민. 거울은 없다. 사람도 없다. 인기척도 느낄 수 없다. 그렇다면 답은 나온 것이다. 자신이 모든 걸 잘못 보았고 잘못 느낀 것이다.

" 죄송합니다. 제가 잘못 봤습니다. "

" 뭐야 임마? "

계속 고개를 떨군 채 말이 없는 영민.
그런데, 이제야 상기되는 한가지가 있었다. 담배냄새. 그의 코끝을 스치는 담배냄새...... 다시 고개를 치켜드는 영민. 자신이 잘못 본게 아니었다고 확신하는 표정으로 김대명 하사를 바라보는데,

" 너 이 새끼. 여기서 담배폈지? "

" 예? "

" 너 간이 배 밖으로 나왔냐? "

" 예? 제... 제가 핀 게 아닙니다. "

" 뭐야? "

" 정말입니다. 김하사님 "

그러나 여전히 영민을 무섭게 노려보는 김대명 하사.

B N Q 건물 옆 사이드 외부 계단. 찬바람이 불어댄다. 찬바람을 맞으며 계단 중턱에 서 있는 영민. 아무리 여름이라지만 그 바람이 영민에겐 너무 차갑게 느껴진다.
영민의 앞엔 김대명 하사가 담배를 피워대고 있다. 그의 표정은 좀전보다 상당히 많이 누그러져 있다.

" 너 정말이지? 니가 4호실 문 딴 거 아니지? "

" 예. 정말입니다. "

단호히 대답을 하며 슬쩍 김대명 하사의 표정을 살피는 영민. 그의 표정으로 봐선 영민을 믿는 눈치다.

" 하긴 니가 겂도 없이 그런 일을 할 리가 없지. 정말 미치지 않고서는 말야. 그렇지? "

" 예...... 예에 "

김대명 하사는 꽁초를 팅겨 날린다. 꽤 어두웠는데도 예와 마찬가지로 꽁초는 정확히 철제 휴지통 속으로 떨어진다.

" 담배도 니가 핀 거 아니지? "

" 예. 제가 어떻게...... 감히...... 거기서 담배를...... "

" 아, 그래. 알았어. 내가 성급히 판단을 했네. "

김대명 하사는 짧게 고개를 저으며 잠시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 시발... 하늘색이 뭐 저 따위야? "

뭔소린가 싶어 영민의 시선도 그를 따라 하늘로 향한다. 정말 하늘색이 이상했다. 엷은 구름이 하늘을 온통 뒤덮고 있었는데 그 구름 색깔이 붉은 색이었다. 그리하여 마치 하늘 전체가 피로 물들어 있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어찌보면 상당한 장관이 될 수도 있었지만 지금의 영민이나 김대명 하사 심정으론 그저 괴상스럽고 기분 나쁜 광경일 뿐이었다.
한참 하늘을 바라보던 김대명 하사가 이윽고 입을 열었다.

" 들어가자 그만. 자야지 "

" 예? 예...... "

무슨 처벌이라도 떨어지지 않을까 은근히 걱정했던 영민은 일단 안도감을 느꼈다. 절로 한숨이 다 나왔다. 이제 영민은 김대명 하사가 이 일을 다른 사람들에게 얘기하지 않고 그냥 넘어가 주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따지고 보면 영민이 잘못한 것은 하나도 없었지만 이 일이 누구의 귀에 들어가느냐에 따라서 얼마든지 심한 처벌이 떨어질 수도 있었다. 특히 오창우 하사같은 사람이 알기라도 하면 적어도 일주일은 영민에게 괴로운 나날이 될 것임에 틀림없었다.
' 제발 그냥 넘어가 주기를...... "
영민은 할 수만 있다면 김대명 하사에게 부탁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러나 주제넘게 그럴 수는 없었다. 그저 평소 꽤 올바르다고 느꼈던 김대명 하사의 인격을 믿어보는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막 3호실로 들어서려던 김대명 하사가 다시 되돌아본다. 흠칫 놀라는 영민. 김대명 하사는 잠시 영민을 뚫어져라 바라본다.

" 야, 그런데 너 정말 귀신 같은거 본거 아니지? "

하고 조심스레 물어보는 김대명 하사. 영민은 순간 뭐라고 답할지 어쩔 줄을 모른다. 그러나 이내 결심한 듯.

" 예. 제가...... 착각을 했나 봅니다. 아무 것도 없었는데...... "

하며 정말 아무것도 못본 척 대답한다. 그러자 고개를 끄덕이는 김대명 하사.

" 그래. 들어가 자라. "

" 예. 김하사님. 편히 주무십시오. "

영민은 소리 없이 경례를 붙이곤 김대명 하사가 완전히 들어가는 걸 보고는 뒤돌아 선다.
다시 1호실 침구 속으로 파고드는 영민. 좀 전에 일어났었던 일들이 마치 몇 달 전에 일어났던 일처럼 느껴졌다.
과연 그 얼굴은 무엇이었나? 그리고 그 인기척은? 정말 내가 잘못 본 것인가?
그러나 그 담배냄새...... 그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증거였다. 누군가가 그 안에 있었다는......
'분명 그 때 그 안에 누군가가 있었어. '
결국 이렇게 결론을 짓고 눈을 감는 영민. 그러다가 문득 다시 눈을 뜬다.
' 어쩌면...... '
' 어쩌면 지금까지도 있을지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