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시체싸이트 23

농구왕김타자2011.03.18
조회1,165

굵은 빗방울 하나가 차장에 떨어져 둥글게 퍼졌다. 그러더
니 순식간에 엄청난 비가 쏟아져 도로를 적셨다.

[파아아앙~~~]

나는 클략손을 꾹 누르고 앞차를 추월해 나갔다. 온 몸에
힘이 들어가 주체할수가 없었다. 더이상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죽이고 말겠어...'

나는 은식이 집이 있는 골목으로 거세게 핸들을 틀어 올라
갔다. 거대한 2층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가로등도 모두 꺼
져 있었고 커다란 2층집 어느 곳에서도 불빛하나 세어 나오
지 않았다.

나는 조금 멀찍히 차를 멈춰 세우고 시동을 껐다. 빗방울
이 여전히 차장과 차위를 두드렸다.

나는 보조석의 보관함을 열었다. 권총이 눈에 띄었다. 전에
어쩔수 없이 경찰에게 탈취했던 그 총이었다. 나는 권총을
쥐었다. 총알은 여전히 4발이 남아 있있다. 나는 총을 쥔
채 잠시 몸을 시트에 기대고 눈을 감았다.

모든게 꿈이라면.. 하룻밤의 악몽이라면...

눈을 떴다. 하지만 이것은 꿈이 아니었다.

10년간을 같이 지내온 친구들을 왜?? 무슨 이유로??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답을 알아 낼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들어가는 수 밖에 없었다. 답을 얻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귀에서 메아리쳤다. 나는 살며시 몸을
일으켰다. 그 목소리는 분명히 윤미의 목소리였다. 하지만
환청이었다. 너무나도 뚜렷한...

윤미..

'윤미는 아직 살아 있을까?'

내가 조금만 더 일찍 알았다면.. 윤미의 이야기를 조금만
더 신경써서 들었다면..

[번쩌~~~ㄱ]

순간 하늘을 찢을듯 굵은 번개가 내리치며 세상을 순간적
으로 밝혔다. 은식이의 2층집이 마치 괴물의 성처럼 느껴졌다.

나는 차문을 열고 땅에 발을 딛었다. 축축한 비가 온 몸을
적셔왔다.

[딩동딩동~~~]

초인종을 누르자 아무대답도 없없다. 나는 거대한 철문을
살며시 밀었다. 철문은 기괴한 소리를 내면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문은 잠겨 있지 않았다.

나는 돌계단을 올라 정원으로 올라섰다. 비내리는 정원은
너무나 적막했다. 나는 큰 돌로 띄엄띄엄 만들어놓은 길을
통해 정원을 가로질러 집 현관으로 다가갔다. 현관문도 살
며시 열려 있었다. 그 틈으로 집안의 공기가 스며 나왔다.
그리고 문을 여는 순간 그 습한 공기가 나를 습격하듯 덥쳐
왔다. 나는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집안으로 들어갔다.

집안은 더욱 어두웠다. 칙칙한 어둠... 은식의 집은 항상
올때마다 거부감이 느껴졌다. 현대식으로 지어진 2층집..
세식구가 살기에는 무척이나 커다란 집이었다.

단지 그것때문만은 아니었다. 은식이 부모님때문에 몇번 오
지 않았지만 올때마다 영 내키지 않았었다. 지금은 그 정도
가 아니었다.

마치 파충류의 입안으로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집 전체가
마치 거대한 파충류의 입처럼 느껴졌다. 온 몸을 끈적거리
고 축축한 공기가 달라붙는 느낌이었다. 비에 젖은 머리에
서 물이 뚝뚝 떨어졌다.

나는 천천히 집안으로 들어갔다. 신발도 벗지 않은 채 거실
로 올라섰다. 커다란 거실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어둠에
눈이 익숙해지기를 기다렸다. 어둠속으로 그냥 들어간다는
것은 너무나 무모하게 느껴졌다. 나는 벽에 손을 기댄채 어
둠에 익숙해지기만을 기다렸다. 짧은 시간이지만 무척이나
길게 느껴졌다.

뇌속에서는 어딘가에 파묻혀 있는 이 큰집의 내부구조를 조
금이라도 기억해내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했다.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 순간이었다.

[번쩍~~~~]

번개가 작렬했다. 하늘을 찢어내리는 모양이었다. 번개의
엄청난 빛은 거실의 커다란 창을 통해 이 침침한 내부로 파
고 들어왔다.

그리고 이 어둠의 공간의 모든 사물에 잠깐이지만 빛의 윤
곽을 만들어냈다. 그리도 다시 사그러들었다.

그 순간동안 나는 숨이 멎는 공포를 느꼈다. 빛이 만들어
낸 윤곽속에 사람의 모습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거실의 한
복판에 서 있는 사람의 모습이.. 우뚝 서 있는 그것은 정확
히 나를 향해 서 있었다. 나는 하마터면 그자리에 주저 앉
을 뻔 했다. 하지만 간신히 버틸수 있었다.

[꽈아아아아앙]

"누구야~~~"

나는 간신히 입을 벌렸다. 하지만 번개 뒤에 찾아온 커다란
천둥소리에 나의 목소리는 완전히 묻혀 버렸다. 나는 다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은식?"

대답이 없었다. 하지만 나는 그가 은식이 일것이라고 확신
했다. 그 검은 물체는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다. 마치 악마
처럼 움직이지 않고 나를 주시하고 있었다.

도저히 그 자리에 서 있을수가 없었다. 그대로 서 있으면
두려움에 다리가 풀려 주저앉아 버릴것 같았다. 차라리 나
는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 몇 미터도 안되는 거리가 마치
무한한 거리처럼 느껴졌다. 그 검은 물체와 사이의 공간의
무한하게 느껴졌다.

나는 주먹에 힘을 주고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다시 한걸음
앞으로 다가섰다.

[번쩌어어억]

다시 번개가 내리쳤다. 이번의 빛은 그 검은 물체의 얼굴에
윤곽을 들어 냈다. 눈과 입, 그리고 코...

나는 놀라움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주완이였다. 분명히 주
완이였다.

"주완아..."

죽은줄로만 알았던 주완이 내 앞에 서 있었다. 나는 양팔을
벌리고 주완이에게 다가갔다.

"주완아 살아있었구나..."

주완이는 살아있었다. 지금까지 모든 것이 꿈인 모양이었
다. 그랬다.

꿈...

주완이가 살아있으니 모든 것은 꿈일 뿐이었다. 나는 두손
을 주완이의 얼굴쪽으로 향했다. 확인하고 싶었다.

"으으으..."

나는 우뚝 멈추어섰다. 가까이 접근해 주완이의 얼굴이 확
실히 보였을때 나의 입에서는 묘한 비명이 세어 나왔다.

주완의 눈.. 눈이..

눈이 뒤집혀 있었다. 흰자위만 보인채...

"아니야.. 아니야... 주..주완아.."

나는 두 손으로 주완이의 얼굴을 어루만지려고 뻗었다.

[투우우욱~~~~]

나의 손이 차갑고 창백한 주완이의 얼굴에 닿는 순간 주완
이의 머리는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져 바닥에 나뒹굴었다.

[콰아아아앙]

[으아아악~~~]

나의 비명소리는 다시 천둥소리에 묻혀 버렸다. 머리가 터
져버리는 느낌이었다. 머리를 잃은 주완의 몸뚱이는 나무가
쓰러지듯 내 쪽으로 쓰러지고 있었다.

나의 공포는 절정에 달했다. 나는 다리를 주채하지 못한채
뒤로 쓰러지듯 물러났다. 그러면서 나의 손에 옆에 있던 진
열장의 물건들은 모두 바닥에 떨어졌다. 유리로 만들어져
있던 몇개의 조각들이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나는 뒤로 물러서다 중심을 잃고 뒤로 뒹굴었다가 다시 벌
떡 일어나 다시 뒤로 물러났다. 다시 좀 쓰러진 물체가 눈
에 들어왔다. 나를 노려보고 있는 주완의 눈이...

"주....주.. 완..."

사진의 모습그대로였다. 목이 잘린채 찍혀 있던 의 그 사진 그대로였다. 꿈이란 것은 없었다.

[으으으으~~~~]

나는 비명을 질러댔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정말 온 몸
의 피가 토해져 나올것 같았다. 얼마지나자 목에서 비명조
차 나오지 않았다. 정말로 피가 토해져 나올것 같았다. 죽
음의 공포가 바로 이런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로 주
완이가 죽었다. 그렇다면 정말로 은식이.. 나의 머리속에서
복잡한 생각이 춤을 추고 있을 때 귀를 통해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턱~~ 턱~~]

공포는 사람의 신경을 곤두서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분명히 규칙적인 발자국소리가 귀에 들려
왔다.

거실의 중앙에 있는 2층으로 가는 계단으로부터 들려오고
있었다. 나는 몸을 돌려 그쪽을 바라 보았다. 누군가가 2층
에서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다. 그것이 누구인지 잘보지는
않았지만 알수 있을것 같았다.

턱턱소리는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 들려왔다. 점점 가까이
.. 그리고 1층과 2층의 계단 가운데 멈춰섰다.

"은식~~~"

은식이였다. 하지만 이제 그는 내가 알고 있는 은식이 아니
었다.

"지혁!!"

역시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을 지으며 한계단 한계단 내
려오고 있었다. 온 몸의 피가 꺼꾸로 솟았다. 심장에서 강
하게 피를 뿜어내 온 몸으로 신선한 피를 보내려고 했다.

나는 벌떡 일어났다.

'죽어버릴거야~~~'

죽이고 말겠다. 나의 오른손은 허리춤에 꽂아 넣어 두었던
권총으로 향했다. 차가운 금속성 물체가 손끝에 만져졌다.
나의 눈에는 은식이외에는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았다. 도저
히 용서할수 없었다. 영화에서처럼 주변의 모든 것들이 사
라지고 은식만이 있었다. 나는 총을 은식에게 겨누었다.

"도데체 이유가 뭐야?"

나는 무척이나 떨리고 낮은 목소리로 은식을 향해 외쳤다.
방아쇠를 당기기 위해 힘을 주고 있는 오른손가락이 떨려왔
다. 부르르 떨리는 손에 더욱 주었다. 내가 총을 겨누고 있
어서였는지 계단을 내려오는 은식의 동작의 무뎌졌다.

"도데체.. 이유가 뭐냐구!!! 이해 할수가 없어.
도데체 왜? 화석과, 주완이를... 그리고 윤미마저.."

은식은 우뚝 멈추어섰다. 아무말도 없었다.

"윤미는? 죽은건 아니겠지.. 말을 해.. 그렇지 않으면 정말
로 쏠거야!! 죽어버릴거라구!!"

윤미가 떠오르자 더욱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 하마터면 방
아쇠를 당길뻔 했다. 하지만 쉽사리 당길수가 없었다. 은식
이 친구였기 때문도 있었지만 나는 꼭 이유를 알고 싶었다.

"지지~~~"

계단을 내려오던 은식의 발이 꺽이며 앞으로 쓰러졌다. 도
데체 무슨 일인지 알수가 없었다. 나는 순간적으로 움찔했
다. 무엇인가가 완전히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
다. 그것도 아주 심각하게..

"지지...혁~~~아~~~"

은식은 그대로 앞으로 쓰려져 1층바닥에 요란한 소리를 내
며 넘어졌다. 나는 놀라 뒤로 물러서면서 겨누었던 권총을
떨구었다. 앞으로 거세게 넘어진 은식은 마루에서 고통스런
신음소리를 내며 부르르 떨고 있었다.

"이런.. 은식아~~~"

나는 그제서야 은식이 왜 그렇게 고통스러워 하는지 그 이
유를 알수 있었다. 은식이 등 뒤에는 칼이 꽂혀 있었다.

"으으은식아~~~~"

나는 바닥에서 부르르 떨고 있는 은식에게 다가갔다. 다시
머리속은 혼란스러워지고 있었다. 도무지 뭐가 어떡게 돌아
가고 있는지 알수가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점점
더 미궁으로 빠져들고 있는 느낌이었다.

"도데체 어떡게 된거야?"

나는 어찌할바를 몰라하고 있었다. 등에 꽂혀 있는 칼을 빼
야할지 어떡게 해야할지 몰랐다. 나는 은식을 힘겹게 일으
켜 안았다. 칼을 뺄수가 없었다. 겁이 덜컥 났다. 은식은
금방이라도 꺼질듯 가뿐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은식아?"

"지지혁... 미미미안해..."

은식은 다시 요동을 치며 입에서 피를 토해냈다. 왈칵 쏟은
검붉은 피는 입가를 따라 주르르 흘러 내렸다.

"은식아.. 정신차려..."

"나는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너무나 무서워서.. 정말로 미
안해.. 내가 제정신이 아니었어. 너가 우리들한테 그럴리가
없는데. 이런 것을 믿고.. 그러다가 결국 나도 당하고 말았
어.. 그 시체사이.. 우에에엑"

다시 은식은 피를 토해냈다. 어떡게 하지 않으면 금방이라
도 죽을 것만 같았다. 나는 전화기를 꺼내 들었다. 119에
신고를 해야 할것 같았다.

"지지혁아.. 이이이거.. 공원에서 누군가가 나에게 이것을
.. 어떤 남자가 전해주라고 하면서 전해 준거야.."

은식은 힘겹게 자신의 주머니에서 꼬깃꼬깃 접은 메모지를
꺼냈다. 나는 메모지를 받아들고 펼쳤다. 어두워서 잘 보이
지는 않았지만 매우 신경써서 보려고 노력했다.

그 순간 은식이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듯 크게 경련한 후
가뿐 숨을 다시 몰아쉬었다. 눈은 이미 감기고 있었다. 나
는 은식의 떨리는 손을 힘껏 감싸쥐었다. 은식도 반사적으
로 나의 손을 꼭 쥐는 것처럼 느껴졌다.

"지지혁아.. 조심해야해.. 넌 죽으면 안돼.. 알았지?"

서서히 나의 손을 쥐고 있던 은식의 손에서 힘이 빠져나가
고 있었다.

"안돼~~~ 은식아~~~ 죽으면 안돼~~~"

은식의 몸에서 떨림이 멈추었다. 그리고 힘겹게 치켜들고
있던 고개를 바닥으로 떨구었다.

"안돼~~~"

은식은 죽었다. 안된다고 소리쳐도 달라질게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나는 은식과 저만치에 있는 주완의 얼굴을 번
갈아 보았다. 무서웠다.

잠시지만 은식을 의심한 내 자신이 무서웠다. 그리고 은식
을 죽이려고 그에게 권총을 겨누었던 내 모습이 두려웠다.
아무것도 남지않은 절망이 무서웠다.

죽음..

화석, 주완, 은식 모두 죽었다. 그리고 윤미는??

은식의 등에 꽂혀 있는 칼을 잡았다. 섬뜻한 기분이 칼을
잡은 오른손에서 온 몸을 퍼졌다. 나는 칼을 빼주기로 마음
먹었따. 은식의 몸을 빠져 나오는 칼날의 느낌이 온 몸의
신경을 곤두세웠다. 끔찍한 느낌이... 그리고 은식을 마루
에 눕혔다.

나는 칼날을 살펴보았다.

붉은 액체가 예리한 칼날을 타고 내가 붙잡고 있는 칼날의
손잡이로 흘러내려 내 손을 적셨다. 나는 피가 묻지 않은
왼손바닥에 있는 메모지를 다시 쳐다보았다. 궁금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당신 조심해요!
당신의 친구들을 죽인 범인은 바로 지혁이에요.
그가 당신의 친구들을 모두 죽이고 당신도 죽이
려는 거에요. 속지말고 어서 달아나세요.
다시 한번 말하지만 그가 범인이에요!]

정말로 초등학생의 글씨만도 못하게 쓴 글씨로 적혀 있는
내용이었다. 아마도 이 글을 쓴 사람은 왼손으로 쓴 모양이
었다. 자신의 필체를 감추기 위해서.. 공원에서 나를 기다
리고 있는 은식에게 누군가가 전해준 메모지. 이 메모지를
읽은 은식은 아마도 혼란을 느꼈을 것이다.

화석과 주완의 죽음과 누군가가 자신을 노리고 있다는 것들
이 이 메모의 내용처럼 내가 마치 모든 일을 꾸민것이라고
생각하게 만들었던 것이 틀림없었다. 내가 은식을 의심했
던 것처럼..

그래서 은식은 그 누군가의 의도대로 나를 만나지 않고 집
으로 도망쳤고, 여기서 당하고 말았다. 그리고 내가 공원에
서 은식을 기다리는 순간 윤미마저 납치해버렸다.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처럼.. 어떤 것도 틀리지 않고...
척척 해나가는 것 같았다. 두려움이 밀려왔다.

아직 그 놈이 이 집에 있는 것이 아닐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은식이 등에 칼을 찔린 것은 얼마되지 않은 듯 했
다. 그렇다면..

나는 칼날에 비친 나의 얼굴을 들여다 보았다. 아무것도 하
지 못하고 친구들의 죽음에 어떤 것도 할수 없었던 비참한
나의 얼굴을... 갑자기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었다.

[번쩍~~~~~]

여전히 하늘은 요란했다. 번개의 불빛은 이 공간에 잠시지
만 찬란할 정도의 빛을 만들고 사라졌다.

[덤벼~~~ 덤벼~~~]

나는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며 어디선가 나를 보고 있을
지도 모르는 존재에게 소리쳤다.

[으아악~~~ 덤벼봐~~~ 나는 끝까지 살아남아 줄테니깐...
으아아아악~~~~]

절규했다. 나는 2층계단으로 올라갔다. 2층에는 방이 두개
가 있었다. 은식이 방과 창고로 쓰고 있는 방. 나는 문이
훤히 열려 있는 은식이의 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침대 머리
맡에 있는 커다란 창에서 엄청난 바람이 방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그러면서 꽤나 요란하게 커텐을 펄럭거리게 만들고
있었다. 전에 은식이가 창을 보며 은식이가 했었던 말이 떠
올랐다.

 

고등학교때 은식이가 했던 말이었다. 물론 그 후에 은식이
부모님께서는 은식이가 그 창을 통해 집을 빠져나가 우리랑
어울리는 것을 싫어하는 나머지 방범창살을 설치했었던 적
도 있었다. 지금은 물론 치웠지만 말이다.

은식을 살해한 놈은 분명히 저 창으로 빠져 도망친 것이 분
명했다. 모든 것을 다 알고.. 그 놈이 어떤 녀석인지 몰라
도 우리에 대해 너무나 많은 것을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

"제길.."

그 창 밖에서 테라스로 떨어지는 빗소리와 함께 자극적인
소리가 섞여서 들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다시 귀를 기
울였다.

[위오위오~~~]

사이렌 소리였다. 희미하지만 경찰차의 싸이렌 소리가 분명했다..

그 희미한 소리와 함께 주변의 모든 상황들이 머리속에 각인되
었다. 경찰이 오고 있었다. 지금 모든 상황이라면... 그랬다.

내가 살아남아 있는 이유..
한가지 의문이 풀렸다. 그 날 도로에서 사고나 꼼짝도 하지
못하는 나를 살려두었던 것은 바로 이 이유때문이었을까?
이 모든 것들이 내가 한 것이 되어버리는 것이었다. 아마도
은식을 살해한 녀석은 태연히 경찰에 신고를 했을 것이다.

바로 이것을 노리고. 지금 이곳에 있는 주완과 은식의 시
체.. 그리고 나.. 어쩌면 모든 것들이 이것을 위해 착착 진
행되었을지도 모른다.

갑자기 몸이 떨려오고 시작했다. 모든 상황이 완벽하게 나
를 지옥으로 몰아가고 있었다. 두려움때문에 의식에 혼란이
왔다. 어떡게 해야될지 도무지 머리속에 떠오르지 않았다.
점점 더 싸이렌 소리가 가까워 지고 있었다.

그 때였다. 뒷주머니에 있는 핸드폰이 울렸다. 나는 핸드폰
소리에 흠칫 놀랐다.

이 상황에서 울리는 핸드폰 소리의 정체가 의심스러웠다.
무엇인가 꺼림찍한 느낌이 몸을 휘감아 돌았다. 핸드폰 소
리가 이렇게 공포스럽게 들린것은 처음이었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을 감싸쥐었다. 핸드폰은 어서
받아라는 듯 요란하게 울렸다.

나는 천천히 플립을 열고 귀에 핸드폰을 가져갔다. 잠시 숨
을 고른후 입을 열었다.

"여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