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가 한꺼번에 빠져나가는 것 같은 느낌이 가시자 온 몸의 피가 얼굴로 쏟아지는 느낌이었다. 얼굴에 열기가 화끈거렸 다.
"후후.."
나와는 반대로 화석의 얼굴은 백지장처럼 차가웠다. 마치 공포영화에 나오는 뱀파이어 같은 얼굴이었다. 그리고 그 얼 굴에서 나오는 웃음은 상상이상으로 소름 끼쳤다.
"아니야.. 아니야..."
나는 그만 다리가 풀려 뒤로 풀썩 넘어져 엉덩방아를 찌었다.
"아니야. 그그럴리가... 그럴리가..."
나는 고개를 아주 천천히 가로 저었다. 하지만 그러면 그럴 수록 화석의 차가운 미소와 함께 지금까지의 모든 상황이 머리속에 스쳐지나갔다.
"아!! 참 그리고 잊은게 있는데.. 윤미는 안전하게 살아있 어.. 아직까지는!!"
"뭐!!"
화석의 입에서 윤미가 나올때 나는 고개를 가로 젖는 동작 을 순간적으로 멈추고 화석을 노려 보았다. 나를 향한 총구 가 서늘하게 나의 머리를 정확하게 노리고 있었다. 옆에 널 부러져 있는 형사처럼 머리가 터져 죽고 싶지는 않았다.
"너너가.."
화석의 이름에서 윤미의 이름이 나오자 모든 것이 분명해졌 다. 화석은 나에게 여전히 총구를 겨눈채로 침대에서 내려 섰다.
"너가 어떡게? 너가 어떡게..."
나는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나 화석과 마주보고 섰다. 심장 박동은 금새 최고점을 향해 오르고 있었다. 화석의 차가운 시선이 나의 시선과 마주쳤다. 그 눈빛이 모든것이 사실이 라고 말해주고 있었다.
"글쎄.. 조금 힘이 들긴 했지만.. 생각보다는 수월했어.. 오래전부터 계획한거거든. 총소리가 꽤나 요란하게 울렸으 니깐 조금있으면 경찰이 들이 닥칠거야.. 경찰이 오기 전에 이야기를 끝내야 겠군..
내가 생각해도 아주 완벽했어. 아주 완벽한 시나리오였어. 물론 조금 아슬아슬할때도 있었지만.. 특히 은식이집에서 말이야.. 그때는 정말 아슬아슬했지.. 지혁이 너도 봤을거 아냐.. 내가 마련한 무대를.. 그거 만들려고 무척이나 힘들 었어.
아참.. 처음부터 이야기해야 이해가 빠르겠군. 이 시나리오 는 처음이 아주 중요하거든. 우선은 시체사이트.. 그거 만 드니라고 고생 좀 했지.. 작년 내내 홈페이지 만드는 법을 연구해서 멋들어지게 만들어낸거야.
우선 내가 거기에 가입을 한 다음에 다음날 아무도 모르게 사라지는게 시나리오의 처음이야.. 사라지기 전에 우선 너 에게 전화를 걸었지. 금방이라도 죽을것 같은 목소리로.. 약간 떨렸어.. 하지만 그럭저럭 좋은 연기였다고 생각하고 있지..
시체사이트에 적혀 있는 의미심장한 말들과 죽어가는 사람 의 목소리가 섞인 정체불명의 전화.. 그리고 내가 사라졌으 니깐 모르긴 몰라도 너희들 모두 시체사이트에 관심을 가질 거라고 생각했어. 시체사이트와 나의 실종과 상관이 있을거 라고 생각할것이 틀림없었지..
아니나 다를가 며칠 지나자 은식이랑 주완이가 시체사이트 에 가입하더군.. 계획대로 였어.
그리고 그 사이트에 사진을 올리는 거야.. 목이 잘린채 죽 은 사람의 사진을.. 아.. 그 사진도 진짜야.. 나랑 똑같은 상처가 있는 사진을 구하려고 무척이나 고생 좀 했지.. 뭐 고생한만큼 효과는 충분했어. 그 사진 덕분에 꿈에도 내가 살아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하게 만들었으니깐.. 그래서 쉽게 다음일도 해나갈수가 있었지..
그리고 그 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날 주완이를 밤 늦게 PC방 을 보게 만들고, 일부러 건물의 문을 걸어 잠가서 손님이 없게 만들었지.. 그리고.."
"믿을수가 없어.. 믿을수가.."
정말로 믿을수가 없었다. 화석이가. 은식과 주완이를 죽인 놈이라니.. 도저히 믿을수가 없었다.
"후후.. 믿어도 돼.. 진실이니깐.. 그리고 이야기를 끝까지 들으면 믿게 될거야..
아무튼 그날 밤은 대단했어.. 지혁 너가 그 시각에 와 있을 줄을 몰랐거든.. 주완이가 너와 함께 있는 것을 확인했지만 주완이를 납치하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어.. 하지만 소화기로 그렇게 세게 내리쳤는데 너가 다시 일어나서 쫓아 오리라고는 꿈에도 몰랐어..
역시 대단하던데.. 쇠파이프까지 들고 스쿠터로 차를 쫓아 오다니.. 사실 그때는 진땀까지 흘렸어..."
"닥쳐!!"
나는 소리를 쳤다. 더이상 듣고 싶지 않았다.
"무슨 소리야? 안돼.. 끝까지 들어야 돼.. 사실 누군가에게 자랑하고 싶었거든.. 하지만 나의 이 완벽한 시나리오를 아 무에게나 말을 할수는 없잖아.. 이 이야기를 들어줄 특권을 지닌 사람은 너 밖에 없어.. 이 시나리오의 주인공인 바로 너!!"
화석은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약간 언성을 높였다. 그리고는 다시 예의 차가운 얼굴도 돌아갔다. 여전히 총구는 나를 향 해 겨누고 있었다. 나와 화석의 거리는 약 2m였다. 나는 곁 눈질로 병실안을 살폈다.
화석이 쥐고 있는 권총은 내가 들고 왔던 권총이 아니었다. 옆에 죽어서 널부러져 있는 형사의 권총이었다. 나와 격투 중에 아마도 침대위로 날아갔던 모양이었다. 그 바람에 잠 을 자던 화석이 깨었을지도 모른다.
내가 이 방에 들어왔을때는 화석은 자고 있었다. 그래서 내 가 권총을 들고 들어온 것은 모르고 있었다. 내가 들고 들 어왔던 권총은 어디엔가 떨어져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 다음은 은식이 차례였지.. 아 우선 그전에 주완이 사진 을 시체사이트에 올렸지.. 더욱 혼란을 주기 위해서.. 물론 그 사진은 진짜야.. 진짜..."
진짜라는 부분에서 화석은 흐뭇한 미소를 짖고 있었다. 나 는 이 녀석이 미쳤다고 확신할수 있었다. 제 정신이 아니었 다. 우리와 웃고 떠들던 예전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아 니 그 모습은 모두 어쩌면 거짓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 때 너는 이미 살인용의자로 수배중이었지.. 나는 너가 어디에 있는지 궁금했어.. 갑자기 사라져 버렸거든.. 며칠 째더라.. 이틀후던가.. 아니나 다를까 너와 은식이가 만나 더군.. 나는 쭉 은식을 미행했었지. 계속 기회를 노리면서 말이야..
그리고 둘이서 누군가의 집으로 가더군.. 처음에는 그곳이 누구집인가 했어. 금방 알수 있었지만.. 최윤미... 그래 윤 미 걔 집이었지..
후후.. 아무튼 놀랬어.. 걔가 이 시나리오에 끼어들것이라 고는 생각도 못했거든.. 지혁 능력 좋던데.. 걔는 언제 꼬 신거야.. 후후.."
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화석의 한마디한마디에 집중하는 척 했다. 그리고 기회를 노렸다. 이대로 죽을수 는 없었다. 화석의 말대로라면 아직 윤미는 살아 있다. 그 녀를 살리기 위해서는 죽을수는 없었다.
"아무튼 윤미도 시체사이트에 가입을 하더군.. 고민하다가 어차피 이렇게 된거 캐스팅 하기로 했지.. 후후.. 그리고 그 날 윤미라는 얘 집에 들어갔지.. 너랑 윤미는 둘이 꼭 붙어서 자고 있더군.. 은식은 혼자 다른 방에 있 고.. 처음에는 은식이가 자고 있는 줄 알았어.. 하지만 은 식은 자고 있지 않았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어둠속에서 나를 노려보고 있었어. 흠칫 놀란 나머지 나는 일단 도망쳤지.."
나는 그 때 일을 떠올렸다. 은식이 화석이가 왔다고 하면서 날뛰다가 윤미의 팔에 칼로 상처를 내었던 일을.. 은식의 말은 사실이었다. 꿈결에 환상을 보고 한 말이 아니었다. 은식은 정말로 화석을 보았던 것이었다. 은식의 말을 믿어 주지 않았던 것이 후회했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후회해봤 자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이제 곧 경찰이 들이 닥칠거야.. 그럼 너는 살인용의자로 이대로 체포되는거야.. 그러기 전에 어서 이야기를 끝내야 겠지..
은식이와 너가 같이 붙어 있는 한 계획대로 하는것은 무리 가 있었어. 그런데 내가 그 집에서 나온 다음에 무슨일이 있었는지 은식이 미친듯이 튀쳐 나가더군.. 그래서 은식을 쫓아다니면서 기회를 노렸지..
그런데 다시 은식이 정신을 차리고 너를 만나려고 한다는 것을 알았어.. 사실 급했어.. 그때는 말이야. 은식이와 너 가 다시 만나면 일이 힘들게 될 것은 당연한 일이니깐.
하지만 생각보다 쉽게 은식을 너와 만나지 못하게 만들었지. 사실 은식도 마음속으로 너가 범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 고 있었던거야. 그래서 내가 꼬마에게 시켜서 보낸 쪽지를 보고 너가 나와 주완을 죽인 놈이라고 생각하고 도망치게 만든거지.. 물론 은식이 갈 곳이라고는 자기 집 밖에 없을 테니깐.. 무대마련은 끝난 셈이지.."
화석은 항상 우리 주위를 돌면서 우리를 관찰해 왔었던 모 양이었다. 시체사이트에 올라온 목없는 사진을 보고 우리는 모두 그것이 화석이라고 확신했었다. 그렇기 때문에 화석은 너무도 쉽게 모든 일을 꾸밀수 있었다.
"결국 너랑 윤미는 은식을 만나러 그 공원으로 왔더군.. 나 는 힘들이지 않고 윤미를 납치했고.. 그리고 마지막 씬.. 이 모든 것의 크리이막스 부분이지.. 은식이 집에서 말이야.. 무척이나 힘들었어.. 특히 너와 은식이를 만나게 하는 부분 말이야.. 하지만 기가 막히게 타이밍 맞더군.. 절묘한 타이밍으로 은식이가 너 앞에서 죽어가는 모습 정말 멋졌어. 그리고 너가 절규하는 모습도.. 경찰에 신고를 한 다음에 그리고 나는 너한테 전화를 걸었지.. 바로 이목소리 로 말이야..."
화석이는 갑가지 왼손으로 코를 막고 코맹맹이 소리를 냈 다. 머리속에서 각인되어 있는 소리였다. 바로 그때 걸려온 전화의 목소리..
"사실 그 때 나는 은식이 집에 있었어. 그래야 이야기가 되 거든.. 친구들을 무참히 죽인 살인마가 출동한 경찰에 의해 체포되고 세 명의 친구들중에 한명이 기적적으로 살아남아 이 사실을 알리는 거지..
그런데 넌 기가막히게 경찰의 추적을 뿌리치고 도망쳐버렸 더군.. 뭐.. 그거야 상관없지만.. 아무튼 세상 모든 사람이 이미 너의 적이니깐..."
"강아지!!"
나는 소리쳤다.
"강아지라니.. 나 흥분하면 방아쇠를 당길지도 몰라. 나를 자극하지 말라구..."
"당겨!! 십새끼야.. 당겨!!"
"오지혁!! 너무 흥분하지마.. 넌 다 좋은데 너무 쉽게 흥분 하는게 안좋아.."
화석은 여전히 나에게 총구를 겨누고 간격을 유지한채 움직 여 창가쪽으로 다가갔다. 블라인더 사이로 빠르게 밖을 내 려다 보았다.
"이제 경찰이 도착했군.. 1-2분 후면 경찰이 들이 닥칠거 야. 그럼 미친 살인마인 오지혁은 자신의 계획대로 친구들 을 모두 죽이기 위해서 병원까지 오는 치밀함을 보이고 우 발적으로 경찰까지 쏘아죽인것이 되지.. 경찰과 격투중에 우연치 않케 나에게 붙잡히게 되고.. 여기 서는 나의 연기가 무척이나 중요하겠지.."
나는 침대 밑에 떨어져 있는 나머지 총 하나를 발견했다. 내가 가지고 있었던 총이 분명했다. 나는 침대쪽으로 조금 움직였다.
"윤미는 어디에 있어?"
나는 침착한 목소리로 물었다.
"후후.. 걔가 더 걱정되나 보군.. 이런 상황에서도 윤미에 대해 물어보는 것을 보면.. 그런데 도데체 언제 꼬신거야? 내가 사라지기 전까지는 윤미랑 이야기도 거의 안 했잖아..."
"닥치고 대답이나 해..."
"후후. 알아서 뭐하려고.. 너가 알아도 윤미에게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할텐데.. 너는 걸어서 이방을 나가기는 힘 들거야.. 뭐.. 일단 걱정하지마. 내가 잘 모셔두었으니깐..."
"어디에 있냐구?"
다시 큰소리로 물었다.
"음.. 글쎄.. 별로 말하고 싶지는 않아.. 몇시간 쯤 되었 나? 약 48시간이 조금 안 되었을것 같군.. 윤미가 그곳에 갇힌지가.. 어둠속에서 혼자 있으면 꽤나 무서울텐데.. 하 지만 모든것이 끝날때까지 그곳에 혼자 갇혀 있어야 돼... 일주일이 되든 열흘이 되던지.. 걔는 그 후에 처리할 거니 깐..."
"미친새끼.."
"미친새끼라.. 후후.."
나와 화석의 거리는 계속 2m정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나는 화석의 움직을 주시하면서 계속 화석이 누워 있었던 침대쪽 으로 움직였다. 침대 밑에 바로 떨어진 나머지 권총을 집어 들기 위해서였다.
<펌> 시체싸이트 29
"혹시~~~"
피가 한꺼번에 빠져나가는 것 같은 느낌이 가시자 온 몸의
피가 얼굴로 쏟아지는 느낌이었다. 얼굴에 열기가 화끈거렸
다.
"후후.."
나와는 반대로 화석의 얼굴은 백지장처럼 차가웠다. 마치
공포영화에 나오는 뱀파이어 같은 얼굴이었다. 그리고 그 얼
굴에서 나오는 웃음은 상상이상으로 소름 끼쳤다.
"아니야.. 아니야..."
나는 그만 다리가 풀려 뒤로 풀썩 넘어져 엉덩방아를 찌었다.
"아니야. 그그럴리가... 그럴리가..."
나는 고개를 아주 천천히 가로 저었다. 하지만 그러면 그럴
수록 화석의 차가운 미소와 함께 지금까지의 모든 상황이
머리속에 스쳐지나갔다.
"아!! 참 그리고 잊은게 있는데.. 윤미는 안전하게 살아있
어.. 아직까지는!!"
"뭐!!"
화석의 입에서 윤미가 나올때 나는 고개를 가로 젖는 동작
을 순간적으로 멈추고 화석을 노려 보았다. 나를 향한 총구
가 서늘하게 나의 머리를 정확하게 노리고 있었다. 옆에 널
부러져 있는 형사처럼 머리가 터져 죽고 싶지는 않았다.
"너너가.."
화석의 이름에서 윤미의 이름이 나오자 모든 것이 분명해졌
다. 화석은 나에게 여전히 총구를 겨눈채로 침대에서 내려
섰다.
"너가 어떡게? 너가 어떡게..."
나는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나 화석과 마주보고 섰다. 심장
박동은 금새 최고점을 향해 오르고 있었다. 화석의 차가운
시선이 나의 시선과 마주쳤다. 그 눈빛이 모든것이 사실이
라고 말해주고 있었다.
"글쎄.. 조금 힘이 들긴 했지만.. 생각보다는 수월했어..
오래전부터 계획한거거든. 총소리가 꽤나 요란하게 울렸으
니깐 조금있으면 경찰이 들이 닥칠거야.. 경찰이 오기 전에
이야기를 끝내야 겠군..
내가 생각해도 아주 완벽했어. 아주 완벽한 시나리오였어.
물론 조금 아슬아슬할때도 있었지만.. 특히 은식이집에서
말이야.. 그때는 정말 아슬아슬했지.. 지혁이 너도 봤을거
아냐.. 내가 마련한 무대를.. 그거 만들려고 무척이나 힘들
었어.
아참.. 처음부터 이야기해야 이해가 빠르겠군. 이 시나리오
는 처음이 아주 중요하거든. 우선은 시체사이트.. 그거 만
드니라고 고생 좀 했지.. 작년 내내 홈페이지 만드는 법을
연구해서 멋들어지게 만들어낸거야.
우선 내가 거기에 가입을 한 다음에 다음날 아무도 모르게
사라지는게 시나리오의 처음이야.. 사라지기 전에 우선 너
에게 전화를 걸었지. 금방이라도 죽을것 같은 목소리로..
약간 떨렸어.. 하지만 그럭저럭 좋은 연기였다고 생각하고
있지..
시체사이트에 적혀 있는 의미심장한 말들과 죽어가는 사람
의 목소리가 섞인 정체불명의 전화.. 그리고 내가 사라졌으
니깐 모르긴 몰라도 너희들 모두 시체사이트에 관심을 가질
거라고 생각했어. 시체사이트와 나의 실종과 상관이 있을거
라고 생각할것이 틀림없었지..
아니나 다를가 며칠 지나자 은식이랑 주완이가 시체사이트
에 가입하더군.. 계획대로 였어.
그리고 그 사이트에 사진을 올리는 거야.. 목이 잘린채 죽
은 사람의 사진을.. 아.. 그 사진도 진짜야.. 나랑 똑같은
상처가 있는 사진을 구하려고 무척이나 고생 좀 했지.. 뭐
고생한만큼 효과는 충분했어. 그 사진 덕분에 꿈에도 내가
살아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하게 만들었으니깐.. 그래서
쉽게 다음일도 해나갈수가 있었지..
그리고 그 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날 주완이를 밤 늦게 PC방
을 보게 만들고, 일부러 건물의 문을 걸어 잠가서 손님이
없게 만들었지.. 그리고.."
"믿을수가 없어.. 믿을수가.."
정말로 믿을수가 없었다. 화석이가. 은식과 주완이를 죽인
놈이라니.. 도저히 믿을수가 없었다.
"후후.. 믿어도 돼.. 진실이니깐.. 그리고 이야기를 끝까지
들으면 믿게 될거야..
아무튼 그날 밤은 대단했어.. 지혁 너가 그 시각에 와 있을
줄을 몰랐거든.. 주완이가 너와 함께 있는 것을 확인했지만
주완이를 납치하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어.. 하지만
소화기로 그렇게 세게 내리쳤는데 너가 다시 일어나서 쫓아
오리라고는 꿈에도 몰랐어..
역시 대단하던데.. 쇠파이프까지 들고 스쿠터로 차를 쫓아
오다니.. 사실 그때는 진땀까지 흘렸어..."
"닥쳐!!"
나는 소리를 쳤다. 더이상 듣고 싶지 않았다.
"무슨 소리야? 안돼.. 끝까지 들어야 돼.. 사실 누군가에게
자랑하고 싶었거든.. 하지만 나의 이 완벽한 시나리오를 아
무에게나 말을 할수는 없잖아.. 이 이야기를 들어줄 특권을
지닌 사람은 너 밖에 없어.. 이 시나리오의 주인공인 바로 너!!"
화석은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약간 언성을 높였다. 그리고는
다시 예의 차가운 얼굴도 돌아갔다. 여전히 총구는 나를 향
해 겨누고 있었다. 나와 화석의 거리는 약 2m였다. 나는 곁
눈질로 병실안을 살폈다.
화석이 쥐고 있는 권총은 내가 들고 왔던 권총이 아니었다.
옆에 죽어서 널부러져 있는 형사의 권총이었다. 나와 격투
중에 아마도 침대위로 날아갔던 모양이었다. 그 바람에 잠
을 자던 화석이 깨었을지도 모른다.
내가 이 방에 들어왔을때는 화석은 자고 있었다. 그래서 내
가 권총을 들고 들어온 것은 모르고 있었다. 내가 들고 들
어왔던 권총은 어디엔가 떨어져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 다음은 은식이 차례였지.. 아 우선 그전에 주완이 사진
을 시체사이트에 올렸지.. 더욱 혼란을 주기 위해서.. 물론
그 사진은 진짜야.. 진짜..."
진짜라는 부분에서 화석은 흐뭇한 미소를 짖고 있었다. 나
는 이 녀석이 미쳤다고 확신할수 있었다. 제 정신이 아니었
다. 우리와 웃고 떠들던 예전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아
니 그 모습은 모두 어쩌면 거짓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 때 너는 이미 살인용의자로 수배중이었지.. 나는 너가
어디에 있는지 궁금했어.. 갑자기 사라져 버렸거든.. 며칠
째더라.. 이틀후던가.. 아니나 다를까 너와 은식이가 만나
더군.. 나는 쭉 은식을 미행했었지. 계속 기회를 노리면서
말이야..
그리고 둘이서 누군가의 집으로 가더군.. 처음에는 그곳이
누구집인가 했어. 금방 알수 있었지만.. 최윤미... 그래 윤
미 걔 집이었지..
후후.. 아무튼 놀랬어.. 걔가 이 시나리오에 끼어들것이라
고는 생각도 못했거든.. 지혁 능력 좋던데.. 걔는 언제 꼬
신거야.. 후후.."
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화석의 한마디한마디에
집중하는 척 했다. 그리고 기회를 노렸다. 이대로 죽을수
는 없었다. 화석의 말대로라면 아직 윤미는 살아 있다. 그
녀를 살리기 위해서는 죽을수는 없었다.
"아무튼 윤미도 시체사이트에 가입을 하더군.. 고민하다가
어차피 이렇게 된거 캐스팅 하기로 했지.. 후후..
그리고 그 날 윤미라는 얘 집에 들어갔지.. 너랑 윤미는
둘이 꼭 붙어서 자고 있더군.. 은식은 혼자 다른 방에 있
고.. 처음에는 은식이가 자고 있는 줄 알았어.. 하지만 은
식은 자고 있지 않았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어둠속에서
나를 노려보고 있었어. 흠칫 놀란 나머지 나는 일단 도망쳤지.."
나는 그 때 일을 떠올렸다. 은식이 화석이가 왔다고 하면서
날뛰다가 윤미의 팔에 칼로 상처를 내었던 일을.. 은식의
말은 사실이었다. 꿈결에 환상을 보고 한 말이 아니었다.
은식은 정말로 화석을 보았던 것이었다. 은식의 말을 믿어
주지 않았던 것이 후회했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후회해봤
자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이제 곧 경찰이 들이 닥칠거야.. 그럼 너는 살인용의자로
이대로 체포되는거야.. 그러기 전에 어서 이야기를 끝내야
겠지..
은식이와 너가 같이 붙어 있는 한 계획대로 하는것은 무리
가 있었어. 그런데 내가 그 집에서 나온 다음에 무슨일이
있었는지 은식이 미친듯이 튀쳐 나가더군.. 그래서 은식을
쫓아다니면서 기회를 노렸지..
그런데 다시 은식이 정신을 차리고 너를 만나려고 한다는
것을 알았어.. 사실 급했어.. 그때는 말이야. 은식이와 너
가 다시 만나면 일이 힘들게 될 것은 당연한 일이니깐.
하지만 생각보다 쉽게 은식을 너와 만나지 못하게 만들었지.
사실 은식도 마음속으로 너가 범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
고 있었던거야. 그래서 내가 꼬마에게 시켜서 보낸 쪽지를
보고 너가 나와 주완을 죽인 놈이라고 생각하고 도망치게
만든거지.. 물론 은식이 갈 곳이라고는 자기 집 밖에 없을
테니깐.. 무대마련은 끝난 셈이지.."
화석은 항상 우리 주위를 돌면서 우리를 관찰해 왔었던 모
양이었다. 시체사이트에 올라온 목없는 사진을 보고 우리는
모두 그것이 화석이라고 확신했었다. 그렇기 때문에 화석은
너무도 쉽게 모든 일을 꾸밀수 있었다.
"결국 너랑 윤미는 은식을 만나러 그 공원으로 왔더군.. 나
는 힘들이지 않고 윤미를 납치했고.. 그리고 마지막 씬..
이 모든 것의 크리이막스 부분이지.. 은식이 집에서 말이야..
무척이나 힘들었어.. 특히 너와 은식이를 만나게 하는 부분
말이야.. 하지만 기가 막히게 타이밍 맞더군..
절묘한 타이밍으로 은식이가 너 앞에서 죽어가는 모습 정말
멋졌어. 그리고 너가 절규하는 모습도.. 경찰에 신고를 한
다음에 그리고 나는 너한테 전화를 걸었지.. 바로 이목소리
로 말이야..."
화석이는 갑가지 왼손으로 코를 막고 코맹맹이 소리를 냈
다. 머리속에서 각인되어 있는 소리였다. 바로 그때 걸려온
전화의 목소리..
"사실 그 때 나는 은식이 집에 있었어. 그래야 이야기가 되
거든.. 친구들을 무참히 죽인 살인마가 출동한 경찰에 의해
체포되고 세 명의 친구들중에 한명이 기적적으로 살아남아
이 사실을 알리는 거지..
그런데 넌 기가막히게 경찰의 추적을 뿌리치고 도망쳐버렸
더군.. 뭐.. 그거야 상관없지만.. 아무튼 세상 모든 사람이
이미 너의 적이니깐..."
"강아지!!"
나는 소리쳤다.
"강아지라니.. 나 흥분하면 방아쇠를 당길지도 몰라. 나를
자극하지 말라구..."
"당겨!! 십새끼야.. 당겨!!"
"오지혁!! 너무 흥분하지마.. 넌 다 좋은데 너무 쉽게 흥분
하는게 안좋아.."
화석은 여전히 나에게 총구를 겨누고 간격을 유지한채 움직
여 창가쪽으로 다가갔다. 블라인더 사이로 빠르게 밖을 내
려다 보았다.
"이제 경찰이 도착했군.. 1-2분 후면 경찰이 들이 닥칠거
야. 그럼 미친 살인마인 오지혁은 자신의 계획대로 친구들
을 모두 죽이기 위해서 병원까지 오는 치밀함을 보이고 우
발적으로 경찰까지 쏘아죽인것이 되지..
경찰과 격투중에 우연치 않케 나에게 붙잡히게 되고.. 여기
서는 나의 연기가 무척이나 중요하겠지.."
나는 침대 밑에 떨어져 있는 나머지 총 하나를 발견했다.
내가 가지고 있었던 총이 분명했다. 나는 침대쪽으로 조금
움직였다.
"윤미는 어디에 있어?"
나는 침착한 목소리로 물었다.
"후후.. 걔가 더 걱정되나 보군.. 이런 상황에서도 윤미에
대해 물어보는 것을 보면.. 그런데 도데체 언제 꼬신거야?
내가 사라지기 전까지는 윤미랑 이야기도 거의 안 했잖아..."
"닥치고 대답이나 해..."
"후후. 알아서 뭐하려고.. 너가 알아도 윤미에게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할텐데.. 너는 걸어서 이방을 나가기는 힘
들거야.. 뭐.. 일단 걱정하지마. 내가 잘 모셔두었으니깐..."
"어디에 있냐구?"
다시 큰소리로 물었다.
"음.. 글쎄.. 별로 말하고 싶지는 않아.. 몇시간 쯤 되었
나? 약 48시간이 조금 안 되었을것 같군.. 윤미가 그곳에
갇힌지가.. 어둠속에서 혼자 있으면 꽤나 무서울텐데.. 하
지만 모든것이 끝날때까지 그곳에 혼자 갇혀 있어야 돼...
일주일이 되든 열흘이 되던지.. 걔는 그 후에 처리할 거니
깐..."
"미친새끼.."
"미친새끼라.. 후후.."
나와 화석의 거리는 계속 2m정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나는
화석의 움직을 주시하면서 계속 화석이 누워 있었던 침대쪽
으로 움직였다. 침대 밑에 바로 떨어진 나머지 권총을 집어
들기 위해서였다.
"잠깐..."
나는 화석의 날카로운 목소리에 움직임을 멈추었다