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시체싸이트 20

농구왕김타자2011.03.18
조회1,913

 

 

어느새 밖은 어둑어둑해졌다. 정신없이 1시간을 도망치다
나는 어느 연립의 지하실에 들어가 숨어 있었다.

어두운 곳에 숨어 있자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괜히 도망
친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경찰한테 모든 사정을
말하는게 낳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 보았다. 하지만 그것
은 말도 안되는 생각이 틀림없었다. 그들이 나의 말을 믿어
줄리가 없었다.

나의 말을 믿어주기는 커녕 아주 간단하게 목격자도 있고
증거도 충분한 한밤중 큰길에서 죽은 트럭운전사의 살인 용
의자로 나로 몰 것이 분명했다.

나는 권총을 만지작 거렸다. 총알은 모두 4발이 남아 있었
다. 권총을 보자 쓴 웃음이 배어 나왔다. 경찰의 권총을 탈
취하다니.. 이제는 돌이킬 방법은 전혀 없어 보였다. 꼬일
대로 꼬어버렸다.

지금껏 나는 지금까지 벌어진 모든일을 차분히 생각해보았
다. 하지만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점 투성이였다.

첫째로 범인은 어떡게 화석이의 집을 알고 화석이를 끌고간
것일까? 주완이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정말로 악마의 장난
일까? 그 는 악마가 만든 죽음의 문이란 말인
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또 한가지 두번째로 왜 나는 죽이지 않았을까? 나는 끌려가
는 주완이를 구하기 위해 그 녀석을 쫓아갔다. 그리고 트럭
과 충돌 한 후 꼼짝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죽
이지 않았다. 대신 트럭 운전사가 당했다. 그 부분도 도무
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내가 그 에 등록하지
않았기 때문에 죽이지 않을걸까?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몸
이 부르르 떨렸다. 두려움이 몰려왔다. 한번 공포에 떨린
몸은 좀 처럼 멈추지 않았다.

정말로 나는 악마의 게임의 말려든 것일까? 절망밖에 보이
지 않았다.

어두워지자 밖으로 나왔다. 낚시모자가 너무 눈에 띌 것 같
아서 나는 모자도 버리고 붕대도 풀어 버렸다. 마침 지하창
고에 있는 먼지에 찌든 야구모자하나를 눌러 썼다. 상처가
욱씬 거렸지만 피투성이인 머리카락보다는 나을 것 같았다.

나는 골목골목을 헤쳐 내가 차를 세워 두었던 대로로 나아
갔다. 간혹가다 경찰들이 보였다. 멀찌감치에 내가 세워 두
었던 차가 여전히 주차되어 있었다. 큰길로 나오자 사람들
이 매우 많았다. 찬란한 네온사인사이로 수 많은 연인들이
지나다니고 있었다.

큰길로 나온 나는 이들 사이를 헤쳐 아주 태연하게 은식이
아버지차로 다가갔다. 다행히 근처에 경찰은 없었다. 차에
올라탄 나는 빠르게 시동을 걸고 그 곳을 빠져 나왔다.


신호가 떨어지기가 무섭게 현미의 목소리가 들렸다. 지하
창고에서는 핸드폰이 터지질 않아 전화를 하지 못하고 있
었다. 나는 차를 몰면서 참고 있던 전화를 걸었다.

[지혁씨?]

"응.. 나야.."

[휴~~ 다행이다. 무사하구나..]

"나 두려워~~~ 무서워 미치겠어~~~"

[지혁씨 약한 소리 하지마!! 지금 어디야?]

"지금 차로 너희집으로 가고 있는 중이야? 아무일도 없는
거지?"

[응.. 은식씨는 오빠방에서 자고 있어.. 계속 불안해 하더
니 조금전에 잠든 것 같아..]

"그래.."

약간은 힘이 났다.

"금방 갈께.."

[응.. 맞다.. 잠깐만 지혁씨.. 새로운 사실을 한가지 알아
냈어..]

나는 귀가 솔깃했다.

"뭔데?"

[응.. 그날.. 주완씨가 야간에 가게를 보던 날.. 그러니까
이틀전 밤에 말이야..]

"응.. 그날 뭐?"

[조금전에 현철오빠에게 알아낸 사실인데... 그날 현철오
빠가 야간에 근무를 못한다고 한게 아니었데..]

"그게 무슨 소리야?"

[그러니까.. 야간에 일하는 현철오빠가 못온다고 한게 아
니라 누군가한테 연락이 왔었데.. 그날 하루만 야간에 문
닫는다고.. 오지 말라고 연락이 왔었다는거야..]

"그래?"

뭔가 꺼림찍한 생각이 밀려왔다. 그렇다면 누군가가 일부러
주완이가 야간에 가게를 보게 만든 것이 분명했다. 주완이
를 노리기 위해서.. 그렇다면 그 전화를 건 놈이 분명했다.
한가지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알았어.. 나 10분후면 도착할거야.. 그 때 자세하게 이야
기 하자.."

나는 전화를 끊고 다시 왼손으로 핸들을 붙잡았다. 그리고
좀 전에 현미가 한말을 곰곰히 되뇌었다.

지금까지 내가 생각한 모든것이 잘못된게 아닐까? 나는 지
금까지 누군가의 손아귀에 쥐여쥔 듯한 느낌을 떨칠수가 없
는 이유는 뭘까?

그 누군가가 옆에서 관찰하듯 모든것을 알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말로??

 

핸들을 쥔 손에서 땀이 배어져 나왔다. 룸미러로 내 얼굴
을 보았다. 며칠사이에 심각하리라만치 어두워져 있었다.
눈주위가 검은 그림자가 들이워져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나
는 손으로 눈을 새차게 문지른후 다시 룸미러를 보았지만
별 달라진게 없었다. 최근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기 때문
일것이다. 머리의 상처도 곪지 않은게 다행이었다.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화석, 주완... 절망적이었다. 역시 경찰에 를
알리고 도움을 요청하는게 화석과 주완이를 구할수 있는 최
선의 방법이 아닐까?

하지만.. 하지만.. 나는 두려웠다.

지금까지 어떤 영화도 어떤 소설에서도 경찰은 아무런 도움
이 되지 못한다. 현실에서도 그것은 마찬가지처럼 느껴졌
다.

거세게 악셀을 밟았다. 믿을수 있는 것은 나자신 뿐이라고
생각되었다.


[똑똑~~~]

나는 초인종을 누르지 않고 현관문을 두드렸다.

"지혁씨~~"

"응.."

현미는 밝은 얼굴이었다. 그런 밝은 얼굴이 고마웠다. 집으
로 들어서자 맛있는 냄새가 코를 찔러 왔다.

"은식이는?"

"저방에.."

현미는 화장실옆에 붙어 있는 방을 가리켰다. 방문은 반쯤
닫혀 있었다. 이 방문틈사이로 잠들어 있는 은식이 보였다.

"많이 피곤했어나봐.."

현미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머리의 상처는 좀 어때?"

현미는 걱정스런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약간 쑥스러운
기분과 고마운 기분이 교차되었다. 나도 힘겹게 한번 웃어
주었다.

현미가 머리의 상처를 소독해준 후 나는 오래간만에 샤워를
했다. 머리를 감지 못해서 조금 답답하긴 했지만 시원한 물
이 몸에 닿으니 새로운 기분이 들었다.

샤워를 하고 밖으로 나오니 은식이도 일어나 방문앞에 나와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멍한 얼굴이었다.

"은식아 기분은 어때?"

나의 질문에 은식은 무표정하게 그냥 한번 나를 쳐다보았
을 뿐이었다.

"다들 저녁이나 먹어.. 일단 죽이되든 밥이되든 먹고 생각
하자구요.."

현미가 쭈그려 앉아있는 은식을 식탁쪽으로 끌어오며 말했
다. 맞는 말이었다. 우리는 일단 식탁에 앉았다. 식탁에는
언제 준비했는지 의아할만큼의 음식들이 올려져 있었다.

"빨리들 먹어.. 맛은 보증해.."

"그래.."

나는 수저를 들어 뽀글거리는 소리를 내고 있는 된장찌개
로 가져갔다. 그리고 두부를 얹어 입으로 가져왔다. 현미의
음식솜씨가 좋은건지 오래간만에 입에 넣는 음식이어선지
무척이나 맛있었다.

"어서 먹어.."

수저조차 들지 않는 은식에게 말했다.

"주완이는 어떡게 됐어? 너희들 그거 확인한거 아냐? 어서
말해줘.."

"밥이나 먹고 이야기하자.."

은식이의 말에 나는 애써 떠올리지 않으려고 노력하던 장면
들이 떠올랐다. 하지만 억지로 참았다. 그렇지 않으면 현미
가 애써 차린 음식들이 모두 쓰레기통으로 들어갈 것 같았
다.

"그렇구나.. 주완이도 당한거야..."

나는 부정할수 없었다. 사실이었다. 에 등록
되어있었던 그 사진은 분명히 주완이였다. 나는 제대로 보
지도 못했었다. 사진을.. 너무나 두려운 나머지 이성을 잃
고 튀쳐 나와 버렸었다.

"주완이마저..."

은식이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주완이머저.. 죽다니..."

"진정해.."

"진정해요.. 은식씨.."

하지만 어떤 말도 들릴리가 없었다. 나도 그랬으니깐...
하지만 은식이는 무척이나 잘 참았다. 은식이는 떨리는 손
으로 겨우 수저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말없이 밥을 떠서
입으로 가져갔다.

침묵과 슬픔으로 가득찬 식탁이 되어버렸다.

 

"이제 어떡게 할거야?"

우리는 빙둘러 앉았다.

"글쎄.. 은식아 너 생각은 어때? 역시 경찰밖에 알리는게
나을까?"

내 말에 은식이는 고개를 크게 가로저었다.

"싫어.. 나는 죽고 싶지 않아.. 내 목숨을 경찰에 맡길수는
없어.."

은식도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은식은 어두운 표
정을 지으며 씁쓸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이젠 내 차례인가? 화석이, 주완이 다음은... 그렇겠지.
나도 그 사이트에 등록을 했는걸... 이제는 내 차례겠지.
그래 맞어.. 이제는 내 차례라구..
내 차례.."

"꼭 그 사이트 때문이라고 생각할수는 없어요.."

은식이의 말을 현미가 가로 막았다. 은식은 사나운 눈초리
로 현미를 노려보았다.

"그 사이트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는 생각할수 없어요.."

현미의 말에 은식은 무섭게 일그러졌다. 너와는 상관없는
이야기인데 왜 끼어드느냐는 표정이었다. 현미는 그런 시선
에도 불구하고 계속 말을 이었다. 나는 끼어들 수가 없었다.

"그런 사이트에 등록했다는 것만으로 사람을 그렇게 죽일수
는 없어요.. 등록자가 어디 사는지 무엇을 하는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어떡게 사람을... 사이트에 너무 얽매어서
생각하느라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고요."

"후후.."

은식이는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아직도 부족한거야? 화석이와 주완이만으로는 부족한거냐
구??"

"그게 무슨 소리에요?"

"지금 현미씨는 경찰이 했을 말만 그대로 하고 있잖아.. 아
직도 모르겠어.. 화석이와 주완이가 죽었어.. 아주 처참하
게.. 우리는 죽음의 문을 두드린거라구.. 죽음의 문을..."

은식이가 떨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미묘하지만... 떨고 있
었다.

"그 사이트에 흥미를 가진 순간.. 그리고 그 사이트에 등록
을 한 순간 이미 죽음의 문턱에 들어선거라구..."

"그런.. 말도 안되는..."

"훗.. 말도 안된다고.. 그럼 내 몸이 이렇게 떨리는 이유는
뭐지?? 누군가 나를 바라보고 있는 듯한 이 느낌은 뭐냐구
?? 난 보여.."

미묘한 떨림이 더욱 거세어 졌다.

"은식아.. 진정해..."

나는 은식이의 등을 도탁거리려고 했다. 은식이는 왼손으로
나의 오른손을 탁 쳤다.

"건드리지마!! 너도 어쩔수 없어... 지혁이 너도 어쩔수 없
다구.. 화석이와 주완이 모두 너 눈 앞에서 사라졌잖아..
이해 못하고 있다는 건 아니겠지? 너가 왜 그 때 죽지 않았
는지.. 너는 아직 죽음을 등록하지 않았기 때문이야.. 그래
서 주완이만 죽게 된거라구..
모른다고 하진 않겠지?? 너도 알고 있잖아. 그 사실을..."

"그만해욧!!"

현미는 날카롭게 소리쳤다. 현미의 말에 은식은 말을 멈추
었다.

나는 다시 며칠전 그때를 떠올렸다. 트럭과 충돌을 하고 몸
이 전혀 움직이지 않았을 때 그 무엇인가가 나에게 다가왔
다. 하지만 나는 죽이지 않았다. 왜?? 정말로 그 사이트에
등록하지 않았기 때문일까?

하지만.. 그 트럭운전사는 왜??

"지혁.. 난 널 잘 알아.. 10년도 넘게 봐 온걸... 이것 하
나만은 충고할께.. 무슨 일이 있어도.. 그 사이트는 잊어
버려.. 알았지?"

앉아 있던 은식은 의자를 빼고 일어났다.

"나 피곤해.. 조금 자야 겠어.."

은식은 좀 전의 그 현미네 오빠방으로 들어가 문을 걸어 잠
겄다. 나는 한참이나 아무말도 할수 없었다. 도무지 무엇이
우리를 이렇게 만들어 버린건지 이해할수가 없었다.

"지혁씨.. 은식씨가 너무 예민해져 있어.. 마치 다른 사람
같아.."

현미의 말에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하지만.. 은식이 말이 정말이라면.. 그렇다면.."

나는 말을 잊지 못했다. 은식이 말은 사실이었다. 나는 화
석이 주완이 그 누구도 구하지 못했다. 눈 앞에서 놓쳐 버
렸다. 그리고 앞으로도 어떤 자신도 없었다. 살인용의자가
되어버리고 친구들을 죽음에 나는 아무것도 할수 없다.

"그런말 하지마.. 그 사이트 나도 등록했는걸..."

현미는 작은 두손으로 탁자위에 올려놓은 나의 두 손을 살
며시 붙잡았다. 따스한 체온이 느껴졌다. 나는 손을 빼려고
했지만 현미는 더욱 꽉 쥐었다.

"설사 은식씨의 말이 맞더라도 나는 지혁씨를 믿어.. 지혁
씨가 나를 지켜줄거라는 것을 믿는다구.."

이것을 프로포즈라고 하는 걸까? 처음이었다.
현미의 작은 입술이 나의 입술로 다가왔다. 나도 모르게 눈
을 감아버렸다. 순간적으로 나의 첫키스가 되어버렸다. 어
떤 생각도 들지 않았다. 감미롭다는 생각이 들 때쯤 현미
의 입술이 나에게서 떨어졌다. 그제서야 나는 감았던 눈을
뜨고 현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빌었다. 이것이 마지막키스가 되지 않기를 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