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시체싸이트 15

농구왕김타자2011.03.18
조회1,265


[으아아합~~]

나는 늘어지게 기지개를 켜고 일어났다. 겨우 눈을 뜨자
침대의 맞은편에 걸려 있는 라는 영화 포스터가 눈에
띄었다. 그 포스터를 보고 나는 이곳이 화석이 방이라는 것
을 확신했다. 나는 내 옆을 보았다. 화석이는 머리까지 이
불을 뒤집어 쓴 채 자고 있었다. 화석이의 버릇이었다. 항
상 완전히 이불을 뒤집어 쓰고 자기때문에 아침에 일어나면
머리가 완전히 엉망이 되어 있었다.

"으.. 내가 왜 여기서 잔거지? 어제 또 술을 많이 먹었나?"

나는 찌뿌등한 몸을 한번 펴고 침대에서 내려섰다. 시계를
보려고 했지만 보이지 않았다. 술을 얼마나 먹었는지 목이
칼칼했다. 속도 쓰라리고 온 몸이 쑤시는 기분이었다. 책상
위에 있는 물주전자가 보였다. 컵에 물을 따라 마시기 위해
서 한 걸음 걸었다.

[뿌드드득~~]

한 걸음 내 딛은 오른발로부터 나온 소름끼치는 소리였다.
꼭 커다란 포도 알맹이를 밟은 듯한 느낌이 발바닥으로 부
터 전신으로 퍼져 나갔다.

"으.. 이게 뭐야?"

나는 나의 발바닥에 밟힌 것을 보고 그만 그자리에서 뒤로
꼬꾸라 졌다. 다리가 심하게 후들거렸다.

눈알이었다. 사람의 눈알.

"으으으..."

구토가 밀려 올라왔다. 나의 발에 밟혔음에도 불구하고 그
눈의 눈동자는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도 원망에 가득
찬 눈으로..

나는 내 발에 남아있는 끔찍한 느낌을 조금이라도 떨쳐보기
위해 발바닥을 땅에 비벼 대면서 뒤로 슬금슬금 물러 났다.
등에 침대가 와 닿았다.

"화석아... 화석아..."

내 목소리는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화석아.. 제발!! 일어나봐!!"

하지만 화석이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정말로 깊게 잠든 모
양이었다.

나는 침대로 기어 올라갔다. 그 눈 때문에 등을 돌리고 싶
지는 않았지만 화석이를 깨워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간신히 등을 돌려 화석이를 흔들었다.

"화석아~~ 화석아~~"

아무리 흔들어도 화석이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화석아.. 일어나.."

나는 흔드는 것을 포기하고 머리까지 뒤집어쓴 이불을 확
잡아 당겼다.

[으아아악~~~]

나는 그만 침대에서 뒤로 굴러 떨어졌다. 입에서는 비명이
그치지 않았다.

목이 없었다.

목이 없는 시체가 있었다. 겨드랑이에 있는 커다란 폐 수술
자국이 눈에 들어왔다.

[으으으으~~~]

미쳐버릴 것 같았다. 공포로 온 몸의 피가 밖으로 뿜어져
나가버린 느낌이었다. 나는 이 방에서 도망쳐야 한다고 생
각했다. 다리가 후들거려 쉽게 일어나지지가 않았다.

어쩔수 없이 나는 방문으로 기었다. 조금이라도 빨리 이방
에서 빠져 나가고 싶었다.

"지혁아.. 어디가? 지혁아.."

화석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뒤를 돌아 보고 싶지 않
았다.

"제발.. 살려줘.. 살려~~~"

"지혁아.. 갈때 가더라도 내 얼굴은 붙여 주고 가야지.. 내
얼굴은..."

나의 목은 부들부들 떨면서 뒤로 돌려고 하고 있었다. 뒤를
돌아보고 싶지는 않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목이 자꾸만
뒤로 돌아갔다.

나의 눈에 두 눈이 쾡하게 빠진 화석이의 얼굴이 보였다.
그 얼굴은 몸과 떨어져 하늘에 둥실 떠 있었다. 그 입에서
화석이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었다. 몸 속 모든 것이 입을
통해 토해져 나올것만 같았다.

"으.. 으.. 아니야.. 아니야. 넌 화석이가 아니야.."

"왜 그래? 지혁아 우린 친구잖아.. 친구..."

"아니야. 아니야..."

"너. 이제 내가 이렇게 변했다고 싫어진거니?"

"아니야.. 아니야.."

"지혁아. 그러지 말고 내 얼굴을 붙여줘. 그래야지 놀러 가지. 응?"

"제발.. 제발. 이건 악몽이야.. 악몽..."

[으아아악]

나는 용기를 내 벌떡 일어나 방문고리를 잡고 비틀어 열었
다. 그리고 방을 빠져 나갔다. 눈 앞이 환해졌다. 강렬한
빛이 시력을 멀게 하는 느낌이었다.


[찡~~]

나는 겨우 눈을 떴다. 주변을 둘러 보았다. 엘리베이터 안
이었다. 옆에는 주완이가 서 있었다. 내가 주완이를 바라보
자 주완이는 한번 싱긋 웃어 보였다. 언제나처럼 유쾌한 웃
음을 잃지 않고 있었다.

[위이잉.. 기리기릭]

엘리베이터를 붙들고 잇는 와이어가 감기는 소리가 들려 왔
다. 붕뜨는 것이 위로 상승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나는 층
수가 표시되어 있는 숫자쪽으로 눈을 돌렸다.

1.2.3....7

[찡~~]

7층에 멈추었다. 서서히 문이 열렸다. 나는 멍하니 서있었
다. 지금 무슨 일이 벌어 지고 있는지 알수가 없었다.

"야. 뭐해. 다 왔어. 내려.."

주완이는 멍하니 서 있는 나의 어깨를 툭쳤다. 나는 여전히
넋이 나간 상태로 주완이를 바라 보았다.

"어. 그래. 그런데 어디 가는거냐?"

"어디 가긴.. 당연히..."

주완이는 나보다 앞서 문으로 나가면서 말했다. 하지만 말
을 끝까지 잊지 못했다.

"안돼~~~"

그 순간이었다. 엘레베이터 문을 한발 빠져 나가는 주완이
가 눈앞에서 사라졌다. 나는 재빨리 손을 뻗었다. 허공이었
다. 깜깜했다. 주완이는 나의 손에 매달려 허공에서 허우적
대고 있었다. 나는 이곳이 어디인지 왜 이런 상황인지 구별
할 능력이 없었다. 단지 젖 먹던 힘까지 다해 에 힘을 줄
뿐이었다.

"꽉잡아. 놓치면 안돼."

나는 두손으로 주완이의 팔을 꽉쥐었다. 주완이는 나의 얼
굴을 한번 바라 본 후, 자신의 발밑을 한번 바라 보았다.
갑자기 밑은 시뻘건 용암이 흐르는 강으로 변해 있었다.
마치 금방이라도 주완이를 집어 삼킬듯 출렁거리고 있었다.

"지혁아.. 놓치면 안돼."

"으으으. 알았어.. 꽉잡아...."

나는 있는 힘껏 주완이를 잡아 끌었다. 얼마나 힘을 주기
위해서 이를 악 물었는지 잇몸이 아플 정도였다. 하지만,
들어올리려고 해도 꼼짝도 하지않았다. 누군가 계속해서 주
완이를 잡아 끌어 내리고 있는 듯 했다.

"으.. 지혁아 놓치면 안돼.. 화석이 처럼 날 버리지 말아줘. 제발.."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나는 주완이가 하는 말을 이해할수가 없었다. 하지만 주완
이를 쥐고 있는 손을 놓을리는 없었다.

"으.. 제발 올라와라.."

땀이 비오듯 떨어졌다. 나는 힘을 힘껏 주기위해 오만 인상
을 쓰느라 눈을 감았다 떴다.

다시 눈을 뜨고 주완을 바라본 순간 주완의 몸은 녹아 내리
고 있었다. 밑에서 솟구치는 뜨거운 열기에 주완의 몸은 녹
아내리고 있었다. 피부가 마치 뜨거운 열기에 달구어진 고
무처럼 흐느적 거리고 있었다.

[으아아악~~~]

나는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손을 놓을수는없었다.

"지혁아. 나를 놓지마. 화석이처럼 놓으면 아아안 되이이이이ㅇㅇㅇ..."

주완이의 얼굴이 뭉그러지고 있었다. 얼굴가죽이 흐느적거
리기 시작했다. 녹아 형체가 없어지려고 하고 있었다. 발부
터 점점 녹아 저 아래 꿈틀대는 용암위로 녹아 엉긴 액체가
떨어져 사라지고 있었다.

"너너.. 주....어어어..."

소름이 쫙 돋았다. 더 이상 붙잡고 있을수가 없었다. 다시
도망치고 싶어졌다. 본능대로 나는 이곳을 도망치고 싶었
다. 살고 싶었다. 이대로라면 나도 죽을것 만 같았다

"너만 살겠다고... 너도 죽어...."

나는 주완이의 팔을 붙잡고 있던 두 손을 놓으려고 했다.
하지만 이미 내 두팔도 주완이처럼 녹아 내려 주완이의 팔
에 붙어 있었다. 살들이 점점 엉겨 붙어 피가 터져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런 아픔도 고통도 느껴지지가 않았다. 단지 눈
앞에서 녹아내리는 신중이를 볼수 없었다. 하지만, 고개를
돌릴수도 눈을 감을수도 없었다. 미쳐 버릴것만 같았다.

"으아아악 제발 나를 나줘~~~ 나를~~~ 살려줘.. 사사살려~~~~~~"

다시 사방이 어두워졌다. 어둠으로 빠져들어가고 있었다.

 

[으아아악~~]

나는 벌떡 일어났다. 손을 쥐어 보았다. 살아 움직이고 있
있었다. 나는 그제서야 주위를 둘러 보았다. 낯선 방이었
다. 무언지 모를 은은한 향기가 났다. 마음이 편해지는 느
낌이었다.

꿈이었구나.. 모든게...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깨어 났어요?"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뿌옇던 나의 시야가 조금씩 맑아
졌다. 나는 그제서야 방 한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사
람을 발견했다.

윤미였다. 놀랄수밖에 없었다. 너무나 놀라서 여전히 내가
꿈속에서 헤매고 있는 것이 아닌지 착각이 들 정도였다.
나는 놀라서 몸을 급하게 움직였다.

[으으윽~~~]

머리와 왼쪽어깨에 매우 심한 통증이 밀려왔다. 나는 손을
들어 머리를 만져 보았다. 붕대가 싸매어져 있었다. 전부다
꿈은 아닌 모양이었다. 왼쪽 어깨에도 붕대가 싸매어져 있었다.

나는 어제 있었던 모든 상황들이 머리속에 파악되었다. 주
완을 쫓아가다가 트럭과 사고난 상황과 그리고 그 뒤의 단
편적인 기억들이 조각들이 조금씩 머리속에 떠올랐다. 머리
가 지끈거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화석의 핸드폰으로 윤미
에게 전화를 했었던 상황까지.. 나는 머리를 짚고 있던 손
을 땐후 다시 윤미를 쳐다보았다.

"여기는 어디예요?"

나는 방을 다시 둘러 보며 말했다. 분홍빛 커텐사이로 비치
는 햇빛과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는 책상과 책장의 책들. 그
리고 조그만 화장대와 옷장과 그 옆에 놓여 있는 미니 콤퍼넌트...

"제 방이에요.."

윤미의 대답은 짧았다. 나는 시계를 보았다. 3시였다. 창
밖이 환한 것을 보니 오후 3시인 모양이었다. 도데체 지금
내가 왜 이곳에 누워 있는지 의아했다. 나는 내가 죽는줄로
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나는 살아 있었다. 온 몸
이 쑤시긴 하지만 대부분 멀쩡했다. 나는 지금까지 일에 대
해 듣고 싶어졌다. 막 물어보려고 할 때 먼저 윤미가 입을열었다.

"전화를 받고 뛰어 나갔어.. 다행히 지혁씨가 말한 주소는
우리집과 멀지 않았어.. 약 1분거리정도.."

윤미가 갑자기 나에게 반말을 했다. 하지만 별로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은 그런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정말로 놀랬어. 어두운 골목길에 죽은 것처럼 쓰러져 있는
데.. 꼭 죽은줄로만 알았는데.. 그래도 숨을 쉬고 있었어.
어떻게 된건지 모르지만 머리에서 피가 나오고 어깨도 빠진
상태고 여기저기 많이 까지고 부어 있었어.."

나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윤미가 나의 몰골에 대해 말하자
약간 부끄러웠다. 좋은 꼴은 못 보여 줄 망정 엉망이 된 꼴
이나 보여주게 되다니..

"하지만 왜 내가 여기에 누워 있는거지?"

나도 자연스럽게 말을 놓았다. 조금이나마 친해진 기분이었다.

"그것을 나한테 묻는거니?"

그녀는 동그란 눈을 더욱 크게 치켜 떴다.

"지혁.. 너야말로 어떻게 된거야? 사람을 죽이다니.."

"사람을 죽였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나는 윤미의 말도 안되는 말에 다시 현미에게 반문했다. 하
지만 그 순간 머리속에 무엇인가가 스쳐지나갔다.

어제 밤의 상황들이..

주완이의 자동차를 쫓다가 난 사고와 참혹하게 머리가 으깨
져 죽은 트럭운전사의 시체와 무슨 생각에서 인지 그 자리
를 도망쳐버리는 나에 대한 기억이 떠올랐다. 혹시나 했던
상황은 현실로 다가왔다.

"쓰러져 있는 너를 발견하고 병원으로 데리고 가려고 했지
만 계속 중얼거리더군.. 병원은 안된다고.. 경찰에 잡히면
안된다고.. 사람이 죽었다고 어쩌고 횡설수설하면서..."

"내가 그랬단 말이지??"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그렇게 지껄인 모양이었다.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나는 본능으로 경찰을 꺼려했었던 모양이었
다. 정신이 든 지금도 그런 기분이 들었다.

윤미는 자신의 옆에 있는 신문을 나에게 던져 주었다. 나
는 윤미가 건네 준 것은 신문의 사회면이었다. 굵은 글씨로
쓰여져 있었다.

[한 밤의 도로위의 살인사건]

별로 읽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꾹 참고 읽었다.

운전사 최XX(45)씨가 둔기에 맞아 처참하게 살해된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경찰은 범행에 사용된 둔기를 현장에 떨어져 있는 길이 1m
도의 쇠막대기로 밝혀냈으며 사건현장 부근에 사고흔적이
있는 것으로 보아 교통사고와 함께 이번 사건이 벌어진 것
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처음 이 신고한 김XX(38)씨와 그의 부인인 박XX(33)의 진술
에 따라 진술에 따라 범인의 몽타주까지 만들어 용의자 수
배에 들어갔....>

목격자라는 두 명의 부부는 아마도 어제 쓰러진 나를 깨우
고 놀라서 도망친 그 사람들인 모양이었다. 내 우려대로 그
사람들은 내가 그 운전사를 죽였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그들이 말한 범인의 몽타주는 내 얼굴이 될 수 밖
에 없었다.

"바로 요 앞 큰길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이더군.. 이게 지혁
씨가 계속 중얼거린 이야기 맞지?"

윤미의 물음에 나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윤미에게는 별 동요가 없어 보였다. 나는 일어서려고 했다.
몸이 아프지만 이렇게 누워만 있을수는 없었다. 그리고 이
렇게 윤미에게 신세를 진다는 것이 미안했다. 사실 PC방에
서 가끔 얼굴만 몇번 보았을 뿐 그렇게 오래 이야기도 해본
적이 없었다. 생판 남이라고해도 틀린 말이 아니었다.

"아직은 일어나면 안돼.."

"하지만.."

윤미는 쪼그리고 앉아있다가 내가 일어서려하자 놀라 일어
나 나에게 다가왔다.

"갑자기 움직이면 안돼.."

"그.. 그래?"

목이 칼칼했다. 내가 나의 머리맡에 놓여 있는 물주전자를
들려고 하자 윤미가 대신 들어서 물을 컵에 따라서 주었다.
나는 급하게 물을 들이켰다.

"집에 아무도 없는거야?"

"응. 걱정하지마 원래 오빠랑 나랑 둘이서 사는데 오빠는
몇달에 한번씩이나 코빼기를 비치니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점은 나와 비슷했다. 아버지도
몇달에 한번씩 집에 들어오니..

"누가 치료를 한거야?"

나는 팔과 머리에 싸매어진 붕대를 만지며 물었다. 여간
꼼꼼하게 싸여지지 않았다.

"내가.."

나는 놀랐다. 갑자기 죽지 않은게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어깨가 빠진것은 내가 맞췄어.. 너무 걱정하지마 할아버지
가 하는것 많이 봤었거든.. 참고로 우리 할아버지는 한의사
에 접골원도 경영하셨었어. 다른 곳의 상처도 대충 다 치료
했어.. 머리만 빼고.."

그러고 보니 나는 이불속에서 팬티 한장만 걸치고 있었다.
팬티도 내가 어제 아침에 갈아입은 팬티가 아니었다. 얼굴
이 확 달아 올랐다. 윤미가 나를 치료했다는 것은 옷도 윤
미가 갈아입혔다는 것을 의미했다. 갑자기 윤미 얼굴을 똑
바로 쳐다보기가 힘들었다.

"머리의 상처는 어떻게 할수가 없었다. 곪지 않도록 조처는
해 두었지만 아무래도 병원에서 꼬매야 될 상처 같거든..
이제 의대 본과 1년생이지만.. 그래도 장차 의사가 될 사람
이니깐 치료는 잘 되었을거야.."

"고마워.."

그녀가 나의 알몸을 보았을 생각을 하니 목소리까지 기어들
어갔다.

"이제는 지혁씨의 설명이 필요해? 도데체 어떤 일이 벌어지
고 있는건지?"

"음.."

어떡게 어디서부터 설명을 해야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
다. 원래 말주변이 없는 것도 있지만 내 머리로 이 복잡한
상황을 정리한다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

"시간은 넉넉해.. 천천히 이야기해도 돼.. 어차피 PC방 아
르바이트도 안하니깐?"

"뭐?"

"이유는 알고 있겠지. 사장님 그러니까 지혁씨 친구인 주완
씨도 실종되었거든.. 어그제 밤부터.."

"아.. 어그제?"

"응.. 지혁씬 내 방에서 정확히 36시간동안 의식을 잃은 상
태로 있었어.."

벌써 하루가 지나가 버렸다니 허망했다. 그렇다면 주완이는
어떻게 되었을까? 혹시...

나의 머리속에 않 좋은 상상이 가득 차 버리려고 했다. 그
사이트에서 본 화석의 몸뚱이 사진이 머리속에 들어섰다.

나는 머리를 흔들어 그것을 떨쳐버렸다. 생각하고 싶지 않
았다. 몸이 부들부들 떨리려고 했다.

"진정해.. 도데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차근히 말 좀 해봐.
나에게도 알만한 권리가 있다고 생각해."

지금 보니 윤미는 이런 상황을 즐기는 듯 했다. 그렇지 않
고서야 저렇게 태연하게 행동할수 있을까? 하지만 나에게
선택의 폭은 무척이나 작게 느껴졌다.

첫째로 경찰에 어제 아니 어그제 밤에 있었던 상황 아니 그
전에 벌여졌던 화석이 사건부터 신고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에서 이 방법은 힘들 것 같았다. 신문을 보고
나는 마음을 굳혔다. 내 생각이 맞다면 나는 지금 살인사건
용의자로 수배중일 것이다. 그러고보니 그 사건 현장에는
내 스쿠터도 있을 것이다.

스쿠터이기 때문에 주인이 누구인지 쉽게 알아 낼수는 없겠
지만 경찰을 무시할수는 없었다. 벌써 내 이름과 주민등록
번호까지 외우고 나를 잡으려고 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어쩌면 우리집 앞에서 잠복을 하고 있을지도 몰랐다.

설사 그것을 무릅쓰고 경찰에 신고한다 하더라도 경찰이 내
말을 믿어줄지도 의문이었다. 화석이때도 경찰은 내 말은
전혀 믿어주지 않았다. 믿어주기는 커녕 콧방귀만 끼었을
뿐이었다. 이번도 마찬가지처럼 생각되었다. 섯불리 경찰에
신고했다가 살인 용의자로 체포되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는 상황이 될 것 같았다.

역시 첫번째 방법은 지금으로서는 바보스러울 뿐이었다. 이
제 남은 것은 한가지다. 내 스스로 해결하는 방법뿐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윤미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윤미
도 충분히 나를 돕고 싶어하는 얼굴처럼 보였다.

"빨리.. 얘기해봐.. 안그럼 나도 어쩔수 없어.. 경찰에 연
락하는 수밖에.."

"알았어.. 얘기 해 줄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