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떨리는 목소리가 핸드폰에 전해졌으리라 생각되었다. 나는 잡음속에서 혹시나 어떤 다른 소리가 들릴지 모른다는 생각에 귀를 기울였지만 뚜렷하게 다른 소리는 들려 오지 않았다.
[지혁?]
잡음과 함께 나의 이름이 터져 나왔다. 이런 상황이 아니었 다면 무척이나 우습게 들렸을지도 모르는 목소리였다. 마치 코를 막고 최대한 목소리를 깔고 내는 목소리처럼 느껴졌 다. 나는 이런 생각을 하면서 나의 이름을 말하는 상대방 의 정체를 알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쉽사리 떠오른 사람 은 없었다. 내가 화석의 전화를 쓰고 있다는 아는 사람중에 살아 있는 사람은 윤미뿐이었다. 그 외의 인물이라면.. 역시 그 녀석밖에 없다고 생각되었다. 시체사이트를 만든 녀석.. 나에 대한 아니 모든 것을 손바닥안에 쥐고 흔들고 있는 바로 그 녀석.
"넌 누구야?"
나는 용기를 내 큰소리로 말했다.
[후후.. 아직도 나를 모르는거야?]
"너지.. 화석이랑 주완, 은식을 죽인 녀석이? 바로 너지?"
[음..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할수 있지..]
"너 도데체 뭐야? 정체가 뭐냐구?"
[지금은 그게 중요한게 아니야.. 아직 게임은 끝나지 않았 어.. 경찰이 들이닥치고 있는거 아냐? 소리가 나는걸..]
맞았다. 사이렌소리는 이제 확연히 들려오고 있었다. 아마 도 큰길 사거리에서 이쪽으로 향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후후. 궁금하겠군. 어떡게 알고 경찰이 들이닥쳤는지를.. 당연히 내가 신고를 했지.. 각본대로.. 이로써 너는 그 죄 없이 죽은 운전기사를 죽인 살인범뿐만 아니라 10년 넘게 사귄 친구들을 죽인 살인마가 되는 거야..]
"너.. 너.. 너.."
녀석은 나를 완전히 농락하고 있었다. 친구들은 죽인이라는 말을 할때는 아주 한음절씩 딱딱 끊어 말하며 자신이 죽였 다는 것을 과시라도 하는 듯 했다. 나는 분노가 치밀어 올 라 제대로 말도 나오지 않았다.
"죽여버릴거야.. 너.."
[후후.. 그런말 할 처지가 되는지 모르겠군.. 꼭 너의 소원 대로 되길 바랄께..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도망쳐야 겠지. 조심해.. 경찰도 흥분되어 있는 상태라고 며칠째 너를 잡기 위해 혈한이 되어 있는 상태야..]
"닥쳐.."
나는 이 미치광이 살인마가 나를 위하는듯한 말을 하면서 비아냥거리는 것을 잘라 버렸다.
[후후.. 좋아..]
문득 윤미가 떠올랐다. 그녀는 어떡게 되었을까?
"윤미는?? 윤미는 어떡게 된거야?"
[아.. 글쎄.. 이미 죽음의 사이트에 등록한 이상 피해갈수 는 없겠지.. 흐흐흐..]
"너너..."
나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모든 피가 얼굴로 몰려 아마도 거울을 보면 얼굴이 싯벌겋게 달아올랐을 것이다.
[어서 도망치라구.. 계단으로 지하로 내려가면 차고가 나올 거야.. 그 쪽문을 통해 나가면 아마 너가 새워놓은 차가 나 올걸.. 그 차를 타고 도망치면 될거야.. 이제 그만 끊어야 겠어.. 계속 붙잡아 놓으면 도망칠 기회를 잃을 것 같아서 말이야.. 그리고 한가지 더 사살되지 않케 조심하라구..]
나는 무슨 말을 해주고 싶었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 리고 욕이라도 퍼주어야 겠다고 생각했을때는 이미 핸드폰 은 끊어진 상태였다. 나는 너무나 화가 난 나머지 핸드폰 을 벽에 집어 던졌다. 벽에 부딪힌 핸드폰은 박살이 나버렸다.
이 녀석은 모든것을 훤히 내다보고 있었다. 도데체 어떡게 이런것이 가능한 것인지 궁금했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생각 할 겨를이 없었다. 점점 사이렌 소리가 커지고 있었다. 도 망쳐야 했다. 나는 은식의 방에서 나와 계단을 통해 1층으 로 내려갔다.
나는 다시 지하로 통하는 계단으로 내려가려다 말고 거실에 놓여 있는 권총을 보았다. 엄청난 피를 쏟은 채 죽어있는 은식의 옆에 권총이 놓여 있었다. 나는 주저하다가 그 권총을 집어 들고 다시 그 계단으로 더 내려갔다. 계단을 통해 내려가자 사이렌 소리가 조금은 멀어졌다. 이곳은 더욱 어두었다. 완전히 암흑이었다.
계단을 다 내려가자 문이 하나 나왔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지하실 특유의 습한 공기의 냄새가 치밀었다. 그래도 이 창고같은 방에는 푸르스름한 비상등이 하나 커져 있었다. 전기가 나가도 아마 몇시간은 들어오게끔 만들어진 모양이었다. 벽을 빙 둘러 놓여진 선반에는 온갖 잡동사니들이 놓여져 있었다. 그리고 내가 들어온 문 반대편 쪽에 다시 문이 하나 있었다.
나는 그 문을 통해 창고를 빠져 나갔다. 차고 였다. 다시 싸이렌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꽤나 넓직한 차고는 충 분히 차 2대가 들어가고도 여유공간이 있을법 했다. 하지만 차는 한대도 없었다. 그도 그럴것이 은식이 아버지의 차는 나에게 그리고 어머니의 차는 지금쯤 아마도 은식이 어머니 가 다니는 병원 지하주차장에 있을 것이다.
차고의 문은 자동으로 개폐되는 셔터문과 그 옆에 조그맣게 사람만이 출입할수 있는 문으로 되어 있었다. 나는 그 문을 통해 빠져 나갔다. 그러자 밖이 나왔다. 싸이렌 소리는 비 탈길 밑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이미 경찰의 무리는 큰길에 서 골목길로 들어선 모양이었다. 시간이 없었다.
밖으로 나온 나는 차쪽으로 뛰었다. 차문을 여는 것과 동시 에 운전석에 미끄러지듯 올라타 빠르게 시동을 걸었다. 시 동을 걸면서 룸미러로 뒤를 주시했다.
약간 커브가 있는 오르막길이었기 때문에 아직까지 경찰차 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점점 더 사이렌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오고 있었다.
나는 기어를 주행으로 바꾸고 악셀을 밟았다. 이 고급승용 차는 오토이었기 때문에 운전하는데 크게 어려움이 없었다. 게다가 나는 운전을 하는것에는 자신이 있었다. 비에 젖은 땅에서 악셀을 거세게 밟자 뒷바퀴가 잠시 요란한 소리를 내며 헛회전을 하는 듯 하더니 앞으로 튕겨지듯 나갔다.
나는 다시 룸미러를 힐끗 보다가 드디어 보이기 시작한 경 광등 불빛에 뒤를 돌아 보았다. 순간적으로 커브를 돌아온 경찰자는 1500cc 승용차를 개조한 경찰차 2대와 승합차를 개조한 경찰차 2대해서 모두 4대가 눈에 띄었다. 출동한 이 원이 못되도 30명은 넘어 보였다.
차는 오르막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은식이 집 위쪽길로는 한번도 가본적이 없지만 차를 돌려 밑으로 내려가 큰길로 나갈수는 없었다. 나는 무작정 언덕위로 차를 모는 수 밖에 없었다. 앞 쪽에 약간 완만한 커브가 나타났다.
나는 약간 속도를 줄이며 룸미러를 힐끔 보았다. 한대의 경 찰차에서 4명의 경찰이 내리고 있었다. 나는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어 보려고 했다.
하지만 그럴 틈을 주지 않았다. 전방을 한번 힐끔 주시한 후 다시 룸미러를 본 순간 경찰중의 한명이 손가락의 막 커 브를 돌고 있는 내 차를 가리켰다. 아마도 들킨 모양이었다.
"제길..."
차는 커브를 돌았기 때문에 더이상 그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요란한 사이렌소리가 나에게서 멀어지지 않는 것을 보면 아마도 나를 추적하기 시작한 모양이었다.
언덕을 따라 담이 무척이나 높은 큰집들이 계속 이어졌다. 나는 언덕을 계속 무척이나 빠른 속도로 달렸다. 여전히 비 가 유리창을 세차게 때리고 있었기 때문에 와이퍼를 빠르게 작동시켰다. 와이퍼는 힘겹게 차창에 훑으면서 빗줄기를 닦 고 있었지만 그렇게 시야는 좋지 않았다.
계속된 언덕은 정상에 다다랐다. 나는 다시 뒤를 보았다. 한대의 승합경찰차를 뺀 3대의 경찰차들이 내 뒤를 따르고 있었다. 나는 무척이나 빠른 속도로 질주하고 있었지만 그 들과의 간격은 벌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점점 더 가까워지 고 있는 기분이었다.
나는 더욱 악셀을 밟았다. 언덕의 정상 다음은 당연히 내 리막길이었다. 약간은 완만한 커브를 그리고 있는 길을 따 라 내려가면 큰길이 나올거라고 생각되었다.
[부아아앙]
나는 내리막에서도 악셀을 밟았다. 내리막길에서 밟은 악 셀은 중력에 의해 더욱 힘을 발휘했다. 엄청난 가속력으로 거의 튀어나가듯이 미끄러져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 동네 의 집들이 대부분 집안에 주차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길 가에 차들이 없는 것이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그렇 지 않았다면 이렇게 엄청난 속도로 질주하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룸미러를 힐끔 보았다. 3대의 차들도 내리막을 엄청난 속도로 기세좋게 내려오고 있었다. 그들도 필사적이긴 마찬 가지인 모양이었다.
잠시 룸미러를 주시하는 동안 곡선길이 나타났다. 오르막길 에서 나타난 곡선길보다 더욱 빠르게 다가왔다. 높은 담이 순간적으로 눈 앞에 나타난 기분이었다. 나는 너무나 놀란 나머지 악셀에서 발을 떼면서 브레이크를 거세게 밟으며 핸 들을 틀었다.
타이어에서는 찢어질듯 비명을 질렀지만 탄력을 받은 차는 옆으로 돌면서 빗길에 미끄러지고 있었다. 나는 있는 힘껏 핸들을 돌렸다.
[콰아아앙~~~~]
차의 뒤쪽의 트렁크 부분이 벽과 요란한 소리를 내며 부딪 히면서 충격을 전달했다. 몸이 한번 요란하게 운전석시트에 서 튀어 올랐다. 하지만 완전히 핸들을 잃지는 않았다. 나 는 바로 핸들을 똑바로 잡고 다시 악셀을 밟았다.
"휴우~~~"
진땀이 흘렀다. 곡선길 다음에는 쭉 이어진 직선 내리막이 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큰길이 보였다. 저 길로 빠져 나가 이 도시에서 일단은 도망쳐야 한다고 생각되었다.
"너무 덥군.."
나는 여유를 가지려고 노력하면서 에어컨을 틀었다. 시원 한 공기가 온 몸을 적셔왔다. 고급승용차라서 그런지 냉방 시설이 무척이나 잘 되어 있었다. 나는 다시 앞을 주시하고 핸들을 다 잡았다. 절대 잡힐수는 없었다.
경찰차들도 곡선길을 돌아 여전히 나를 추적하고 있었다. 그들은 절대 놓칠수는 없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는 모양이 었다. 이런 일에 익숙해서인지 좀처럼 거리차는 멀어지지 않았다.
한대의 차가 맞은편에서 올라오고 있었다. 전조등의 불빛 이 보였다. 그 차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 맹렬한 속도로 내 리막을 내려오고 있는 내차와 그 뒤를 쫓아오고 있는 경찰 차 3대를 보고 놀랬는지 올라오는 속도를 늦추었다. 나는 더욱 빠르게 악셀을 밟았다.
[아아~~ 앞에 가는 5459차량 멈춰!! 5459 차를 멈춰!! 다시 반복한다.. 멈추지 않으면 발포하겠다.]
마이크에서 터져나온 목소리였다. 무척이나 고압적이고 우 렁한 목소리였다. 창을 닫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크게 들 려왔다. 이 목소리가 굵직한 남자는 발포라는 단어에 더욱 힘을 주고 말했다.
[아아.. 다시 한번 말한다. 5459.. 차를 멈춰라.. 그렇지 않으면 발포하겠다..]
두번의 경고가 이어졌다.
"쳇.. 쏠테면 쏴보라구.."
나의 차는 올라오는 있던 차를 스치듯 지나갔다. 나는 충분 히 넉넉하게 빠져나가리라고 생각했지만 두 차의 빽미러가 서로 부딪히면서 빠삭 소리를 내며 부셔졌다.
나는 뒤를 힐끔 보았다. 부셔진 빽미러가 공중으로 붕 날아 오르는 듯 싶더니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곧장 뒤에 서 쫓아온 자동차의 바퀴에 완전히 산산조각이 났다.
내리막길이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큰길이 눈에 확연히 보 이기 시작했다. 큰길로만 나가면 이 고급승용차의 성능을 백분발휘해서 따돌릴수 있을 것 같았다. 뒤에서 쫓아오는 경찰자들도 그것을 눈치챘는지 더욱 요란하게 확성기에대고 멈추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나는 다시 룸미러로 뒤를 힐끔 보았다. 제일 앞에서 쫓아 오던 경찰차의 보조석쪽 창으로 한남자의 얼굴이 힐끔 보 였다. 창을 내리고 얼굴을 밖으로 내민 모양이었다. 무엇을 하려고 하는 거지??
내가 의문을 가진 순간 나는 악셀을 더욱 거세게 밟았다. 정말로 총을 쏠 모양이었다.
나는 정면을 주시하면서 다시 룸미러를 확인했다. 확성기 에서는 여전히 멈추라는 단어와 발포한다는 단어가 섞여서 나에게 혼란을 주고 있었다. 창밖으로 고개를 내민 남자는 오른손으로 권총을 들고 나의 차를 조준하고 있었다.
[타아앙~~~~]
요란한 소리와 들려왔다. 나는 그 소리와 거의 동시에 목을 최대한 움추렸다. 아마 반사적이라고 해야 맞는 말일 것이다.
"제길.. 진짜 쏘잖아.."
정말로 쏘고 있었다. 다시 총성이 울렸다. 이번에는 차의 뒷부분의 어딘가에 맞았는지 투웅하는 소리가 차 안에 울 려퍼졌다. 나는 총성에 맞추어 몸을 최대한 움추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씨팔.. 타이어가 터지면 끝장이야.."
나는 소리를 내질렀다. 하지만 다행히도 타이어는 이상이 없는 듯 차는 잘 달렸다. 이제 골목길을 다 내려와 큰길로 접어 들고 있었다.
[와자장창~~~]
총성과 동시에 뒷쪽 유리창이 완전히 박살이 나는 소리와 동시에 앞 유리창에 구멍이 뚫렸다. 나는 그것이 총구멍이 라는 것을 확실히 알수가 있었다. 총구멍는 바로 내 머리의 옆 20CM정도를 지나 앞 유리창의 동그란 원형의 만들어 낸 것이었다.
"정말로 날 죽일 모양이군 씨팔...." 큰길로 들어선 차는 한번 비틀거리는 듯 했지만 이내 중심을 잡았다. 경찰차들도 요란한 타이어와 지면의 마찰소리를 내면서 커브를 틀면서 골목길에서 큰길로 튀어 나오고 있었다. 나는 연신 룸미러로 뒤쪽 상황을 확인하면서 있는 힘껏악셀을 밟았다.
[정지해!! 정지!!]
여전히 확성기를 통해 요란하게 정지하라고 외치고 있었다.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내가 몰고 있는 차에 발포를 한 경 찰은 거리가 멀어지고 다른 차들이 왔다갔다 하는 큰길로 나오자 고개를 집어 넣고 발포를 포기한듯 했다.
나는 모든 차선을 오가며 차들 사이를 비집으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오른발로는 거세게 악셀을 밟았고 왼손으로는 앞 에 있는 차들에게 주위를 주기위해 연신 클략손을 눌러댔다.
[빵~~ 빵~~]
나는 아슬아슬하게 쥐색 지프차의 왼쪽으로 비켜서면서 앞 으로 치고 나갔다. 지프차의 운전자도 내차에게 신경질적 으로 클략숀을 울려대면서 뭐라고 하는 듯 했지만 나는 별 로 신경쓰지 않았다. 오직 지금 신경쓰이는 것은 뒤에서 끈 덕지게 달라붙는 경찰차를 어떡게 따돌려야 하는가의 문제 였다.
빗길이어서 그런지 도로의 차들은 꽤나 굼뜨게 가고 있었 다. 나는 속도계를 보았다. 나는 그 차들이 느리게 가고 있 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속도계는 120km를 가리키 고 있었다.
나는 다시 룸미러를 힐끗 돌아보았다. 경찰차들은 여전히 요란하게 경광등을 돌리고 싸이렌을 울리며 쫓아오고 있었 다. 하지만 기동성이 떨어지는 승합차는 이미 뒤쳐진 듯 2대의 경찰차만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더욱 악셀을 밟았다. 멀리 사거리가 눈에 들어왔다. 저 사거리를 지나 조금만 더가면 시를 빠져나가 국도로 빠 져 나갈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면 경찰의 추격권을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더욱 악셀을 밟았다. 사거리까지는 약 100m가 남은 상 태였다. 그 때 파란 신호등이 순간 노란색으로 바뀌고 있었 다. 정지신호가 들어오려는 모양이었다.
낭패였다. 나는 정지할수가 없는 상태였다. 살인범으로 몰 려 경찰의 총격까지 받으며 도주하는 상태에서 신호를 지 킬수는 없는 일이지 않은가?
앞서 달리던 몇대의 차들의 뒤꽁무니에서 제동등이 들어오 면서 일제히 속도가 감소했다. 그와 동시에 빨간불이 들어 왔다.
[빠아아앙~~~]
나는 연신 경적을 울리며 길을 비키라는 신호를 보냈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차들은 속도를 줄이며 사거리에서 멈추 기 시작했다.
나는 하는수 없이 브레이크를 밟기 시작했다. 100Km가 넘 는 속도에서 갑자기 감속하려고 하자 타이어에서는 비명을 질러댔고 차는 미끄러졌다. 나는 하는수 없다고 생각했다. 좌회전을 받기 위해 왼쪽 깜빡이를 키고 있는 1차선에는 한 대의 승용차만이 정지해 있었고 2차선에는 직진신호를 받기 위해 3대의 승용차가 정지해 있었다. 나는 핸들을 1차선으 로 틀었다. 그리고 다시 악셀을 거세게 밟았다.
1차선과 2차선에 서 있는 승용차사이로 돌파할 생각이었다. 나는 나로 인해 날벼락을 당해게 될 운전자들에게 조금이 나마 경고를 주기 위해 클략손을 힘껏 누르면서 두 차 사이 로 차를 몰았다. 다행히 두 대의 차는 조금 넓게 사이가 벌 어져 있었다.
나는 충돌직전에 눈을 감았다. 콰아앙하는 소리와 함께 차 가 요란하게 덜컹거렸다. 나는 몸이 튀어 천장에 머리를 살 짝 부딪혔지만 아픈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빠아아앙앙~~~~~]
내 차는 두대의 차사이을 뚫고 사거리안으로 돌진했다. 내 차의 양쪽 본내트는 두 차들과 부딪혀 심하게 찌그러져 있 었다.
사거리에 들어서자마자 반대편차선에서 신호를 받고 좌회전 하는 차가 눈에 들어왔다. 그 차의 운전자는 갑자기 차가 자신에게 돌진하자 피하기 위해 브레이크를 밟았다. 하지만 이미 내 차의 본테트는 그 차의 오른쪽면을 들이 받으려 맹 렬하게 돌진하고 있었다. 그래도 나는 그 차의 보조석에 아 무도 타고 있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 만약에 그 보조석에 누군가가 타고 있었다면 나는 어쩔수 없이 그 사람을 죽게 만들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나는 충격에 대비하기 위해 이 를 악물고 온 몸에 힘을 주었다.
[꽈아아아앙]
이번에는 무척이나 요란하게 부딪혔다. 나는 완전히 그 차 의 오른쪽면을 정확하게 들이 받았기 때문이었다. 나에게 받힌 차는 충격에 부웅하면서 옆으로 들렸다. 나는 제발 나 에게 받힌 자동차의 운전자가 안전벨트를 매고 있기를 바랬 다. 내차도 앞이 완전히 움푹 찌그러 들면서 본네트뚜겅이 들리고 라디에디터가 터졌는지 연기까지 나는 것 같았다.
나는 나에게 받혀 완전히 옆으로 서버린 차를 다시 한번 밀어 붙였다. 차체가 길바닥에 긁히는 소리와 함께 그 차 는 옆으로 빙글 돌면서 나에게 앞을 열어주었다. 나는 다시 악셀을 밟고 사거리를 빠져 나왔다.
이제는 앞이 훤하게 뚤려 있었다.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사거리는 완전히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사방에서 경적소리 와 경찰차의 사이렌소리가 울려퍼지고 있었고 경찰차들은 나에게 받힌 차들사이에 끼어 꼼짝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그제서야 고개를 앞으로 돌리고 자세를 바로 잡았다. 입에서는 저절로 한숨이 새어 나왔다. 고급승용차라서 그런 지 그런 큰 충격이 있은 후에도 여전히 잘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꽤나 요란한 소음이 들려왔다. 충돌때 찌그러진 본 네트에서 나는 소리같았다. 뒷유리창과 앞창도 거의 박살이 난 상태여서 빗소리까지 확실히 들려왔다.
나는 여전히 빠른 속도로 다른 차들을 추월하면서 길을 내 달렸다. 이대로 5분만 더 지나면 이 도시를 빠져 나가 일단 은 다른 곳으로 도망칠수 있었다.
하지만. 그 다음에는..
나는 지금 나에게 벌어진 일들을 정리했다. 경찰들은 나에 게 총까지 쏘면서 달려들었다. 그들은 이미 나를 완전히 범 인을 몰아버렸고 게다가 다분히 위험한 인물로 생각하고 있 음이 분명했다. 나는 허리춤에 꽂아 놓은 권총을 티셔츠위 로 만져 보았다. 여전히 나의 허리춤에 있었다.
"제길..."
이제는 한가지 방법밖에 없었다. 나를 이렇게 만들어버린 그 놈을 내 손으로 잡는 방법밖에는... 그래서 나의 결백 을 증명해야 했다.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화석, 주완, 그리 고 은식을 죽인 그 녀석을 내 손으로 꼭 죽이고 말겠다고 다짐했다. 갑자기 윤미가 떠올랐다. 그녀는 어떡게 되었을까?
윤미를 납치해간 녀석도 바른 그 놈일까? 윤미도 시체사이 트에 등록했다는 이유로 납치해간 것일까? 그렇다면 윤미도. .. 다른 녀석들처럼 죽게 되는 걸까?
갑자기 분노가 슬픔으로 바뀌었다. 나를 이렇게 만든 녀석 을 죽이고 말겠다는 분노에서 이런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 빠져들어 버린 나에 대한 슬픔이 밀려왔다. 그리고 곧 슬픔 은 공포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 점점 더 막막해져 가기만 하는 현실이 두려웠다.
차라리 죽는게 편할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돼~~"
나는 고개를 거세게 흔들었다. 나약해지면 안된다고 생각 했다. 그리고 아직 윤미의 죽음을 확인한 것은 아니었다. 그전까지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포기해서는 안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어디선가 아직도 윤미가 나에게 구조를 요 청하고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는 은식이집에서 도망치기 전에 나에게 걸려왔던 괴전화 에 대해 떠올렸다. 그 전화를 걸었던 놈이 바로 이 모든 것 을 계획한 녀석이 틀림없었다. 코를 막고 마치 장난을 치는 듯한 목소리로 나를 조롱하고 있었다. 그 놈은 마치 이런 상황을 즐기기나 하는 듯 했다. 소름이 끼쳤다.
"아냐아냐~~~"
나는 다시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일단 감정을 배재하고 생각해야 했다. 분명히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남자였다. 코 를 막고 자신의 목소리를 들키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했지 만 분명히 남자목소리였다.
에어컨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지 차안이 약간 더워졌다. 나 는 창문을 내렸다. 굉장한 바람이 차안으로 들어왔다. 비도 섞여서 안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개의치 않았다. 어차피 젖 을만큼 젖은 상태였고 비가 적시자 더욱 정신이 말짱해지는 것 같았다. 나는 잠시 바람을 맞은후 다시 생각에 잠겼다.
나는 핸드폰을 던져서 부셔버린것을 후회했다. 나에게 한번 전화가 걸려왔다는 것은 또 다시 올수 있는 확률이 있다는 것일텐데..
아쉬웠지만 하는수 없었다. 나는 조금더 생각했다. 목소리 를 변조하기 위해서 노력했다는 것은 정말로 목소리가 그런 녀석이 아니라면 이유가 있을 것 같았다.
첫째로 매우 일련의 모든 것을 계획한 녀석치고는 매우 소 심한 녀석이던지 아니면 그 녀석의 목소리를 내가 들으면 충분히 알수 있을 만한 녀석이기 때문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리고 두번째의 이유가 더욱 와 닿았다.
윤미말대로 내 주변에 있는 녀석이 틀림없었다. 아니 내 주 변에 있는 녀석이 아니더라도 내가 한두번쯤은 그 목소리를 들었던 녀석일것이라고 생각되었다. 하지만 너무 선택의 폭 이 넓었다.
"아차.. 그거야.."
나는 문득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정말로 그것만 밝혀 낸다 면 희미하지만 그녀석이 누구인지 알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어딘가로 피신해야 했다.
<펌> 시체싸이트 24
"여보세요?"
나의 떨리는 목소리가 핸드폰에 전해졌으리라 생각되었다.
나는 잡음속에서 혹시나 어떤 다른 소리가 들릴지 모른다는
생각에 귀를 기울였지만 뚜렷하게 다른 소리는 들려 오지
않았다.
[지혁?]
잡음과 함께 나의 이름이 터져 나왔다. 이런 상황이 아니었
다면 무척이나 우습게 들렸을지도 모르는 목소리였다. 마치
코를 막고 최대한 목소리를 깔고 내는 목소리처럼 느껴졌
다. 나는 이런 생각을 하면서 나의 이름을 말하는 상대방
의 정체를 알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쉽사리 떠오른 사람
은 없었다. 내가 화석의 전화를 쓰고 있다는 아는 사람중에
살아 있는 사람은 윤미뿐이었다. 그 외의 인물이라면..
역시 그 녀석밖에 없다고 생각되었다. 시체사이트를 만든
녀석.. 나에 대한 아니 모든 것을 손바닥안에 쥐고 흔들고
있는 바로 그 녀석.
"넌 누구야?"
나는 용기를 내 큰소리로 말했다.
[후후.. 아직도 나를 모르는거야?]
"너지.. 화석이랑 주완, 은식을 죽인 녀석이? 바로 너지?"
[음..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할수 있지..]
"너 도데체 뭐야? 정체가 뭐냐구?"
[지금은 그게 중요한게 아니야.. 아직 게임은 끝나지 않았
어.. 경찰이 들이닥치고 있는거 아냐? 소리가 나는걸..]
맞았다. 사이렌소리는 이제 확연히 들려오고 있었다. 아마
도 큰길 사거리에서 이쪽으로 향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후후. 궁금하겠군. 어떡게 알고 경찰이 들이닥쳤는지를..
당연히 내가 신고를 했지.. 각본대로.. 이로써 너는 그 죄
없이 죽은 운전기사를 죽인 살인범뿐만 아니라 10년 넘게
사귄 친구들을 죽인 살인마가 되는 거야..]
"너.. 너.. 너.."
녀석은 나를 완전히 농락하고 있었다. 친구들은 죽인이라는
말을 할때는 아주 한음절씩 딱딱 끊어 말하며 자신이 죽였
다는 것을 과시라도 하는 듯 했다. 나는 분노가 치밀어 올
라 제대로 말도 나오지 않았다.
"죽여버릴거야.. 너.."
[후후.. 그런말 할 처지가 되는지 모르겠군.. 꼭 너의 소원
대로 되길 바랄께..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도망쳐야 겠지.
조심해.. 경찰도 흥분되어 있는 상태라고 며칠째 너를 잡기
위해 혈한이 되어 있는 상태야..]
"닥쳐.."
나는 이 미치광이 살인마가 나를 위하는듯한 말을 하면서
비아냥거리는 것을 잘라 버렸다.
[후후.. 좋아..]
문득 윤미가 떠올랐다. 그녀는 어떡게 되었을까?
"윤미는?? 윤미는 어떡게 된거야?"
[아.. 글쎄.. 이미 죽음의 사이트에 등록한 이상 피해갈수
는 없겠지.. 흐흐흐..]
"너너..."
나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모든 피가 얼굴로 몰려 아마도
거울을 보면 얼굴이 싯벌겋게 달아올랐을 것이다.
[어서 도망치라구.. 계단으로 지하로 내려가면 차고가 나올
거야.. 그 쪽문을 통해 나가면 아마 너가 새워놓은 차가 나
올걸.. 그 차를 타고 도망치면 될거야.. 이제 그만 끊어야
겠어.. 계속 붙잡아 놓으면 도망칠 기회를 잃을 것 같아서
말이야.. 그리고 한가지 더 사살되지 않케 조심하라구..]
나는 무슨 말을 해주고 싶었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
리고 욕이라도 퍼주어야 겠다고 생각했을때는 이미 핸드폰
은 끊어진 상태였다. 나는 너무나 화가 난 나머지 핸드폰
을 벽에 집어 던졌다. 벽에 부딪힌 핸드폰은 박살이 나버렸다.
이 녀석은 모든것을 훤히 내다보고 있었다. 도데체 어떡게
이런것이 가능한 것인지 궁금했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생각
할 겨를이 없었다. 점점 사이렌 소리가 커지고 있었다. 도
망쳐야 했다. 나는 은식의 방에서 나와 계단을 통해 1층으
로 내려갔다.
나는 다시 지하로 통하는 계단으로 내려가려다 말고 거실에
놓여 있는 권총을 보았다. 엄청난 피를 쏟은 채 죽어있는
은식의 옆에 권총이 놓여 있었다. 나는 주저하다가 그 권총을
집어 들고 다시 그 계단으로 더 내려갔다. 계단을 통해 내려가자
사이렌 소리가 조금은 멀어졌다. 이곳은 더욱 어두었다. 완전히
암흑이었다.
계단을 다 내려가자 문이 하나 나왔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지하실 특유의 습한 공기의 냄새가 치밀었다. 그래도 이 창고같은
방에는 푸르스름한 비상등이 하나 커져 있었다. 전기가 나가도
아마 몇시간은 들어오게끔 만들어진 모양이었다. 벽을 빙 둘러
놓여진 선반에는 온갖 잡동사니들이 놓여져 있었다. 그리고 내가
들어온 문 반대편 쪽에 다시 문이 하나 있었다.
나는 그 문을 통해 창고를 빠져 나갔다. 차고 였다. 다시
싸이렌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꽤나 넓직한 차고는 충
분히 차 2대가 들어가고도 여유공간이 있을법 했다. 하지만
차는 한대도 없었다. 그도 그럴것이 은식이 아버지의 차는
나에게 그리고 어머니의 차는 지금쯤 아마도 은식이 어머니
가 다니는 병원 지하주차장에 있을 것이다.
차고의 문은 자동으로 개폐되는 셔터문과 그 옆에 조그맣게
사람만이 출입할수 있는 문으로 되어 있었다. 나는 그 문을
통해 빠져 나갔다. 그러자 밖이 나왔다. 싸이렌 소리는 비
탈길 밑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이미 경찰의 무리는 큰길에
서 골목길로 들어선 모양이었다. 시간이 없었다.
밖으로 나온 나는 차쪽으로 뛰었다. 차문을 여는 것과 동시
에 운전석에 미끄러지듯 올라타 빠르게 시동을 걸었다. 시
동을 걸면서 룸미러로 뒤를 주시했다.
약간 커브가 있는 오르막길이었기 때문에 아직까지 경찰차
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점점 더 사이렌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오고 있었다.
나는 기어를 주행으로 바꾸고 악셀을 밟았다. 이 고급승용
차는 오토이었기 때문에 운전하는데 크게 어려움이 없었다.
게다가 나는 운전을 하는것에는 자신이 있었다. 비에 젖은
땅에서 악셀을 거세게 밟자 뒷바퀴가 잠시 요란한 소리를
내며 헛회전을 하는 듯 하더니 앞으로 튕겨지듯 나갔다.
나는 다시 룸미러를 힐끗 보다가 드디어 보이기 시작한 경
광등 불빛에 뒤를 돌아 보았다. 순간적으로 커브를 돌아온
경찰자는 1500cc 승용차를 개조한 경찰차 2대와 승합차를
개조한 경찰차 2대해서 모두 4대가 눈에 띄었다. 출동한 이
원이 못되도 30명은 넘어 보였다.
차는 오르막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은식이 집 위쪽길로는
한번도 가본적이 없지만 차를 돌려 밑으로 내려가 큰길로
나갈수는 없었다. 나는 무작정 언덕위로 차를 모는 수 밖에
없었다. 앞 쪽에 약간 완만한 커브가 나타났다.
나는 약간 속도를 줄이며 룸미러를 힐끔 보았다. 한대의 경
찰차에서 4명의 경찰이 내리고 있었다. 나는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어 보려고 했다.
하지만 그럴 틈을 주지 않았다. 전방을 한번 힐끔 주시한
후 다시 룸미러를 본 순간 경찰중의 한명이 손가락의 막 커
브를 돌고 있는 내 차를 가리켰다. 아마도 들킨 모양이었다.
"제길..."
차는 커브를 돌았기 때문에 더이상 그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요란한 사이렌소리가 나에게서 멀어지지
않는 것을 보면 아마도 나를 추적하기 시작한 모양이었다.
언덕을 따라 담이 무척이나 높은 큰집들이 계속 이어졌다.
나는 언덕을 계속 무척이나 빠른 속도로 달렸다. 여전히 비
가 유리창을 세차게 때리고 있었기 때문에 와이퍼를 빠르게
작동시켰다. 와이퍼는 힘겹게 차창에 훑으면서 빗줄기를 닦
고 있었지만 그렇게 시야는 좋지 않았다.
계속된 언덕은 정상에 다다랐다. 나는 다시 뒤를 보았다.
한대의 승합경찰차를 뺀 3대의 경찰차들이 내 뒤를 따르고
있었다. 나는 무척이나 빠른 속도로 질주하고 있었지만 그
들과의 간격은 벌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점점 더 가까워지
고 있는 기분이었다.
나는 더욱 악셀을 밟았다. 언덕의 정상 다음은 당연히 내
리막길이었다. 약간은 완만한 커브를 그리고 있는 길을 따
라 내려가면 큰길이 나올거라고 생각되었다.
[부아아앙]
나는 내리막에서도 악셀을 밟았다. 내리막길에서 밟은 악
셀은 중력에 의해 더욱 힘을 발휘했다. 엄청난 가속력으로
거의 튀어나가듯이 미끄러져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 동네
의 집들이 대부분 집안에 주차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길
가에 차들이 없는 것이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그렇
지 않았다면 이렇게 엄청난 속도로 질주하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룸미러를 힐끔 보았다. 3대의 차들도 내리막을 엄청난
속도로 기세좋게 내려오고 있었다. 그들도 필사적이긴 마찬
가지인 모양이었다.
잠시 룸미러를 주시하는 동안 곡선길이 나타났다. 오르막길
에서 나타난 곡선길보다 더욱 빠르게 다가왔다. 높은 담이
순간적으로 눈 앞에 나타난 기분이었다. 나는 너무나 놀란
나머지 악셀에서 발을 떼면서 브레이크를 거세게 밟으며 핸
들을 틀었다.
타이어에서는 찢어질듯 비명을 질렀지만 탄력을 받은 차는
옆으로 돌면서 빗길에 미끄러지고 있었다. 나는 있는 힘껏
핸들을 돌렸다.
[콰아아앙~~~~]
차의 뒤쪽의 트렁크 부분이 벽과 요란한 소리를 내며 부딪
히면서 충격을 전달했다. 몸이 한번 요란하게 운전석시트에
서 튀어 올랐다. 하지만 완전히 핸들을 잃지는 않았다. 나
는 바로 핸들을 똑바로 잡고 다시 악셀을 밟았다.
"휴우~~~"
진땀이 흘렀다. 곡선길 다음에는 쭉 이어진 직선 내리막이
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큰길이 보였다. 저 길로 빠져 나가
이 도시에서 일단은 도망쳐야 한다고 생각되었다.
"너무 덥군.."
나는 여유를 가지려고 노력하면서 에어컨을 틀었다. 시원
한 공기가 온 몸을 적셔왔다. 고급승용차라서 그런지 냉방
시설이 무척이나 잘 되어 있었다. 나는 다시 앞을 주시하고
핸들을 다 잡았다. 절대 잡힐수는 없었다.
경찰차들도 곡선길을 돌아 여전히 나를 추적하고 있었다.
그들은 절대 놓칠수는 없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는 모양이
었다. 이런 일에 익숙해서인지 좀처럼 거리차는 멀어지지
않았다.
한대의 차가 맞은편에서 올라오고 있었다. 전조등의 불빛
이 보였다. 그 차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 맹렬한 속도로 내
리막을 내려오고 있는 내차와 그 뒤를 쫓아오고 있는 경찰
차 3대를 보고 놀랬는지 올라오는 속도를 늦추었다. 나는
더욱 빠르게 악셀을 밟았다.
[아아~~ 앞에 가는 5459차량 멈춰!! 5459 차를 멈춰!! 다시
반복한다.. 멈추지 않으면 발포하겠다.]
마이크에서 터져나온 목소리였다. 무척이나 고압적이고 우
렁한 목소리였다. 창을 닫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크게 들
려왔다. 이 목소리가 굵직한 남자는 발포라는 단어에 더욱
힘을 주고 말했다.
[아아.. 다시 한번 말한다. 5459.. 차를 멈춰라.. 그렇지
않으면 발포하겠다..]
두번의 경고가 이어졌다.
"쳇.. 쏠테면 쏴보라구.."
나의 차는 올라오는 있던 차를 스치듯 지나갔다. 나는 충분
히 넉넉하게 빠져나가리라고 생각했지만 두 차의 빽미러가
서로 부딪히면서 빠삭 소리를 내며 부셔졌다.
나는 뒤를 힐끔 보았다. 부셔진 빽미러가 공중으로 붕 날아
오르는 듯 싶더니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곧장 뒤에
서 쫓아온 자동차의 바퀴에 완전히 산산조각이 났다.
내리막길이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큰길이 눈에 확연히 보
이기 시작했다. 큰길로만 나가면 이 고급승용차의 성능을
백분발휘해서 따돌릴수 있을 것 같았다. 뒤에서 쫓아오는
경찰자들도 그것을 눈치챘는지 더욱 요란하게 확성기에대고
멈추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나는 다시 룸미러로 뒤를 힐끔 보았다. 제일 앞에서 쫓아
오던 경찰차의 보조석쪽 창으로 한남자의 얼굴이 힐끔 보
였다. 창을 내리고 얼굴을 밖으로 내민 모양이었다. 무엇을
하려고 하는 거지??
내가 의문을 가진 순간 나는 악셀을 더욱 거세게 밟았다.
정말로 총을 쏠 모양이었다.
나는 정면을 주시하면서 다시 룸미러를 확인했다. 확성기
에서는 여전히 멈추라는 단어와 발포한다는 단어가 섞여서
나에게 혼란을 주고 있었다. 창밖으로 고개를 내민 남자는
오른손으로 권총을 들고 나의 차를 조준하고 있었다.
[타아앙~~~~]
요란한 소리와 들려왔다. 나는 그 소리와 거의 동시에 목을
최대한 움추렸다. 아마 반사적이라고 해야 맞는 말일 것이다.
"제길.. 진짜 쏘잖아.."
정말로 쏘고 있었다. 다시 총성이 울렸다. 이번에는 차의
뒷부분의 어딘가에 맞았는지 투웅하는 소리가 차 안에 울
려퍼졌다. 나는 총성에 맞추어 몸을 최대한 움추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씨팔.. 타이어가 터지면 끝장이야.."
나는 소리를 내질렀다. 하지만 다행히도 타이어는 이상이
없는 듯 차는 잘 달렸다. 이제 골목길을 다 내려와 큰길로
접어 들고 있었다.
[와자장창~~~]
총성과 동시에 뒷쪽 유리창이 완전히 박살이 나는 소리와
동시에 앞 유리창에 구멍이 뚫렸다. 나는 그것이 총구멍이
라는 것을 확실히 알수가 있었다. 총구멍는 바로 내 머리의
옆 20CM정도를 지나 앞 유리창의 동그란 원형의 만들어 낸
것이었다.
"정말로 날 죽일 모양이군 씨팔...." 큰길로 들어선 차는 한번
비틀거리는 듯 했지만 이내 중심을 잡았다. 경찰차들도 요란한
타이어와 지면의 마찰소리를 내면서 커브를 틀면서 골목길에서
큰길로 튀어 나오고 있었다. 나는 연신 룸미러로 뒤쪽 상황을
확인하면서 있는 힘껏악셀을 밟았다.
[정지해!! 정지!!]
여전히 확성기를 통해 요란하게 정지하라고 외치고 있었다.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내가 몰고 있는 차에 발포를 한 경
찰은 거리가 멀어지고 다른 차들이 왔다갔다 하는 큰길로
나오자 고개를 집어 넣고 발포를 포기한듯 했다.
나는 모든 차선을 오가며 차들 사이를 비집으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오른발로는 거세게 악셀을 밟았고 왼손으로는 앞
에 있는 차들에게 주위를 주기위해 연신 클략손을 눌러댔다.
[빵~~ 빵~~]
나는 아슬아슬하게 쥐색 지프차의 왼쪽으로 비켜서면서 앞
으로 치고 나갔다. 지프차의 운전자도 내차에게 신경질적
으로 클략숀을 울려대면서 뭐라고 하는 듯 했지만 나는 별
로 신경쓰지 않았다. 오직 지금 신경쓰이는 것은 뒤에서 끈
덕지게 달라붙는 경찰차를 어떡게 따돌려야 하는가의 문제
였다.
빗길이어서 그런지 도로의 차들은 꽤나 굼뜨게 가고 있었
다. 나는 속도계를 보았다. 나는 그 차들이 느리게 가고 있
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속도계는 120km를 가리키
고 있었다.
나는 다시 룸미러를 힐끗 돌아보았다. 경찰차들은 여전히
요란하게 경광등을 돌리고 싸이렌을 울리며 쫓아오고 있었
다. 하지만 기동성이 떨어지는 승합차는 이미 뒤쳐진 듯
2대의 경찰차만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더욱 악셀을 밟았다. 멀리 사거리가 눈에 들어왔다.
저 사거리를 지나 조금만 더가면 시를 빠져나가 국도로 빠
져 나갈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면 경찰의 추격권을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더욱 악셀을 밟았다. 사거리까지는 약 100m가 남은 상
태였다. 그 때 파란 신호등이 순간 노란색으로 바뀌고 있었
다. 정지신호가 들어오려는 모양이었다.
낭패였다. 나는 정지할수가 없는 상태였다. 살인범으로 몰
려 경찰의 총격까지 받으며 도주하는 상태에서 신호를 지
킬수는 없는 일이지 않은가?
앞서 달리던 몇대의 차들의 뒤꽁무니에서 제동등이 들어오
면서 일제히 속도가 감소했다. 그와 동시에 빨간불이 들어
왔다.
[빠아아앙~~~]
나는 연신 경적을 울리며 길을 비키라는 신호를 보냈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차들은 속도를 줄이며 사거리에서 멈추
기 시작했다.
나는 하는수 없이 브레이크를 밟기 시작했다. 100Km가 넘
는 속도에서 갑자기 감속하려고 하자 타이어에서는 비명을
질러댔고 차는 미끄러졌다. 나는 하는수 없다고 생각했다.
좌회전을 받기 위해 왼쪽 깜빡이를 키고 있는 1차선에는 한
대의 승용차만이 정지해 있었고 2차선에는 직진신호를 받기
위해 3대의 승용차가 정지해 있었다. 나는 핸들을 1차선으
로 틀었다. 그리고 다시 악셀을 거세게 밟았다.
1차선과 2차선에 서 있는 승용차사이로 돌파할 생각이었다.
나는 나로 인해 날벼락을 당해게 될 운전자들에게 조금이
나마 경고를 주기 위해 클략손을 힘껏 누르면서 두 차 사이
로 차를 몰았다. 다행히 두 대의 차는 조금 넓게 사이가 벌
어져 있었다.
나는 충돌직전에 눈을 감았다. 콰아앙하는 소리와 함께 차
가 요란하게 덜컹거렸다. 나는 몸이 튀어 천장에 머리를 살
짝 부딪혔지만 아픈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빠아아앙앙~~~~~]
내 차는 두대의 차사이을 뚫고 사거리안으로 돌진했다. 내
차의 양쪽 본내트는 두 차들과 부딪혀 심하게 찌그러져 있
었다.
사거리에 들어서자마자 반대편차선에서 신호를 받고 좌회전
하는 차가 눈에 들어왔다. 그 차의 운전자는 갑자기 차가
자신에게 돌진하자 피하기 위해 브레이크를 밟았다. 하지만
이미 내 차의 본테트는 그 차의 오른쪽면을 들이 받으려 맹
렬하게 돌진하고 있었다. 그래도 나는 그 차의 보조석에 아
무도 타고 있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 만약에 그 보조석에
누군가가 타고 있었다면 나는 어쩔수 없이 그 사람을 죽게
만들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나는 충격에 대비하기 위해 이
를 악물고 온 몸에 힘을 주었다.
[꽈아아아앙]
이번에는 무척이나 요란하게 부딪혔다. 나는 완전히 그 차
의 오른쪽면을 정확하게 들이 받았기 때문이었다. 나에게
받힌 차는 충격에 부웅하면서 옆으로 들렸다. 나는 제발 나
에게 받힌 자동차의 운전자가 안전벨트를 매고 있기를 바랬
다. 내차도 앞이 완전히 움푹 찌그러 들면서 본네트뚜겅이
들리고 라디에디터가 터졌는지 연기까지 나는 것 같았다.
나는 나에게 받혀 완전히 옆으로 서버린 차를 다시 한번
밀어 붙였다. 차체가 길바닥에 긁히는 소리와 함께 그 차
는 옆으로 빙글 돌면서 나에게 앞을 열어주었다. 나는 다시
악셀을 밟고 사거리를 빠져 나왔다.
이제는 앞이 훤하게 뚤려 있었다.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사거리는 완전히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사방에서 경적소리
와 경찰차의 사이렌소리가 울려퍼지고 있었고 경찰차들은
나에게 받힌 차들사이에 끼어 꼼짝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그제서야 고개를 앞으로 돌리고 자세를 바로 잡았다.
입에서는 저절로 한숨이 새어 나왔다. 고급승용차라서 그런
지 그런 큰 충격이 있은 후에도 여전히 잘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꽤나 요란한 소음이 들려왔다. 충돌때 찌그러진 본
네트에서 나는 소리같았다. 뒷유리창과 앞창도 거의 박살이
난 상태여서 빗소리까지 확실히 들려왔다.
나는 여전히 빠른 속도로 다른 차들을 추월하면서 길을 내
달렸다. 이대로 5분만 더 지나면 이 도시를 빠져 나가 일단
은 다른 곳으로 도망칠수 있었다.
하지만. 그 다음에는..
나는 지금 나에게 벌어진 일들을 정리했다. 경찰들은 나에
게 총까지 쏘면서 달려들었다. 그들은 이미 나를 완전히 범
인을 몰아버렸고 게다가 다분히 위험한 인물로 생각하고 있
음이 분명했다. 나는 허리춤에 꽂아 놓은 권총을 티셔츠위
로 만져 보았다. 여전히 나의 허리춤에 있었다.
"제길..."
이제는 한가지 방법밖에 없었다. 나를 이렇게 만들어버린
그 놈을 내 손으로 잡는 방법밖에는... 그래서 나의 결백
을 증명해야 했다.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화석, 주완, 그리
고 은식을 죽인 그 녀석을 내 손으로 꼭 죽이고 말겠다고
다짐했다. 갑자기 윤미가 떠올랐다. 그녀는 어떡게 되었을까?
윤미를 납치해간 녀석도 바른 그 놈일까? 윤미도 시체사이
트에 등록했다는 이유로 납치해간 것일까? 그렇다면 윤미도.
.. 다른 녀석들처럼 죽게 되는 걸까?
갑자기 분노가 슬픔으로 바뀌었다. 나를 이렇게 만든 녀석
을 죽이고 말겠다는 분노에서 이런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
빠져들어 버린 나에 대한 슬픔이 밀려왔다. 그리고 곧 슬픔
은 공포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 점점 더 막막해져 가기만
하는 현실이 두려웠다.
차라리 죽는게 편할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돼~~"
나는 고개를 거세게 흔들었다. 나약해지면 안된다고 생각
했다. 그리고 아직 윤미의 죽음을 확인한 것은 아니었다.
그전까지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포기해서는 안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어디선가 아직도 윤미가 나에게 구조를 요
청하고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는 은식이집에서 도망치기 전에 나에게 걸려왔던 괴전화
에 대해 떠올렸다. 그 전화를 걸었던 놈이 바로 이 모든 것
을 계획한 녀석이 틀림없었다. 코를 막고 마치 장난을 치는
듯한 목소리로 나를 조롱하고 있었다. 그 놈은 마치 이런
상황을 즐기기나 하는 듯 했다. 소름이 끼쳤다.
"아냐아냐~~~"
나는 다시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일단 감정을 배재하고
생각해야 했다. 분명히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남자였다. 코
를 막고 자신의 목소리를 들키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했지
만 분명히 남자목소리였다.
에어컨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지 차안이 약간 더워졌다. 나
는 창문을 내렸다. 굉장한 바람이 차안으로 들어왔다. 비도
섞여서 안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개의치 않았다. 어차피 젖
을만큼 젖은 상태였고 비가 적시자 더욱 정신이 말짱해지는
것 같았다. 나는 잠시 바람을 맞은후 다시 생각에 잠겼다.
나는 핸드폰을 던져서 부셔버린것을 후회했다. 나에게 한번
전화가 걸려왔다는 것은 또 다시 올수 있는 확률이 있다는
것일텐데..
아쉬웠지만 하는수 없었다. 나는 조금더 생각했다. 목소리
를 변조하기 위해서 노력했다는 것은 정말로 목소리가 그런
녀석이 아니라면 이유가 있을 것 같았다.
첫째로 매우 일련의 모든 것을 계획한 녀석치고는 매우 소
심한 녀석이던지 아니면 그 녀석의 목소리를 내가 들으면
충분히 알수 있을 만한 녀석이기 때문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리고 두번째의 이유가 더욱 와 닿았다.
윤미말대로 내 주변에 있는 녀석이 틀림없었다. 아니 내 주
변에 있는 녀석이 아니더라도 내가 한두번쯤은 그 목소리를
들었던 녀석일것이라고 생각되었다. 하지만 너무 선택의 폭
이 넓었다.
"아차.. 그거야.."
나는 문득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정말로 그것만 밝혀 낸다
면 희미하지만 그녀석이 누구인지 알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어딘가로 피신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